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어머니
10장 신(神)세계를 향한 위대한 도전
5.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1 통통배 한 척이 통통통 울림소리를 내며 짙푸른 강 위를 헤치고 나아갑니다. 엔진을 달기는 했어도 배는 허름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면 잠시 기우뚱거리고 이곳 저곳에서 비명이 터집니다. 혹시라도 가라앉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이제 괜찮구나, 안도하는 것도 잠시, 누군가 또 급작스레 소리를 칩니다.
"아이쿠, 이게 뭐야?"
2 기괴한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로 솟구쳐 갑판으로 털퍼덕, 떨어집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수십 개나 드러낸 물고기는 따가운 햇살 아래 요동을 칩니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나면 원주민이 긴 막대기로 물고기를 들어 올려 다시 강물 속으로 던져 줍니다.
"무섭게 생겼네, 이름이 뭐예요?"
"도라도라는 물고기예요."
3 브라질 자르딘에 있는 '도라도'보다 더 기괴한 물고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풍성합니다. 남미는 언제나 봄여름이고, 언제나 꽃이 피고, 언제나 먹을 것이 많습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땅인 동시에 온갖 동물과 기이한 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입니다.
4 그렇게 푸른 땅에서 여러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지상낙원입니다. 그 낙원 가운데 가장 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자르딘입니다. 원시림과 습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오지에서 농사를 짓든 과수원을 운영하든, 살아가는 데 제일 이상적인 땅입니다. 새와 곤충, 물고기, 거대한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호수처럼 맑은 강이 흐르고 20개가 넘는 폭포가 있습니다. 저 유명한 이구아수폭포도 그 중 하나입니다.
5 자르딘을 찾아간 것은 1994년 겨울이었습니다. 그때 브라질은 한여름이었는데, 가도가도 개미집만 무성한 평원이었습니다. 12월은 금어기간이었으나 우리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강에서 낚시 수련을 했습니다. 태양이 이글거리자 경찰은 물속에 들어가 누워서 우리가 물고기 잡는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습니다.
6 예로부터 자르딘은 '주님이 오시는 곳'이라는 예언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기괴한 나무들과 넝쿨, 거대한 수목들이 뒤엉켜 납작 엎드려야만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작은 철선에 의지해 새벽에 나가서 폭염과 모기떼와 싸우다가 한밤중에야 돌아오는 극난한 일과였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씻는 일이었습니다. 좁은 배 안에 대충 칸막이를 치고 뿌연 강물로 목욕을 했습니다.
7 나는 그런 원시의 자연이 더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그곳에 자르딘 교육본부를 짓고 새소망농장을 마련해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실천의 터전으로 삼았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지도자수련회를 열었을 때 수련장은 화장실과 식당조차 없는 허름한 간이창고였습니다.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지도자들을 항상 그런 자리에 모아 놓고 산 체험의 교육을 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순수한 본연의 자연에서 낚시와 훈독을 하며 격의 없는 숨결과 체취를 함께 나누는 심정수련이었습니다.
8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자르딘에 농장을 세운 이유는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신 에덴동산을 똑같이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세계인이 함께 모여 자연과 더불어 사랑을 체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마을을 지었습니다.
9 또 하나의 지상낙원인 판타날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가 파라과이강을 중심으로 본연의 모습 그대로 이어져 온 곳입니다. 물고기부터 동물과 식물이 모두 태초의 모습 그대로 있기에 에덴동산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깊은 감명을 받게 됩니다. 수루비, 파쿠, 카르핀초, 냔두, 악어, 야생멧돼지들이 제멋대로 거칠게 살아갑니다. 피라냐 물고기는 떼로 다니면서 사람도 해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습지이자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이상촌을 세우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땅입니다. 사방이 위험한 환경이지만 미래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입니다.
10 그곳에 농장과 양식장을 만들어 원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잡은 물고기들을 여분으로 만들어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에 보급하는 일도 했습니다. 목장에서는 소를 키워 160개 나라에 나눠 주어 기르게 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또 파라과이강 근처의 빈 땅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11 정말 고생을 많이 한 곳은 차코입니다. 이곳은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그랜드차코의 작은 부분으로 정말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12 1999년 우리 식구들에게 차코의 푸에르토 레다를 개척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레다는 차코에서도 살아가기 가장 힘든 곳이었지만, 우리 식구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땀 흘리며 일했습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마을로 탈바꿈해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이상촌이 되었습니다.
13 나는 남미에 가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광활한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에 탄식했고, 배움을 갈망하면서도 글자를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선교사들이 하소연할 때, 나는 그들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후일에 다시 찾아와 행복한 땅으로 만들겠습니다. 아버지, 잊지 마세요."
14 기초적인 사회시설이 부족해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칠 학교가 필요했고 병원도 있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계의 바탕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식구들의 성금을 모아 차코에 쏟아부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청년들에게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심어 준 것만으로 우리 식구들은 조그만 위안을 받았습니다.
15 무너져 가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도 우리는 땀을 흘렸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아바존 밀림을 무차별 벌목하는 것은 지구 전체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마구잡이 어획, 무자비한 동물 살생은 어느 곳에서도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16 식량 부족으로 전 세계의 8억 인구가 굶주리던 시절에 남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미의 몇몇 나라는 쇠고기와 밀이 풍부함에도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농장을 만들어 밀을 심고 소를 키웠습니다. 더불어 자연보존을 위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17 제왕나비는 날개를 펴도 8센티미터밖에 안 되지만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5천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가 겨울을 지냅니다. 그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자연의 법칙입니다.
18 자연과 우리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배워야만 자연으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창조에 얽힌 신비한 진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만물을 창조했을 때 느끼셨던 한없는 기쁨과 사랑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진리를 배울 수 있는 땅이 남미입니다. 그 천혜의 땅에서 '하나님 아래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가족애를 통해 우리는 본향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