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英陽郡)은 오지중의 오지이다. 한 때 봉화·영양·청송을 아울러 ‘대한민국 BYC’라는 대명사가 붙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만연하는 세상으로 바뀌자 이들 오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청정지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로 숨 막히는 도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 때문이다.
영양군은 경북 동북부에 있는 군으로 군 전체 인구가 읍 설치 기준에도 못 미친다. 울릉군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이다. 고추, 잎담배, 천궁, 천마 등을 생산하는 낙후지역이다.
『영양읍지』에 의하면 “이곳 교통이 불편하고 흉년이 잦아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목숨을 이을 때가 많았으나, 조선 숙종 때 현이 부활되었다. 그 후 이웃인 안동과 예안의 유학에 영향을 받아 점차 글을 숭상하게 되었고, 주민의 성질이 착하면서도 인내력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대에 타관에서 영양에 들어오면 돈을 벌 수 있으나 당대에 다시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근거 없는 말이 돌기도 하였다.
봉화군 경계에는 일월산과 오십봉, 주산, 수산 등 높은 산들이 펼쳐져 있어 영양에서 울진으로 가려면 여러 산을 넘어야 하였다. 그중 백암산(白岩山)을 넘어 동해로 가는 고개 이름이 울릿재였다. 봄, 가을마다 곡식을 관청에 바치려고 넘어갈 때 고갯길에 도사리고 있던 호랑이와 도둑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연유로 울면서 넘어갔기 때문에 울릿재 또는 읍령(泣嶺)으로 불렸다.
영양군 청기면 청기리에서 영양읍 서부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예우름재는 행곡령 또는 여림현이라고 하는 해발 579미터의 고개다. 조선시대에 청기고을 사람들이 영해부로 부역하러 다닐 때 너무 험준해서 넘어다니기 어려우므로 그 괴로움을 한탄하며 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의 눈을 피해 숨어 지냈다거나,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혹은 조선시대에 관군을 피해 숨어 살던 곳을 오지로 표현하지만 영양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수비면 끝자락의 오무마을 사람 하나가 설렁설렁 장 보러 나왔다가 한국전쟁이 터진 사실을 알게 됐단다. 이전까지는 전쟁 난 것도 모르고 지냈다는 뜻이다.
최근 영양군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청정인데 이중에서 자작나무, 별들을 볼 수 있는 밤 하늘 그리고 반딧불이이다. 모두 청정한 오지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핫 플레이스’가 된 수비면 죽파리가 그곳이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아주 넓다. 검마산의 능선 두엇이 자작나무 일색이다. 숲의 면적은 발표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다. 영양군에서 ‘자작나무숲 권역 관광자원화 계획’에 포함시킨 면적은 약 31ha다. 산자락에 축구장 40개 크기 정도의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숲은 1993년에 조성됐다. 이 일대가 솔잎혹파리 공격을 받아 황폐화되자 대안으로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 덕에 나이(평균수령 30년)도, 크기(평균 높이 20m)도 비슷한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게 됐다.
자작나무 숲은 차분하면서도 화사하다. ‘자작자작’한 하얀 수피와 ‘초록초록’한 이파리들이 동화 속 세계를 펼쳐 놓았다. 숲에 들면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다. 그러니 한 통신사의 광고 카피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 두셔도 좋겠”다.
영양 자작나무숲 | 카카오맵 (kakao.com)
자작나무 숲에서 수하계곡 쪽으로 가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나온다.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은밤’(Silver Night) 등급을 받은 곳이다. 사막처럼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투명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오래전 표현 방식으로는 ‘별들의 고향’쯤 되려나.
이 일대는 빛 공해가 거의 없다. 모든 조명들은 낮게 땅을 비추고 가로등의 조도도 현저히 낮다. 그 덕에 은하수, 유성 등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의 쇼를 관측할 수 있다. 여름철은 은하수의 시간이다. 뜨는 시간이 빨라져 관측하기가 한결 편해진다. 밤하늘보호공원 가운데엔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우리 은하계 행성은 물론 멀리 심연의 ‘딥 스카이’까지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갖췄다. 장비 없이, 그저 근처 풀밭에 누워 봐도 된다. 천문대의 박찬 연구원은 “사실 별은 맨눈으로 관찰 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 카카오맵 (kakao.com)
날이 흐려 별들을 볼 수 없을 때는 반딧불이를 보면 된다. ‘형설지공’의 주인공이자, ‘개똥벌레’라는 애칭으로 흔히 불리는 녀석이다. 단언컨대 반딧불이는 인공의 빛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단 ‘1’의 소리도 없이 연둣빛 불빛을 반짝이며 제 반쪽을 찾아 비행하는 녀석의 모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만큼 서정적이다.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가 널리 알려진 반딧불이 관찰 ‘포인트’다. 천문대 바로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