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소서 절기 지나는 밭 생명들
보러 가는 기쁨이 생각보다 큽니다. 푸른이들 날적이에서 '그러했구나!' 더 느끼게 돼요.
o 소서 절기 지나는 푸른 생명들
이 마음과 땀으로 일구고 있는 저마다 밭 둘러보았습니다.
밭에서 한창 나고 있는 작물들 뿐 아니라,
심었는데 소식 없던 생명, 싹을 틔웠지만 잘 살피지 못해,
여러 까닭으로 헤어진 생명들까지 소개해 주었던 모습이 마음에 남습니다.
푸른이들 모두 마지막까지 풀매는것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긴 비 지나 또 훌쩍 자라있을테지만, 또 매면 되지요.
봄여름학기 갈무리하는 하늘땅살이 시간에는
무배추 씨앗 나누고, 지난 하늘땅살이 배움 돌아보는 마음 서로 나누었어요.
o 해성
먼저 스스로밭을 처음 해봐서 많이 허둥대기도 했는데, 선배·선생님들이 많이 도와 주었다. 덕분에 잘 자리잡을 수 있어서 참 고마운 마음 든다.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작물은 감자, 호박, 토란, 고구마, 가지, 쥐눈이콩이다. 감자는 세 개가 났는데 튼실하게 자라서 내심 자랑스럽다. 호박은 한창 꽃을 피워서 벌들이 많이 찾아온다. 토란도 잘자라고 있는데, 처음 키워봐서 기대가 크다. 고구마는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잘 자라고 있다. 가지와 쥐눈이콩은 나눔 받았는데, 적응을 잘해서 잘 자라고 있다. 기르다가 비교되기도 하고, 실망하게 될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적고보니 잘 키운 것 같아서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런 뿌듯함과 고마움 가지고 작물들 정성껏 만나고싶다.
o 가을
올해 하늘땅살이는 무척 새로웠다. 처음으로 혼자서 하는 밭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혼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선배들 선생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하늘땅살이 할 수 있었다. (처음) 씨앗 심고 싹들이 안 나와서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싹들이 올라왔을땐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작물들이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모습보며 나까지도 밝고 푸릇푸릇하게 지낼 수 있었다. 또 땅이 좋았던 것 같은데, 작물들 모두 잘 자랐다. 특히 상추. 갈때마다 풍성하게 나에게 나눠준 상추 덕에 뿌듯함과 기쁨, 고마움 등 여러 감정이 들 수 있었다. 나에게 여러 마음 선물해준 생명(작물)들에게 고맙다. 모둠끼리하는 하늘땅살이와 혼자 스스로하는 하늘땅살이는 무척 달랐다. (책임감도 커지고..) 누군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하게되는 나에게 놀랍고 고맙다. 이렇게 스스로 하는 모습이 하늘땅살이뿐만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도 보여지지 않을까? 생각든다. 이번 봄, 여름학기 하늘땅살이는 나에게 큰! 배움을 주었다. 앞으로도 처음 시작하고 다짐했던 마음 늘 간직하고 열심히 하늘땅살이 해야겠다.
o 은율
일단 하늘땅살이하며 참 즐거웠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스스로 책임지고 일궈야 할 내 밭이니까 꾸준히 책임지고 스스로 잘 결정해서 일궈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걱정했었다. 하지만 하면서 깨달았는데 걱정은 정말 쓸데 없구나~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하고 알게되었다. 물론 걱정 하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달라질건 없다. 처음 해보니까 당연히 걱정할테고, 공부자료도 있고, 완전히 혼자는 아니니까. 잘 알려준 선배들도 많고, 선생님도 계시고, 실수는 실수대로 잘못은 잘못대로 잘 받아들이고 다음에 잘 하면 되고. 그 속에 배움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그냥하고 있다.
그리고 김매기를 정말 부지런히 해야 하는걸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혼자 해야하니까 부지런히 해야했다. 한번만 놓쳐도 풀들이 아주 무섭게 자랐다. 앞으로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친절히 잘 알려주고 도와준 이들께 고맙고. 함께밭을 많이 안돌본건 아닌데 내가 맡은 곳 뿐 아니라 골고루 잘 살펴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미안하기도 하고) 이번에 하늘땅살이 하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한만큼 즐겁기도 했고, 소소한 선물들 덕분에 뿌듯하고, 기쁘고, 더 즐겁고 힘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밭에 작물들 말고도 많은 생명들이 있고, 또 많이들 우리와 함께 하고 있구나 알기도 했고. 이제 방학인데 아직도 풀들은 지칠줄 모르니 밭에 가는거 귀찮아 하지말고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o 은혜
올해는 처음으로 내 밭을 가꿨다. 작년까지는 다 함께밭으로만 해서 내가 알아서 해야할 걸 하기보단 선생님이 하라는 것들만 해서 뭘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내가 잘 이끌어가지 못한게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덕분에 올해 봄, 여름학기 동안은 잘 배우면서 한 것 같다. 이번에는 옥수수빼고 거의 키가 작은 작물들을 주로 심었다. 완두콩을 풋콩으로 먹었을때는 정말 달고 맛있었고, 두 번째로 저번주에 거둔 장흥앉은키강낭콩(보라)도 두 그루를 심어서 18알이 나온건데 거둘 때 참 뿌듯하고 기뻤다. 알고보면 참 신기한 것들이 많다. 처음 막 씨넣기 시작할 때, 당근과 상추를 심고 안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당근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막 난 느낌은 아니고 어느정도 자란 모양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난 왜 못봤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참 신기하고 고맙다. 밭이 생각보다 커서 여러 가지 심을 수 있었는데 아무탈없이 잘 자라준 모든 작물들에게 고맙다. 올해 처음으로 내가 거둔 것의 기쁨을 느꼈는데 다음에도 이런 맛으로 하늘땅살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좀 익숙해진 듯? 한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
o 남우
씨앗이 심어지고 자라는데는 얼마나 많은 살핌이 들어가야 하는지 몸소 느낀다. 어떤 씨앗은 정성을 들여도 안날때도 있고, 어떤 씨앗은 배와 햇빛의 영향으로만 쑥쑥 자라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씨앗이든 살필수록 더 건강해진다는 건 사실이다. 내가 심은 것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살펴나가야겠다. 칠성초가 지금 밭에 작게 나와있다. 다른 밭에는 벌써 칠성초가 크게 자라나 있는데 아직 내 칠성초는 아기같다. 이 작물을보며 느꼈다. 생물은 다 서로 다른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느리다. 그래도 모두 결국에는 비슷해지니 걸리는 시간만 다를 뿐 조급해질 필요없다는 걸 배운다. 한해 갈무리하며 작물들에게 얼른 자라줘!라는 마음이 컸는데 내 기대치 만큼 커준 작물들에게 고맙다.
o 현아
이번에 처음 내가 책임지는 밭을 가지고 하늘땅살이 시작했다. 내 밭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몇 년 하늘땅살이 해봤는데도, 막상 스스로 판단해서 하려니 헷갈리고, 잘 모르겠는 스스로도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가 잘 모르겠고 어려워할 때 불편해하지 않고 신경써주고 살펴준, 선배들, 선생님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 든다. 하늘땅살이하며 정말 고마운게 많다는 걸 느꼈다. 모든게 다 고마운 일인 것 같다. 내가 책임지는 밭이 있으니까 전에도 늘 있어왔지만, 알아채지 못했던 고마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함께 하기에 서로 나눠 키울 수 있는 고마움 많이 느꼈다. 내 밭에는 안 났는데 동무 밭에 나서 나눔받아 키울 수 있는 고마움. 내 밭에 넉넉하게 났는데, 내가 다 키우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눔받아 함께 키워줄 동무가 있다는 고마움 등. ‘그 고마움 재때 잘 표현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밭에 있는 것 중 완두콩을 빼면 거의 다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완두콩은 이번에 참말 풍성하게 먹었다. 밥상에도 나누고, 학교에서도 나눴다. 뿌듯했고, 잘 자라준 완두에게도 고맙다. 이렇게 서로 나누는게 하늘땅살이의 큰 기쁨 중 하나인 것 같다. 앞으로도 정성껏 풍성하게 만나야겠다.
o 준
봄여름학기동안 하늘땅살이 배움 이어갔다. 학기 전 사정으로인해 만나던 밭이 아니라 윗밭에서 하늘땅살이 일구게 되었다.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년동안 정이든 밭자리라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윗밭에서도 풍성히 이어지는 하늘땅살이보며 역시 밭자리보다 더 중요한게 있구나 느꼈다. 올해 나는 오이, 감자, 완두, 칠성초, 토란 그리고 녹두와 김장작물을 심었고, 심을 예정이다. 풍성히 거둬 나눠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을 주로 심었는데 지금까진 만족스럽다. 완두는 많이 따서 많이 나누었고, 오이도 이제 한창이기에 여러 동무들, 밥상에게 나누고 싶다. 감자와 완두 거두고 이제 곧 김장작물 들어간다. 가을, 겨울농사 역시 알차게 만나고 싶다.
o 하준
하늘땅살이하며 배우고 느낀게 많다. 그래서 고맙다. 밭에 오가며 나누는 얘기가 고맙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어느순간부터 새벽에 가기 시작했는데, 멋진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한번 늦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올해 하늘땅살이하며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잘 맞이하는 것 이게 지혜라 생각한다. 팥을 다닥다닥 심지 않은 것, 미리 헛김매기를 잘 해 놓는 것, 비 올 때 크록스 신고 가기. 마지막 것이 가장 인상깊다. 자칫 신발이 축축해져 하늘땅살이에 마음 못 낼 수 있는데, 아예 편하게 가는 것. 그 지혜가 인상깊고, 몸에 들이고 싶다. 또 함께밭을 하거나, 내 저마다 밭이 끝나서 다른 사람과 같이 할 때, 함게 하는 힘을 느꼈다. 진주대평무, 장독 살피는 것에서도 서로 잊어버리지 않게 이야기해줬다. 하늘땅살이 자체도 수업이 아니었으면 매주 왔을까? 싶다. (그래서 방학 때 들러서 할거다) 김매기도 꽤 재밌다.
아쉬운 것도 있다. 첫 번째는 너무 딱 7시10분까지 간단거다. 딱 7시10분까지 가는 것도 아쉽고, 가끔 더 늦게 가는 것도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점심 전까지로..) 또 내가 작물들을 살피긴 하는데 사랑하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움 하늘땅살이가 없어진 것도 좀 허전하다. 올해 하늘땅살이하며 크게 다른 점은 서한이형이 왔단 거다. 정말 고맙다. 밥상에 가게 된것도 좋다. 하늘땅살이하며 느끼는건데 한해 한해 흐름은 비슷하지만 늘 실험을 해보고 우리가 일구어간단 거다. 하늘땅 안에서 그냥 수동적으로 지내면 그저 둘러가고 기억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시도해보고 새롭게 해보고 싶다. 그중 하나가 감자씨앗이다. (써래질도!!) 방학 때도 후회없이 김매기, 열매 누려야겠다.
o 수인
2023년 봄여름학기동안 하늘땅살이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하늘땅살이를 하며 주변 동무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밭에가서 일을 하다보면 내가 잘 알지 못하거나 헷갈리는 것들을 주변 동무들에게 묻고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 올해 하늘땅살이 시작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올해 유독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내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만큼 결과가 안 나왔을 때 속상했고 실망도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다른 밭 작물들과 작연스럽게 비교를 하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을 작물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나 자신이 아쉽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다. 그래도 확실히 전보다 작물을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마음은 늘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뭐 하나 대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남은 반년도 그런 마음가짐 잃지않고 지내고 싶고, 하늘땅살이 해나가고 싶다.
o 봄
이번 하늘땅살이는 살짝 안됐다. 작물들도 잘 안나고, 결국 모두 사라지고 오이만 남았다. 하지만 모두 나눠주어서 밭이 꽉 차게 됐다. 지난주에 오이가 첫 열매를 맺었다. 작은 오이였지만 맛있었다. 원래 키우려던 작물들은 잃었지만 옮겨심기 어렵다는 뿌리식물인 당근은 잘 자랐다. 자연은 잃은 것보다 더 크게 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밭은 작년보다 더 잘 돌본 것 같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하라는 말을 하시기 전까지 내 밭만 했다. 하지만 나중엔 주체적으로 한 것 같다. 내 밭에 파는 두 줄 뿌렸는데 두 대가 나왔다. 하지만 장마철에 녹았다. 밖에서 뭘 먹을때면 거의 모든 음식에 파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또 거의 모든 요리에 파가 들어간다. 많이 쓰이는 재료인만큼 기르기도 어려웠다. 매번 하늘땅살이 할 때마다, 오이를 키우는 동무들은 조금씩 나눠줬다. 한 조각씩 먹는 오이는 매우 맛있었다. 이번엔 직접 길러서 따자마자 큰 하나를 먹고 싶었다. 아직 작지만 달고 고소한 오이는 내 욕심을 없애준 것 같다.
o 지호
봄여름학기 시작하며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첫째는 기록이었다. 작년에 기록의 중요성을 느낀 나는 올해 잘해보려 노력했다. 결과는 잘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학기 말에는 약간 느슨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는 내 목표대로 잘 된거같아 뿌듯하다. 다음엔 그림도 더 그려 보기좋게 기록하고 싶다. 둘째는 많이 배우는 거다. 내가 올해 심은 작물들은 작년에 심었던 것과 겹치는게 없다. 그 이유는 새로운 작물을 만나가고 더 알아가고 싶어서이다. 아직 모든게 갈무리된 것이 아니어서 많이 배웠다고 느끼기 힘들다. 아쉬운건 다른밭도 살피며 내가 심는 작물 이외에도 여러 작물 살피면 좋았을텐데 너무 내 밭에만 신경쓴거같다. 하늘땅살이가 잘된다. 작물의 자람새나 주변 풀의 양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거 같다. 운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으니 지금 많이 배우고 열심히 거둬야겠다.
o 서현
이번 봄여름 하늘땅살이때는 작물을 다양하게 심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알뜰하게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난 작물들도 거의 대부분 힘이 없었다. 지금까지 딱히 하늘땅살이하며 잘 안된다 하는 기억이 없는데 올해는 그런 느낌을 좀 받았다. 그러다보니 여러모로 생각이나 걱정이 많이 되었다. 작물들이 쑥쑥 잘 안 크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게되는 면에서는 좋았다. 잘 자랐다고 걱정없이 두는 것보다는 좀 빈약해서 더 관심이 가는게 좋다고 느껴졌다. 사실 건강하나 아프나 사랑을 줘야하는데 지금까지 못 해준건 미안하다. 앞으로는 정성 더 쏟아야지 다짐한다. 작물들 키우면서 소소한 것의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기쁨을 주는 작물들에게 참 고맙다 생각이든다. 나도 작물들이 크든 작든 결과에 얽매이지 않아야지 한다. 항상 응원해야겠다 싶다. 그런데 이런마음에도 불구하고 잘 못크는 작물들은 좀 감추고 싶고 어떻게라도 이유를 만들어내려는 내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그런 모습은 정말 미안하고 슬프다. 그런데 최근에 하늘땅살이 끝나고 각자 밭 얘기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동무들은 다들 잘 나지 않은 작물들이나 아예 나지 않은 작물들까지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많이 자극 받았다. 그렇게 말해준 동무들에게 고맙고. 사실은 우리가 작물들을 비교하거나 뭐라 하지도 않는데 내가 이런 모습으로 있었구나.. 알게되었다. 곁의 동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깨어있지 못하면 역시 어딘가에 갇히는구나.. 깨닫는다. 쨌든 봄여름학기동안 즐겁게 하늘땅살이 했고 고마움이 많다.
o 서한
한 해 가장 생명력 가득한 때에 함께 하늘땅살이 했습니다. 밭 만들고, 씨앗 넣고, 김매고, 또 수확하는 시간 보냈어요. 근래 지구가 많이 아프고 힘들다고 부쩍 느꼈지만, 어떤 일에선지 물날 밭에 가는 시간에는 날 좋고 상쾌한 때가 더 많았어요.
좋은 기운 가득한 산너머밭에서 좋은 이들과 함께 밭일하는 소중한 경험했습니다. 서로 기르고, 살피는 배움 거치며 가까이 있는 동생들의 모습을 깊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땅살이하는 일이 선생과 제자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작물을 기르면서 예측하고 그려보는 일은 항상 있지만, 그 그림대로 잘 자라리라는 일은 항상 있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다른 상황과 변수에 모습이 변하고, 마음에 어긋나게 됩니다. 모든 제자가 선생의 마음대로 자라나지 않죠. 그럼에도 하늘땅살이하며 이 일들이 결코 의미없진 않구나 배웠습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주위를 내 뜻으로 관장하는 게 아니라.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사람, 하늘땅, 식물, 벌레, 동물들과 어울려 사는건 배워가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 지음재원
하늘땅살이 세 해째 이어오면서 지혜를 쌓아가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날적이에 ‘올해 꼭 해봐야지’하며 적어둔 것들을 잊지 않고 해보았다. 하나는 흙을 잘 준비하는 거였다. 그간 오줌액비 말고는 이렇다할 양분을 준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밥상 부산물 퇴비도 밑거름으로 넣어주고 재거름도 주며 밭을 준비했다. 그런 점은 새롭게 익혀간 배움이다. 그럼에도 윗밭 흙의 특징인지 많이 푸석푸석하고 흙 표면이 딱딱했다. 내년에는 밭 열리는 날 바로 웃거름도 주고 김매기한 풀도 거름으로 남겨두어보자 글을 남긴다. 둘째는 써래질을 잘 공부해서 이끌어보자 였다. 작년에 내게 그런 역할이 있는지도 모르고 준비없이 써래질을 했다. 아쉬움을 기억하고 열심히 준비해갔다 나름 그만큼은 더 의미있게 써래질 한 거 같다. 올해 돌아보며는 노동요가 없었던게 아쉽다. 내년에는 노동요까지 같이 불러봐야지. 세 번째는 고추(칠성초)를 잘 길러보는 것이었다. 작년에 갑작스레 칠성초를 옮겨받아 공부도 없었고 너무 몰랐다. 그래서일까 작년 긴 비 때 다 쓰러져서 칠성초들이 옆으로 자랐다. 올해는 북주기도 해주고 순도 질러주며 기르고 있다. 작은 것들이지만 한 해 한 해 배움이 쌓여가는 기쁨을 느낀다. 아쉬운건 새로이 만나는 작물로 번행초를 심었는데 모두 싹이 나지 않았다. 대신 계획치않게 토란을 하나 선물받아 기르고 있다. 새 생명 만나고팠던 마음으로 토란에게 잘 쏟아줘야겠다.
o
졸린눈 비비며 새벽마다 모일때면 왠지 더 서로의 안색을 살피곤 했었죠. 하지만 산을 넘고 흙을 밟고 이런저런 풀,나무,꽃들이 내놓은 공기를 마시며 숨 주고받다 보면 환기가 될 것을 압니다. 그래서 밤새 무언가로 뒤섞였을 우리 마음들을 하늘땅에 맡기는 마음으로 산을 넘고 밭을 일구곤 했는데, 그것만으로 많은 것을 누렸다 생각돼요.
하늘땅흐름 따라 거두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하늘이 쨍하고, 아직 진주대평무에 푸릇한 꼬투리들이 여럿 있음에도 이어지는 날씨의 흐름을 보아 거두는 때를 정해야하고, 그에 맞게 그곳으로 몸이 가야합니다. 여러 마음과 몸의 게으름 이기고 그 길 나서 할 몫을 하고 돌아올때는 안심이 되었고, 하늘땅흐름 따라 거둔다는 것이 현실에서는 아주 찰나에 많은 것을 넘어서는 큰 공부이고 실천이구나 느꼈습니다.
반대로, 이런 흐름을 통과했음에도 완두콩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조금더 영글게 두었다가 거두려고 했는데, 진주대평무만큼 날씨 상황을 살피지 못했고, 그 열매들이 새들에게 먹이가 될 거라는 생각까지 가지 못해 많이 돌아봐집니다. 비소식 이어지기 전에 뿌리채 거둬 매달아두는 선택을 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공부로 잘 삼습니다.
동무들 날적이를 읽으며 공부가 많이 되기도 했고, 동무들 마음을 조금 더 알게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곳에 머물러 하늘땅살이를 했는데, 글을 보면 저마다 보내는 시절 몸과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보는 듯 했어요. 생명 자람에 빗대어 자신의 마음과 고민들을 풀어놓은 날적이를 읽을때는 마음이 많이 머물러졌습니다.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모든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띄워보내면서도 생동약동 과정이 이러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과정을 제대로 잘 머물러 통과하기를 엄청 응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늘땅살이가 아니었으면 나는 얼마나 매말라 있었을까.. 생각하니 고마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