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천부님
답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여러가지로 처리할 일들이 많아 좀 늦었습니다.
선운사 육층석탑의 육층 옥개석을 옥개석으로 보지 않고 노반이 별석으로 상단,하단 2매로 조성된 것으로 보시는군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좋은 의견입니다.
이렇게 안내문이나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인 시각을 가진분들과의 토론은 항상 환영하고 즐겨합니다.
늘 석탑은 어렵습니다.
거의 접근했다치면 항상 그 거리만큼 달아나는게 석탑이거든요....
천부님도 그런 경험이 많이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거론하신 선운사 육층석탑의 육층 옥개석은 아쉽지만 노반이 아니라 옥개석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존하는 석탑중 아주 희소하게, 혹은 희얀하게
맨 꼭대기 옥개석 정상부분에 노반이 나타나지 않고 그 부분을 덮어 씌우는 덮개가 표현된 석탑들이 있습니다.
즉 지붕을 모각한 석탑들이 있습니다.
그 작례는 현재 포스팅 중인 선운사 육층석탑입니다.
참고로 상륜부 부재에 명칭을 표기했습니다. (사진편집 큰아들)
밑에서 4번째 부재를 자세히 보시면 육층 옥개석 위에 합각이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육층 옥개석 정상에 표현된 모습은 팔작지붕의 합각을 모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육층 옥개석 하면에는 1단의 층급받침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육층탑신석을 자세히 보면 탑신석 상부가 돌출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층급받침일부가 탑신석에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육층 옥개석의 층급받침은 2단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옥개석 정상에 합각이 표현된 모습은 이 부재가 옥개석임을 나타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선운사 육층석탑의 육층 옥개석은 노반이 아니라 2단의 층급받침이 있는 옥개석이 맞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안성 청원사 칠층석탑에서도 보입니다.
안성 청원사 칠층석탑 칠층 옥개석 위에도 팔작지붕의 합각이 모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옥개석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불대좌형 석탑인 수종사 오층석탑과 묘적사팔각다층탑에서도 보입니다.
그런데 석탑에 있어서 이렇게 팔작지붕의 합각이 모각된 경우말고 특이하게도 사모지붕이 모각된 작례가 있습니다.
그 작례는 비밀이고 고려초기에 나타납니다.
선운사 육층석탑의 조성시기는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통일신라
고려전기
고려후기
조선전기
등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선운사 사적기에 보면
"1472년에 행오선사가 이 절을 찾았을때 홀로 우뚝 솟은 구층석탑만 남아 있고 나머지 전각이 모두 페허가 되어 이 구층 탑을 보고 다시 중창을 시작했다"
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전기는 아닙니다.
이 탑의 조성시기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특징을 주목해야 합니다.
1.석괴형 지대석(혹은 하대석)
2.기단갑석(상대석) 하면 앙련
3.기단갑석(상대석)면석에 새겨진 뱡형의 액과 안상
4.오층탑신석과 옥개석이 일석
5.육층 옥개석 정상에 합각이 모각
6.층급받침의 변화
7.불대좌형 석탑
1.이 석탑이 만일 불대좌형 석탑이 아니라면 기단부를 생략한 채 지대석만 두었고 그 지대석은 석괴형에 가깝습니다.
형태는 사각인데 모서리를 깍아 부등변팔각이며 물매를 두었습니다.
이러한 석괴형 기단을 가진 석탑은 13세기 중반 이후에 등장합니다.
기단부에 간략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전탑에서는 이미 9세기 후반에 등장합니다만 석탑에서는 고려후기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탑이 고려후기에 조성되었음을 암시합니다.
2,3.기단갑석(상대석)에 면석이 표현되어 있고 방형의 액을 두고 안에 안상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탑의 가장 특징입니다.
이러한 표현의 거의 최초가 되는 석탑입니다.
석탑사에 있어서 기단갑석 면석에 방형의 액과 안상이 등장하는 시기가 고려후기부터 입니다.
4.다른층은 모두 옥개석과 탑신석이 별석이지만 오층은 탑신석과 옥개석이 일석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석탑은 20여기 존재합니다.
5. 위에서 설명
6.초층 이층 4단 삼층 사층 오층 3단 육층 2단
7.개인적으로는 이 석탑을 불대좌형 석탑으로 분류합니다.
그 이유는
기단갑석(상대석) 하면에 앙련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앙련의 표현은 이 석탑이 불대좌형 석탑임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즉 지대석으로 보는 부재는 하대석이고 기단중석은 중대석이고 기단갑석은 상대석입니다.
하대석 복련은 현재 생략된 상태로 추정됩니다.
이 석탑이 불대좌형 석탑이라는 또 하나의 근거는
이 석탑에서는 노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노반이 생략되었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노반이 생략된 탑은 모두 조선시대 석탑이며 그것도 조선시대 불대좌형 석탑이 대부분입니다.
조선시대 불대좌형 석탑 중 수종사 오층석탑, 청원사 칠층석탑, 묘적사 팔각다층탑 등은 노반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석탑을 칠층석탑으로 추정합니다.
그 이유는
현재 이층과 삼층 사이에 간격이 있습니다.
이 사이에 한 층 더 조성해도 비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육층 위에는 합각부 때문에 더 이상 층수를 올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해서 칠층석탑으로 추정됩니다.
선운사 사적기에 나오는 "1472년에 행오선사가 이 절을 찾았을때 홀로 우뚝 솟은 구층석탑을 보았다" 란 내용은
혹시 이 석탑의 갑석(상대석)과 넓은 보개를 층수로 오인해서 구층탑으로 생각했던건 아닐까요?
그러면 확실히 구층탑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여튼 현재 상태에서는 칠층이상 올릴 수 없는 구조로 조성된 석탑입니다.
선운사 육층석탑의 조성시기는 고려후기로 추정됩니다.
토론의 주제가 잠시 빗나갔는데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상하게 석탑 이야기만 나오면 말도 많아지고 글도 길어집니다.
앞으로도 석탑에 대한 많은 조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와~!
역시
합각부라는 단어보다
지붕형노반. 합각이 표현된 노반 또는 이형의노반 이라는 표현은 어떨까요?
합각부라도 지붕의 기능보다 노반의 기능이 더 크지 않을까요?
역시,,,,쥔장님 혜안은~~~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합각부보다 지붕형,합각이 표현된,이형의 이름으로 노반을 나타낼 수도 있는거군요....
신선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 합각부를 노반으로 본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진의 수종사 오층석탑 상륜부를 보시면 복발의 측면에 합각부가 붙어있습니다.
즉 합각의 기능이 상실되어 퇴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운사 육층석탑(고려후기), 청원사칠층석탑(조선전기)를 기점으로 합각부는 퇴화되어
1459년~1493년 사이에 조성된 수종사 오층석탑부터는 그 기능이 완전히 상실됨으로 노반이란 단어보다는 노반 자체가 생략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달넘새 근데
문득 합각 표현은 노반 갑석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나저나
잠 없다고 한소리 들을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든다. ㅋ
@선과 도대체 이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뭐하실까?
잠 쫌 잡시다.앞으로 새벽 댓글 금지...ㅎ
댕큐
내눈엔 복발이 노반으로 보입니다 ㅋ
오층탑 옆에도 알쏭달쏭한 탑이 있었는데 사진 올려볼게요
이 탑은 기단부 중 기단저석 혹은 지대석과 기단중석은
후보물로 추정되며 현재 기단 갑석만 제짝으로 보입니다. 기단갑석은 매우 두터운 편이며 이러한 모습은 기단부가 생략된 모습이며 지대석이 석괴형 유형의 석탑입니다.다만 측면에 안상이 조식되어 있어 장식이 가미되어 있습니다.이런 유형은 석괴형 기단 중 그보다 선행인 석탑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탑신부는 탑신석과 다른층 옥개석이 일석인 석탑이며 삼층옥개석과 노반까지 일석인 석탑입니다.노반 위의부재는 부도 상륜부재이며 특히 노반이 무척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이런 유형의 부도는 청도 용천사 부도군에서 먼저 보입니다
@달넘새 이후 창녕지역 부도로 이어지며 그 후 전국으로 퍼져나갑니다. 그 계보에 있는 부도 상륜부로 추정됩니다.
수종사 삼층석탑은 석괴형 유형의 기단부와 옥개석과 다른층 탑신석이 일석인 탑신부가 특징으로 13세기후반~14세기 초반 석탑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시기를 수종사 창건으로 보시면 그리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달넘새 그러고 보니 수종사에는 재미난 탑도있지만 탑전에 부도도 떠오릅니다.
달넘새님이 언급한 모든 석탑.부도 사진 나중에 답글로 올려 둘게요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 . .
~참 착한 쥔장~
아주 가벼운 질문에 이렇게 장문의 내용으로 답변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여러번 읽어 보았습니다.석탑 최상층 지붕돌에도 저런 합각부가 있는 석탑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거기다 사진까지 곁들어서 설명하시니 머리에 잘 들어옵니다.그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어야 할텐데 저도 걱정이 앞서는 나이인지라~~~많이 공부했습니다.바쁘신 와중에도 답변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