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요무대에서는 <기다리는 마음>이 등장했지요. 이 곡은 <월량대표아적심>이 원곡이지요. <월량대표아적심>은 1996년 상영된 홍콩 영화 <첨밀밀>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노래입니다. <첨밀밀>은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끝내 재회한다는 스토리지요. <월량대표아적심>은 전세계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애창곡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는 시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로 큰 인기를 모았고,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했지요. 그래서 <월량대표아적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은 1973년 발표되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다가 1977년 여가수 등려군이 리메이크하여 크게 히트했지요. 등려군은 1978년 <야래향>을 리메이크하여 또 다시 히트를 칩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을 불렀던 등려군은 대만 출신의 가수로서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녀의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묶었던 중국 대륙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은 노래가 영화보다 먼저 나온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월량대표아적심>이 히트를 친 뒤 영화 <첨밀밀>에 삽입되지요. 우리나라도 가요 <섬마을 선생님>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지요.
지금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1970~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 영화는 침체를 거듭했지요. 한국 영화의 거목 김수용 감독님께서는 이렇게 한국 영화가 침체한 이유에 대해 혹독한 검열로 감독의 창의성이 극도로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지요. 홍콩 영화는 한국 영화가 침체한 틈을 타 한국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습니다. 1970년대 이소룡의 <정무문>, <용쟁호투>, 1980년대 주윤발의 <영웅본색>, <가을날의 동화>, 1990년대 왕조현의 <천녀유혼>, <동방불패> 등은 대표적인 홍콩 영화들입니다. 한국 영화는 1990년대 후반 <쉬리>를 신호탄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래 우수한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여 지금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지요.
<첨밀밀>은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기 직전 제작된 영화였고, 일자리를 찾아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주연인 장만옥과 여명은 기차에서 처음 만났고,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재회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등려군의 팬이었고, 심지어는 등려군의 노래가 담겨 있는 테이프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남녀를 만나 제 갈 길을 갑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미국에서 극적인 상봉을 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은 영화에서 남녀가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 때 흘러나옵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은 한편의 시를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가사로 되어 있지요. <월량대표아적심 (月亮代表我的心 )>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汝問我愛汝有多深, 我愛汝有几分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를요
我的情也眞, 我的愛也眞, 月亮代表我的心
나의 마음은 진실해요, 나의 사랑도 진실해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汝問我愛汝有多深, 我愛汝有几分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를요
我的情不移, 我的變不變, 月亮代表我的心
나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아요,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輕輕的一個吻, 已經打動我的心
한 번의 가벼운 입맞춤이, 이미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深深的一段情, 叫我思念到如今
깊고 깊은 마음은, 지금까지 그리워하게 하네요.
汝問我愛汝有多深, 我愛汝有几分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를요
汝去想一想, 汝去看一看, 月亮代表我的心
당신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바라보세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월량대표아적심>의 의미는 ‘밝은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달빛이 내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 라고 볼 수 있지요. <월량대표아적심>은 달처럼 은은하고 변함없는 일편단심의 사랑을 노래하지요. 요즈음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이 크게 히트하자 한국에서도 번안곡이 등장하지요. 바로 2016년 가수 홍진영 님이 <월량대표아적심>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번안하여 불렀습니다.
다음은 <기다리는 마음>의 가사입니다.
https://tv.kakao.com/v/341424436@my
내 마음이죠 다 내꺼죠 그대만 몰라요
내 가슴속에 애타는 이 마음 그댄 모르잖아요
참 나빠요 못됐어요 왜 모른 체 해요
옆에 있는 날 한번 봐줘요 여기 서 있을게요
바람타고 멀리 벚꽃 향기 스칠 때
내게로 와줘요 내 손 잡아주세요
바람 속에 그대 향기 내 마음을 적실 때
나의 눈물이 말해주네요 그댈 기다리는 마음
바람타고 멀리 벚꽃 향기 스칠 때
내게로 와줘요 내 손 잡아주세요
바람 속에 그대 향기 내 마음을 적실 때
나의 눈물이 말해주네요 그댈 기다리는 마음
나의 눈물이 말해주네요 그댈 기다리는 마음
번안곡도 원곡처럼 한 여인의 일편단심 사랑을 묘사하지요. 다만 번안곡의 가사는 ‘참 나빠요 못됐어요’, ‘벚꽃 향기 스칠 때 내게로 와요’ 등 좀 더 직설적으로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합니다. 원곡의 주인공은 연인에게 달을 가리키며 은유적으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는데 비해, 번안곡은 연인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바뀌지요.
또 원곡의 주인공이 이미 연인과 교제를 경험한데 비해, 번안곡의 주인공은 연인을 멀리에서 흠모하는 단계로 보입니다. 나아가 원곡은 계절이 어느 때인지를 알 수 없는 데 비해, 번안곡의 계절은 벗꽃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지요.
https://tv.kakao.com/v/340420192@my
https://youtu.be/M_UVBTtpdYQ
그동안 한국에서는 많은 외국 명곡들이 번안되어 히트한 바 있지요. 그런데 한국의 번안곡은 원가사와는 다른 내용으로 바뀐 경우가 많았습니다. 번안곡들은 한국의 정서에 맞는 가사로 많이 바뀌지요. 감상해보면 이들 번안곡들은 원곡 못지않은 명곡으로 멋지게 변신한 것으로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