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죽도Sweet-scented Oleander , 夾竹桃 , キョウチクトウ夾竹桃
분류학명
초여름,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주름 잡힌 붉은 꽃을 피우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바로 ‘협죽도(夾竹桃)’란 나무다. 중국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인데, 잎은 대나무를 닮았고, 꽃은 복숭아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꽃이 복사꽃을 닮았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잎은 질감이 댓잎과 너무 달라 대나무와 닮았다는 것은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한약재의 이름으로 쓰이던 협죽도를 그대로 가져다 붙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보다는 우리가 만든 ‘유도화(柳桃花)’란 이름이 나무의 특성을 훨씬 잘 나타내고 있다. 자라는 모습과 나뭇잎은 버들에 훨씬 가깝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공식 이름은 유도화가 아니라 협죽도다.
협죽도는 인도가 원산지인 키 작은 나무로 고려 중후기쯤 중국이나 일본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동국이상국집》에 〈협죽도화(夾竹桃花)〉란 시 한 수가 실려 있는데, 푸른 대나무의 형상은 군자를 닮았고, 홍도(紅桃)처럼 아름답다고 했다. 중부지방에서는 바깥에서 겨울을 날 수 없으므로 화분에 심어 실내에 두고 감상하면서 시를 쓴 것일 터이다.
협죽도는 아열대지방 식물로서 키가 2~3미터 정도이며, 크게 자라도 5미터를 잘 넘기지 않는다. 자라고 있는 모양은 땅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룬다. 잎은 셋씩 나와 돌려나기 하고 가늘고 긴 타원형이며, 잎 길이는 손가락 한두 개 정도에 폭은 1~2센티미터쯤이다. 잎에는 약간의 광택이 있고, 가느다란 잎맥이 촘촘하게 좌우로 뻗어 있다.
꽃은 새로 자란 가지 끝에서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이어진다. 꽃 하나하나는 작은 달걀 크기만 하며 꽃잎에는 약간씩 얕은 주름이 잡혀 있다. 붉은색이 대부분이지만 백색, 핑크, 연한 황색 및 꽃잎이 서로 겹쳐진 만첩(萬疊) 협죽도까지 여러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여름날의 짙푸른 잎과 너무나 대비가 명확한 붉은 꽃이 이국적인 정취를 가져다주며, 강한 향기는 꽃의 아름다움에 더욱 취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서양협죽도(학명 Nerium oleander)도 들어오고 있으나 향기가 거의 없다. 향기 이외에는 인도협죽도와 거의 구분이 안 될 만큼 모양이 비슷하다. 꽃이 귀한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이 피며,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 도로가나 공원 등에 널리 심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고 포기나누기, 꺾꽂이 등으로 쉽게 번식을 시킬 수 있다.
협죽도는 잎, 줄기, 뿌리, 그리고 꽃까지 모두 알칼로이드 계열의 ‘강심배당체(cardiac glycosides)’라는 성분을 가진 유독식물이다. 그래서 협죽도 가지를 꺾어 즉석 나무젓가락으로 사용한다거나, 또는 잎을 따서 씹는다거나 꽃잎을 먹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협죽도가 불에 탈 때도 연기에 중독될 수도 있으니 야외 바비큐나 캠핑을 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협죽도의 독성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식품회사의 광고판에 협죽도 잎이 배경 나무로 깔려 있을 정도다.
협죽도는 이렇게 유독식물이면서 동시에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잎이나 줄기를 말려서 심장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강심제나 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제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