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대장간의 유혹</P>
<P> - 김광규-</P>
<P>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BR>한꺼번에 싸게 사서<BR>마구 쓰다가<BR>망가지면 내다 버리는<BR>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BR>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BR>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BR>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BR>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BR>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BR>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BR>모루 위에서 벼리고<BR>숫돌에 갈아<BR>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BR>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BR>꼬부랑 호미가 되어<BR>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BR>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BR>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이<BR>온통 부끄러워지고<BR>직지사 해우소<BR>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BR>똥덩이처럼 느껴질 때<BR>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BR>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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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남편이 대장간 있는 시장에만 가면 무쇠칼을 사오곤 하는데 <BR>이 시를 읽고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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