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시장점유율 42.7%, <친구>를 포함 5편의 한국영화가 1∼5위 석권, 극장 상영매출은 전해 대비 52% 상승. ‘폭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2001년 한국영화의 파워 분출은 참으로 경이로웠고, 이 추세는 해를 넘겨서도 시들 줄 모르고 의연하다.
<씨네21>은 매년 창간 기념으로 ‘한국의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인물 50인’을 선정해왔고, 올해 결과를 보면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년간 단순한 판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만은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여져서도 안 된다. 스탭의 처우개선,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등 한국영화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파워50’은, 그 무거운 소임을 앞서 맡을 일꾼들을 선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문은 관련인사 98인에게 의뢰했고, 외유중이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마감시간 내 회신지를 보내지 못한 이들을 뺀 80명의 응답을 집계했다. 순위별 추천횟수에 배점을 곱해 점수를 산출했으며, 점수가 같을 경우 지명횟수가 많은 사람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설문 대상자에게는 아래의 선정원칙과 부문별 주요인사 명단을 참고로 제시했다. 편집자
선정원칙
1) 한국영화산업의 바탕이 되는 제작·투자·배급·극장·정책·비평은 물론 감독·배우·스탭 등 모든 영화 관련 부문을 종합해 영향력이 큰 인물을 선정한다. 단순한 호감이나 지명도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성과와 공적에 근거한 산업적인 기여도와 영향력을 평가한다.
2) 급속하게 진행되는 영화계와 금융권 벤처산업쪽과의 제휴와 자본 유입, 영화계 내부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 등 판도 재편,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내놓은 영화진흥정책 등 영화계 안팎의 동향을 종합해 영향력을 따진다.
3) 특정 부문의 단발성 공적보다는 총체적인 흐름 속에서 영향력을 평가하고 지금까지의 활동에 근거, 앞으로의 가능성을 비중있게 반영한다.
4) 같은 부문에 비슷한 업적이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복수일 경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정한다. 선정대상자는 2001년부터 2002년 사이에 활동 이력이 있어야 하며, 잠재 활동력이 있는 사람도 인정한다.
1 강우석
시네마서비스 회장·감독 1위
“올해도 1위”라는 말에 그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유의 자신감이 덧붙여진 이런 반응에 ‘겸손’을 주문하는 건 어리석다. 그런 공격적인 태도야말로 그를 부동의 파워맨으로 만든 힘이 아닌가. 사실 올해 강우석 감독의 1위 수성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3년 만에 내놓은 영화 <공공의 적>이 1분기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이 되면서 사업가 강우석 못지않은 감독 강우석의 파워도 입증됐다. 연출을 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섰지만 시네마서비스의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 시네마서비스는 지난해 배급사 가운데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올해 로커스홀딩스와 합병함으로써 좀더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인들이 인정해준다면 뭔가 새로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저 영화사에 걸맞은 스튜디오로서 아트서비스를 설립, 5월에 착공될 예정이고 로커스홀딩스의 자금동원력을 빌려 멀티플렉스 건설경쟁에도 뛰어들 계획. 시네마서비스가 극장사업에 본격 진출하면 CGV, 메가박스, 롯데 3파전으로 진행중인 멀티플렉스간 경쟁은 소프트웨어 싸움이 주요 변수가 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강우석의 꿈은 여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펼칠 사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영화인력 양성을 꼽는다.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 등을 공개모집해 일종의 영화아카데미를 만든다는 계획. “돈과 상관없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그 핵심이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로 올해 5월 말이면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지나온 1년 2001년 시네마서비스는 23편을 개봉시켜, 서울 관객만 800만명 가까이 동원했다. 배급사별 점유율로 따지면 22.6%. 올해 1분기에도 <반지의 제왕>과 <공공의 적>이 흥행 1, 2위를 차지, 변함없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공공의 적>을 강우석 최고의 코미디로 인정한다면 2002년은 강우석 생애 최고의 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앞으로 1년 콜럼비아 본사가 직접투자하는 <실미도>는 현재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콜럼비아는 제작비를 500만달러로 잡고 있으나 강우석 감독은 1천만달러를 예상, 그중 절반을 시네마서비스가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 극장사업, 영화인력 양성 등 새로 시작하는 사업도 많다. 최근 <소림축구>를 보고 주성치의 재능에 감탄, 주성치의 다음 영화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2 이강복
CJ엔터테인먼트 대표 2위
시네마서비스와 더불어 양대 메이저로 자리잡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5일 영화사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그만큼 안정된 자본구조를 갖춘 회사라고 보면 된다. CJ가 탄탄한 회사로 자리잡은 데는 CGV의 놀라운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CJ의 수익구조에서도 CGV의 몫이 가장 크다. 영화 개봉 때마다 주가변동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이강복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영화 한편에 일희일비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2000년 배급사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코스닥 등록에 집중한 지난해에는 시네마서비스에 다소 밀렸다. 그는 올해 “한국영화 15편, 외화 15편 정도를 배급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매년 이 정도 배급편수를 유지하기 위한 복안으로 제작사들과 제휴도 급속히 이뤄졌다. 명필름, NABI픽처스, 영화사 봄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튜브엔터테인먼트 영화들도 배급하기로 했다. 최근 튜브와 합병계약을 추진하다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강복 대표는 “전략적인 제휴관계는 계속 모색중”이라고 말한다.
지나온 1년 코스닥 등록에 전념한 한해였지만 <공동경비구역 JSA>와 <글래디에이터>가 효자노릇을 한 2000년부터 가속이 붙은 회사의 성장은 계속됐다. 2001년 매출액은 약 640억원이며 순수익이 약 87억원. 올해 1분기에는 <뷰티풀 마인드> <나쁜 남자> <두사부일체>가 선전했으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와 <복수는 나의 것>은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집으로…>의 승승장구가 돋보인다.
앞으로 1년 한국영화 가운데 <후아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드림웍스 외화 가운데 성룡의 <턱시도>,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이 크게 터질 것으로 기대하는 영화들이다.
3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3위
“3위? 실적이 안 좋은데 무슨….” 3위 자리를 놓지지 않은 걸 차승재 대표는 뜻밖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무사>와 <화산고>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친 반응을 얻었고, 올해도 현재까지 별다른 ‘재기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싸이더스의 형편을 생각해보면, 그의 3위 수성은 그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다들 우리 영화가 망했다고 하는데, 밑진 건 없고 거의 본전은 맞췄다. 본전영화사로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농담을 던지는 그지만 복잡한 속내만큼은 숨기지 못한다. 그동안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아왔던 흥행감각과 완성도에 대한 주변의 의심과 투자사 아이픽처스의 저조한 수익률, 싸이더스의 분리 등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탓이다. 프로듀서 복귀라는 그의 결단은, 그동안 내실보다 확장만을 추구했다는 비판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공하든 못하든, 그에게 올해는 배수의 진을 친 ‘응전’의 나날이 될 전망이다.
지나온 1년 못내 아쉬운 한해였다. 그래도 <무사> <화산고>에서 손해를 보진 않았다. 정신차리고 만들어야겠다는 자책을 하게 하는 시기였다.
앞으로 1년 그동안 20편 이상을 제작했으니, 올해라고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열심히 한다는 것뿐이다. 어쨌건 세상이 하도 변하니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부의 큰 변화도 이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노필름 시절 이후 처음으로 프로듀서에 복귀한다. 해외쪽 파트너와 함께하는 김태균 감독의 <낙화유수>,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을 위해 뛰겠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김영빈 감독의 <발해>도 기대된다.
4 심재명
명필름 대표 4위
“바빴다, 그리고 힘들었다.” <접속>부터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타고난 평형감각으로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 봄날을 구가했던 ‘제작명가’ 명필름에 지난 일년은 <후아유> <욕망> 등을 준비했던 ‘바쁜’ 시기였음과 동시에 <와이키키 브라더스> <버스, 정류장> 등의 흥행저조를 떠안아야 했던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기획과 마케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명필름의 감각이 둔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 하지만 심재명 대표는 “가장 진지하게 명필름의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것처럼 해나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의 영화들도 변함없는 자세로 제작할 것이라는 뚝심을 내비쳤다. 송강호, 김혜수 등의 스타파워와 함께 ‘구한말의 최초 야구단’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뒷받침된 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으며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정지영 감독이 연출하는 중국 올 로케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준비중이다.
지나온 1년 명필름 역사상 가장 바빴던 한해. 사업적인 측면으로 회사가 새 사옥으로 이전했고 디엔딩닷컴, e픽처스 등의 자회사가 설립되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버스, 정류장> 등의 개봉영화와 제작중인 영화까지 합치면 총 5편 정도를 아우르는 한해였다.
앞으로 1년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의 한해가 될 듯. 5월에 개봉하는 자회사인 디엔딩닷컴의 창립작 <후아유>나 추석에 개봉하는 처럼 상업적인 목표를 분명히 하고 진행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리랑>이나 <욕망>처럼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작품도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임상수 감독의 <마지막 연애의 상상>(가제)이 촬영에 들어간다.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논리와 관객의 취향변화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은 늘 안고 있다.
5 김동주
코리아픽처스 대표 21위
<친구>의 흥행신화가 <챔피언>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김동주 대표의 선구안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결코 메이저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코리아픽처스의 정체성 또한 신뢰감을 더하는 요소일 것이다. 지난해 코리아픽처스는 <친구>와 <조폭 마누라>로 서울 관객 4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난 성공인 셈. 영화계 바깥에서도 성과가 컸다. 지금까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간 사람은 약 20만명. 공연으로서 최고 관객동원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나온 1년 누가 뭐래도 ‘<친구>의 해’였다. 하지만 “다 잊고 새로 출발하겠다”는 것이 김동주 대표의 말.
앞으로 1년 한국영화는 <일단 뛰어> <챔피언> <연애소설> <굳세어라 금순아> <해안선> <밑줄긋는 남자> 등 대기중. 외화는 마틴 스코시즈의 <갱스 오브 뉴욕>,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등이 있다.
6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12위
김동호 위원장은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하나. 올해의 경우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야 하는 그는 정말로 ‘세계를 마당삼아’ 곳곳을 누비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이 10위 안으로 진입한 것은 ‘한국영화계의 얼굴마담’이라는 평처럼, 세계영화계에서 갈수록 상승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위상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듯하다. 이와 함께 부산영화제의 위상 또한 갈수록 올라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베를린에서 열린 ‘영화제의 정상회의’에 베를린, 베니스, 토론토영화제 등의 집행위원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에 2월 베를린영화제 이후 지금까지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는 그는, 대신 폭탄주를 ‘제조’만 하고 있다.
지나온 1년 부산영화제를 어느 해보다도 잘 정착시켰다. 위상도 많이 올라가 영화제의 정상회의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이같은 흐름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된 해이기도 하다.
앞으로 1년 부산영화제의 내실을 다지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해외도 바쁘게 다녀야 한다. 올해도 이미 영화제와 관련해 북한, 샌프란시스코, 로테르담, 파리, 베를린, 도빌, 싱가포르를 다녀왔고 칸, 시애틀, 요코하마, 인도, 로카르노, 베니스, 산 세바스찬, 후쿠오카, 도쿄에 가야 한다.
7 신철
신씨네 대표 32위
지난해 서울 관객 176만5100명을 기록, 흥행 2위에 오른 <엽기적인 그녀>로 다시 한번 흥행사의 솜씨를 보여준 기획 프로듀서 1세대의 맏형. 제작에서 개봉까지 몸살을 앓았던 <거짓말> 이후 제작한 <교도소 월드컵>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32위를 기록했으나 단숨에 7위로 복귀했다. 언제 큰 거 한방이 터질지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근거있는 저력의 소유자이다.
지나온 1년 <엽기적인 그녀>로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을 구축할 토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1년 이소룡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부활시켜 실사영화로 찍는 이소룡 프로젝트가 2004년 개봉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이 영화에는 일본과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자될 예정이며 제작비 예산을 7천만달러 이상으로 잡고 있다. 다시 만드는 <로보트태권V>와 SF영화 <회중도시>도 진행중이다.
8 곽경택
영화감독 45위
800만의 신화를 이룩한 <친구>의 기록적인 흥행과 함께 지난해 45위로 첫 진입했던 곽경택 감독이 올해는 가뿐히 10위권 안으로 진출했다. <친구>의 흥행여파가 남아 있기도 하지만 이는 6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유오성 주연의 <챔피언>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방증하는 듯. <챔피언>의 제작을 앞두고 <억수탕> <친구> 등에 출연하기도 했던 오랜 ‘친구’ 양중경을 대표로 하는 제작사 ‘진인사’를 설립했다.
지나온 1년 <친구>의 흥행 이후 개인적인 위치가 급격히 변해서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챔피언> 촬영은 90% 정도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1년 비즈니스 마인드를 최대한 버리고 연출자로 자리매김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6월 말 <챔피언>이 개봉하고 나면 올해 안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작품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진인사’를 차렸던 제작자로서가 아니라 연출자다운 결정이 될 거다. 여담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제의가 너무 많았다. 제발 영화감독을 영화감독으로만 남겨뒀으면 좋겠다. 감독으로서의 본업에만 충실하고 싶다.
9 강제규
감독 5위
별별 흉흉한 소문에 시달렸다. 큰손이 빠져나가 돈줄이 곧 마를 것 같다, 조만간 정리하고 몸집을 줄인다더라. 강제규필름을 향한 시선들은 곱지 않았다. <단적비연수> 이후 1년 동안 내놓은 작품은 <베사메무쵸> 딱 1편. 실속이 없다는 비난이 계속됐다. 그럴수록 언제쯤 그가 직접 메가폰을 들 것이냐는 궁금증은 커져갔다. 그의 X파일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대표직을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의 최진화 현 대표에게 내놓고 2선으로 물러서면서부터. 이후 SF영화, 칭기즈칸 등 3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고, 결국 다음 연출작으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를 택했다. 이른바 ‘W프로젝트’다. 시나리오 마무리가 남았지만, 스탭과 배우 캐스팅은 일찌감치 별도로 진행중이다.
지나온 1년 개봉대기중인 <오버 더 레인보우>나 촬영중인 <블루>의 제작 일정을 체크하면서 보냈다. 또 감독 본업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고, 3편의 시나리오를 각기 다른 작가들과 함께 준비했다.
앞으로 1년 최종 시나리오는 5월 말이나 6월 중순쯤 나올 테고, 10월 정도에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전쟁이라는 과거의 극단적 상황을 통해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비추는 영화다.
10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48위
무려 38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선물> <신라의 달밤> 2편을 내놓으며, 전국관객 570만명을 불러들인 것이 추천인들로부터 고루 지지를 얻은 이유. 특히 <신라의 달밤>의 경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몰리는 초여름에 개봉, 매주 박스오피스에서 밀리지 않고 뒷심을 발휘한 것이 영화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흥행사’, ‘트렌드의 첨병’, ‘제2의 강우석’이라는 짤막한 촌평들이 말해주듯, “승부욕 강하고 순발력 뛰어난” 제작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장규성 감독의 <재밌는 영화> 2편을 내놓았으나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은 편. 그러나 본인은 류승완 감독 덕에 “코미디영화만 만드는 제작사라는 오해를 씻었고”, 장규성 감독 덕에 “본격 패러디영화를 최초로 만든 제작자가 됐다”며 두 감독을 붙잡고 차기작 시나리오를 채근중이다. 변영주 감독의 <밀애>, 청년필름과 공동제작하는 김용균 감독의 <신데렐라> 등 젊고 재능있는 감독들의 작품이 뒤이어 포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 듯.
지나온 1년 <신라의 달밤>으로 돈 벌었고, <피도 눈물도 없이> <재밌는 영화>로 사람 얻었다.
앞으로 1년 <밀애>는 변영주 감독을 믿고 가는 프로젝트라 마음이 놓인다. 캐스팅도 풀려가고 있고, ‘격정멜로’라는 컨셉에 딱 들어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옆에서 도울 예정.
11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6
지난해 배급계 1위를 노리다 좌초하고 만 김승범 대표는 최근 한시름 놓았다.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향방을 놓고 지루하게 벌여왔던 논의를 일단락지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배급을 포기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자회사 튜브픽처스가 만든 <집으로…>의 성공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내츄럴 시티> 등 투자작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의 열매를 거둬들이게 될 올해는 그에게 튜브의 위상과 조직,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한해이기도 하다.
지나온 1년 자금난이 있었고, 사업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직원들과 헤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옥 같은 한해였다.
앞으로 1년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생각이다. 큰 영화에 연연하지 않고 <집으로…> 같은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자숙하는 1년이 될 것 같다.
12 김정상
시네마서비스 사장 46위
강우석 감독과 더불어 시네마서비스를 움직이는 두축. 2000년에 20세기 폭스 한국지사장을 그만두고 시네마서비스로 옮겨와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만드는 데 힘썼다. 주식스와핑부터 시작해 로커스홀딩스와 합병작업을 추진했다. “한편한편 흥행에 일희일비하는 구조를 탈피, 유관사업을 결합시켜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힘썼다”는 것이 지난 1년에 대한 자체 평가. 제작투자가 강우석 감독의 몫이라면 시네마서비스의 그외 모든 업무는 김정상 사장의 결재로 이뤄진다.
지나온 1년 로커스홀딩스와 합병, 안정적인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1년 멀티플렉스 사업 신규 진출, 아트서비스에서 준비중인 스튜디오는 내년 완공 예정.
13 문성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배우 8위
영화정책 분야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파워맨. “특유의 열정으로 영화계 개혁운동을 넘어 유권자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는 한 추천인의 촌평처럼, 지난해에는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국민경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왕성한 실천력, 무엇보다 ‘역사’를 고민하며 해마다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에 대한 영화인들의 신뢰는 여전하다. 바쁜 일정 때문에 뒤늦게 알았지만, 그는 최근 문화관광부의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변경 승인은 정부가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영화인들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온 1년 <질투는 나의 힘>을 찍었다. <오! 수정> 이후 2년 만에 본업인 배우로 잠깐 돌아온 셈이다. 이후 세 작품 정도 출연 계획이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의 국민경선을 돕게 되면서 양해를 구하고 결국 빠지게 됐다.
앞으로 1년 일단은 일산 집에서 칩거할 계획이다. 작품도 하고, 영화계 심부름도 하고, 민주화 투쟁의 차원에서 떠맡은 일도 있고, 이 세 가지를 버무려놨더니 좀 복잡하다.
14 임권택
영화감독 17위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있어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취화선>으로 2회 연속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아직도 세계영화계의 최전선을 누비고 다닌다.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서 수십년 동안 갈고 닦은 장인의 솜씨를 발휘해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영화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그는 한국영화계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만날 사극만 할 순 없으니 다른 배경의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임 감독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꿈을 거듭 만들어가는 진정한 ‘영화청년’이다.
지난온 1년 <취화선> 때문에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고마운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성원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칸 경쟁 부문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런 분들에게 면목없는 일이 될 뻔했다.
앞으로 1년 올 한해는 <취화선> 뒤치다꺼리하느라 다 보낼 것 같다. 벌써 세계적인 배급사들이 관심을 갖는 모양인데, 영화가 해외에 팔려나가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그쪽에서 영화제에 내보낸다. 그러면 감독은 도리없이 쫓아다녀야 하므로 그 치다꺼리를 해야 할 것이다.
15 박동호
CGV 대표 NEW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강변11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극장체인을 만들고 있다. 제일제당 기획실, 육가공본부, 멀티미디어사업부를 거쳐 2000년 8월부터 CGV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CGV 체인이 동원한 관객 수만 약 1370만명, 매출액으로 약 920억원이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가 뒤쫓고 있지만 일찌감치 요지를 점령한 CGV의 속도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머지않아 안양, 불광동, 용산, 청량리, 창동, 일산 등에도 CGV체인이 생길 예정이며 올해 CGV 전국체인이 동원할 예상관객 수만 1700만명에 달한다.
지나온 1년 지난해 명동 5개관, 부산 남포 2개관, 대전 9개관 등을 오픈했고 올 1월 구로에 10개관을 열었다. CGV강변11은 10억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실시했다.
앞으로 1년 8월 말 목동에 7개관, 12월 말에 수원에 8개관을 오픈할 계획.
16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10위
“나, 정말 은퇴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극장협회 회장 직함까지 내놓았으니, 이제 아무것도 쥔 것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1주일에도 몇번씩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극장 라인을 점검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다. 순위가 다소 하락했지만, 올해도 배급·극장 업계 추천인들은 그의 영향력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그의 최대 무기는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판을 읽고 대처하는 비즈니스 감각.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게 그를 주위에서 지켜본 이들의 전언이다. 스스로 “극장은 사양산업이고, 40년 한길 걷다보니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종로통 서울극장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나온 1년 부산 대영시네마 6관을 9개관으로 늘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사세확장이 아니라 일종의 관객을 위한 서비스임을 강조.
앞으로 1년 5월부터 현재 7개인 서울극장 바로 옆 부지에 3개 스크린 규모의 극장을 증축한다. 좌석 수는 그리 많지 않고 관당 200석 규모가 될 듯.
17 이춘연
씨네2000 대표·(사)영화인회의 이사장 15위
지난해 대종상 사태가 빚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백의종군했지만, 이후 젊고 부지런한 영화인들을 끌어들여 조직을 짜임새있게 재정비하고, 영화계 대소사에 팔을 겉어붙이고 앞장서 나선 것이 득표의 근거다. <인터뷰> 이후 한동안 제작하는 영화가 없다가, 올해에만 <서프라이즈><중독> 등 그동안 꼭꼭 쟁여둔 아이디어를 연이어 영화화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몫한 듯 보인다. 씨네2000이 올해에만 크랭크인하는 작품은 이를 포함해 모두 5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운명계산시계> <지상최대의 작전> 등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개성들이 담길 장르영화들 역시 하반기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지나온 1년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준비하느라고. 영화인회의는 반성과 전진을 한 한해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또한 서울영상위원회를 만든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앞으로 1년 당장의 소망이 있다면 임권택 감독님의 <취화선>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면 한다. 늦었지만, 후배들한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10편까지 했으면 한다. 돈벌이가 아니라 신인 감독,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18 이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디엔딩닷컴 이사 7위
순위가 11계단이나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영진위 위원 임기가 곧 끝나는 만큼, 제작자로서 전면에 나설 경우 쉽게 회복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단일 제작사로서 최초로 코스닥 등록이 이뤄질 경우, “자본과 소프트웨어를 아우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잠재 파워는 위력적이다. “코스닥 등록은 명필름이라는 회사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것이다. 안정적인 자본이 마련된다고 해서 제작편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 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지나온 1년 영진위 위원 일이 끝나는데, 솔직히 후련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진위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는 데 일조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1년 눈에 띄거나 주목받는 일은 안 하고 싶다. 대신 명필름 운영이나 내부 시스템 구축에 좀더 집중할 생각이다. 직접 프로듀싱하는 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마지막 연애의 상상>과 정지영 감독의 <아리랑>이다.
19 송강호
배우 14위
<복수는 나의 것>이 전국 50만명을 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영화인들은 여전히 그를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는다. 특히 프로듀서들이 그에게 거는 신뢰는 대단한데 이는 결코 흥행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 진지함, 성실함이 그를 ‘최고’로 인정하게 만드는 힘이다. 게다가 그는 흥행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복수는 나의 것>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출연한 영화였다. 매번 흥행작을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의 연기폭을 넓힐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아는 배우이다. 그런 면에서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송강호의 새로운 경지였다. <쉬리>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말끔히 털어내며 <초록물고기>의 ‘판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분명 그와 작업하는 것은 프로듀서에게나 감독에게나 대단한 행운일 것이다.
지나온 1년 <복수는 나의 것>에 바친 한해.
앞으로 1년 촬영중. 이 영화가 흥행작이 되리라는 예상은 <챔피언>이 흥행작이 되리라는 예상 못지않게 업계의 정설이 돼 있다. 이 끝나면 곧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출연할 예정이다.
20 김우택
(주)미디어플렉스 상무 18위
‘관객 수 600명만, 매출액 450억원.’ 서울 지역 단일 극장으로는 최다 관객을 동원(점유율 17%)한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의 실세. 이를 기반으로 투자배급사 쇼박스를 차렸으며, 일단 본 궤도에 오를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튜브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 무산에서 보여지듯, 신규 사업 진출시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셈을 많이 따져보지만, 일단 판단이 서면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라는 평. 한국영화에 비중을 두고, 한해에 15∼20편의 영화를 배급할 계획이다.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메이저 투자배급사로서 ‘3강’을 이룬다는 것이 그가 털어놓는 쇼박스의 미래다.
지나온 1년 수원, 부산, 대구 등에 메가박스 안착. 반응이 좋아 행복한 한해였다.
앞으로 1년 쇼박스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KM컬쳐, 씨네2000, 씨네라인2 이외에도 파트너를 물색중. 해외쪽 역시 안정적인 작품 수급을 위한 파트너와 계약 성사 임박. 제우메가투자조합에 이어 새로운 창투사를 끌어들여 1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예정.
21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36위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등을 ‘밖에서’ 묶는 지주회사 로커스홀딩스의 수장이었던 박병무 대표는 5월31일부터 이들을 ‘안으로’ 품는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파워 1위를 포함, 파워 50에 든 7명이 그의 ‘패밀리’일 정도니 플레너스의 파워는 막강해 보인다. 올해 매출 1500억원을 내다보는 이 대형 항공모함의 함장인 그는, 그러나 ‘조직은 통합하고 운영은 독립적인’ 노선을 계속 견지할 계획. CEO로서의 역할과 각 부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키플레이어’들에 대한 지원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지나온 1년 강우석, 차승재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들과 큰일을 해낼 수 있어 즐거웠다. 나야 그저 그들을 묶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금 부담을 갖지 않고 그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한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 1년 지난해까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콘텐츠를 모으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올해는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산업, 기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극장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부족했던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요소들을 보충하면서 영상, 음반, 게임 3개 부문이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2 이정향
영화감독 NEW
재기 넘치는 대사와 독특한 구조로 무장한 로맨틱코미디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이후 3년의 긴 휴식과 모색 끝에 튜브픽처스와 손잡고 내놓은 두 번째 영화 <집으로…>로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담백한 스토리와 비전문 배우 캐스팅으로 말미암아 애당초 상업적인 모험으로 간주됐던 영화 <집으로…>는 개봉 3주째인 4월26일 현재 전국 관객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는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두편의 장편영화를 통해 이정향 감독은 “주어진 상영시간 동안 관객과 당당히 줄다리기를 벌이되 관객이 게임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영화 만들기의 요체라고 다짐하는 감독답게, 성실한 주제의식뿐 아니라 관객의 감정선을 컨트롤하는 직관과 뛰어난 타이밍 감각을 함께 갖춘 연출자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영화아카데미 4기 출신으로 입봉 전에는 <오늘 여자> 연출부, <비처럼 음악처럼> <천재선언> 조감독을 거쳤다.
23 설경구
배우 NEW
<박하사탕>의 김영호를 맡은 이후 설경구는 한석규를 대신해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남자배우가 됐지만, <단적비연수>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이어진 경력에서 올해 또 하나의 분기점이 생겼다.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은 분명 설경구의 또 다른 도약이다. 단순무식하지만 비굴하거나 약삭빠른 면이 전혀 없는 강철중의 모습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안티히어로의 상이 들어 있었다. 설경구는 마치 그런 영웅상을 의도치 않았던 듯 연기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웅이 된다. 그처럼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야말로 설경구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지나온 1년 <공공의 적>은 설경구 최대 흥행작이 됐다. <공공의 적> 출연하면서 89kg까지 찌운 살을 <오아시스> 준비하면서 65kg으로 줄였다.
앞으로 1년 <오아시스>의 주인공 종두는 아마 관객을 많이 울릴 것 같다.
24 이태원
태흥영화 대표 30위
이태원 대표는 상업영화에 대한 호감을 노골적으로 표하면서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취화선> 등 예술영화를 제작하는 ‘이율배반’을 통해 아직도 충무로식 미덕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 그동안 임 감독과 함께 각종 영화제를 찾아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려온 그는 <취화선>으로 다시 칸을 찾게 됐다. 지난 1월 스크린쿼터 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 <취화선> 팀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큰형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나온 1년 오직 <취화선>이 잘되기를 고대하며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앞으로 1년 솔직히 이젠 돈 좀 벌면 좋겠다. 그래서 돈이 되는 영화를 할 계획이다. 우선 송능한 감독의 신작 <38광땡>을 찍는다. 4월 말이면 시나리오가 나와 7월쯤에 크랭크할 것 같다.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 작업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올해는 2∼3편 정도를 생각중이다.
25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20위
“이제 벤처 기업가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그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경영인을 불러들이면서 영화사 규모를 키웠다. “산업 지형이 달라진 만큼 체질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자 금연을 선포하고, 내친 김에 영어와 일어회화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고, 올해 개봉하는 작품만 무려 4편. 개인 이름 내걸 때와 달리 6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제협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아시아 제작자들과의 교류를 더욱 증대시켜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나온 1년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일단 뛰어!>를 만들었다. 달라진 뒤 첫작품이니만큼 개봉을 앞둔 지금 무척 초조하다.
앞으로 1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방아쇠> <목포는 항구다> 등을 선보인다. 이송희일 같은 재능있는 독립영화 감독 외에도 AV 출신의 봉만대 감독 등이 준비하는 프로젝트도 제작할 예정.
26 이준익
씨네월드 대표 NEW
지난해 <달마야 놀자>가 흥행하면서 새롭게 50위 안에 진입했지만 영화계 경력은 프로듀서 1세대에 속한다. 서울극장 기획실을 거쳐 씨네월드를 만들었고 <키드캅>으로 데뷔했다. <키드캅>이 실패하면서 한동안 수입에 전념하다 <간철 리철진> <아나키스트> <공포택시> 등을 차례로 만들었다. <공포택시>가 흥행에 실패해서 고전했지만 <달마야 놀자>로 만회, 다시 주목할 만한 제작자로 떠올랐다.
지나온 1년 2001년 외화로는 <메멘토>와 <러시아워2>가 선전했고 한국영화로는 <달마야 놀자>가 흥행에 성공했다. 배급대행한 <어둠 속의 댄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지난해 매출액만 23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배급대행한 <디 아더스>가 흥행하고 수입·배급한 <블레이드2>도 선전했지만, <존 큐>는 손해를 봤다. 앞으로 1년 직접 연출, 제작할 <황산벌> 외에 공동제작하는 영화 <남남북녀>가 있다. 외화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가 기대작이다.
27 장동건
영화배우 NEW
장동건은 올해 파워50에서 단연 돋보이는 신성이다. 지난해 상반기 화제작 <친구>와 하반기 화제작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출연했던 전적 때문만은 아니다. <친구>를 계기로 청춘스타의 이미지에서 온전히 벗어난 뒤에 한결 두터워진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누구도 생각지 않았던 조합,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용기와 도전의식. 이런 것들이 충무로의 현직 영화인들이 배우 장동건의 내일에 ‘한표’를 던지고 싶어지는 이유인 것이다.
지나온 1년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촬영과 개봉으로 1년이 다 갔다. 제작하신 분이 손해를 안 봤다니 다행이다. 개인적인 수확은 감독님 그리고 상대배우와의 교감, 외국어 대사 연기, 강도 높은 액션 연기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앞으로 1년 김기덕 감독님 작품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역할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
28 김기덕
감독 NEW
50위 안에서 가장 의외의 인물로 꼽힐 만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뒤늦은 인정일 것이다. 어떤 영화보다 찬반논쟁이 치열했던 <나쁜 남자>가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주류영화계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감독이 됐다. <섬>과 <수취인불명>이 연달아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가고 <나쁜 남자>도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 해외에선 가장 지명도 높은 한국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 불쾌감을 주면서도 너무 강렬해서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시선을 사로잡는 회화적 이미지, 반복되지만 번번이 끌려들어가는 이야기 등이 김기덕 영화의 힘. 최근 장동건이 <해안선>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치열한 영화 만들기가 주류영화계마저 감화시킨 증거로 보인다.
지나온 1년 <나쁜 남자> 논쟁에 시달렸지만 결과적으로 김기덕의 힘을 보여준 한해가 됐다.
앞으로 1년 지금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는 <해안선>은 6월10일경 크랭크인할 예정. <해안선>을 찍자마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촬영할 계획이다.
29 김상진
감독·감독의 집 대표 NEW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 연타석 장타로 ‘흥행감독’의 이미지를 굳힌 게 순위 진입을 도왔다. 한때 김미희 대표와 좋은영화의 공동대표를 맡다, 지난해 하반기에 제작사 감독의 집을 따로 차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경영에는 영 젬병”인 탓에 여전히 “메가폰 잡을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 차기작은 탈옥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 <광복절 특사>. 6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환갑을 맞기 전까지는 관객이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대중영화에 복무하겠다며, 칸이나 베를린 등의 해외영화제를 겨냥한 ‘심오한’ 영화는 그 이후에나 도전해보겠다고.
지나온 1년 좀더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내놓기 위해 박정우 작가와 함께 <광복절 특사>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앞으로 1년 제목 때문에 8월15일 전에 개봉하려고 했으나, 지금 상황으로선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추석 정도에 개봉할 예정이다. 만화적인 코드가 더 들어간 영화가 될 듯. 그외에 최창호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홍수한, 김추자를 만나다>를 준비중.
30 박무승
KM컬처 대표 41위
<달마야 놀자>에 투자해서 2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다. ‘짭짤한’ 한해였던 셈. 그러나 쿠앤필름의 <이중간첩> <빙우>, 씨네2000의 <중독> <지상최대의 작전>, LJ필름의 <두 사람이다> 등 투자작뿐 아니라, <품행제로> <이웃집 살인마> 등을 자체 제작하는 등 라인업을 대폭 늘린 것이 순위 상승요인으로 보인다. 쇼박스와도 제휴, 이들 작품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급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해 투자·제작하는 영화의 규모를 6∼8편씩 꾸준히 유지할 생각이다.
지나온 1년 <달마야 놀자>에 투자했고, 씨네2000, 쿠앤필름 등이 제작하는 2편의 영화에 투자하기로 제휴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1년 가장 중요한 한해가 될 것 같다. 일단 자체 제작하는 <품행제로>가 곧 크랭크인한다. 이 밖에도 협력관계를 유지할 제작사를 좀더 넓히는 등 공격적으로 영화사업에 투자할 예정.
31 하성근
KTB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본부장 NEW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팀장을 시작으로 충무로와 연을 맺었다. 이후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 자리를 옮겨 영화쪽 투자심사를 맡았다. 올해 순위에 오른 것은 KTB네트워크에서 떨어져나와 영화전문투자회사의 꼴을 갖춘 KTB엔터테인먼트의 영화사업본부장을 맡아 운신의 폭을 넓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출범하자마자 안정적인 배급라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강제규필름, 에그필름, 삼성벤처투자 등과 손잡고 A-LINE이라는 배급망을 만들었다. 현재 예상하는 올 한해 투자 규모는 12편에 250억원 정도다.
지나온 1년 분사하고 너무 바쁘게 보냈다. <소름>부터 <복수는 나의 것>까지 의미있는 투자였다고 판단한다. 다만 흥행타율이 저조해서 고전했고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1년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기업 아래서는 자금이 풍부해서 그런 걱정이 없었는데, 떨어져 나온 데다 <아 유 레디?> 등 기대만큼 리스크가 큰 작품들에 투자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업적인 성공여부를 주요 판단 기준에 놓고 투자할 계획.
32 박찬욱
감독 43위
<공동경비구역 JSA>로 단숨에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그는 올해 <복수는 나의 것>으로 기묘한 반전을 이뤄냈다.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이 앞으로 만들 영화들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작품이 되리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영화인들 대부분은 그가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는 데 별로 이의를 달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가 다른 감독들과 달리 일찌감치 자기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같은 주제나 스타일을 탐구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변화무쌍함이 그의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여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온 1년 <복수는 나의 것> 연출.
앞으로 1년 흡혈귀 영화를 비롯, 여러 편의 기획을 놓고 검토중. 어쨌든 차기작은 에그필름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33 권혁조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한국 지사장 43위
한국영화 초강세에 밀려 지난해 파워 50 바깥으로 밀렸다가 올해 다시 진입했다. 직배사 관계자로서는 유일하다. 그에 대한 높은 평가는 지난해 서울서 87만명을 불러들인 <버티칼 리미트>의 성과와 올해 개봉할 <스파이더맨> <맨 인 블랙>에 대한 기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한맥영화의 <실미도>에 미국 본사의 투자를 이끌어낸 추진력이 가장 큰힘으로 작용한 듯하고, 이 영화의 전세계 수익배분을 한국식 5 대 5로 결정했다는 점이나, 국내 배급권을 자사가 아닌 시네마서비스에 넘겼다는 사실 또한 영향을 끼쳤을 것. “직배사도 로컬영화에 투자해야 비중과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진 그는 현재 소니픽처스 아시아로 하여금 한국영화 2편에 투자하도록 연결시키고 있으며, 또 다른 한국영화 1편의 투자를 협의중이다. 11년 동안 국내 최장수 미국 직배사 사장을 하고 있는 그는 대우전자 과장 시절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가 콜럼비아의 비디오 판권을 구입한 바 있는 뚝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지나온 1년 한국영화 강세에 눌려 멀티플렉스의 증가세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버티칼 리미트>는 우리 회사의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으로 1년 <스파이더 맨> <맨인블랙2> <스튜어트 리틀2> <패닉 룸> <트리플X> 등 콜럼비아 라인업이 화려하다. 그리고 <실미도>를 비롯한 한국영화 4편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영화계에서의 입지도 넓혀나가겠다.
34 최평호
CJ엔터테인먼트 상무 NEW
제일제당 시절부터 이강복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최평호 상무는 이강복 대표보다 일찍 CJ의 영화사업에 합류, CJ엔터테인먼트의 제작투자, 배급, 마케팅 등 전반적인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코스닥 등록 준비에 전념한 만큼 올해부터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각오. <공동경비구역 JSA>의 일본 직배, <무사>의 중국 직배 등 해외 배급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나온 1년 코스닥 등록이 가장 큰 성과. 명필름, NABI픽처스, 영화사 봄 등과 지분 교환을 통한 제휴관계를 맺었고 튜브와는 투자, 배급을 통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1년 제휴관계를 맺는 제작사를 늘려 1년에 15편을 안정적으로 배급하도록 할 계획.
35 황우현
튜브픽처스 대표 NEW
<집으로…>의 성공 뒤에는 황우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다른 영화사로부터 퇴짜맞은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그는 오히려 이정향 감독에게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 과감한 마케팅을 펼친 것도 그의 주장 때문이었다. 첫 작품 <파이란>과 <집으로…>로 튜브픽처스를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로 소문나게 했다. 그동안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서히 튜브엔터테인먼트에서 픽처스로 무게중심을 옮길 계획.
지나온 1년 회사에 많은 변화가 있어 정신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마음고생이 많았다. 아쉬움도 크지만 배운 게 많아서 만족한다. <집으로…>의 성공이 가장 보람있다. 이 기쁨을 튜브엔터테인먼트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1년 영화제작에 전념할 계획이다. 7월 크랭크인 예정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동정없는 세상> <개와 늑대의 나날>을 만들 계획이다. 이정향, 이시명 감독과도 다시 만날 기회를 갖고 싶다.
36 정훈탁
싸이더스 매니지먼트 사업부 이사 NEW
그가 선정된 것은, 30명에 달하는 배우를 거느린 유력 매니지먼트 업체의 지휘자라는 이유뿐 아니라 시나리오 캐릭터에 적절한 연기자를 찾아내는 캐스팅 디렉터로서의 역할까지 선구적으로 수행해낸 탓으로 보인다. <엽기적인 그녀>를 시작으로 <달마야 놀자> <정글쥬스> <몽정기> <연애소설> <마들렌> <명랑소녀 성공기> 등에서 캐스팅 디렉팅을 해온 그는 현재 일주일에 5∼6편의 시나리오를 꼼꼼히 분석하며, 배우와 영화를 동시에 살릴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나온 1년 재미있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이켜볼 여유가 없이 할 일이 많다.
앞으로 1년 매니지먼트를 좀더 산업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또 배우 중심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도록 자체에서 공모행사를 열 계획도 있다. 그리고 새로 출범하는 싸이더스 HQ에서 대표를 맡을 것 같으니 더 바빠질 것 같다.
37 한석규
배우 23위
99년 <텔미썸딩>을 끝으로 3년간 스크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한석규는 여전히 캐스팅 1순위의 배우다. 올해 그는 <이중간첩>으로 돌아온다. 그간 <광우> <제노사이드> <11월의 비> 등이 차기작으로 거론됐으나 결국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쿠앤필름과 힘픽처스가 공동제작하는 영화 <이중간첩>이다. 고소영과 함께 출연하는 이 영화는 위장귀순한 북파간첩이 북과 남, 양쪽에서 버림받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며 5월 첫 촬영에 들어가 내년 초 개봉할 계획.
지나온 1년 “영화출연을 쉰 지난 3년간은 영화에 대해,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린 시기였다.”
앞으로 1년 “<이중간첩>이 내가 생각했던 영화가 될 수 있게끔, 시간이 흘러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열심히 할 생각이다.”
38 석명홍
씨네라인II 대표이사 NEW
<친구>의 힘은 계속된다. 1986년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후 영화광고 및 마케팅 전문회사 시네시티를 만들어 영화마케팅을 해오다가 <친구>로 영화제작을 시작했다. 1998년부터 영화제작을 준비했고, 세 작품이 엎어진 이후 네번째 프로젝트 <친구>가 작품화됐다. 그의 무기는 20년 가까이 2700편가량의 영화 홍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오며 단련한 감각. 첫작품 <친구>가 국내 거의 모든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충무로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지나온 1년 첫 영화 <친구>가 성공을 했다. 내가 기획한 영화가 관객의 검증을 받아 기쁜 한해였다.
앞으로 1년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영화, 관객층의 세대를 넓혀가는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동양무협버전 , 판타지멜로 <오로라>, 한국 최초 여류비행사의 이야기 <청연>, 서커스 단장의 일대기 <광대> 등을 준비중이다.
39 유오성
영화배우 NEW
요철이 분명한 얼굴선을 따라 부드러움과 강함을 명암처럼 새긴 이 배우는 <비트> <간첩 리철진> <주유소 습격사건> 등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주조연에 상관없이 영화 전체를 무섭게 장악해왔다. 특히 <친구>의 깡패보스 준석 역에서 보여준 대범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연기는 관객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친구> 이후 곽경택 감독과 함께 링 위에서 삶을 마감한 고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를 담은 <챔피언> 촬영에 몰입했다.
지나온 1년 어떤 연예 프로그램에서 <챔피언>을 위해 기른 머리를 보고 “혹시 가발이에요?” 하고 묻기에 하도 기가 막혀 “일년 동안 가발써요?”라고 대답했다. <친구> 이후 1년 동안, 머리카락 한올까지 모든 힘과 에너지를 <챔피언>에 쏟았다.
앞으로 1년 다음 시나리오는 검토중이다. 연극, 드라마, 영화 필드를 구분짓지 않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다. 하지만 급하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직 연기에 대해서는 배워야할 게 많은 배우라 공부하는 기간을 좀 가질 예정이다.
40 안성기
영화배우27위
‘한국영화계의 홍보대사’ 안성기가 갖고 있는 파워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크다. 얼마간의 순위변동과 무관하게 안성기는 연기자로서 또 공적 책임을 마다하지 않는 중견 영화인으로서 한국인의 깊은 신뢰를 변함없이 유지해온 드문 배우다. 지난 1년 동안 <무사>와 <흑수선>, 그리고 곧 개봉할 <취화선>에 출연하며 전성기 못지 않은 연기력과 활동력을 보여줬다. 출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영화계 전체판도를 고려할 만큼 사려깊은, 한국 배우들의 맏형.
지나온 1년 지난 한해는 우리 영화가 잘되긴 했지만 내용이 부실한 한해이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1년 좋은 영화를 계속 할 것이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주연을 맡으며, 인디컴의 뮤지컬영화 <뮤지컬레이디>에서는 노래도 한다. 좀 무리라 망설였지만, 우리 영화의 장르를 넓히는 데 한몫 하고자 출연을 결정했다.
41 최민식
영화배우 49위
<넘버.3> <해피엔드> <파이란>까지 인생의 골짜기와 봉우리를 동시에 품어내는 연기로 대중적인 사랑과 함께 안성기를 잇는 후배들의 귀감으로 자리잡은 영화계의 작은형. 임권택 감독의 부름을 받고 “배우로서 종합검진받는 기분으로” 찍어 내려간 <취화선>에서는 술과 여자와 그림에 취해 한평생을 살아간 ‘환쟁이’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깊은 호흡으로 담아냈다. <취화선>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지나온 1년 오직 <취화선>에서만 매달려 살았다. 일년이 ‘훌딱’ 지나갈 정도로.
앞으로 1년 일단 <취화선>이 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영화는 아직 결정한 것 없고 연극은 올해 중 한편은 할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세 제작에 힘써 나를 ‘안’ 닮은 아이를 얻는 게 소망이라면 소망.
42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28위
유능한 제작자도, 명망있는 감독도, 흥행보증 배우도 아니지만, 지난 7년간 한번도 순위 바깥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인물. 정책이론가로서의 그의 입지는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해에는 저예산·독립영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난항을 겪던 영화입장권 전산망 사업의 해결을 위해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영진위 내에서 정책실무 책임을 도맡았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원칙을 중시해서, 일부 영화단체들과 무사안일한 정부 관료들에게는 ‘눈엣가시’지만, 한국영화산업의 도약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방부제’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지나온 1년 산업과 문화의 공존이라는 큰 틀 아래 ‘다양성’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풀려고 노력했다. 해결방안으로 저예산영화전문투자조합,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 등을 제안했지만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50%. 원인이야 어쨌든 사안별로 확실하게 매듭을 짓지 못해, 뜻을 같이한 영화인들에게 마음 한켠에 빚이 있다.
앞으로 1년 개인적으로 지난 1년 동안 심적으로는 고달팠다. 돌 지난 지 얼마 안 된 아들과 노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 남은 현안들을 잘 마무리할 생각이다.
43 전지현
영화배우 NEW
지난 한햇동안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그 자체였다.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는 ‘엽기적’일 정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줬고, ‘엽기적’인 흥행을 이끌어냈다. <화이트 발렌타인> <시월애>에 뒤이은 이 세 번째 출연작은 전지현의 연기활동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 이 작품을 통해 터질 듯한 젊음의 싱싱함과 윤기나는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 탓에 그녀는 코미디, 멜로,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부터 열렬한 프로포즈를 받고 있다. 그녀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있을 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충무로 여자배우 캐스팅 후보 1위로 떠오른 그녀는 “영화 속 캐릭터와 내가 느낄 수 있는 나이의 감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작품에 출연하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차기작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충무로에서 그녀의 주가는 더더욱 급등할 것이 확실하다.
지나온 1년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과 해외 수출로 홍보차 해외를 돌아다녔다. 학생으로서 학교(동국대 연극영상학부)를 다니는 데 충실하고자 노력도 많이 했다.
앞으로 1년 곧 결정될 차기 작품에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
44 이창동
영화감독 19위
지난 한해 새로 내놓은 작품은 없지만 이창동 감독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에서 보여준 리얼리즘의 참맛이 <오아시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가 <박하사탕>과 다른 “찐한 멜로”라고 거듭 강조한다. “사랑에 관한 신화라고 할까. 단순하지만 끝없이 확장되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전과자와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라는 설정만 들어도 어둡고 슬픈 정서를 자아내지만 이번 영화의 결말은 전작들과 달리 밝다. 그가 “판타지 같지 않은 판타지”라고 표현한 부분이 어떻게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지나온 1년 <오아시스> 시나리오에 매달려 지냈다.
앞으로 1년 <오아시스> 촬영에 매달려 있어 어떤 다른 생각도 할 틈이 없다. 개봉은 8월 초로 예정.
45 전도연
배우 21위
<피도 눈물도 없이>의 흥행 부진이 순위 하락을 가져온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배우 전도연의 ‘가치’까지 동반하락할 것 같진 않다. 일 욕심 많은데다, 영화에만 전력투구하는 이 배우를 탐내는 제작자나 감독은, 아직 많다. 흥행과 상관없이 그 또한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영화개봉 뒤에 잠시 미국 가서 조카들 보고 온 것뿐인데, 주위에서 다들 “충격먹고 잠수탄 게 분명하다”고들 해서 한바탕 웃었다고.
지나온 1년 <피도 눈물도 없이>는 굉장히 새로운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동갑내기 감독과 색다른 액션영화 한편을 찍었고, 즐길 만큼 즐겼으니 됐다고.
앞으로 1년 미국 다녀와서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양조위랑 함께여서 더욱 좋았고. 그가 <해피엔드> 잘 봤다는 인사에도 감격했다. 2∼3작품 놓고서, 다음 작품을 고르고 있다.
46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
<이방인> <여고괴담> 시리즈로 쌓은 프리랜서 프로듀서 경력을 접고 설립한 영화사 마술피리의 첫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세상에 내보냈다. 이 영화에 쏟아진 평단의 지지와 일부 관객의 열성적 지지는 개성과 밀도를 갖춘 영화의 제작주체로서 오기민 대표와 마술피리의 브랜드를 선명히 했으나, 겸손한 기대치조차 밑돈 <고양이를 부탁해>의 흥행결과는 충무로 제작자로서 생존전략과 배급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안겨주었다. 영화사 봄과 합작하는 김지운 감독의 고딕호러 <장화, 홍련>으로 지금까지와 달리 규모와 대중적 호소력이 큰 영화에 도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2년은 영화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지나온 1년 더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만들며 반년 이상을 보냈다. 캐스팅의 어려움도 맛보았다. 최근 사무실을 강남으로 이전했다.
앞으로 1년 잘될 법한 두 영화 <장화, 홍련>과 ‘농활 프로젝트’의 프로덕션에 8월쯤 돌입한다. 향후 2년은 상업성이 희박한 시나리오에는 되도록 눈길을 맞추지 않으며 토대를 튼튼히 하려 한다.
47 홍상수
감독24위
우리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하는 감독 홍상수는 <생활의 발견>에서도 그런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품고 있는 세계는 덜 삭막해지고 더 우스워지는 느낌이다. 그가 그리는 인간들 역시 좀더 사랑스러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정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 같진 않다.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영화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형식의 한계와 싸우면서 조금씩 변모하는 홍상수의 영화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평단이 관심을 집중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지나온 1년 <생활의 발견> 촬영과 개봉.
앞으로 1년 다시 영화 찍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가능하다면 8월에 다음 영화를 찍고 싶다.
48 최완
아이엠픽쳐스 대표 -
삼성영상사업단, 삼부파이낸스를 거쳐 투자, 배급사 아이엠픽쳐스를 설립, <엽기적인 그녀>로 재기에 성공했다. <하면 된다>에 이은 아이엠픽쳐스의 두 번째 투자작 <엽기적인 그녀>는 총수익이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아프리카>와 외화 <벨파고> <센터 오브 더 월드> <웨이트 오브 워터> 등을 개봉시켰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애초 배급까지 하는 회사를 염두에 뒀으나 최근 청어람에 배급을 전담시키면서 배급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지나온 1년: 회사의 뿌리가 내린 한해. MVP창투, 랜드마크코리아 등이 참여하는 100억원 규모 펀드 설립. 앞으로 1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영어 완전정복> <꼼짝마 경찰이다> 등이 대기중. 기성보다 신인 제작자, 감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49 최용배
청어람 대표 NEW
시네마서비스에서 배급담당 이사로 일하다 지난해 말 배급사 청어람을 만들어 독립했다. 시네마서비스 제2의 배급라인으로 출발했으나 아이픽처스, 싸이더스, 아이엠픽쳐스 등 3개 회사의 영화들을 배급하기로 하면서 배급시장의 주목할 변수로 떠올랐다. 최용배 대표는 한달에 1편씩, 한국영화만 1년에 12편 배급하는 영화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5명의 감독이 제작준비를 하고 있어 올해 안에 한편 정도 제작도 가능하리라 보인다.
지나온 1년 배급사 청어람을 만들어 독립, 첫 작품 <마리 이야기>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정글쥬스>는 예상을 뒤엎는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 1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묻지마 패밀리> <로드무비> <품행제로> <마들렌> <발해> <살인의 추억> 등이 배급이 확정된 영화들. 내년엔 한국영화 12편을 배급할 계획.
50 명계남
배우·이스트필름 대표 26위
그는 최근까지 ‘주말드라마’에 얼굴을 내비쳤다. 제목은 ‘노풍연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으로, 문성근과 함께 민주당 국민경선 일정을 소화하느라 발이 부르텄다. 그러나 “명계남이, 정치할라나 보네”라는 말이 들리기 전엔, 충무로로 복귀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2편에 출연하고, 유능한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수련도 곧 시작할 예정. 그는 “지난 1년 동안 내가 무슨 딴짓 하고 다닌 줄 아는데, 이스트필름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고민 많이 했다”며, 조만간 ‘깜짝 놀랄’ 일을 벌이겠다고 말한다.
지나온 1년 프로듀서로 재기하기 위해 암중모색했다.
앞으로 1년 부산의 영화사 씨네씨에서 방은진 감독의 <떨림>을 제작한다. 적극적인 제작자로 나설 참이다. 또한 서울영상위원회가 꾸려진 만큼, 전국적인 네트워킹 작업도 추진한다.
순위 변동
파워는 흥행순이잖아요
양대 메이저로 자리잡은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수장들이 파워 1, 2위를 차지한 것은 예상대로다. 두 회사 모두 1년에 15편 이상 배급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 한동안 순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더스와 명필름이 3, 4위에 오른 것도 지난해와 다름없는 결과이다. 두 회사 모두 흥행성적에선 다소 부진했으나 잠재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코리아픽처스, 신씨네, 좋은영화의 급부상과 강제규필름, 튜브엔터테인먼트의 순위하락. 코리아픽처스는 <친구>, 신씨네는 <엽기적인 그녀>, 좋은영화는 <신라의 달밤>으로 지난해 흥행순위 1, 2, 3위를 차지했다. 강제규필름은 강제규 감독의 다음 영화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상황. 튜브는 최근 개봉한 <집으로…>의 승승장구가 무척 반갑다. 배급을 포기한 다음 CJ와 합병 이야기가 나돌았던 튜브는 다시 자력갱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가운데는 씨네월드, 씨네라인Ⅱ, 튜브픽처스가 처음 50위 안에 들었다. 각각 <달마야 놀자> <친구> <집으로…>가 흥행에 성공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투자사 아이엠픽쳐스와 배급사 청어람의 신규진입도 눈에 띄는 결과이다. 아이엠픽쳐스는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에 힘입은 것이고 청어람은 싸이더스, 아이픽처스, 아이엠픽쳐스 3개사의 영화를 배급하기로 함으로써 힘이 실렸다.
마술피리 대표 오기민씨의 순위진입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다음 영화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며 프로덕션 퀄리티가 높다는 평판을 얻은 결과이다. 지난해 50위 안에 들었던 영화사 봄, 유니코리아, 씨앤필름, 태원엔터테인먼트 등은 제작라인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아 순위 밖으로 밀렸다. 그러나 다들 올해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순위권 재진입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책 파워 약화
영진위원장 29위에서 80위 밖으로
올해 순위의 특징 중 하나는 관계, 정계, 영화진흥위원회 등 영화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이들이 대거 5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50위권에 포진한 문성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명계남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등도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여기에 해마다 중위권에 거명됐던 영진위 위원들은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이는 영진위 유길촌 위원장. 2년 전 단번에 8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에는 29위로 떨어졌다가 올해는 80위권대로 물러났다. 해마다 20위권 내에 포진했던 이용관 위원 또한 50위권대에 머문 것을 보면, 위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 따른 동반하락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영진위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영상진흥정책이 어느 정도 소임과 기능을 다했고, 그 과실을 한국영화가 어느 정도 거둬들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영진위 위원인 김홍준 감독은 올해도 50위대권에 거명됐는데, 그는 평소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스타일 탓에 활동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항상 ‘박한’ 점수를 받아온 경우다. 박지원, 김한길 장관 등의 전임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다 영화계 행사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지 않은 남궁진 장관 역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순위에 오르지 못한 첫 문화부 장관이 됐다.
배우 파워
캐스팅난 속 9명의 배우들
무려 9명. 조사를 시작한 1995년 이래, 올해는 가장 많은 숫자의 배우들이 파워50에 진입했다. 충무로 제작자들이 공히 지적하는 심각한 캐스팅난에 비례해 배우들의 영향력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전의 한석규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는 없지만, 이들 9명과 순위 밖에 있는 배우들을 포함한 일부에게만 시나리오가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역으로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파워5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설경구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공공의 적>에서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되는 연기를 펼쳐 영화에 박동감을 불어넣은 그는 최고의 연기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순위에 첫 진입한 장동건 또한 <친구>와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통해 자신감과 자신의 색깔을 보여줘 충무로 제작자들의 표적이 됐다. <친구>에서 괴력의 연기파워를 뿜어낸 유오성과 <엽기적인 그녀>에서 스크린을 장악하는 매력을 뽐낸 전지현도 ‘파워배우’ 대열에 동참했다.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배우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송강호나 주연작이 없어도 늘 손꼽히는 연기자 안성기, <파이란> <취화선>을 통해 ‘신기’를 보여준 최민식,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상큼한 변신을 이룬 전도연 등도 꾸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동안 출연작 한편 없어도 파워를 인정받고 있는 한석규는 여전히 신기한 존재다. <이중간첩>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하면 그의 영향력은 다시금 막강해질 전망이다. 이들 외에도 신은경, 이병헌, 정우성, 차태현, 조재현, 차승원이 파워50 진입을 기다리고 있으며,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한 심은하의 잠재력을 평가한 응답도 있었다.
순위권 밖
평론가, 변호사도 거명
파워50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추천된 인사는 모두 63명. 백화점과 할인점을 앞세운 제1의 유통망을 갖고 있어 빠른 속도로 전국 7개 지역에 42개 스크린을 깔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확장을 목표로 하는 경쟁 멀티플렉스 업체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시네마 조병무 대표,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좋진 못했지만 <고양이를 부탁해> <와니와 준하> <마리 이야기> 등 완성도 높은 영화들에 투자하면서 주목을 끌었던 무한투자의 최재원 이사, 지난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들고서 막판 만회에 나서 직배사 체면을 세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박효성 대표, <폰> 등의 한국영화에 부분투자하는 등 현지 전략을 진행중인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의 김상일 대표가 50위대에 머물렀다.
<장화홍련전>의 시나리오 작업중인 김지운 감독, 5월에 촬영에 들어가는 <테슬라>를 비롯 6편의 제작라인업을 공개하며 기지개를 켠 장윤현 감독, 시나리오 작업중인 <은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리랑>의 연출 제의를 받은 정지영 감독 등은 60위권을 형성했다. 세 감독 모두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대폭 하락했지만, 연출작이 가시화하는 내년의 경우 동반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70위권 내에는 영화평론가로는 유일하게 정성일씨가, 김형구, 김성복, 김우형 촬영감독 등과 특수효과 부문의 정도안씨, 정두홍 무술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스탭들, 그리고 영화계 안팎의 크고 작은 난제들의 법률적 자문을 도맡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가 포함되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