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40430. 지게 목발에 새겨진 금언
민구식
등판은 헤어지고
피대줄 멜빵은 낡고
헛간 벽에 기대어 빈집 지키던
아버지의 평생 무게를 봤다
"무거운 지게를 지고 일어설 때는
세 곳은 받쳐져 있어야 한단다
하나는 작대기 잡은 손이고
다른 하나는 왼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오른 무릎이란다
하나의 무릎이라도 꿇지 않고는 일어설 수 없단다
무거울수록 두 무릎을 다 꿇어야 한다”
농사일 가르치실 때 하시던 말씀이
지게 목발에 매달려 있다
대처에 나와 사는 일도 그랬다
한쪽을 높이 들기 위해
다른 쪽 셋은 겸손해야 했다
목이 뻣뻣하면 화살을 피할 수 없고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일어설 수조차 없다는 생의 이치
숱한 벽에 부딪히고 흉터 아물고 나서야
무릎 먼저 꿇어야 했다는 말씀이 새살처럼 돋는다
졸시집 <자벌레의 성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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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詩
일시 240430. 지게 목발에 새겨진 금언
민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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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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