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예림 기자
- 『 머니 투데이 』 지 서기 2022년 양력 9월 2일자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일에 중학교 국기 게양대에 일장기를 내건 3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일 <뉴시스>는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부장판사 소병진)가 국기모독 · 건조물침입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기본적인 증거가 수집됐다"며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종합해볼 때 현 상황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1시24분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 들어가 국기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를 내린 뒤 빨간 유성매직펜으로 '독도는 일본땅, 유관순 XXX'라고 적었다. 이후 태극기 일부를 불에 태우고 비어 있는 국기 게양대에 일장기를 걸었다.
같은날 오전 9시6분 학교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다음날 오후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 중학교에 있는 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일장기는 과거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우연히 주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8월29일은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일(줄여서 ‘국치일’. 대한제국이 완전히 멸망한 날 – 옮긴이)이다.
---------------------------------------------------------------------------------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기사를 읽은 내 심정을 정직하게 말하겠다. 나는 지금이 망국 전야 같다. 지금이 서기 2022년 양력 9월 2일이 아니라, 서기 1910년 양력 8월 28일(국치일 직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만약 이 기사에 나온 A가 태극기가 아니라 “일장기”를 불태웠어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 “일장기”에 ‘대마도는 한국 땅이다!’고 적었어도 처벌이 부드러웠을까? 나아가 그가 일장기에 “유관순” 열사가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이로 히로부미나 무쓰히토(연호가 ‘메이지’인 왜왕[倭王]의 본명)나 요시히토(연호가 ‘다이쇼’인 왜왕의 본명. 서기 1910~20년대에 왜국을 다스렸다)나 히로히토를 욕하는 글을 썼어도 재판부가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까?
아마 그랬다면
“이웃나라(왜국)과의 우호와 협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서양께서도 한국에 친일을 명령하시는데,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당장 감옥으로 보내라! 아니, 반일을 외친 걸 보니, ‘빨갱이’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로스케(로[Ro]시야 사람을 욕하는 말)’나 ‘지나(支那) 되놈’들이나 ‘북한 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당장 이놈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라!”
고 판결했을걸?
나는 이 기사에 나온 일을 한 놈이 왜구(倭寇. 왜국 우익이나 그들을 따르는 왜국 국민들)가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절망스럽고(이 놈이나, 대한제국 말기에 날뛴 일진회 회원이나, 뭐가 다른가?), 왜국 법원이 아니라 한국(!) 법원이 이 놈에게 너무나도 부드러운 것도 절망스럽다!
덧붙이자면, 이 놈이 범행에 쓴 “일장기”가 이 놈이 사거나 만든 게 아니라,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주운 것”이라는 사실도 기가 막히는데, 만약 이 놈의 말이 옳다면 “광화문”에 나와서 “집회”를 여는 자칭 ‘한국(?)의 반공 용사’들 가운데 “일장기”를 휘날리며 “나는 반공을 외치는 친일파다!”하고 외치는 ‘한국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내가 ‘왜국의 지배에서 풀려난 나라’에서 사는 게 맞는가? ‘왜국 반(半)식민지 조선’에서 사는 게 아니고? 만약 내게 “총”이 있다면, 의열단을 본받아, 이 놈과 “광화문”에서 “일장기”를 휘날렸던 놈을 당장 쏴 죽였을 것이다!
한 마디만 더 하고 이 글을 끝내자. 나는 이 일이 절망스럽지만, 낯설지는 않다. 왜냐고? 나는 열 해 전, 종이신문에서 한국의 한 10대 소년(이자 고등학생)이 소녀상에 “일장기”를 꽂고는, “난 일본이 좋아, 한국은 싫어!”하고 떠들었다가 경찰서로 불려갔는데, 한국(!) 경찰이 “이 애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정하고 그냥 풀어준 사실이 적힌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난 그 경찰들이 조선총독부 순산줄 알았다! 한국 경찰이 해방정국 당시, 조선총독부 출신 형사/순사들을 모아서 만든 조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한 그 사실을, 한국인인 내가 그냥 넘어가야 하는가?).
그때 한국의 젊은 세대가 품은 잘못된 역사 인식이 너무 절망스러워서(그리고 마치 조선총독부 순사처럼 구는 ‘한국 경찰관’들이 원망스러워서) 이를 득득 갈았는데,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기간인 열 해 만에 거의 비슷한 일(이번에도 “한국인 남성”이 “일장기”를 가져가서 범죄를 저질렀고, 한국과 한국인을 모욕했으며, 왜국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사람들을 비난했다)이 일어났으니(그래, 갈마는 되풀이된다!),
나는 이 나라의 정의는 죽었고, 아직 갈마(‘역사’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낱말)와 현실을 제대로 기억하는 한국인들은 죽은 정의를 되살리기 위해 근세조선의 의병이나 동학군(軍)이나 정미(丁未)의병(대한제국 의병)이나 대한(조선) 독립군이나 한인애국단이나 의열단을 본받아 “총”을 들고 왜국 정부/우익/자위대나, 친일파/친일국가 출신으로서 왜국을 돕는 자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이다(나도 총만 있다면, 당장 싸울 것이다! 난 훈련소에서 소총 쏘는 법을 배웠고,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며, 상대가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왜군이나 왜국 우익 단체의 회원이면 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총을 들고 싸우리라!).
나의 동포인 한국인 여러분, 이제 더 이상 참지 말자! 뉘우치지 않고 피해자 앞에서 적반하장을 일삼는 왜구(倭寇)들을 죽이자! 적어도 그들 앞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자! 그들 앞에서는 “살인자는 죽여야 한다!”는 법칙을 실천하자! 그들이 “자기에게서 나온 것(살인/전쟁범죄/침략/약탈/모욕)은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동아시아 고전의 말이 진리임을 총칼을 통해 깨닫게 하자! 말로 안 되면 칼로!
---------------------------------------------------------------------------------
- 단기 4355년 음력 8월 7일에, 이제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했던 근세조선의 의병과, 동학군(軍)과, 정미의병의 심정을 이해하는(그리고 왜국[倭國]과 친일국가들과 친일파들이 한국인들을 잡아 죽이거나 세뇌하려고 하는 현실을 보며 이를 가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