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촌이 위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농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생명공학이나 정보기술 등을 융복합해 바이오신약이나 기능성 식·의약품, 인공장기, 신품종 등을 만들고 있다”며 “이들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 개발과 농식품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이다. 농진청과 학계, 기업이 공동으로 농업생명공학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추진된다. 총 투자액은 1조원에 달한다. 1단계인 2014년까지 2808억원, 2~3단계인 2015년부터 2020년까지 7200억원이 투자된다. 참여하는 연구 인력도 4058명에 달한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단은 농생명 원천기술개발 분야와 농생명 국가전략대응기술개발 분야의 총 7개 사업단으로 구성됐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conomychosun.com%2Fquery%2Fupload%2F105%2F1307_134_01.jpg)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이 전북 임실 치즈마을을 방문해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된 1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의 후속 프로젝트다. 기초·원천기술도 연구·개발하지만 1세대 사업을 통해 확보된 기술과 성과를 활용해 실용화와 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1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이 학술적 성과는 우수하나 실용화나 사업화 성과는 부족했어요. 그래서 차세대 사업에서는 실용화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도 벌써 많은 성과를 거뒀어요.” 기초·원천분야를 중심으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853편이 게재됐으며, 특허출원·등록 건수도 593건에 달한다. 기술료도 16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품종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탄저병에 강한 고추 품종이 대표적이다. 매년 고추 탄저병으로 인해 농가가 입는 피해는 1000억원에 달한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피해도 줄일 수 있지만 고추 종자 수출로 3000만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된다. 천연물을 활용한 신기능성 소재 개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바이오겔과 미생물을 활용한 천연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이 그것이다. 감귤의 껍질을 이용해 개발한 바이오겔은 각종 화장품 원료와 인공피부 등 의료용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레티놀은 현존하는 물질 중 주름개선기능에 가장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레티놀은 화학합성 기술로만 생산되고 있어 자연친화적인 생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미생물 이용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이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레티놀을 국산화해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1300억원의 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연구진이 결핵 치료용 신물질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결핵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의 대부분은 1950~1960년대 개발한 것으로 긴 투여기간, 부작용과 약제내성 등이 나타나 새로운 개념의 결핵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었다. 새롭게 개발된 신물질은 국내 신약개발 벤처회사에 기술이 이전돼 실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청장은 “신품종 종자와 신물질 개발과 함께 인체장기 분야도 향후 농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장기 기술개발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conomychosun.com%2Fquery%2Fupload%2F105%2F1307_134_02.jpg)
이양호 청장은 농업에 IT·BT를 융·복합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농업 연구 초고령 사회로 인한 장기이식 수요 증가에 따른 이종간 장기이식 기술 연구는 한창 진행 중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면역거부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뿐이다. 이 청장은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출발선은 농업생명공학이지만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농업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엔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가 예측한 신 기후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는 현재보다 기온이 3.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반도는 대부분 아열대 기후지역이 된다는 얘기다. 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작물 생육 패턴도 변하게 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81㎞가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상승한다. 이미 국내 농작물 재배 지도도 바뀌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있어요. 감귤은 제주에서 남해안으로 올라왔고, 사과는 대구에서 충남 예산을 거쳐 강원 영월까지 북상했어요. 대부분 수입했던 망고나 아보카도 같은 아열대 과일은 남부지역에서 재배가 이뤄지고 있고요.” 가속화되는 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호우의 강도가 심화돼 농작물의 생산성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이 2도 상승하면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70% 이상 줄어든다. 불안정한 농작물의 생산성은 가격폭등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농업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연구 성과는 상당하다. 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2099년까지 우리 농업 환경에 맞춰 필지별로 농업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농업용 디지털 미래 농업 기후도를 제작했으며, 향후 100년간 주요 원예작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도 만들었다. 또 지금까지 28종의 새로운 열대·아열대작물을 도입해 이 중 5품목을 보급했다. 기상이변에 대처할 수 있는 농업기상정보서비스 체계도 구축했다. 전국 농업기술센터 126곳에 설치된 자체 자동기상관측장치에서 수집한 기상정보를 농업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청장은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기상재해 발생 조기 경보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며, 농업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실용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6차 산업은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 그는 우리나라 농업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집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개방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기술 집약적 농업으로 발전시킨다면 활기찬 농촌을 만들 수 있어요.” 그는 “이스라엘이 농업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사막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업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농업에 불리한 자연환경을 신기술 개발로 극복해 농업을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함께 생산, 가공, 체험과 외식 등을 연계한 6차 산업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농업과 농업인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에서는 우유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즈 가공, 체험관광 코스를 개발해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체험관광을 통해 올리는 수입(17억원)이 농사를 지어 벌어들이는 돈(8억원)의 2배에 이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거죠. 기존의 것에 아이디어를 보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농업에 있어 창조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농업의 6차 산업화로 인해 농가 소득이 늘어나면서 귀농·귀촌인구도 증가하고 있다”며 “도시민에게는 몸과 마음의 힐링을 제공하고 농업·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바로 6차 산업”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친 이 청장은 지난 3월18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을 찾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방문한 현장이 바로 임실 치즈마을이었다. 그는 “농업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 농진청의 존재 이유”라며 “이는 현장을 떠나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기다리는 영농 현장이 바로 농진청의 연구 현장입니다.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긴밀하게 협력해 시너지를 내려고 합니다. 영농 현장의 기술적인 애로사항은 농진청에서, 제도적인 부분은 타 부처에 이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 이양호 청장은… 1959년 경북 구미 생. 82년 영남대 행정학과 졸, 92년 태국 아시아과학기술원 농업 및 식품공학과 석사. 83년 농림수산부 농업구조정책과, 96년 농림부 무역진흥과장, 2003년 농림부 기획예산담당관, 2004년 농식품부 투융자평가통계관·농업정책국장, 2011년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식품산업정책실장, 2012년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2013년~현재 농촌진흥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