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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춘천에 왔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만큼 춘천도, 명동도 내가 기억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저녁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춘천까지 왔으니 닭갈비를 먹기로 했다. |
산골 닭갈비.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은 그대로인데 다른 집이 돼버렸다. 옆으로도 위로도 더 넓어진걸 보면 장사가 제법 잘 되는 모양이다. 옛날에 하던 식이 좋았는데 양 많고 푸짐해 보이는 서울식 닭갈비와의 경쟁에서 밀렸던 탓인지 지금은 서울이나 춘천이나 똑같은 닭갈비를 팔고 있다. 춘천까지 와서 그런 닭갈비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
명동 중앙시장 맞은편 골목안에 숯불 닭갈비집이 있다. 이 집은 춘천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했던 지인에게 물어서 알게된 집인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최고의 닭갈비라고 했다. |
꽤 오래되어 허름해 보였고, 테이블이 네개 밖에 없는 작은 가게였다. 다행히 우리가 앉을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
마치 세월이 비껴나가기라도 한듯, 드럼통 테이블과 녹슨 의자,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술병 등이 오래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그 세월이 잘 비껴나가다가 메뉴판에는 스친 모양이다. 닭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
가벼운 옷차림으로 갔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도 오락가락 했고, 종일 밖에서 돌아다녔던 탓에 좀 추웠다. 테이블 가운데 있는 화로에 숯불이 들어오자 따뜻한 기운이 사방에 퍼진다. 나는 고기든 닭이든 생선이든 숯불에 구워 먹는걸 좋아한다. |
양념에 재워둔 닭이 석쇠위에 올려진다. 일반 닭갈비집의 그 화려하고 푸짐해 보이는 야채와 각종 사리등은 전혀 없고 오로지 닭뿐이다. 여자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더니, 아주머니가 그런 닭갈비집 보다 오히려 닭고기 양은 더 많다고 말씀하신다. 확실히 그래보였다. |
잠시후 직화구이 특유의 냄새가 연기로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닭고기 익는 냄새와 양념이 그을러 나는 냄새가 어우러지는데 냄새 정말 기가 막히다. |
"타기전에 뒤집어야죠." 둘다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아주머니가 다가와 뒤적뒤적 하시더니 직접 먹기 좋게 잘라주신다. |
"여자친구, 이렇게 하자. 먹어보고 맛있으면 내가 사고, 맛 없으면 자기가 사고." |
"어때? 맛있어?" "네, 맛있어요!" "하하, 그래. 많이 먹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때도 불에 탄것 먹지 말라고 혼나곤 하는데 난 이렇게 살짝 타거나 그을린게 맛있더라. 이집 닭갈비 정말 맛있었다. 이집은 이자리에서만 벌써 48년째라고. 그렇게 오래 됐고, 제법 장사도 잘 되면 가게를 더 넓힐 수도 있지 않느냐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주인 할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시길 '더 넓혀서 뭐할려고'하신다. |
닭갈비를 다 먹어갈 즈음, 이번에는 닭내장을 1인분 주문했다. 내장과 똥집, 그리고 닭알이 나왔다. 어릴때 시골 큰집에 가면 큰어머니께서 닭을 잡아주곤 하셨는데 닭 뱃속에 저런 알이 여러개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
이건 아무래도 소주 안주 같으니까 이곳 사람들이 마시는 소주도 한병 먹자. 강원도는 옛날부터 '강원도 맑은 물로 빚는' 경월소주를 마신다. 지금은 경월소주가 산소주로 바뀌었다. |
내장, 똥집, 알 모두 소금에 찍어먹는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제법 배가 불렀지만 남기지 않고 다 먹었고, 된장찌개에 공기밥 한그릇 까지 먹었다. 반찬으로 내준 알타리무 김치도 맛있었다. |
맛있는 저녁으로 오랜만의 춘천 여행이 끝나간다. 아침일찍 부터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지만 더 바랄것 없는 즐거운 주말이었다. 서울가는 기차표는 사람없는 김유정역에서 끊었다. 우리 사람없는 기차역 플랫폼 벤치에 앉아서 뽀뽀나 한번 하자. (글|사진 잠든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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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소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0.gif)
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생각나는 이밤 이내요
몇년전에 춘천 닭갈비 먹으러 다녀왔는데 그맛을 잊을수가 없네요~그림 감사~~
춘천에 가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영![~](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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