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바위산 외 1편
박정숙
더 이상 검어질 수 없는 거대한 산들이
더 이상 흴 수 없는 만년설 모자 하나씩 쓰고
산 중턱에서부터 수런거리는 구름 무리를
휘휘 불며 그 아래 감추어진 초록의 절정을 본다
새들은 구름에 걸리지도 않고
바람은 돌산에 걸리지도 않다
저 새도 저 바람도 단번에 오지 않았을 높은 거기
내 고향 그 풀꽃들을 누가 터전을 잡도록 했나
밝은 초록냉이 노오란 민들레꽃 만년설
너네들은 거기 그냥 있으라,
이 놀라운 만남의 추억 두고 가지만
내 생애에 오롯이 기억하리라
*돌로미티 바위산 : 이탈리아 알프스 산자락 일부
자존심
벼랑 틈새에 뿌리를 내린 노송
기울어진 것을 거부할 수 없어 세운 허리
새가 나는 방향으로 잠시 흔들리지만
그건 바람 탓, 하늘 방향으로 곧다
한 치의 땅에 실뿌리 박았을지언정
움켜쥔 발가락 때지 않고
이겨내는 저 옹골찬 마음
박정숙_경남 창원 출생. 2019년 《영남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반려>가 있음. 영남문학상 등 수상. 계간문예 작가회 수석이사, 영남문학예술인협회, 한국문인협회, 시향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