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10월의 일기, ‘대전식당’에서
벽에 걸린 3개의 사진액자를 유심히 봤다.
정모를 쓴 젊은이와 쇼트 머리의 여인, 그리고 정모와 정복차림의 젊은이 전신을 찍은 사진이 그 액자에 담겨있었다.
흑백 사진인 것으로 봐서 반세기 전쯤으로 거슬러 가난한 시절에 찍은 것이겠다 싶었고, 젊은이 전신사진의 배경에 육중한 분위기의 버스가 찍혀 있는 것으로 봐서 그 젊은이는 고속버스 운전사이었겠다 싶었다.
그 사진들로 짐작해봤다.
비록 당장은 가난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한 집안의 맏이인 젊은이와 말괄량이 또래 여인이 부부의 인연을 맺어 질곡 같은 세월을 잘 감당하면서 살아온 소박한 삶의 흔적을 짚을 수 있었다.
2022년 10월 14일 금요일일 바로 어제 한낮의 일로, 중학교 동기동창인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찾은 김천 직지사 인근의 산채한정식집인 ‘대전식당’에 그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가 들어선 직지사 인근의 식당가 골목이 그랬다.
딱 느낌에 그 골목길 좌우로 다닥다닥 붙은 식당들 모두가 이름난 맛집이겠다 싶었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안내를 맡은 휘덕이 친구는 자꾸자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러 세울까 하다가 관뒀다.
어딘가 꼭 찍어놓은 집이 있어서 그리 앞서 가는 것 아닌가 싶어서였다.
역시 지목된 집이 있었다.
그 집이 바로 ‘대전식당’이었다.
코를 찌르는 구수한 냄새는 바로 그 집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내 또래 나이쯤 되는 남자는 연기를 피우며 석쇠에 돼지불고기를 굽어내고 있었고, 같은 또래의 머리 희끗한 여인은 그 옆에서 달궈진 가마솥뚜껑에서 전을 부쳐내고 있었다.
그 풍경 자체가 벌써 맛깔스러웠다.
돼지불고기며, 조기구이며, 단호박찜이며, 고구마 고추 가지 무 튀김이며, 도토리묵이며, 더덕구이며, 열무김치며, 김치전이며 해서, 상다리 부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한 상 가득 차린 그 점심밥상을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막걸리는 그저 공짜로 내놓고 있었고, 후식으로 준비한 반시는 또 하나의 별미였다.
넉넉한 마음으로 차려 내놓은 상차림이었다.
그런 집이었으니, 휘덕이 친구가 굳이 골목 끝의 그 집으로 찾아든 것이었겠다 싶었다.
그 상차림을 받으면서, 내 문득 떠올린 노래가 한 곡 있었다.
부부듀엣이 부른 ‘부부’라는 노래였다.
딱 그 부부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담은 것 같아서, 그 노래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다음은 그 노랫말 전문이다.
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
꿈같이 흘러간 지금
당신의 곱던 얼굴 고운 눈매엔
어느새 주름이 늘고
돌아보면 굽이굽이 넘던 고갯길
당신이 내게 있어 등불이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면서
이 못난 사람 위해 정성을 바친
여보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 한 마디 뿐이라오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당신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지난날이 행복했어요
아무런 후회 없어요
당신 위해 자식위해 가는 이 길이
여자의 숙명이오 운명인 것을
좋은 일도 궂은 일도 함께 하면서
당신의 그림자로 행복합니다
여보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