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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적하사입니다.
주변의 공기가 부쩍 서늘해진 나날들이 이어지네요.
제가 드릴 질문은 모두 세가지인데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녀석이라 그러니 여유롭게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드릴 질문은 요즘 독자들은 2권까지만 재미있어서 그것만 본다.
3권 받기 무서워라는 점주분들처럼 저도 3권 쓰기 무서워서 올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2권 짜리 판타지가 나오면 어떨까요?
그리고 반응봐서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물로 촤자자작. 나오는게죠.
예를 들면 묵향처럼 크게 몇부로 나뉜 것을 짧은 타임으로 적게 뺀다고 해야하나요?\
만약 2권에서 완결되면 독자들이 외면할까요?
일반소설의 경우는 2권까지 나와도 그래도 손이 많이 가던데요.
두번째 질문은 좀비버스터라는 글이 나왔을 때 잘 빌려보던가요?
개인적으로 찾아보기는 했는데 반응이 너무 제각각이라서요.
세번째 질문은...
제 글에 관한 것입니다.
몇몇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축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 속에 나온 것이 하드코어 좀비물이지요 ㅡ.ㅡ;;
2권까지는 영화적 방식을 빌려서 전형적 좀비물(요즘 조금 대세인 것 같더라구요. 비급 영화로만 머물던 영화의 패턴이 A급으로 점점 스케일 커지니 말이죠.
그런 측면에 만든 글이 아랫 글입니다.
2012년 5월 3일 비행기 안.
“잠시 후 본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세요.”
나는 데니얼 류. 친구들은 덴 또는 류라고 부른다. 태생은 한국이지만, 독일으로 이민을 가며 오랜만에 찾은 고국 땅이다.
“덴, 한국 좋은데 많은데 엄마랑 다 가자.”
잔뜩 흥분한 옆 좌석의 엄마와는 다르게 나에게는 재미보다는 긴장이 앞선다. 부모님 모두가 한국어가 모국어인데 비해 5살 때 이민을 간 탓에 나는 독일어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문화적 차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외국과도 다름없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반응이 미적미적해?”
“엄마 무슨 의미야?”
한국어. 부모님들은 자신들과 이야기할 때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미적미적. 귀찮게 느껴진다는 말이야.”
“엄마가 가자고 했자나.”
안 따라오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말.
‘요한하고 제브는 이미 갔을텐데...’
처음에는 그 말에 의미를 몰랐지만, 의미를 안 지금은 순순히 따라 줄 수밖에 없다.
‘에휴... 학생인게 죄지.’
그래도 방학기간 동안 친구들과 터키의 페티에에 놀러가려던 계획이 있던 내가 반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멋진 지중해에 요트를 타고 나가서 꿈같은 미녀들과 사랑을 나누는 캬~ 멋지지 않은가?
“으이구~ 이 뱃살은 어떻하려고 하니?”
엄마가 뱃살을 꼬집는다. 내 헛상상을 알고 정신 차리라는 의미다. 하긴 내 외모가 좀 볼품없기는 하다. 190에 가까운 키와는 다르게 온 몸이 살로 울퉁불퉁하니 말이다.
‘아흑~ 누굴 탓하리...’
교통사고로 왼쪽 발목에 만성적인 통증을 느끼는 터라 운동은 하지 않는다. 거기다 서양식의 육식을 즐기는 나에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들아! 밖에 봐라.”
“뭘 볼게 있다고요.”
창가를 보고 환호하는 엄마. 졸고 있던 아버지 역시 내 무릎을 넘어 창가로 고개를 옮겼다.
“아 귀찮다니까? 냅둬요.”
2014년 2월 2일
삐삐삐삐...
경고음처럼 울리는 자명종 소리. 검은 커튼 사이로 파란 그림자가 스며든다.
5시 46분.
새벽과 아침의 경계선. 아직은 어두운 시간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도 살아서 넘겼다는 안도가 느껴진다.
“으윽...”
잘 뜨여지지 않는 눈. 팽팽하게 당겨진 온 몸의 근육은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게 한다.
“하아...”
약간의 빛 속에서 보이는 하얀 입김. 잠에서 막 깬 시간이라서인지 정말 더럽게 춥게 느껴진다.
‘식은땀?’
근육을 풀기 위해 손으로 몸으로 주물렀다. 그리고 이마 사이로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옛 기억을 떠올리기는 했지만 악몽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아직도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
“젠장...”
목소리에서 짜증스러움이 묻어난다.
“젠장... 얼어 뒤지겠네.”
살아가려면 이대로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지개를 피며 이불 속에서 몸을 꺼내자 갑자기 밀려오는 한기는 미칠 것 같았다.
“Scheisse”
2년 여간의 시간. 한국어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컨트롤하기 힘들 때면 아직도 독일어가 앞선다.
생존의 프로트콜.
그렇다고 해도 생존 방식에서만큼은 익숙했다. 총을 점검하고는 창가로 다가간다.
“아침부터 총질 안했으면...”
간절한 바람과 동시에 총구로 검은 커튼을 밀어낸다. 목으로 박아둔 창가의 나무 바리케이드. 다행히 손가락이 불쑥 들어오지는 않는다.
“좋아.”
벽에서 멀어진 나는 창가를 조준한 채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철컥-
쇠로 된 어깨 갑과 총의 마찰음.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리고 한 발자국을 움직일 때마다 한숨이 밀려올 것 같은 기분이다.
“휴우...”
호흡을 조정한다. 타켓이 보이는 순간 정확하게 머리를 노려야 한다.
2012년 5월 3일 인천국제공항 1층 출입국장.
동양인이라는 것에 방심했다는 듯 관리원은 내 국적을 알고는 당황한 눈치였다.
“굿텐 모르겐.”
독일어로 아침인사다. 인사를 해주는 것은 고마워도 저녁 9시를 가리키는 이 시간에 듣기에는 좀 그런 말이었다.
“Guten abend(저녁인사)”
어찌됐던 인사였기 때문에 대답 또한 해줘야했다. 단 맞게 정정해서 말이다.
“can you speaking english?”
바로 나오는 영어. 천재는 아니어도 가이드 일을 한 탓에 영어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에서 그가 신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려줘 볼까?’
순간 스치는 장난스러운 마음.
“저 한국말 할 줄 압니다. 교포거든요.”
물론 벌써 끝내고 서있는 두 부모님이 노려보지 않은 한 말이다.
“아... 다행이네요.”
눈치를 보아하니 안도하는 눈치였다.
“무슨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관광이요.”
몇 번의 형식적인 질문이 오가고 도장을 받은 나는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에게 갔다. 그리고 출입국장 밖으로 빠져 나와 그들이 화장실 가는 동안 짐을 지키기로 했다.
‘아... 담배 피고 싶다.’
공항은 어디가나 같은 것 같았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모습들. 다소 짜증스러운 내 눈에도 모든 것이 평화롭게 보였다.
2014년 2월 2일.
일단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바리케이드 때문에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가까이 가야하는 나는 잠시 망설인다.
‘에휴... 매일 같이 이게 무슨 꼴이냐... 구멍을 좀 더 넓혀둘까?’
손가락도 겨우 들어 올만한 공간만을 남겨둔 창가. 놈들의 위협을 최소한으로 하기에는 최대한의 방어였다.
‘젠장 뒤지는 것 보다는 낫겠지.’
아침마다 간 떨려도 또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 방법이 최고였다.
‘눈이 왔나?’
위협은 없었다. 대신 새하얗게 쌓인 눈이 들어왔다.
“하아...”
내 기억 속의 눈은 세상을 정화한다는 느낌이었다. 함부르크 곳곳에는 고풍스러운 오래된 가옥들이 남아있고, 문화재로 관리한 탓에 여전히 깔끔한 분위기였다. 그 때문에 그곳에 쌓인 눈이 이루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곳은 다르지만...’
하지만 이 거리는 달랐다. 지난 3개월 간 매일 같이 확인했던 거리는 눈이 감추고 있다고 해서 쉽게 잊힐 만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오늘도 괜찮은 건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헛상상은 더 이상 없다. 그냥 안도의 한숨만 있을 뿐이다.
그게 사실이고 내가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니까.
철컥-
감상에 빠진 내 눈은 곧 찌푸려졌다.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내가 입고 있는 장비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K-2소총과 수류탄 몇 발. 우연치 않게 구해두었던 일본도와 식칼 여섯 자루. 거기다 묵직한 철갑.
철갑 장비 때문에 살을 파고들지는 않아도 그 위를 누르는 묵직함은 답답하기 이를 때 없었다.
“정신 차리라는 의미겠지.”
어차피 나는 혼자다.
2012년 5월 3일 인천국제공항 1층 로비.
‘귀찮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유유히 출국장을 빠져 나간다.
‘그리고 지루해...’
화장실을 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짐을 지키는 나는 따분하기 그지없다.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
생김새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대식 건물 안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패턴은 쳇바퀴 굴리는 햄스터처럼 똑같다.
“꺄아아아악!!!”
귓가를 스치는 소름끼치는 비명.
‘귀 찢어지겠다. 이 나라는 이렇게 소리를 막 질러도 되는 건가?’
비명 뿐만이 아니었다. 눈에 비친 사람들은 내 쪽을 향해 정확히 내 뒤를 향해 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움찔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같이 뛰기 시작한다.
‘나도 뛰어야 하나?’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갈등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군중심리라는 것이고 내 발도 더불어 들썩인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안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만...’
어깨가 밀치는 상황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영문은 모르더라도 상황파악부터 하려는 사람 역시 있기 마련이다. 아니면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왜 아직 안 오시지?’
동네에서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한 두 분이었다. 그 말은 이미 와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탕-탕-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나도 순간 주저앉을 뻔했다.
“이거 총소리 아냐?”
“정말 도망가야 하는 것 아니야?”
분명 사람들은 총소리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들어본 소리하고 비슷한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아부지하고 엄마하고 왜 안와.’
하지만 기다려야할 사람이 있는 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아무리 투덜거렸어도 나를 낳아준 내 부모다. 그들을 버리고 가는 짓을 내가 할 리가 없지 않은가.
타당-타다다다탕-
총소리의 간격은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씨! spinnst du? 살 떨린다는 말이야.’
주변의 남은 사람은 이제 없다.
‘군인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코드 레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라는 거죠. 이 자리를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들은 무작정 나를 잡아 이끌고 어디론가 가려한다.
“아부지하고 엄마 와야 하는 데...”
“어느 쪽으로 가셨습니까?”
나는 너무 당황했었다. 그들의 질문에 나는 손가락을 총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쪽은 너무 늦었습니다. 가시죠.”
“나는 독일 사람입니다. 당신 말을 따를 필요가 있나요?”
늦었다는 의미를 그때 난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들이 나를 무작정 이끌고 가는 것은 싫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
“몰라요! 나는 우리 부모님 올때까지 나는 한 발자국도 가지 않을 거에요.”
나는 그들은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들의 불안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단지 그 의미를 몰랐을 뿐이었다.
‘테러인가?’
막연한 짐작만 있을 뿐이다.
“다시 생각해요. 여기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요.”
“싫어요.”
몇 번이고 다시 설득하려는 군인. 그 모습은 너무도 절실하게 보여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젠장! 냅두고 가자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군인들 중 한 사람. 그는 나를 향한 설득이 지지부진하자 결국을 포기하자는 눈치였다.
“중대장님. 그래도...”
“명령이다.”
“예...”
결국 일어서는 군인.
사람 하나 남지 않은 휑한 공간이 불안해서 였을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비명소리. 눈물이 핑도는 느낌이었다.
“늦었다! 다들 가자.”
군인들은 경계 자세를 유지한 채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남은 것은 군인과 나.
“나는 가야합니다. 이 총 받으세요.”
“네?”
군인은 내게 권총 한 자루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받는 틈을 타 내 손에서 빠져나가 자신의 부대로 뛰어갔다.
“살아남으세요.”
그가 외친 단 한마디의 말은 쉴새 없이 뛰고 있던 심장을 멈추는 느낌이었다.
“.....”
내 어줍지 않은 상식 속에서 이 나라는 총기소지법이 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군인이 총을 쥐어주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랄까?’하는 의문은 내 머리를 쥐어짜게 했다.
“살려주세요.”
아까 전 군인과 같은 복장. 그는 쫓기고 있는 듯 미친듯이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
“아아아아악.”
비명.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피보라.
타앙-
2014년 2월 2일.
일상 속에서 보던 밖의 모습이 달라져서 일까? 안도를 하며 돌아선 방의 모습은 마치 쓰레기통처럼 보였다.
“에휴...”
귀찮다는 감정 속에 대충 쌓아놓은 물건들.
좌우로 직사각형 모양의 10평 남짓한 공간.
가구라고는 침대와 탁자가 전부이다. 그리고 그 위와 옆에는 빼곡하게 물건들과 쓰레기가 쌓여져 있다.
‘귀찮아...’
눈에 거슬린 것은 생각한 다음의 10초. 이제는 귀찮다는 감정이 앞선다.
탁-탁-
그 수많은 물건 중 손에 잡힌 것은 지포라이터와 담배. 진통제 같은 물건들을 구하기 힘든 다음부터 내 긴장을 조금이나 덜어주는 것이다.
“가스가 또 다된 건가?”
미약한 스파크. 하지만 불이 켜지지는 않는다.
“아오~ 씨팔 되는 게 하나도 없네.”
2년 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많이 변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짜증을 잘 내는 성격은 여전했다.
“어디다 뒀더라...”
나는 물건들을 발로 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여기 있구나~”
하지만 내가 정리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놈들의 타겟이 되지 않게 하루가 멀다하고 이동한 탓이다. 정리해봐야 짜증만 더 날 뿐이다.
“어... 담배 어디 뒀더라?”
건망증. 어느새 내 몸에는 방어기재가 쌓인 듯 모든 일 옆에는 경계심이 서있다. 그 때문에 움직임에 있어서 뭐 하나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젠장! 젠장! 제에엔장!”
탁자 위에 둔 줄 알았던 담뱃값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훑어보면서 서성거리던 나는 결국 짜증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아앗!”
거칠어진 탓일까? 물건을 헤치던 중에 손을 베였다.
“대충 대충 좀 살자. 왜 이렇게 아침부터 지랄염병깝숑이야. 아! 짜증나!”
그냥 내뱉게 되는 한국말. 상처뿐인 1년 여간의 캠프 생활에서 남겨진 유일한 것이었다. 딱딱한 어투의 독일어보다는 왠지 자유분방하게 느껴지는 한글의 매력.
“아이씨... 더럽게 아프네.”
이미 내 손에는 수많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깊게 베인 듯 이 악물리는 통증은 참기 힘들었다.
깡!
딱딱한 물체와 부딪치는 소음.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의 모서리에 발을 박은 것이다. 군화를 신고 있어도 얇은 가죽부분은 고통을 다 막지 못했다.
“아아악! 젠장!”
한참을 방을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나는 거울을 마주치자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너무 정리를 안했나?”
내 자신이 봐도 충격적인 모습.
오랫동안 감지 않아 기름지다 못해 떡진 갈색 머리카락과 흐리멍텅한 흑색 눈동자. 그리고 숨 검댕이칠 한 것처럼 더러워 보이는 얼굴. 굳이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절로 나오는 모양새였다.
“그래... 누굴 탓하랴? 정리 안한 내가 병신이지.”
점차 강렬해지는 빛. 이제는 완전히 안전한 시간대로 접어들었다. 결국 담배 피기를 포기한 나는 방밖으로 나서려 했다.
“물탱크에 물 좀 남아있으려나...”
조심성. 죽기 싫으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철문 고리 아래 대어놓은 막대부터 몇 개의 잠금장치까지. 그 놈들 뿐 아니라 얼마 남지 않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흐흡...”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 손바닥으로 코를 가린다고 해결된 정도가 아니었다.
‘너무 오래있었어.’
일진이 사납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캠프에서 나온 이후로는 10~20일 정도만 지내고 이동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집을 찾아야겠지.’
한 마디로 이 정도로 오래 한 곳에 머무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지 못한다. 근본적인 것을 고치려면 쓰레기를 밖으로 배출해야하는데, 놈들은 이 자그마한 흔적도 놓치지 않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꼬르르륵...
겨울은 밤이 길다. 그만큼 움직일 수 있는 여유도 적다.
“오늘도 먹을 것은 참치와 옥수수인가?”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것은 통조림. 유통기간이 길고 보관이 용이한 탓에 생존자들의 유용한 식량이다.
유통기간은 5년. 보관 상태에 따라 1년은 더 먹을 수 있다. 이 사태가 벌어진지 2년. 앞으로 4년이 더 남았다는 이야기다.
“하나 둘 셋... 스물 다섯 개?”
하지만 그나마도 적다. 편의점, 대형마트, 식품창고, 음식점, 주점 등 먹거리가 존재했던 그곳들은 이미 텅 비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싸움은 밖에서 존재하는 놈들보다 더하다.
“에휴... 창고를 만들어둔 것이 다행이긴 하네...”
이동이 잦은 만큼 식량을 발견하면 모두 가져오지 않는다. 일부를 그 곳에 숨겨두고 부족할 때면 챙겨오는 것이다.
몇 년을 더 있어야 할지 모르니 그만큼 먹을 것을 아끼자는 것이다.
‘어제는 참치를 먹었으니. 오늘은 옥수수를 먹어야겠지.’
영향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래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참치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 다큐프로그램에 봤던 상식이 남아있는 것이다.
‘싼 것과는 다르게 효과가 좋다니까.’
집 안의 다른 곳보다는 깔끔한 화장실. 내 주 거주지를 아파트로 선택한 것은 대부분은 옥탑에 물탱크가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기에는 좋게 느껴지지 않아도 냄새가 어느 정도 줄어들자 식욕이 일어났다.
2012년 5월 3일 인천국제공항 1층 로비.
“아...아...”
눈앞에서 꿈틀대는 물체.
사람처럼 보이는 그 존재는 총을 맞은 충격 때문에 뒤로 물러나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살인. 상대의 외형만으로 내가 살인을 했다고 짐작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생각나는 단어는 끊임없는 자책의 말투.
‘무슨 짓을 한 거지... 도대체... 무슨 짓을...’
이럴 때 영화 속 인물들은 얼굴은 가린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은 마음. 하지만 총은 내 손을 떠나지 않는다.
“어...”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난 공간으로 보이는 상대는 움직인다.
“멈춰... 쏠거야....”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면서 또 천천히 아주 느리게 다가온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상대의 얼굴을 보자 내가 쏜 총알이 어디로 간지 알 수 있었다. 왼쪽 눈가가 아에 부서진 모습.
“아아아악...”
그 괴기스러움은 공포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나는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비명과도 같은 외침.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진다. 그리고
탕- 타앙-타앙-
나는 총을 쐈다. 눈을 질끈 감고 맞을 지 보다는 앞을 향해서만 쏴냈다.
탁-탁-
탁한 쇠의 부딪침. 귓가가 얼얼한 탓에 천천히 귓가를 스치는 소리.
꿀꺽-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가 멍한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더억-더억-
손가락은 멈췄다. 하지만 쇠 소음에 묻혀있던 묘한 소리는 아직 귓가를 채운다.
“뭐야... 이건...”
내 다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몸과 분리된 놈의 머리는 달싹인다.
떨리는 다리를 추슬러 일어난다. 그리고 혀를 날름 거리는 놈의 머리를 걷어찼다.
“젠장...”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안도할 틈은 없다. 머리가 날라 가는 뒤편으로 보이는 광경.
“이 나라는 뭐 이러냐...”
나는 뛰기 시작했다.
놈과 같은 존재들.
하나가 아닌 수십이 되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2일.
때릉-
통조림이 굴러가는 소리. 그 작은 소리에 반응한 나는 흠칫-함과 동시에 깨어난다.
“하아하아...”
배가 어느 정도 차고 씻은 후에 찾아오는 나른함.
‘언제 잠들었지.’
밤이 길어도 긴장한 탓에 제대로 자본 기억은 별로 없다. 놈들의 시야가 제한되는 낮 시간이라도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떠올리기 싫은 것이라도 지랄같이 떠오르네.’
그만큼 활동 폭이 적어지지만 피로는 어느 정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11:02AM
그리고 다행히 시간은 많이 지나지 않았다.
‘일단 오늘 운동은 재껴야겠지.’
정해진 시간만큼의 운동. 아무리 귀찮아도 이것만큼은 빼먹을 수 없었다. 단 시간적 여유가 적어지는 시점이 아니라면 말이다.
‘오늘 할 일은... 새로운 집을 물색하고 창고에서 식량을 옮겨야 하는 것인가?’
해가지는 시점은 앞으로 7시간 이내. 촉박하지만 결심한 이상 미뤄둘 수 없는 문제이다. 무장을 고쳐 맨 나는 아파트 문밖으로 나섰다.
‘좌우 클리어.’
놈들은 인간들보다 몇 배의 힘과 속도를 지니고 있다.
내가 처음 상대했을 때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난간 클리어.’
그렇다고 그놈들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놈들은 빛에 약한 시야와 목과 몸이 분리된다면 이틀 안에 죽는다.
‘계단 클리어.’
빛에 약하다고 낮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놈들이 날뛰는 밤보다는 낫다는 것뿐이다.
그 약점을 커버하려는 듯 놈들은 무리로 몰려다닌다.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고자하는 동물적인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아직 놈들은 북쪽에 있는가 보군.’
지금의 서울은 한강을 경계선으로 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부가 군인들을 통제해 만든 캠프는 대다수가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일단은 집부터인가?
군사시설이 북쪽으로 집중되어 있던 탓에 대응하기도 좋은 것이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쪽은 안전한 편에 속한다. 물론 적지 않은 놈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좀비.
영화 속에서 가능했던 단어. 단순한 흥미를 끄는 목적에서 이제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2012년 5월 11일. 트럭 안.
인천부터 시작된 좀비들의 습격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공항에서 도망쳐 나와 그동안 들은 것들은 감염이 주원인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 놈들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도 막연한 추측 또는 짐작에 불과했다. 지난 일주일 간 알아낸 정보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였다. 그 때문에 나는 품 속에 있는 총알 없는 총을 끊임없이 매만졌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좀비들을 상대하는 것을 포기한 한국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한강 이남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사람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명 캠프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거기 고개 숙여라.”
“예...”
군인들의 통제. 아무리 통제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들은 거칠었다. 사람이 놈들로 변하는 것은 물린 이후의 하루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어쩔 수 없지. 바로 옆에서 돌변하곤 하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가족이라는 단위는 변수로 작용한다. 아무리 물리더라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트럭 같은 달리는 좁은 공간에서 돌변한다면 순식간에 감염되기 십상이었다.
“우리도 사람인데 너무 한 거 아니요.”
어디가나 꼭 튀거나 나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정장차림의 남자. 그 옷이 비싸 보이는 것처럼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듯 했다.
“시끄러!”
군인은 짜증스럽게 반응한다.
“내가 누군 줄 알아?”
하지만 그 모습에 용기를 더 얻은 남자는 자신을 과시하며 본격적으로 대들기 시작한다.
퍽-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매였다.
“아악... 아프자나... 이 개새끼가 내가 누군줄 알고? 너희 대장이 누구야”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맞은 남자는 한방에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는 듯 다시 대들었다.
퍽- 퍼벅-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었다. 제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듯 허벅지를 가격했다.
“아아악...”
고통을 주는 수단. 몇 대를 더 맞은 남자는 아찔한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뭐라고 씨불 거렸냐? 이 개새끼가 지금 장난 하는 줄 알아?”
잔뜩 흥분한 군인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 트럭 벽에 남자의 얼굴을 밀어붙였다.
“아직까지 너희는 감염자일 줄도 모르는 쓰레기들이다. 근데 내가 왜 니 말을 들어야 하는데 이 개자식아.”
그 말은 남자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향하고 있었다.
‘왜 나대가지고...’
나는 몸을 좀 더 깊게 숙인다.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철저히 감염자로 대했다. 그 때문에 내 행동은 비겁한 것이 아닌 정당한 방어였다.
‘아부지하고 엄마는 괜찮을까?’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군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나는 불안감을 잊기 위해 부모님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꼭 살아있어요.’
가능성이 희박한 막연한 기대.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가 강하게 느껴지는 만큼 간절하게 바랐다.
철컥-철컥-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차는 점차 느려졌다. 그리고 거친 노면을 움직이는 듯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어딘가로 도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끼익-
정차음. 트럭 뒤편의 천막이 거둬졌다.
‘눈 따가워.’
어두운 곳에 익숙해진 두 눈은 갑자기 들어온 빛에 앞을 하얗게 만들었다.
“나와!”
짧게 외쳐진 목소리. 그리고 내 목덜이를 잡은 손을 나를 거칠게 트럭에서 끌어냈다.
“으윽...”
고통스러움과 동시에 보이는 피.
쓰라린 이마.
그리고 눈 앞에 서있는 하얀 복장의 사내들.
퍽-
2014년 2월 2일.
주거의 조건.
첫째 탈출로가 적어도 세 개 이상 있어야 한다. 사방으로 치고 들어온다고 해도 준비만 철저하다면 언제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조건을 더불어서 말이다.
둘째 주변의 건물이 낮아야 한다. 놈들이 움직이는 폭이 아무리 넓다고 하더라도 예측만 가능하다면 좋은 옵션이었다.
셋째 집의 위치는 너무 높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포지션임과 동시에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높이여야만 했다.
넷째 사람의 흔적이 적어야 한다. 놈들은 사람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그리고 몰려든다. 그 때문에 낮에도 방심할 수는 없다.
만약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면 그 냄새는 더 강렬해질 것이고 더 많이 모여들 것이 분명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더럽게 까다롭네.’
이 조건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더 많았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네 가지만 선택해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남은 조건들은 맞춰 가면 됐다.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
모든 것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조건. 그 때문에 신중한 선택도 따른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21층 높이의 아파트. 이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찾는 것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타다다당-
총성. 그것도 길다.
‘누구지?’
나는 혼자 다닌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혼자 다니라는 법은 없다. 아직도 뭉칠수록 생존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말이다.
‘여기는 안 되겠네.’
총알이 쏘아진 순간. 그 소리는 넓게 퍼져나간다. 그 때문에 먼 곳일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근처일 것이라는 확률도 제외할 수는 없다.
타다다다당-
가장 중요한 네 번째 법칙과 위반되는 조건.
‘한 방향으로 쏘아지는 것을 보아서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은 아니군.’
좀비와의 싸움. 도와줄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무장 세력일 경우 내가 가진 무기들이 모두 빼앗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숨도.’
나는 잠시 상황을 지켜 본 다음 이동을 할 생각이다.
‘이 지역을 포기한다면 어디로 가야하지?’
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살던 서울은 생각보다 넓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선택의 폭도 넓었다. 하지만 계속 옮긴 탓에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적어지고 있었다.
‘오목교... 목동... 신정사거리...’
거기다 지하철이 놓여 진 곳은 제외한다.
언제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일까? 한국의 지하철은 대다수가 상당히 깊숙이 파져있었다. 내 짐작에는 2차 대전 때 영국이 지하를 방공호로 삼은 목적과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으면...’
숨어들기 좋은 환경은 상황이 바뀌면서 달라져 있었다. 그곳에는 낮에도 미쳐 날뛰는 좀비들의 주요 서식지였다.
‘피하는 것이 정석이지.’
그 때문에 지도에도 각 지하철 라인을 그려놓았다.
‘뭐가 이렇게 갈 때가 없냐...’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차곡차곡 만들어진 지하철은 빈틈없이 서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빈 공백이 있는 곳은 내가 몇 번이고 찾아가봤던 공간이었다.
‘캠프에서 나와서 제일 먼저 간 것이 논현 쪽이었으니까 지금도 많이 움직였는데...’
도망쳐 나온 입장이었기 때문에 거리도 길게 잡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사당 쪽으로 빠져나가면 안양 쪽인데 여기는 무장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곳이고... 또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네.’
그렇다면 내가 갈 곳은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놈들한테 들킬 확률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냥 당할 놈은 아니니까.’
지난 1년간 좀비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단련해왔다. 그리고 실전 같은 싸움을 반복하며 감각도 날카로워진 탓에 쉽게 잡히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내가 물건이냐?’
손목에 새겨진 바코드. 캠프 출신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눈앞이 검어진다.
2012년 5월 11일. 캠프 에어리어 14.
“으으윽...”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물.
내가 맞고 있는 것이었다. 기절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길지 않았다.
‘뭔 지랄 같은 상황이야.’
차디찬 기운을 때려 맞으면서 깨어난 탓이다.
‘내가 왜 벗고 있지.’
묵직하게 전신을 때려대는 수압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벗고 있었다.
잘은 보이지는 않아도 느낀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꺄아아악~”
소독약 세례가 끝나자 보이는 것은 황급히 손으로 몸을 가리는 여자였다.
퍽-
뒷통수에 느껴지는 통증. 갑작스러운 충격에 밀려난 나는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여자 벗은 몸 보니 흥분 되냐? 이 미친 새끼야.”
뒤에서 들려오는 욕지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일까? 나는 쓰러진 상태로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커거걱...”
흙바닥. 소독액이라고 짐작되는 것에 물러진 흙물은 입안을 타고 들어와 내 목을 막는다.
“아이씨! 이 새끼 고문관 아니야?”
그 소리를 들은 상대는 나를 뒤집었다.
“안되겠다 싶으니까? 이젠 자살이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억울해도 입도 달싹을 못했다. 그냥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하늘이었다.
‘Scheisse.’
흙바닥에서 벌거벗은 채 하늘을 보는 이 상황. 하지만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머리 속에 떠오른다.
정말 똥 같은 상황이었다.
1장 패닉룸.
2012년 알 수 없는 시간의 경과. 패닉 룸.
들것에 실려 건물 안으로 들어선지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꼬르르륵...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느꼈지만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았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옷은 입혀주었다는 것이었다.
‘배고파...’
정말 더럽게 배고프다는 것은 지금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씨발 좀 챙겨주면 어디가 덧나나...’
며칠간 고개를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 마비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혀는 달싹일 뿐 말을 할 정도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부족하길래...’
귀. 내 몸 중에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목만이 아니었다.
“젠장...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군...”
처음에는 모든 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받아들이는 정도였다.
“당신이 거의 다 먹었자나요.”
“뭐라고! 이년이!”
싸우는 소리. 그래도 아직까지는 말싸움 정도였다.
“다들 진정하라고 여기서 싸운다고 될 문제가 아니지 않아?”
“당신이 여기 대장이야? 왜 나서고 지랄인데.”
이 상황을 컨트롤하고자하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
‘적어도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다는 것인가?’
서로를 적대하는 목소리들. 굶어죽기 전에 일어날 수만 있다면 마주해야할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 끼어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쨍강-
점점 격해지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쇠붙이 같은 것이 무언가에 부딪쳤다.
‘뭐하는 거지.’
고개는 돌릴 수 있어도 시야는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집중해서 상황을 짐작해보려 했다.
“헉...”
하지만 짐작 대신 느껴지는 것은 복부 주변을 누르는 충격이었다.
‘감각이 살아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작은 것에도 감동이 쉽게 느껴졌다. 다소 아프기는 했어도 감각이 살아 있다는 것은 마비는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뭐야 저 새끼 살아있었던 거였어?”
황당하다는 목소리.
‘그래 살아있다. spinnst du?. 멀쩡하게 살아있는 놈을 죽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은 뭔 개 같은 생각이냐?’
억울했다. 밥 달라고 발광하듯이 고개를 좌우로 회전시켰다. 지금 그들은 그 눈물겨운 노력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니 환장할 수밖에...
“그럼 이 사람 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말이자나...”
“살아있는 게 신기하군.”
기가 막히다는 사람들의 반응이 담긴 목소리.
‘한 대 쳐 맞고 나니 알아보냐...’
친구들이 나를 이르길 마이크로 스몰 마인드라고 했다. 마이크로칩보다 더 작은 마음.
‘왜 이제 알아보냐고!’
한마디로 소심한 나는 넘어갈 수 없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어버버버...”
하지만 비명같은 내 외침은 애기 옹알이 소리 정도로만 내 귀에 들리고 있었다.
“푸훗...”
“하하하”
웃는 목소리가 내 주변으로 들려왔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탓에 그들을 빵 터트린 것 같았다.
‘아이씨... 낳고나서 보자고...’
2014년 2월 2일.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을까?’
내 머릿속을 항상 가득 메우는 질문이었다. 그 때문에 여유가 생길 때면 과거를 밟아나가는 회상. 혹시라도 뭔가 이어지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띠디디디.
상념을 깨우는 알람. 움직이는 시간에 제한이 따르는 이상 되돌아갈 시간도 체크해야했다. 그리고 첫 번째 알람음은 2시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3시간 남짓인가?’
간헐적으로 들리던 총성은 잦아든 지 오래였다. 그렇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총알 좀 얻을 수 있으려나.’
혼자라는 것은 장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탈은 좀비던 사람이던 마주치는 순간 적대해야하는 고달픔이었다.
‘단 죽은 상태로 만난다면 말이지.’
죽으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나는 누가 이기던 상관이 없다. 이왕이면 총알이 부족한 시점이기 때문에 죽어주시면 감사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솔직히 나도 기분은 별로이기는 하지.’
시체를 뒤진다.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해도 처음에는 시체를 볼 때마다 속의 내용물을 굳이 확인해야만 했다.
‘하긴 마주칠 확률이 적기도 하지.’
놈들이 모여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만큼 마주칠 확률도 제로에 가깝다는 말도 됐다.
‘별로 한 것도 없이 하루 다가네.’
지도에 내가 체크해둔 곳은 ‘강서구’라는 서울의 서쪽이었다.
‘오늘 정찰은 이 정도로 끝낼까?’
무리하게 움직여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 천천히 시간을 두고 움직이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한 나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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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어둠의계절이라는 글입니다. 뭐 딱 보시기에도 상당히 거칠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프로토 버젼의 글입니다. 좀 더 써놓고는 있지만 수정중에 있고요. 문제는 아직 제대로 연재를 한 것이 아니라서요.
교차편집이라는 기법을 동원한 것으로 제 이전 글과는 상당히 다른 패턴입니다.
글쟁이들의 오랜 속설에 따르면 책의 흡인력의 시작은 30페이지 이전에 당락이 된다고 합니다.
몰입이 되는 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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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세가지였는데 방금 전대협을 보고 오면서...
하나의 정보를 얻게 되었네요.
70샵 100샵 120샵 200샵의 의미를 방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근데 자세히 살펴보니 100샵에 환상 작은 단 하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아시는 분이 있으면 대답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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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가 여기나 매일 글쓰는 것이 그래서 한번에 질문 몰아서 하는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저는 최근 제가 소심하게 느껴지네요~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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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 2권짜리 안됩니다. 2권까지만 재미있는게 아니고 그 후부터 허접해진다는거죠. 열왕대전기는 권수 길어져도 잘봅니다. 샤피로는 나오는 족족 찾습니다. 2권까지만 잘본다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시기보다는 계속 손님이 찾을만한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쓰시는데 목표를 두심이 옳을것 같습니다.
2. 취향탑니다.
3. 기분 나쁘실지 모르지만 글은 안읽어 보았습니다. 보면 종종 물어보시는데요 장르가 다양한 것이 적하사님이 진정 쓰고싶은 글을 쓰시려고 하는게 아니라 팔릴만한 글을 쓰시려고 물어보시는 것 같더군요. 팔릴만한 글은 양산형입니다. 대충 짜깁기해서 내놓으면 기본은 하겠죠. 아니면 정말 쓰고 싶으신 글을 쓰시면 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여기에 물어볼 필요없이 팔릴지 안팔릴지를 떠나서요.
제 신념대로 쓰면서 팔릴만한 글을 써야 저도 계속 글을 쓸 수 있겠지요. 저는 그런 시각이 부족하고 채우려는 것이에여요.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군요. 프로젝트화할려는 것은 포기해야겠네요.
안되는건 없다고 봅니다...盡人事待天命이라고 ,,노력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한자가 약해서ㅡ.ㅡ;; 그래도 저 역시 안되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1,2권짜리 안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2권만 재미 있고 그 이후엔 재미 없다는 것은 책을 쓰는 작가의 문제입니다. 1,2권에서 너무 스토리를 올려 뫃으니까 그 이후에는 기승전결이 없이 평이하게 평면적인 전개로 나갈 수 밖에 없어서 그럽니다. 즉 인물이나 사건의 에스컬레이터가 없이 비슷한 사건의 나열식이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이는 작가가 너무 초반 스토리에 집중하다가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예전에 문피아에서 금강이란 작가분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할때 무조건 1,2권에서 잘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1,2권을 재미 있게 끌어가기 위해서 너무 밑천을 다 들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네 시각적인 효과를 중시하면서 사건에 중심을 조금씩 비트는 작업중이에요.
특히 1,2권에서의 지나친 먼치킨 별로입니다. 다음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 할 그런 내용이 되려면 항상 스토리의 긴박감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천하무적이라 걱정이 없는데 무슨 궁금? 꼭 주인공이 먼치킨이 아니어도 스토리는 얼마든지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보는책중에 급격히 흥미를 잃어 버린 책중에 하나가 검마입니다. 그 다음으로 걱정되는 것이 현재까지는 잘 보았는데 이후 어떻게 끌어갈 지 걱정되는 것이 천라신조입니다. 함 읽어보시면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는 천라신조도 더 이상 크게 궁금하지는 않네요. 그렇지만 다음권을 보기는 할 겁니다. 검마는 집어치운지 오래..
비교적인 데이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글은 3권까지는 비먼치킨화로 가려고 합니다.
대여점 판무장르는 1,2권 가지고는 절대 안된다고 보고요...// 공포영화 아무리 재밌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쳐다도 안봅니다..반응과 취향이라는 것이 어찌 절대적일수 있을까요??
절대적인 것은 없지요. 저는 그것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요.
위의 것은 그냥 하나의 예입니다. 왜 환상에서 나온 작품이 100#에 하나밖에 없을까요? 그건 순전히 편집책임자의 영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손님들중에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고르시는 분이 계신데 일견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손님과 편집자의 코드가 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출판할 책을 선정하는 편집자의 선호도가 그것을 가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출판사가 영세하다 보니 다양한 시각을 갖고 책을 선별할 여유가 없이 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견해로 출판이 선택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판타지1.2권은 절대안된다고 봅니다 4.5짧은완결은 완결난후에 고객들에게 권해도 재미없으니 빠른완결이라고 안보는 추세입니다
재미있는책은 장편이라도 꾸준히 봅니다~~
일반소설은 오히려 3권이상이면 조금보기 힘들어하더라고요
1,2권 짜리 환타지 대여용으로는 절대 안될테지만 판매용으로 적당히 팔린다고 들었습니다. 손님중에 하나는 꼬박꼬박 사보시는 분이고(1,2권짜리), 한분은 출판사 직원인데 매니아층이 있어서 적당히 팔린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다시 물어봤는데... 많이 안팔린대요.. ㅠㅠ
푹--하는 느낌이 ㅠ.ㅠ
항상 열심히 하시는모습 보기 좋습니다..^^ 응원할께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왕대전기 작가님이 낸 전생기 전3권인데 ...책값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무슨 문제가 있어 짧겠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안보시는것 같습니다.
10권정도가 요즘 대박행진입니다
10권 정도가 대박이라는 말은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1천 5백부이상 판 작가들이니까요. 하지만 글쟁이인 제가 봐도 10권가서는 개념 상실하시는 그런 글은 쓰고 싶지 않아요. ㅠ.ㅠ
8-10권정도가 제일좋은것같아요 요즘 판/무 보시는분들 1.2권보면 뒷권내용이 훤희보인다고 3권안보시는분이 많아요 그리고 간혹 제가 읽어보아도 다른책들하고 이야기가 비슷해서 보고싶은 마음이 별로에요 우리나라 막장드라마보시면 1회 2회 아슬아슬하게 끝을내서 꼭 다음편 보게 만들죠 판/무도 그랬으면 좋겟어요 다음권이 나올때마다 대여횟수가 한계단씩 내려가는게아니라 1층1층내려가서 정말 뒷권받아야하나 고민 많이되요 작가님의 노력하시는모습이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하네요 작가님 파이팅!
달달한 맛이 나는 각 권의 결말을 노력해서 찾겠습니다.
1. 6-8권 완결이 적당함 2. 출판주기 1-1.5개월 정도가 아주 적당하다고 판단 됩니다
실력이 정말 좋은책들은 잘팔립니다. 예를들어 얼음나무숲이죠 1권완결로 8판인쇄했다고하네요. 이작가는 이거로 자리매김했죠.
그리고 적하사님 글에는 대화가 너무많습니다. 소설은 만화가아니라 묘사랑 행동등 서술위주인데 대화가 반을 차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