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땅' 評說

[ok팔방金運中]

<金運中 紀行民調詩集 2 評說>

紀行民調詩論

- 金運中의 ‘아리랑땅’을 中心으로

                                                          申  世  薰

1.

定型詩란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지은 시’(‘을유 국어소사전’ 845쪽)다. 정형시 반댓말이 自由詩다. 이땅의 정형시로는 時調가 있다. 시조는 ‘고려 시대부터 발달하여 온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음률시’(상동 565쪽)다. 자유시는 1908년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少年’서시. 동 11.1)라는 신체시 근대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체시 혹은 근대시 또는 현대시의 원조로 평가되고 있는 이 자유시는 여러가지 문학적 해석의 명찰이 달려 있다.

 이땅 최초의 근대 자유시인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동시라는 주장도 있다. 이상현à申鉉得 이재철 박두순…들의 아동 문학가들이 주로 작년ᆞ올해 들어 “동시 1백 주년 기념 ‘동시의 날’ 선포식”(2008.11.1.인사동 ‘부남겔러리’)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또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청소년 잡지 ‘少年’ 에 실린 六堂의 한국 최초 신체시 이자 청소년시라 주장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자유시가 청소년 시로부터 출발하게 된 것이란 주장이다. 물론 아동문학계에서 주장하는 ‘동시’란 발언에도 어느 정도 수긍은 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문투의 관념시어가 많지만 청소년기에 쓴 시라서 그 분위기상 어법에 있어 童詩 같은 감도 없지 않아 든다. 그러나 최남선이 만 18살 때 청소년 계몽지인 ‘少年’잡지에 실린 청소년 시라는 게 청소년 문학 즉 청소년시 부분을 개척 주장한 나의 솔직한 고집(2008.봄.’自由文學’과 신명옥 첫 청소년시집 ‘달빛에 말린 그리움’.7~10쪽)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철은 ‘아동문학 평론’(2008)을 통해 六堂의 신체시 ‘海에게서 少年에게’를 정형시라 주장하기까지 했다. 연작 6편 모두 3ᆞ3ᆞ4 (‘처얼썩 처얼썩 척 싸아아.’)이고 3ᆞ3ᆞ5로 구성돼 있고 끝 2행도 3ᆞ3ᆞ5/3ᆞ3ᆞ5로 짜여있다. 특히 1~6편 모두 7행씩 엮어졌고, 연작 3ᆞ3ᆞ5행마다 ① 7ᆞ9/3ᆞ3ᆞ5/7ᆞ11②7ᆞ10/3ᆞ3ᆞ5/7ᆞ10/③7ᆞ9/3ᆞ3ᆞ5/7ᆞ11④7ᆞ9/3ᆞ3ᆞ5/7ᆞ7⑤7ᆞ9/3ᆞ3ᆞ5/7ᆞ11⑥7ᆞ9/3ᆞ3ᆞ5/7ᆞ11로 자수율이 구성돼 있다. 7은3ᆞ4조이나 10ᆞ11가락은 4ᆞ5로 봐야 한다. 모두 1 2 3 4 5 6편 모두 3 4 5행마다 정형자수율인 3ᆞ4조나 4 5조 혹은 5ᆞ7 조 혹은(7ᆞ5조)를 거듭 반복하긴 했으나 이 시가 3 4 5 3조인 시조나 3 4 5 6조와 같은 民調詩들의 확고한 정형 형틀은 전편적으로 골고루 갖추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향후 정형시로 다시 개발 할 수 있는 분야는 향가 가사 판소리들이 있다. 일찍부터 文林의 선배들(六堂, 春園, 가람, 노산..들)이 고시조창을 현대 3 4 5 6조의 향가ᆞ판소리ᆞ창극 가사 소리ᆞ경기체가ᆞ호남가사 소리창들을 바탕으로 삼아 잘 아울러 체계 있게 엮었더라면 충분히 우리나라 정형 시체로 반듯하게 개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형식은 장형 형태의 정형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文林의 분위기 속에서 유독 필자만 일찍 3 4 5 6조 형틀의 언어 群을 고전 현대 詩歌調 속에서 그 공통분모 노래 싯말을 발견 해 내고는 이 장단 가락 호흡을 민조시란 이름으로 운명체처럼 매달려 개척 개발했던 것이다. 더구나 말하자면 신라 고어인 이두체에서도 3 4 5 6조가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발견한 영광은 자축하고도 빛 남음을 가져서 기쁘기 한량 없다.

 아지매(阿知め：３)/오오오오(於於於於:4)/오게 아지매(於介阿知め:5)/오오오오 오게(於於於於 於介:6)/오오오오 오게(於於於於 於介:6)

   -홍윤기의 ‘日本 文化史’(서문당.1999.).’월간 殉國’통권 202호 99쪽에서

 위의 3 4 5 6조는 고대 신라 이두로 된 토속 언어 즉 悉曇語(梵語東夷族言語:韓國語ß산스크리트어毋胎音)와 말 뿌리가 연결되는 토속 모어이다. 日本 황실 제사 때 迎神 招魂詞로 쓰던 ‘阿知め 法’이다. 백제신인 韓神과 신라神인 園神 제단 앞에서 제사를 지낼 때 왕이 직접 읊던 仰信祝文 神樂歌(かみらくらうた:카미라쿠우타) 初魂詞다.(2008.申世薰 제2민조시집’통일꽃핀다’自序.4쪽.)

 우리나라 정형시는 ‘정읍사’같은 민요조에 뿌리를 둔 시조와 신라 이두에 뿌리를 둔 民調詩로 나눌 수 있다. 시조는 고려시대에 발생한 형식이지만, 民調詩는 고대 신라 시대부터 이두로 전해져 내려오는 梵語장단 가락임을 일본의 ‘阿知め 法’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제 오늘날 그 民調詩 중에서도 紀行民調詩가 집중적으로 金運中에 의해 실험 탐구되고 있다.

 간혹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한두 편씩의 기행 민조시를 쓰고는 있지만 民調詩人 40여 명 중 金運中만큼 집중적으로 연작 기행 민조시를 쓰는 民調詩人은 아직 아무도 없다. 그는 첫 민조시집을 도서출판 天山에서 기행 민조시만  쓴 것으로 ‘地球行’(天山詩選.61.4340.8.30.펴냄)이란 이름을 띄워올려  낸 바 있다. 이번 두번째 民調詩集도 ‘기행민조시집 2’란 명찰을 얌전히 달고 나왔다. 이 시집 이름은 ‘아리랑땅’이다. 순 국내 여행 체험을 쓴 民調詩만 골라 수록하고 있다. 이번 외국 기행 민조시는 다음시집으로 넘겨서 묶으려고 보류 해 두고도 그 쪽수가 넘쳐 민조시집 ‘아리랑땅’은 2천부를 찍고서도 그 부피가 두툼하다. 전 5부로 된 ‘한국行’ 1백30편에 총 4백 99수가 실려있다. 제1부 ‘한국行-옛길을 찾아서’에 25편 80수, 제2부 ‘한국行 –꿈길을 누비며’에 29편 90수, 제3부 ‘한국行-들길을 걸으며’에 20편 67수, 제4부 ‘한국行-물길을 저으며’에 26편 82수, 제5부 ‘한국行-산길을 오르며’에 30편 80수로, 전편이 1백 30편의 국내 여행 기록시에다 총 편수는 5백 수에서 한수만 모자란 4백99수이다. 그 2백 쪽이나 되는 많은 부피의 시집에서 시작품 종지부 수는 불과 4백 99개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民調詩는 반드시 한 수가 끝날 때엔 끝맺는 6調 끝에다 구두점 (피어리어드)를 찍어야 하니까 말이다. ‘6’조를 거듭 칠 때는 ‘끝맺음6조’뒤에는 반드시 모두 쉼표(,)처리로 막아줘야 한다. 6조 뒤에 또 ‘추임새 6조’가 따라 붙기 때문에, 앞의 뒷발길질 당한 6조는 뒤에 마무리하러 오는 6조’의 중도 매김새 역할이기 때문에도 역시 그러한 것이다.

2.

金運中‘民調詩集 2’‘아리랑땅’(天山詩選 70)에서 기릴 작품 몇 편을 뽑아 볼까.‘初心’(제2부)가 좋다.‘수락산 안개비’(제5부)도 좋고, ‘셔블 碑峰’(제5부)도 좋다. 그 다음이 ‘石狗야 돌개’‘아리랑땅’‘조문국(召文國) 얼음새’(이상 제1부)‘豊島 물길’’閑山統營’(이상 제4부) ‘월출산 동백꽃’(제부)이 이쁘다. 뒤따라 붙는 막내편들이 “‘다산초당’에서”(제1부)‘강마을 사람’(제3부)‘看月 섬 달빛’(제4부)‘울어울어 大成山’(제5부)……들이다. 모두 13편이 뽑혔다. 1백30편 중에서 13편이니까, 10대1로 뽑아본 셈이다.

‘天山 詩選 61’로 태어난 金運中 紀行民調詩集 ‘地球行’은 사실상‘紀行民調詩集 1에 놓이는데 그 짧은‘서문’에서‘처음쏜/지구공위/運中民調는/紀行民調 첫장’이란 民調題目으로 ‘서문’ 쓴 내 글에 그의 童民調詩’봄비’(이슬비/가랑비/사이좋아/삐친 소나기,//한여름 장마비.’)와 民調詩’시렁거사:(‘-정치하는 사람들’)(‘양털쓴/이리들은/올라가면 다그런가,//누가 말했다,/다그래./다그래.’)두 편이 있다.

그때 나는 金運中의‘地球行’(4340.8.30.도서울판 天山)을 두고 벌써 2 3년 전이지만, 이렇게 찔러 말했다.

‘天山 詩選 61’로 沙村人金運中 처녀 民調詩集‘地球行’을 낸다.‘地球行’은 紀行(관광 여행)民調詩다.民調詩集으로는 이 運中民調詩가 紀行詩集의 첫장을 연다.

 제1 2부가 국내편, 제3부 동남아시어 편, 제4부 러시어 미국 편,제5부 동유럽 편,제6부 일본편,제7부 중국 편으로 1 2부 외는 모두 국외 편(제3~7부)이다. 自由詩나 時調 그 어느 문학 부문에서도 이처럼 폭넓은 紀行詩를 쓴 문인은 없다.

 일찍 지구공위에서 궤테가‘이텔리개행’을 썼고,앙드레지드가 ‘콩고 기행’,박지원이‘열하일기’, 혜초가‘往五天竺國傳’, 필자가 전쟁 비평시이긴 하지만 ‘비에뜨 남 葉書’(후에 연작을 해체하고,시화집 ‘꼭둑각시의 춤’으로 개편 보완함) 들을 썼다. 예를 들어 이들 문학이 紀行詩 기행문  기행일기 기행 수필 기행소설 들로 일컬어질 만하다. 여기에 民調詩集 ‘地球行’은 새로운 문학 부문 民調로 맨 첨 참가하게 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紀行民調詩는 그야말로 여행 소재를 3 4 5 6調 새 형식 정형에 담아 시인의 시정신 주제까지 보태어 언어의 씨날줄로 엮은 장단 가락의 호흡혼결이다.

民調詩의 형식은 3 4 5 6調 ―사상바탕은 한민족 유구한 ‘홍익 인간/ 이화 세계’의 ‘’사상이다. 말하자면 東夷朝鮮民族의 정신 문화 뿌리기둥 사상이 곧 ‘크다 ․많다․하나다․첫째․우리․으뜸․엄지․왕․지도자다’라는 복합 뜻의 ‘’―이런 ‘弘益濟人’의 ‘’(韓 漢 干 칸 대칸 들) 언어 사상을 民調詩의 律呂 사상으로 바탕 삼는다.

음수율은 우리 민족 소리 장단 가락에서 우러나는 순수 트롯 풍 3 4 5 6調 ―이 소리마디 律呂는 ‘향가 여요 민요 가사 시조……’ 들에서 기본 언어 율조를 구조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홀수 ‘1’(‘’)인 ‘3’(ᄋᅀᄆ: 天人地: 3신 사상)의 말소리마디를 기본으로 출발해 짝수 2 4 6 8 10의 ‘4’, 1 3 5 7 9의 기둥수리 ‘5’, 그 다음 ‘5’수리를 뒷받침하는 2 4 6 8 10의 중앙기둥수리 ‘6’(3+3)으로 마감한 형식 美學詩가 民調詩 3 4 5 6調 정형이다. ‘7’은 앞의 ‘3 4’조가 행운의 럭키세븐 ‘7’이라서 ‘6’ 다음 수리의 ‘7’자리는 덤의 수리이므로 버린다. ‘6’ 다음 ‘7’이 없어도 ‘3 4’조가 ‘7’을 아울러 충분히 대신할 수가 있다

그 다음 장단 가락 소리의 호흡은 자연 한아비 적부터 내려오던 그 律呂의‘아리랑’겨레호흡이다. 우리말에 있어 3 4 5 6調의 말마디언어만 잘 활용하고 있으면, 우주 만상의 사물 원리뿐 아니라 무슨 형이상 하학의 관념까지라도 시방(十方) 세계처럼 다 아우를 수가 있다. 표현 못할 卍象이 아무것도 없다.

民調詩에는 童民調詩 청소년민조시 民調詩(성인시)로 크게 나눈다. 여기에 連作民調詩 長民調詩 敍事民調詩 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金運中 民調詩의 특징은 단수 외에 체험 연작 형식이 많고, 성질상 長民調形의 역사 우화 전설 민담 설화 들에 의한 서사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역시 民調는 3 4 5 6調의 단수 1편 형식이 그 중 白眉다.

그의 童民調詩‘봄비’와‘月刊文學’제109회 民調詩部 당선작 중‘시렁거사’라는 정치 풍자시를 본으로 옮겨놓고, 이 民調詩集‘地球行’의 머릿글을 손뼉치며 접는다. (이하‘봄비’’시렁거사’ 전문 2편 인용 생략.)……

-서문‘처음쏜/지구공위/運中民調는/紀行民調첫장’에서(20007.8.15 我山).

 위의 紀行民調詩集‘地球行’‘서문’에서도 이미 일반 民調詩論 겸 金運中 民調詩에 대해 그 성격을 간략히 언급한 바 있다.

 문학 평론가 新 毫(본명 신규호)는 金運中의‘地球行’‘시집해설’에서 ‘地球村/한 食率들/함께 살 中庸/일깨운 觀光詩’란 명찰을 붙여놓고, 그의‘작품 세계와 그 意義’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전편을 간추려보자.

 ……(전략…… 民調詩는 두루 아는 바와 같이, 我山 申世薰 시인의 오랜 연구로 말미암아 창안된 것으로, 그동안 개인 시집은 창안자의 ‘3 4 5 6調’를 빼면 呂閠東, 동옥균, 吳賢庭 김형근 金進中(그 뒤 서재석의 ’……………’ 申世薰의 ‘통일꽃핀다’.(2008.3.25.도서출판天山,현미정의‘밀어’2008.4.15.‘월간문학’출판부,000의 ‘……’-편집인주)시인들의 작품집 다섯 권뿐(현재는 모두 10권임-편지인 주)이고 이번에 나오는 金시인의 시집은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 民調詩集(‘地球行’임. -편집인 주)이 된다(‘아리랑땅’은 2009.1.6현재 11번 째임. 12번째가 金進中 長連作敍事民調詩集‘개코나 말코나’임-편집인 주).

……………(중략)……이 시집은…………(중략)………총 7부 1백 3편의 작품으로 짜여져 있어 양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매우 매우 수준이 높은 작품집이다……(중략)……民調는   음수율은 엄격하나 그의 반복 사용이나 연 처리에 있어서는 비교적 자유로워 전통적인 시조와의 차별화가 드러난다(사설 시조와의 거리감은 줄어듦.)…….(중략)……정형시인데도, 형식상에서 時調와 民調는 적지않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時調가 3장 6구로 되어있고 各句는  ‘3 5’인 종장 첫구를 제외하고는 ‘4 4’ 나  3 4’(또는 그 반대인  4 3’)로 단조로운 데  반해  民調詩는 3 4 5 6의 4구로 되어있어, 기본형에서는 시조의 35자 내외에서 18자 民調詩로 절반 가까이 짧아지는 것이다.

 호흡에 있어서도 시조는 여유가 있어  ‘永言’이라는 술어가 잘 말해주듯 호흡이 길어 자연과 더불어 노니는 왕조시대 귀족들 삶의 표현에 어울리는 반면, 民調詩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 갈 현대인의 숨결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주제 면에서 보면, 申  欽의 시조(‘냇가에 해오랍아 무슨 일 서있느냐/무심한 저 고기를 엿봐 무엇하려느냐/ 아마도 한 물에 있거니 잊으신들 어떠리’-인용 편집인 주)와 金運中 시인의 民調는, 동족 상잔에 대한 개탄으로 맞닿아 있으니, 김 시인의 작품 세계는 선인들의 정신 세계에서 값진 것을 이어받아 오늘에 되살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략)…………극단적인 대상들을 대조시키는 일종의 아이러니나 상식으로는 병렬하기 어려운 대립물들을 병치하는 모순 어법에 의해 나타내는 뛰어난 솜씨가 돋보여 民調 詩에 있어서의 참신성을 기대하게 해준다. 그리하여 시조와 결별한 民調로 하여금 현대시와의   간격을 메꾸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게 했다……(중략)…………네 개의 음수 중에서 앞의 것 셋(3과 4와   5)은 기왕에도 널리 쓰여 왔지만, 마지막 ‘6음수’만은 다른 시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我山 시인에 의해 찾아진 것임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중략)…………

日本의 정형시 하이쿠(俳句)를 인용하여, 民調(‘큐슈의 불’ 全文생략-편집인 주)와 대비시켜 보겠다.

1)  꽃 그늘 아랜 생판 모르는 이는 없었느니라(잇시: 茶).

2)  산속에 오니   어쩐지 그립구나 제비꽃이여(바쇼: 芭蕉)

 두 작품 모두 대표적인 하이쿠(俳句)작가의 작품인데, 이를‘큐슈(九州)의 불’(金運中의-편집자 주)과 대비시켜 보면, 대갈 아래와 같은 점들이 드러난다.

1)  내용에 있어, 우리의 民調(가 역사적인 사건도 다루는 데 비해, 하이쿠는 극히 순간적인 사건에 치중한다,

2)     형식이나 표현면에 있어  民調(는 시행 수나 그 처리방식이 자유로운 데 반해, 하이쿠(俳句) 는 극히 순간적인 단행이어야만 한다. ‚ 民調(는 일정 음수를 되풀이 할 수 있는 데 반해 하이쿠(俳句) 는 절대 금물이다. ƒ구성의 유형에 있어 民調(는 경우에 따라 起承轉結과 漸增을 선택 할 수 있는데 반해, 하이쿠(俳句) 는 ‘山’자 모양으로 금방 올라갔다 금새 내려오는 듯 단조롭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沈壽官의 손으로 구워진 ‘사츠마 야키’처럼, 民調‘는 비단 우리 겨레는 말 할 것도 없고, 미구에 외국에서도 많은 애호가를 낳을 것이 기대된다.    (중략)   우리의 선조를 읇은 5言 絶句 ‘高句麗’’를 인용한다.

金花折風帽(금화꽃은 바람막이 고깔모).

白馬小遲回(머뭇거리며 배회하는 백마.)

翩翩無光袖(넓은 옷소매 훨훨 날리는 그 모양.).

以鳥海東來(마치 새가 해동에서 오는 듯.).-李 白의‘高句麗’’(이동향 옮김).

이시는 전쟁에 패하여 唐 나라로 유입된 고구려 유민들의 모습을 읊은 것인데, 이동향의 말처럼 ‘무대 위에서 고구려 남자가 백마와 더불어 배회하는 모습을 우아하게 묘사하였고, 날아갈 듯한 아름다움을 해동의 새에 표현’한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중국 정형시 중에서 가장 짧은, 총 4행 20자로 된 이런 시를 絶句라고 하는바, 그 술어가 나타내는 뜻은 ‘가장 짧게 끊는다’는 분량의 간결성 말고도,’절묘한 양식’이란 뜻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 절구를 우리의 民調와 견주어 보면, 넉 줄로 된 점과 길이가 비슷하다는 유사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더 많다. 절구는 起承과 轉結이 각각 前後句를 이루어 합침으로써 시상의 전개방식이 起承轉結로 짜여지는데 반해, 기본형식에서 두 字나 적은 民調에서는 반드시 기승 전결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起敍結인 3단계를 거칠 수도 있어 한결 자유롭다.

그리고 전자(絶句-편집자 주)에서는 당나라초기까지는‘古詩’라고 하여 일부 행에 글자의 불규칙성이 있었지만, 盛唐 이후는 그런 불규칙이 허용되지 않는데 비해, 후자(民調詩)에서는 전체적인 율격 구조에 있어서는 변함이 허용되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작시상에 있어, 전자(古詩)는 중국어의 高低 특징인 平 上 法 등 平聲과 入인 仄聲:( : 기울어 지는 소리)을 지키는 평측법(平仄法)과 압운(押韻)등이 있는 데 반해 長 短 액센트인 우리나라 시(民調詩))에서는 여기에도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아 짓기에 매우 편하다고 본다.

또한 전자(古詩)가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깊은 장점이 있으면서도 자상하게 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자(古詩)는 배우고 익히기 어려운 귀족시인인 반면 후자(民調詩)는 쉽게 쓸 수 있는  民草를 위한 시라는 점이 다르다.           (중략)        이로써 이 民調(예:’허얼빈 챤’전문생략-편집인 주)야 말로 민족혼을 불러일으키는 데 제격인 양식임을 입증해 준다.        (중략)     이 ‘地球行’은 아시어 인이 지구의 중앙에 설 때 까진 두고두고 읽힐 民調詩集인 것이다.            (중략)   

3. 마무리      (중략)     金運中의 民調詩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그 경관과 감흥을,우리의 독특한 ‘3․4․5․6調’로 읊은 紀行 내지는 觀光民調이다.        (중략)      그의 民調는 평화를 지향하는 문학이다.    (중략)   그의 ‘地球行’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필요한 旅行의 美學이라는 의의를 이외로 지니게 되는 것이다.      (중략)    김 시인의 첫 民調詩集 ‘地球行’은 이러한 평화 공존(제2차 남북 정상회담 소식과 북경 올림픽 1년 앞 소식들-편집자 주)과 발맞추는 의의 깊은 저술이거니와, 이런 의의 깊은 작품을 낸 데에는, 무엇보다도 유네스코 간부로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널리 지구촌을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 행운아인 점과, 民調詩 창안자인 특출한 我山 시인의 자상한 훈도를 받을 수 있었던 은혜를 빼놓을 수 없고, 거기다가 시인의 舍弟 金進中 民調詩人의 노력도 간과돼서는 안 될 줄 안다.       (중략)      마침내 오늘날 유례없는 兄弟 民調詩人을 배출시켜 앞서거니뒤서거니 民調詩集을 내게 한 것이니, 우애 깊은 雁行의 귀감으로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다.          (하략)

 民調詩 전문 문학 평론가로 독보적인 경지에 이른 新 毫의 깊이 있는 評說이다. 이번 시집(‘아리랑땅’-편집자 주)이 그에겐 두 번째이지만, 이미 그의 첫 민조시집 ‘地球行’’에서 金運中民調의 모든 것에 대한 언급과 일반 民調論까지 펼쳐 보였다. 더구나 日本의 정형시 ‘하이쿠(뿌리는 백제의 王 仁이 처음 심었다. -편집자 주)와 中國의 五言 絶句 4행 20자와 金 시인의 시와 일반 民調詩論을 펼치면서 오히려 民調 쪽이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췄다고 주의 깊게 보았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정형시로 점친 것은 아주 중요한 발언이다. 民調詩人뿐만 아니라 모든 文林의 관계자는 이러한 民調의 특성과 잇점(장점)에 대해 이젠 긍정해 줄 때가 왔다고 본다. 부정한다면 말로만 하지말고 확실한 증거를 내놓고서 논전이나 토론을 요청해오기를 바란다. 이땅 문학발전을   위해..

3.

初  心

능금꽃 향그랗게 눈뜬 뒤안길

별꽃핀 하늘향.

청궁꽃 새긴 하늘

산너머 하늘

무지개 걸린다.

上元甲子 8937년(기원전)에 기원 후 서기 2009년을 합하면 동이 조선의 뿌리역사는 한기(桓紀) 10946년이 된다. 단기(壇記 : 단군 기원)는 서력 기원 전 2333년으로 치니까, 서기 2009년을 합하면 올해가 4342년으로 계산된다. 이토록 내려오는 조선의 뿌리와 장단 가락 호흡이 3 4 5 6조의 民調詩에 맺혀있다. 이 정형시는 고대 신라 토속어인 이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일본의 神樂歌(かみらくらうた) ‘阿知め 法’).

 이때부터 내려온 律呂調를 金運中은 民調詩  ‘初心’에 싣고 있다. 우린 맛이 향긋하고 퍽 서정스럽다. 18자 정형을 잘 갖추고 있는 2수 1편의 ‘初心’은 시인의 여느 시와는 달리 퍽 부드럽다.

그러나 그 깊이는 天地를 다 아우르고도 남을 품새다. 구체적인 기행시와는 다르다. ‘능금꽃’이 향그랗게 눈뜬 뒤안길’이지만 이 봄은 향기론 ‘별꽃’이 핀 ‘하늘향’의 봄-바로 그  ‘初心’이다(첫수). 또한 한약내 상큼한 ‘청궁꽃’의 ‘새긴 하늘’ 그 ‘산너머 하늘’-아리랑 하늘가에는 ‘무지개’가 ‘걸린다’(2수)-‘우리나라는 고래로 해뜨는 나라, 동녘 무지개 뜨는 나라가 아닌가. 역시 여행시  기행시에 버금가는 조선의 잠재력있는 시인의 민조시다. 그냥 ‘初心’으로 시인은 그 많은 기행시를 대표해서 이 民調詩  ‘初心’을 던진 것같다. 흡사 ‘나’도 이렇게 부드러운 서정적인 이미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아무튼 民調詩  ‘初心’은 이 시집의 대표적인 시의 한 편에 들어갈 수 있는 金運中의 대표작 반열에 속하는 작품으로 매우 시각 청각 후각적인 감각 심상이 폭넓은 정형시이다. 우리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맑은 심성이 이 한 편의 民調詩 가락에 고스란히 다 담겨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思無邪’-깨끗하고 순수하다.‘마음에 조금도 나쁜 일을 생각함이 없음.’(1980.1.5. 9판. 李熙昇감수 民衆 엣센스 國語辭典. 민중서관 편집국 편 民衆書林.)이다.

4.

수락산 안개비

수락산 안개비는

발을 씻은 비

부랄산 신선봉.

民調詩 ‘수락산’ 안개비’는 18자 3 4 5 6조 단수 평민조시 3행 1연이다. 이 3행1연 구조 民調를  ‘3 4/5/6.’으로만 그냥 두지 말고 1행으로 쭉 달아 쓰면 이렇게 된다. ‘수락산 안개비는 발을 씻은 비, 부랄산 신선봉.’이 된다. 읽는 맛이 다르다. 3행 1연 구성이 더 좋을까, 아니면 그냥 1행이 더 좋을까. 그건 읽는 사람 취향에 따라 다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해학과 풍자의 속내를 제대로 맛보려면 3행 1연 ‘3 4/ 5/ 6.’의 형태가 오히려 더 멋져 보일 수가 있다. 왜냐하면’발을 씻은 비,’에 ‘부랄산’에다가‘신성봉.’으로 매듭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수사에만 그친멋일까. 아니다. ‘발’이란 우선 그 단어 앞에 ‘더러운’ ‘아픈’ ‘힘든’ ‘부르튼’…. 이런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고, 목적지마다 땅을 밟고 다니다 보면, 가장 불편하고 고달픈 곳이 발이다. 그 뿐만 아니라 발바닥이 아프거나 부르트거나 희한한 냄새까지 풍기는 신체 부위다. 그 고린내나는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비가 바로 ‘수락산 안개비’인 것이다. ‘수락산 안개비’는 얼마나 깨끗한 비인가. 증발해서 연기처럼 피어난 안개비의 섬세하고도 작은 물방울비가 씻어주는 발- 그것도‘수락산 안개비’가 발을 씻어주는 것. 여기에다 이미 안개로 증발하기 전의 물이었을 때 역시 씻어준 속세의 발이 있었을 것이다. 이 물이 증발되어 안개비로 다시 내려와 발을 씻는대도 이건 엄청 신선놀음이다. 그것도‘부랄산 신선봉.’의‘수락산 안개비’일 테니까 말이다.

어디 구체적으로 수락산에 ‘부랄산’이라든가 ‘신선봉’이라는 남성 상징의 성기봉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상상이다. 아무리 기행민조시를 전문적으로 쓴다고 해도 이정도의 픽션 즉 허구는 설정하고 나서 해학 풍자를 쳐야 시인 자격이 있을 것 아닌가. 아무튼 ‘부랄산 신선봉’에 우리는 속았다. 그러나 기행 민조시도 이렇듯 허구는 있어야 한다는 뜻이 더 강하다.

5.

 셔블 碑峰

덩그런 천 년 하늘

신라의 碑峰

귀에 쟁쟁 화랑.

‘僧伽寺’ 바람소리

하늘북 친다,

비구니도 친다.

무궁새 깃털 구름

환한 웃음볼

5색꿈 설핏꽃.

‘셔블 碑峰’은 民調詩 치고도 매우  감각적으로  짜여진  3수  1편 3연 시이다.

 기행시답지 않게 섬세하게 직조돼있다. 고어도 조어도 시어群에 잘 맞게 짰다. 배치된 시어 하나하나 따로 떼어보면 더욱 재미있다.

 우선 제목의 ‘셔블’은 徐伐 서라벌à셔울: 서울의 옛말이다. ‘碑峰’은 산봉우리가 비석처럼 서있어 지은 이름이 비(석주)‘碑’에다 산봉우리(뫼)‘峰’자 였을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서울’에 비석 같은 봉우리가 섰다는 뜻인가. 대단히 비판적이고도 풍자적인 제목이다.

 거기에다‘천 년 하늘’‘덩그런’‘신라의 碑峰’을 설정함으로써 오늘의 ‘서울 비봉’은 더욱 맹랑해지는 것이다. 또 ‘귀에 쟁쟁’이란 청각을 앞세워‘화랑’을 제시하지 않는가. 신라천년 화랑의 말소리 칼날소리 아우성 갑옷소리 들이 ‘귀에 쟁쟁’인 것으로 ‘셔블 碑峰’은 역사의식 있는 깊이로 승화된다.

2째 수 “‘僧伽寺’ 바람소리”는 또 어떻고 어떨까. 5조에 가서 ‘하늘북 친다;’로 나온다. 도대체‘하늘북’이 이세상 어디 있는가. 그러나 시어로는 있다. 그러니까 ‘친다,’로 5조가 넘어가고, 6조에는 ‘비구니도 친다.’로 매듭짓는다. 남자도 아닌 여승(비구니)이 ‘하늘북’을 치는 것이다. ‘하늘’은 남성+북이다. 이 북을 비구니(女性)가 칠 때의 분위기와 맛은 어떨까.‘하늘북’이란 정말 있는 것인가. 아마도‘비구니’에게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3수째에 넘어오면 ‘무궁새’(무궁+새)도 ‘깃털구름’을 펼치고는 ‘환한 웃음볼을 짓는 것이다. 웃음+볼도 사전에는 없는 시어이다. 이처럼 ‘셔블’의 ‘碑峰’으로 인해 서라벌 ‘화랑’의 ‘하늘북’을 ‘비구니’가 치게하고 이 북소리의 ‘무궁새 깃털구름’’환한 웃음볼’은’5색꿈’으로’설핏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설핏+꽃’이란 또 무엇인가. 신라천년 북소리도‘셔블 碑峰’앞에서는 그저 한 순간의 ‘설핏꽃’일 뿐이다. 이 얼마나 함축된 역사미학과 선적인 조립인가. 여행시라도 이처럼 맑게 뽑을 수가 있다.

6.

石狗야 돌개

1.

샛바람

눈감은 입

잃어버린 귀

하늘날며 연다.

2.

돌개야

닳은 돌눈

맨몸뚱이로

물위를 걷는다.

民調詩 ‘石狗야 돌개’는 연작 2수 1편의 구조를 가졌다. 역사적인 유물을 소재로 쓴 기행민조시이다.

‘石狗’는 삼성산(서울 금천구 시흥동 산93-2. 소재)의 돌개 석상(1.7미터X0.9미터X1.0미터규격)을 말한다. 해태상으로 알려져왔다. 이곳 한우물 조사 발굴 때 남서쪽 50미터 지점 조선조 석축밑에서  ‘石狗池’라 음각된 장대석이 발견 “虎巖山 남쪽 石犬四頭를 묻어 개와 가깝게 하고자 했다. 지금 縣南 7里에 ‘四犬偶’가 있다.”(시흥 읍지 形勝條)는 기록으로 보아 ‘石狗像’이 분명하다. 특히 북향 좌상 石狗像은 이목구비도 뚜렷한 데다 발과 꼬리조차 잘 묘사돼 있어 퍽 사실적인 조각(시인의 주 참조)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역사 유물을 찾아 시를 쓴 것이다. 그것도 정형시인 民調詩로   이 다루기 힘든 소재를 소화시켜 거뜬히 한 편의 ‘石狗야 돌개’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2005년 3월 6일 삼성산의 돌개를 보고 쓴 것이다.

이러한 소재를 역사 유물 기록만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안타깝다. 우선 연작 2수 1편의 이 민조시가 작품이 돼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냥 역사 유물 발견 소재의 덜 익은 시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기행시의 성공 묘미는 바로 이런 곳에 있다. 우선 시가 발효돼 있어야 한다. ‘石狗야 돌개’는 우선 어느 정도 발효 기술에서 성공하고 있다. 3 4조로 ‘샛바람/눈감은 입’이라 했다. ‘눈’도 아닌 ‘입’이다. ‘샛바람’에 말이다. 그다음 5조가 바로 ‘잃어버린 귀’를 제시하면서 세월에 닳아버린 글귀를 세운다. 그 귀가 바로 ‘하늘날며’ 귓구멍을 ‘연다’는 6조가 승화된 묘수 아닌가.

둘째 수도 빛난다. 시인은 3조에서 ‘돌개야’라며 우선 石狗를 부드럽게 부른다. 4조에선 풍상에’닳은 돌눈’을 글로 강조해 새기고는 5 6조로 넘어가 ‘맨몸뚱이로 물위를 걷는다.’고 묘사함으로써 돌개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여기에 민조시의 묘미가 있고, 기행민조시의 성패가 달려있다. 5 6조가 그만큼 비중이 크다. 짝수와 홀수의 음양수리, 실수와 허수의5 6조는 그 민조시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으므로, 누구라도 5 6조를 부리는 데는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7.

아리랑 땅

삽사리 남새소리

묻힌 울둘목

강강수월래,

‘씻김굿 들노래’

3별초 벽파진에

뚫린 오랑국

‘용장 山城 꿈’

‘남도 석성’ 중손.

연기푼 순신 배에

막걸리 횟감

아리랑땅 진도,

거꾸로 선 하늘.

기행민조시 ‘아리랑땅은 이시집 제목으로 거둔 詩. 그러나 이 시가 이번 김시인의 기행민조시집을 대표할 만한 시는 못된다. 오히려 이 시보다는 ‘初心’ ‘수락산 안개비’ ‘셔블 碑峰’’이라든가 ‘石狗야 돌개’ ‘조문국(召文國) 얼음새’ ‘豊島 물길’ ‘閑山統營’ ‘월출산 동백 꽃’들이 훨씬 더 훤출하고 어엿하다. 시인도 ‘아리랑땅’을 시집 제목으로 잡은 것은 이 제목의 시가 다른 작품보다 더 좋아서가 나이라 이땅의 기행시 대명사처럼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아리랑’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국토의 개념인‘땅’을 덧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기행민조시집 2’로 아리랑땅’이 탄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민조시 ‘아리랑땅’은 3수 3연이다. 첫수는 ‘3 4/5/5/6.’으로 6조 중첩 민조이고, 둘째 수 역시 5조 중첩, 마지막 3수째는 ‘3 4/5/6,/6.’으로 마지막 6조 중첩이다. 6조 중첩일 때는 마지막 막음조(끝6조)만 구두점(피어리어드)을 찍고, 막음조(6조) 전에 배치된 6조는 모두 쉼표 처리를 하는 게 추임새 6조 형식에서는 호흡이 끊어지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이詩는 역사의식을 밑바탕에 깔고있는 해학 풍자 民調이다. 우선 첫수를 봐도 그렇다.’삽사리’는 삽살개다. 아리랑땅 토종개다. 이 삽사리가 부끄러운 소리(‘냄새소리’)를 한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이나 왜선이 ‘묻힌 울들목’에서 이땅 삽사리는 남새스럽다. 순신 시절의 속임수 병정놀이춤 ‘강강수월래’가 느닷 떠오르고, 그당시 바닷물에 수장된 원혼들을 달래려면 ‘씻김굿’이나 ‘들노래’ 소리가 필요하다.(1수)

고려때는 몽고에 끝까지 저항하던 항몽군의 ‘3별초 벽파진에/뚫린 오랑국’이 소재로 등장한다.’용장 山城’과 ‘남도 석성’을 쌓고 끝까지 저항하던 배중손도 떠오른다(2수). 다시 조선조 임진 왜란 때의 순신 장군 ‘연기푼’ 거북선이 떠오르고,’막걸리 횟감’에 구슬픈 진도 아리랑 앞6조를 불러들여 막음조 6조로는 이세상 하늘도‘거꾸로 선 하늘.’임을 풍자치고 해학적으로 겹쳐준다.

8.

조문국(召文國) 얼음새

불덩이 용트림에 은하강 무리

새나라 열였다.

날으던 익룡 공룡

靑石 꼬리뼈

하늘을 후린다.

구름밭 사금파리 빨간 철레이

景德王 웅굴물.

대쪽빛 동틀무렵

땅쪼던 선비

시를 읊던 조문(召文).

민조시 ‘조문국(召文國) 얼음새’는 제목부터 역사 유적지라 일반에게는 어렵다. 기행시라도 역사 기행시 일 경우 더욱 설명이 요구된다.

조문국(召文國)은 3국 시대 이전의 경북 의성 금성산성을 중심으로 태어난 옛 부족 국가의 이름이다. 부를 ‘소’(召)자의 ‘조(召)문국’을 예부터 의성사람들은 ‘소문국’이라 하지 않고 그냥 이두발음 그대로 ‘조문국’이라 한다. 이는 옛날의 하늘‘텬’이 현재의 ‘천’인 것과 마찬가지로 ‘소’나 ‘조’의 발음은 같은 소리 류이기 때문에 옛 발음 그때대로 ‘조문국’이라 불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의 ‘얼음새’는 금성산 계곡 ‘빙계 서원’이 있는 골짜기엔 겨울 따신바람이 나오는 풍혈과 여름얼음이 어는 빙혈이 골짜기 곳곳에 널려있어 영남 8경의 그곳‘얼음빙혈’ 골짜기를‘얼음새’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러니까 ‘조문국 얼음새’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겨울엔 더운 바람, 여름엔 얼음바람이 용트림해 나오는 동굴 골짜기의 산개울이 은하처럼 펼쳐진 한반도 최초의 화산 금성 산성아래 새나라(조문국)를 연 것이다(1수). 이 지역 인근에서 한국 최초로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연이어 발자국까지 발굴됐다. 그래서 ‘날으던 익룡 공룡/靑石 꼬리뼈’라는 3 4 5조가 형성된다. 6조는 ‘꼬리뼈’가 ‘하늘을 후린다.’는 것(2수). 그렇다면 옛날의 조문국 하늘과 신라(서라벌) 하늘과 현재의 이땅 하늘을 함께 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3수엔 2수에서 후릴 것 같은 하늘에 지금은 그 ‘구름밭’에서 깨진 옹기사금파리같이 ‘빨간 철레이’(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는데, 그것도 조문국 ‘景德王 웅굴물’위에서 날아다닌다는 것이다(3수). 시간과 공간의 역사미학 이미지를 대위해 상반시키고 있다.

마지막 4수째는 義城 召文國의 이렇듯 유서 같은 옛 사연을 현대까지도 선비들의 고장이란 것을 비유법으로 내세워 역사적으로 증명하려는 결론 부분의 民調인 것 같다. 반도의 동녘 洛東이니까 ‘대쪽빛 동틀무렵/땅쪼던 선비/시를 읊던 조문(召文).’이라 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안동 예천 상주 선산 군위 영천 청송을 끼고 경북 성리학지대의 중심부에서 고구마처럼 둥그렇게 자리잡은 땅이 옛 조문국 의성이다. 安東은 고려시대부터 발전한 고장이고, 그 이전은 상주의 사벌국, 의성의 조문국이 경북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지역의 나라만 기행민조시가 바로 金運中의 ‘召文國 얼음새’로 다시 살아났다.

9.

豊島 물길

황금알 벌꽃차돌

꿈꾸다 잠든 물평선 저 豊島.

태평무 곤두박질 갈매기날고

조각섬 춤춘다.

해오름 일렁인 빛

샛바람따라

하늘오른 豊島.

민조시 ‘豊島 물길’은 18자(3  4 5 6) 3수 1편 연민조시이다. 1 2수는 1수 1연 2행씩으로 형성돼 있고, 끝3수는 3행 (3/4/5/6조) 1연으로 구성돼있다. 한마디로 풍도 여행(관광) 후에 쓴 기행민조시이다.

‘황금알 별꽃차돌’은 닳고 닳은 바둑돌 같은 무늬바닷돌을 말한다. 이러한 무늬 고운 새알같은 바닷돌이 살아나 꿈꾸는 바닷가 그 잠든 ‘황금알 별꽃차돌’들이 방금 깨어나 바스락거리며 반짝이는 풍도의 저 물평선(수평선à해평선à물평선.)을 그렸다. 낡은 시어가 아닌 참신한 시어로 잘 불러내 깁을 짰다(1수).’황금알’(살색 투명한 바닷돌) ‘별꽃차돌’(오석알에 박힌 흰밥풀 같은 무늿돌)’물평선’들이 참신하고 감각적인 새맛시어다.

풍도는 조그마한 조각 같은 섬이다. 일렁이는 바닷물 위에서 춤을 추듯 붙 박혀있고, 태평무를 추는 듯한 바다 위의 풍도 풍경에 내리꽂히는 바닷갈매기, 곤두박질로 보인다(2수).

바다 위에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 즉 풍도바다의 해오름무렵의 일렁이는 하늘빛은 혹은 바닷빛은 ‘샛바람따라’ 날아오르는-‘하늘오른 豊島.’를 빚고 있다(3수).

바다위에 떠있는 섬관광답게 공간 구성과 시간 처리를 잘하고 있다. 알맞게 바다+하늘 공간에서 섬이 수직으로 떠서 일렁이고(실은 바다가), 때맞춰 동적으로 갈매기가 난다. 이때 빛도 일렁인다. 해오름이다. 샛바람에 豊島까지도 하늘(공간)로 날아오른다. 동적인 시간에 맞춰. 그러니까 정적인 民調詩가 아니라 시공간속의 폭넓은 우주 상하공간 바다위의 동적인 시간까지 입체적으로 떠올리는 기행민조시로 둔갑시켜 놓은 것이 특징이다.

10.

閑山 統營

물길도 깨끌막한

동백숲하늘,

꼬리단 매물섬.

흰벼랑 파랑물떼

박하향구멍,

가슴통 숨틔기.

기행민조시‘閑山 統營’도 섬관광 詩다. 매물섬 기행시다. 여기에 임진왜란을 떠올리는 閑山島와 당시 해군수영사령부가 있던 옛 충무의 統營市 앞바다. 그 통영앞바다의 지리 풍경과 물길 분위기를 시적인 정형그릇에다 심상그림폭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3 4 5 6조의 2수 각3행 2연으로.

한산섬 앞바다의 노량 해협이나 그 인근 바다물밭길은 ‘깨글막한’물실이다. “깨끌막한’은 ‘가파로운’이란 뜻이다. 이 가파로운 물길에 왜선들은 이순신 전술 앞에서 한없이 무너진 것이다. 한산 통영 바로 이곳이 지금은 ‘동백숲하늘’이다. 그리고 매물섬 하나가 꼬리를 달고 하늘과 바다사이에 누워있다(1수). 한산 통영을 관광하면서 옛 전장을 그려보고 있는 시이다.. 그것도 핏빛 동백숲과 시퍼런 바다 위의 희뿌연 전쟁하늘을 견주어 가면서 말이다.

 두째 수는 옛 한산섬과 통영 그리고 매물도를 떠나 엉뚱한 비유로 딴전 심상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흰벼랑 파랑물떼’라는 3 4조로 시작해 5조에서는 느닷없이 ‘박하향구멍’이 나온다. 이는‘파랑물떼’와‘흰벼랑’과 관계가 있다.‘파랑물떼’새의 그 파랑 물총새 같은 물새의 이미지도 풍기고 있어 흰 벼랑에 파인 구멍 즉 물총새 같은 물떼새의 벼랑구멍집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흰벼랑은 또한 파랑물떼새의 둥지를 튼 벼랑으로 그 새들의 오물 흔적으로도 추정할 수가 있다. 기행이란, 관광 문학이란 원래 읽는 독자몫이 그러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박하향구멍’은 곧 물총새의 흰벼랑집이다. 그 답답한 숨구멍 집은 박하냄새로 시원히 콧구멍을 틔워 줄 수 있는 것만큼의 답답한 ‘가슴통’을 시원히 틔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파랑물떼’가 나오고 ‘흰벼랑’ ‘박하향구멍’이 시어로 동원된 것이아닌가. 한산 통영앞바다 앞에서 ‘가슴통’이나 후련하게 숨통이라도 한번 크게 틔우기 위해서. 民調詩‘閑山 統營’은 그래서 시인의 가슴으로부터 정리된 언어로 불려 나온 듯 하다.

11.

월출산 동백꽃

월출산 대나무숲

보름달 뜨는.

거울바위 동백.

 民調詩 ‘월출산 동백꽃’은 단수 2연 3행 정형시다. 民調詩는 3 4 5 6조의 어느 한군데 조를 거듭치더라도 격조만 지키면 허용된다. 따라서 연과 행을 그 시의 특성에 맞게 자유 자재로 장단 가락따라 꾸밀 수가 있다. 그래서 ‘월출산 동백꽃’도 3 4 5 6조의 단수 18자로 짰지만. 2행 1연(3 4/5)에 6조를 단독 1행 1연으로 잡은 형식이 됐다. 이 2연 3행 18자로 나란히 구성됐기 때문에 훨씬 더 장단 가락 짚기에도 호흡이 맞아 떨어진다. 만약 1행으로 쭉 달아 썼다면, 운율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뜻만 살고 장단 가락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1행 달아쓰기 수법이라서 이 형식은 아주 위험한 기법이다.

 가령 ‘월출산 동백꽃’을 1행으로 이어서 써보자. ‘월출산 대나무숲 보름달 뜨는, 거울바위 동백.’이 된다. 이미지와 뜻은 살아나지만, 역시 3 4조나 5조와 6조의 장단 가락 호흡이 답답하게도 읽힌다. 그러니까 형식이 2행(3 4/5.) 1연시 6조 1행 즉 총3행 2연 구성이 이 시에 알맞은 형식처럼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

 해야 달뜨는 산기슭 대나무숲, 그것은 정보름달이 대나무숲 속에서 떠오르는 모습으로 더욱 신비스러울 것이다. 달밝은 밤 거기에 캄캄한 바위들 거울이 되어서 되 비쳐오질 않았겠는가. 보름밤 그 ’거울바위’에 어려피는 꽃봉이 바로 ‘월출산 동백꽃’이다. 붉게붉게 피는 동백꽃, 대나무숲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는 月出山 기슭의 동백꽃이 입술을 붉게 벌리는 달밤인 것이다. 고요한 달밤 보름달 뜨는 대나무 숲의 밤에, 어리어오는 만상의 정적이란 과연 어떤 세계의 경지 일까. 이 시속에서는 정적인 세계와 동적인 세계가 공감 합일된 부처의 해탈경지까지 갈 수 있는 모든 감각이 꽃봉오리로 맺혀 피기 직전까지의 순간이 저장되어있다. ‘거울바위’ 속에 한 송이의 붉은‘동백꽃’으로.

12.

‘茶山艸堂’에서

1.

댓잎길 샛바람에

오른 산비알

확 트인 강진벌.

2.

갯바람 불어올까, 흑산도 기별,

한양하늘 열린.

 다산 정약용의 귀양지인 강진에 가면 그의 외가곳 마을 산기슭에 ‘茶山 艸堂’이 서있다. 그곳 뒷산 이름이 茶山이다. 그 산에서 귀양사는 그의 호도 무릇 茶山이 됐다. 결국 茶山이 거처하던 우거가 ‘茶山艸堂’이 될 수 밖에 없지않은가. 사실은 ‘다산’(茶山)이 아니라 순 우리말로 하자면 ‘차산’(茶山)이 돼야 하고, 차산이라 불러도 마땅한 노릇이다.

 그곳 ‘다산 초당’에서는 ‘확 트인 강진벌’이 훤히 바라보인다. 먼바다까지, 그너머 한바다까지도 보인다. ‘댓잎길 샛바람에/오른 산비알’에 이르면 눈앞이 환히 트여오기도 한다. 이지경 풍물까지가 첫수의 풍경이다.

 두째 수는 ‘기다림’이다. ‘갯바람 불어올까’의 3 4조에 희소식을 넌짓 기다린다. 저 멀리 흑산도에 귀양간 ‘님’의 소식도 기다려진다. 또한 ‘한양하늘’아래의 조정에서 행여나 희소식이 있을까 싶어서도 기다려진다. 그래서 ‘기다림’의 둘째 수에는 ‘열림’의 대궐하늘아래에서 하늘까지 열어놓고 좋은 한양기별을 기다리면서 ‘갯바람 불어올까’에 부쳐서라도 기대해보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 시인은 차산(茶山)에서 열려있는 공간, 희망이 있는 트인 공간을 받들어 열리기만을 상상해 본 것이다.

13.

강마을 사람

물안개

피는가람

새벽을 연다,

으스름 논둑길.

3 4 5 6조 정형 民調詩가 가장 손쉽게 취할 수 있는 형식이 있다면, 가령 ‘강마을 사람’처럼 수 놓인 ‘3/4/5/6.’ 4행 1연일 것이다. 3 4 5 6조 마디마다 분리해 한 조씩 한 행을 배치시켜 쉽게 4행을 만든다면, 이는 언뜻 보아도 起 承 轉 結 같은 느낌이 든다.

위의 도입부 3조가 ‘起 ’에 해당한다면 ‘물안개’라는 명사가 그럴 수밖에 없다. 이걸 ‘기’라고 하자, 그 다음 행인 ‘피는 가람’이 ‘承’에 해당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물안개’가 있으면, 그 안개가 피어 오르는 가람도 있기 마련이니까,‘승’에 버금갈 수가 있다. ‘승’은 起立으로 일받혀서(‘起’) 이어주는 이음대목(‘承’)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轉’이다. 뜻을 돌려 일받아서 이어준 다음에는 꺾어지는 뺑돌이 ‘전’에 해당한 5조이다. 5조의 돌려꺽음조 다음엔 결론조인 ‘結’의 6조가 온다. 바로 ‘으스름 논둑길.’이다.

3 4 5 6조가 전통적인 구태 의연한 起 承 轉 結이 아니라 해도 좋다. 또한 이런 것이 아니게 형식을 취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3 4 5 6이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장단 가락 호흡으로 엮어지는 데는 할 말이 따로 없다.

꼭 기 승 전 결을 취해야 民調詩가 된다고는 못박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그정도의 여유스러움은 있어야 쓰는 이마다 개성을 융통성있게 부릴 수 있지않겠는가 해서다.

‘물안개/피는 가람’이 ‘새벽을’열면,’으스름 논둑길.’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강마을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논둑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이 순리가 바로 기 승 전 결의 희망스런 ‘결론(結)’지점이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民調詩도 그 형색이 기 승 전 결이 아니라고는 할 수가 없다. 이두‘향가’나 ‘여요’ ‘시가’ ‘가사’ ‘시조’기타 고전의 문학 형식 중 장점이란 장점은 모조리 다 흡수한 것이 民調詩란 정형시이니까 하는 말이다. 그 장단에서나, 그 가락에서나, 그 호흡에서, 그 내용형식에 있어서도 그 어느 하나 만상의 律呂아닌 것이 없을 정도이다. 森羅萬象이라 해도 다 그렇거나 그런거다.

14.

울어울어 大成山

산새들 울어울어

들리는가,

백골함성들,

산을 묻은 하늘,

울어울어울어,

삐삐줄

눈초리,

가랑잎 태운다.

山行에서 시인은 大成山을 만나 山行詩를 쓴다. 그것도 ‘울어울어’를 제목에서부터 추임새를 넣어가면서 옛 비극의 전장 대성산을 쓴다. 625 전쟁 때 피아간 치열했던 그 공방전의 대성산 전투- 여기서 희생된 젊음은 피아간을 불문하고 그 얼마였던가.

‘산새들이 울어울어/들리는가,’그때 쓰러진 그 ‘백골’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가. 하도 기가 막혀 ‘산을 묻은 하늘’이다. ‘삐삐줄’.울어울어울어,’ ‘산을 묻은 하늘’이다. 그새들의 눈초리, 울음의 눈초리, ‘산을 묻은 하늘’아래 ‘백골함성들,’로 ‘가랑잎’을 ‘태운다.’는 大成山이다. 산새들의 울음도 다 태우겠다.

산행시에서 산새의 울음소리를 빗겨 옛날 전쟁 비극의 대성산을 떠올렸다. 지금도 그 새 울음소리의 ‘삐삐줄/눈초리’는 ‘울어울어울어’. ‘가랑잎 태운다.’는 비극 산천을 시인은 기행시로 읊었다.

이렇듯 기행민조시는 거침없이 강이나 산이나를 막론하고 그 무슨 소재이든 낯가리지 않고서도 자연스레 흘러나오게 되는 형식이다. 民調는 바로 우리 민족의 정통 맥을 짚어주는 장단 가락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民調 3 4 5 6조의 장단가락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우리들의 호흡으로도 느낄 수가 있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가락과 장단은 잘 아울러 형상화시키면 그것이 곧 바로 民調詩가 될 수 있다는 잇점이 그렇다.

우리들의 어깨춤사위에서, 우리들의 콧노래 속에서, 우리들의 가슴울렁에서, 우리들의 희로애락 모든 8등신 육신과 4단76정 마음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은 저절로 심기에 베어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낯이 익은 律呂가  아닌가. 만상이 모두 소리내돌아가며 움직여 동해야만 곧 그것이 律呂인가. 율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가장 먼 곳에 이르기까지 그 소리와 그 음양 운행의 움직이는 모습으로 그 순리에 따라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大成山의 ‘백골함성들,’도 본디 ‘산을 묻은 하늘,’로 律呂하여 밤낮 ‘삐삐줄’‘삐삐줄’ ‘가랑잎 태’우듯 울고 우는 律呂 그것이다.

15.

金運中의 두 번째 기행민조시집 ‘아리랑땅’을 기본으로 해서 기행민조시를 눈여겨가며 펼쳐보았다. 본격적인 이땅 기행민조시는 金運中이 처음으로 끈질기게 시도해 보는 것임을 증명하고 싶다. 그 성공 여부 이전에 이런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면서도 그에 따른 이론을 새삼스레 제시해 본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체 청소년시 ‘海에게서 少年에게’. 육당 최남선에 의해 처음 쓰여진 이후 곧이어 현대 자유시가 개척됐고 고시조에서 근대 현대 시조가 불과 몇 명의 시인에 의해 개발됐으며,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전통을 세워 民調詩가 뒤늦게나마 탄생한 것이 저간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民調詩 탄생이래 향가 가사 판소리..들도 민족 정형시로 개발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필자 또한 감지해 보고 나서, ‘아지매법’(‘阿知め 法’)에 따라 혈통을 이어온 신라 이두의 뿌리 民調詩에도 근년들어 기행민조 발달 과정을 金運中의 民調에서 찾아 나서게 된 것도 이 글이 단초가 된다.

시인의 첫 기행민조시집 ‘地球行’은 그 속에 국내행과 국외행의 작품이 동반 공존하고 있으나, 이번 제2기행민조시집은 다음 기회에 상재될 것을 전제로 해서 나라안 기행 민조만 4백99수(총 1백30편)를 대해보고 나서 그 중 ‘初心’외 12편을 골라 선보듯 고이 보살펴 보며 그 성질을 다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첫 민조시집 ‘地球行’의 품결도 기행민조시집임을 물론 천명했고, 기행시를 본격적으로 쓴 民調詩人도 기실은 시인밖에 없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시 民調詩의 기본이론과 함께 民調詩의 색다른 종류도 재삼 책상위에 올려놓고 펼쳐보았다.

그의 民調詩論을 객관적으로 깊이 갈기 위해 新 毫의 평설‘地球行’‘시집해설’에서 ‘地球村/한 食率들/함께 살 中庸/일깨운 觀光詩’를 길게 인용해가며 나름대로‘紀行民調詩論’을 새삼 수 놓아보았다. 그리고‘아리랑땅’의 작품에서도 그의 紀行民調詩의 성품을 해설과 함께 民調詩論이 성립되게 시도해보았다.

이 글속에서도 여러가지 民調詩에 대한 紀行民調詩의 평가색깔도 나름대로 내려 볼 수 있어 기뻤다. 金運中이란 사실은 굳게 새로이 밝히게 된 점 큰 수확으로 여기며 기쁘게 필을 거둔다.

-한기10946(단기4342:공기2560:불기2553:서기2009). 한겨울‘自由文學’에서.

[ok팔방金運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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