유수 영화제에서 상받은 영화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지론중에 하나다.
하지만...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엉클 분미'는 아닌거 같다는 느낌이 크다.
(물론 나랑 안맞는 영화일수 도 있지만 객관적으로도 너무 관객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펼쳐져 있어서...)
하지만 요 근래 뽑힌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은 한번도 실망 시킨적이 없는듯하다.
작년의 일본 영화 <굿 바이>도 그랬고, 제작년 <타인의 삶>도 그랬다.
(그 이전까진 기억을 못하겠고. 아, <와호장룡>도 있구나. ㅋ)
아무튼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시간을 쪼개서 이 영화를 보러갔다.
*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보실분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몇개의 아찔하고 감성적인 장면들을 흘린다.
한 아릿다운 여자가 강간 당하는 장면... 기차에서 서로 손을 마추며 이별하는 장면...
주인공은 나이 지긋한 중년으로 25년전 법원 사무장으로 일할때 겪은 강간살인사건을 소설로 쓸 준비중이다.
자료를 찾기위해 들린 옛 직장에서, 갓 신입때부터 보좌한 옛 상사를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지난날을 추억한다.
그 당시의 자료들과 'a' 가 고장난 낡은 타기를 받고 드디어 자신의 25년전 과거를 하나하나 글로 옮겨 적기 시작하는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그 첫 장면들을 상기시키며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어떤 일을 글로 적을려는것일까? 25년전 아르헨티나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가 쓰고자하는 과거 25년전의 이야기는 미궁에 빠졌던 강간 살인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한걸까?
처음 보여줬던 그 장면들이 서서히 윤곽을 보일때쯤 이야기는 너무 늘어지는 기미를 보이며 조금 지루했다.
그리고 처음 보여준 퍼즐이 다 마춰지고 책이 출판될 시점, 이게 영화의 끝이야?
약간의 실망감을 동반할 쯤 이야기는 좀 더 깊숙한 추리로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결국 알게된거지만, 영화속 모든 과거 이야기들이 그 앤딩을 위해 깔아둔 포석이었던 샘이다.
마지막의 새로운 결말인 우정, 응징... 그리고 사랑까지. 어느것 하나 버릴것없이 정말 짠한 내용이었다.
특히 마지막 앤딩에서 그녀가 말한 대사는 참 묘한 감동을 줬다.
"좀 복잡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대사가 아닐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된 부분이... 강간 살인범이 풀려나는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이것에 대해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25년전 아르헨티나라는 내부 사정을 모르고 있기때문이었다.
그당시 아르헨티나는 우리의 제 5공화국이 세워질 그런 비슷한 과정을 겪고있는 격동의 시기였다.
내부적으로 혼란한 틈으로 죄수들이 사면되고 새 정권의 일을 받게되고... 뭐 그런 과정중에 하나 일것이다.
그 역사를 모르는 우리의 입장에선 정말 말이 안될 일이지만...
(그래서 영화에서 이런 아찔한 장면까지 연출되어 지는것이다.)
실례로 국내에서 정말 많은 관객몰이를 한 <쉬리>의 경우...
외국인들은 남북한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가 왜 저런 훈련을 받으며 왜 저런 상황이 되는지를 이해 못해 영화를 어려워한다는 기사를 접한적이 있다.
이 또한 그런 상황의 연출이 아닐까 싶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려려니 알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상한...
암튼 제 3세계의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속에 담긴 아주 미세한 모든걸 이해하고 볼 수는 없다.
늘 느끼는것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박하사탕>의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란 생각.
아무튼 아르헨티나라는 나라를 조금은 생각하게 되는 꽤 좋은 경험이었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이라는 타이틀로 보게된 아르헨티나 영화...
제 3세계의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서 뒷풀이때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결론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나의 지론을 확인 시켰다.
그래서 추천코자 오랜만에 조금 긴 글을 적어본다.
그리고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되리로 결정되었는데... 그 영화도 사뭇 기다려진다.
PS. 특히나 마지막에 'a' 를 넣어서 두려움이란 단어가 새로운 단어로 바뀌는 장면은 나름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계속 깔아둔 고장난 타자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기 때문이기도하지만, 두려움이 사랑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아주 절묘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우리내로 치면 점 하나에 '님'이되고 '남'이되는 그런거? (이건 감우형의 발상이었삼.ㅋㅋ)
첫댓글 오늘 만나는 사람들 한테 마다 이 영화보라고 권유했던~~ 극장의 그 많은 빈 좌석들이 좀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
좋은건 서로 공유해야 더 좋을듯!!!! 아자 아자
오우 장대하고 자세하고 검증된 영평을 쓰셨네...영평 잘 봤어...
검증은 안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