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가면 제일 먼저 빨간 등대가 마중하는 도동항에 도착하게 된다. 배에서 내리면 일순 입이 딱 벌어진다. 유람선이 닿는 선착장 앞쪽에서부터 계단을 지나 상가가 늘어선 곳까지 한 자리도 빠짐없이 오징어가 널어져 있으니 평생 볼 수 있는 오징어를 한꺼번에 봐버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배를 가르고 뽀얀 속살 드러낸 오징어는 온몸을 태양볕에 맡기고 건조대에 걸려 있다. 그 사이를 오가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하루 종일 오징어를 뒤집어주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손길이 바쁘다. 햇살과 바람의 상태를 고려하며 젖혀진 귀를 뒤집고 뭉친 오징어 다리를 보기 좋게 만들고 ‘탱’이라 부르는 대나무로 심을 박아 맵시를 잡아야 한다.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하는 6월부터 가을까지 도동항에는 이러한 진풍경이 연일 펼쳐진다.
오징어에 넋을 잃고 있으면 오징어 파는 아주머니가 슬며시 다리 하나를 건넨다. 불에 갓 구운 오징어는 쫀득쫀득하며 말랑말랑한 식감이 일품이다. 바짝 말리는 마른오징어와 달리 12시간 정도만 말려 수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오징어를 울릉도 피데기라 한다. 도톰한 오징어의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맛이 좋으니 교통편이 좋지 않던 예전에는 울릉도 사람들만 맛보던 ‘오징어의 참맛’이다.
울릉도의 속살을 보는 육로 관광
도둑과 공해와 뱀이 없고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다는 3무5다의 섬 울릉도의 속살을 보려면 육로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하는 육로 관광은 울릉도의 비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움직이는 울릉도 백과사전’인 운전기사의 입담이 울릉도를 돌아보는 내내 즐겁게 한다.
섬 중앙부에 가장 높은 산인 성인봉(해발 984m)을 정점으로 불규칙한 5각형 모양으로 생겼다. 화산섬의 특징인 분화구는 나리분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500~900m 안팎의 대소봉이 나리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옛날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고 연명하였다 하여 나리골이라 부르다 요즘은 나리분지로 부르고 있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고종 때 개척령에 따라 개척민이 살았다 한다. 이곳에는 투막집과 너와집 등 당시 개척민들이 짓고 살던 집들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투막집은 섬에서 많이 나는 솔송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우물정자 모양으로 쌓고 흙으로 틈을 메워 자체 온습도 조절이 가능하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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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동항과 저동항에서 출발하는 울릉도 유람선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코끼리바위.
육로 관광 중 하나로 성인봉(해발 984m) 등반도 빠뜨릴 수 없는데 도동의 대원사 인근의 사동에서 출발하여 성인봉 정상을 다녀오는 데는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울릉도는 청동기시대 또는 철기시대 전기 것으로 추정되는 지석묘, 무문토기, 갈판 등이 발견되고 있으니 그때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무릉, 우릉 또는 우산국으로 불렸는데 우산국은 지리적인 이유와 복속을 싫어하는 섬사람들의 특징으로 신라에 귀복하지 않고 있었으며, 주민들이 사나워서 힘으로도 정복할 수가 없었다 한다. 그런데 하슬라(지금의 강릉) 군주 이사부가 나무로 사자(獅子)를 많이 만들어 전선에 가득 싣고 해안을 오가면서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밟아 죽이겠다고 위협하니, 마침내 항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하리에는 동남동녀의 전설을 간직한 성하신당이 있으며, 선착장 위쪽으로 해안절벽 산책길을 따라 태하등대도 찾아볼 만하다. 태하등대 앞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본 해안절벽은 한국 10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해수욕하기 좋은 곳으로는 사동해변을 들 수 있는데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코끼리바위, 죽도 등 절경을 보는 해상 관광
육로 관광을 했다면 이번에는 유람선을 타고 섬을 돌아보자. 도동항과 저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대략 2~3시간 동안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멀리서는 그저 코끼리의 모습이지만 장작을 쌓은 듯 차곡차곡 쌓은 돌무더기가 모여져 만든 코끼리 모습이 오묘하다. 제주도에 있는 주상절리와 같은 자연현상임을 비교해본다. 멀리서 보면 두 개지만 가까이 가면 세 개의 바위인 삼선암, 섬 아래쪽으로 둥근 바위가 있는 관음암 등은 육로에서 볼 수 없는 해상 관광만의 특별한 볼거리다.
해상 관광 중 죽도 관광은 기회가 닿는다면 하는 것이 좋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섬, 대나무섬, 댓섬이라고도 불리는 섬으로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며 독도를 죽도(竹島,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탓에 혼동이 오기도 한다. 울릉도에 딸린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울릉도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으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선착장에 내려 섬으로 올라가는 길은 364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섬 위로 올라가면 어디가 가파르냐는 듯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울창한 대숲과 넓은 초원,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은 지상낙원처럼 보인다. 한때는 43명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1997년부터는 김길철 씨와 유곤 씨 부자 달랑 두 명이 산다. 지하수가 없기에 빗물을 모아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한다. 숙박시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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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의 나라 울릉도에서는 어디서나 끝없이 펼쳐진 오징어 건조대를 만난다.
독도 여행
울릉도에 왔다면 독도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울릉도로부터 동남쪽으로 약 92km(약 49해리) 지점에 있는 독도는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학술목적이 아니고는 섬에 발을 디디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독도 유람선을 이용한다면 선착장에서 직접 독도를 볼 수 있다. 물론 기상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섬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면서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독도를 구경할 수 있다.
만약 기상상태나 시간문제로 독도를 방문하지 못했다면 512m 길이의 독도전망케이블카(054-791-7160)를 이용하여 독도박물관과 독도전망대를 찾아보자. 전망대에서는 오른편으로 도동항, 뒤로는 울릉도 주봉인 성인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날이 맑으면 전망대에서 92km 떨어진 독도를 볼 수 있다. 독도박물관에서는 독도의 현황에 대한 자료들과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임이 확실한 증거들이 전시되어 있다.
참고로 내수전전망대도 전망이 좋은데 울릉도 개척 당시 ‘김내수’라는 사람이 밭을 일구고 살았다고 해서 ‘내수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내수전전망대에서는 저동항이 잘 보이며 이른 아침 솟아오르는 태양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일출 포인트로도 명성이 높다.
울릉도의 먹거리들
사자바위와 투구봉 가는 길 쪽에는 울릉도 전통 특산물 1호라 할 수 있는 호박엿 공장이 있다. 호박엿은 울릉도 어디서나 접할 수 있지만 호박엿 공장 방문도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통구미 해안에는 울릉도 특산품인 더덕 총판장이 있다. 내륙의 더덕보다 아삭하면서도 심지가 없어 질기지 않다. 오징어 역시 울릉도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식재료. 여름이면 오징어를 채 썰어 얼음과 함께 섞어 먹는 오징어물회가 인기고, 오징어 내장을 손질해 끓여내는 오징어내장탕은 굵은 땀을 뚝뚝 흘리며 먹는 먹거리다. 오징어회를 듬뿍 얹어 초고추장과 비벼 먹는 오징어회덮밥, 고추장 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오징어불고기 등 울릉도는 오징어 요리의 천국이다. 또한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먹고 자란 울릉도 약소불고기와 나리분지 쪽의 산채, 홍합밥, 따개비밥은 울릉도의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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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나리분지의 투막집. 울릉도의 해안가 모습과 독도의 동도에서 바라본 풍경, 절벽 위에 평지가 펼쳐진 죽도의 모습도 그림 같다.
교과서 속의 울릉도·독도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바른생활 6단원 나라사랑(p76)
2학년 2학기 생활의 길잡이 5단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3학년 1학기 생활의 길잡이 2단원 내 일은 내가 하기(등대지기의 딸)
3학년 2학기 도덕 4단원 나라사랑
4학년 1학기 실험관찰 7단원 강과 바다(p56)
5학년 1학기 국어(말듣) p142 별주부전 연극
5학년 2학기 실험관찰 4단원 화산과 암석(p28~29)
5학년 2학기 국어(읽기) 넷째마당 연변 친구에게 쓰는 편지(p141~145)
6학년 1학기 사회 1단원 우리 민족과 국가의 성립
●중학교
1학년 사회 3. 남부지방의 생활 심화활동(p83) 금성출판사
3학년 1학기 국어 2. 중심내용 파악하기-표준어와 방언(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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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합밥 / 더덕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 포항에서 하루 한 번 운행되던 썬플라워호가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하루 두 번(오전 10시, 오후 7시) 오간다. 소요시간 3시간. 왕복 12만1900원(성수기인 8월 17일까지)이며 성수기 이후는 11만6100원.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
● 묵호 한겨레호와 씨플라워호가 7월 25일부터 8월 17일까지 성수기 증편으로 하루 두 번(오전 9시, 오전 10시) 출항한다. 소요시간 2시간 30분~3시간 왕복 10만2900원. 8월 17일 이후에는 9만8000원. (묵호 여객터미널 033-531-5891)
울릉도 돌아보기 추천코스 울릉도행 여객선-도동항 도착-점심식사(따개비밥)-짐 풀고 주변 산책 겸 휴식-내수전전망대에 올라 저동항의 야경과 오징어잡이 배들의 어화(漁火) 감상-저녁식사(생선회와 매운탕)-(1박)-육로일주 관광 후 성인봉 등산, 또는 독도 관광 후 육로일주 관광-(2박)-해상유람선 일주 및 독도전망케이블카 탑승-귀가
※날씨를 고려해 움직여야 한다. 둘째 날의 경우 구름이 약간 끼고 바람이 있으면 성인봉 관광이 좋고 날이 맑고 시야가 고르면 독도 관광이 좋다.
맛집 하나. 도동항 99식당
오징어가 도열하는 도동항 근처에 있는 99식당은 홍합밥, 따개비밥은 물로 오징어내장탕, 오징어불고기 등 울릉도의 맛난 먹거리를 뚝딱 차려내는 집이다. 식사 후 도동항 주변을 산책하기에 좋다. (054-791-2287)
맛집 둘. 나리분지 산마을식당
육로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나리분지에 자리한 산마을식당은 나리분지에서 난 산채를 이용한 산채정식과 더덕을 넣고 푹 고아낸 토종닭백숙 등이 맛있고 동동주 한 사발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전화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통나무집 숙박도 가능하다. (054-791-6326)
숙박 사동에 자리한 울릉마리나관광호텔(054-791-0020)은 상록수림이 근사하고, 울릉리조트 대아호텔(사동 054-791-8800)은 140여 개의 객실과 커피숍, 레스토랑, 사우나 등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 여성조선
글·사진 이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