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기기사 실기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공부는 하나도 안 했지만 시험 동향이나 패턴을 알아보기 위해 시험은 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렀다 어제 기름을 넣으려다 못 넣었기 때문에 우선 주유소 부터 찾았다 가까운 주유소에서 가격을 보니 1500원이 넘는다 그냥 패스해서 다음 주유소를 찾았다 1497원이다 조금 지나면 내가 아는 싸게 파는 주유소가 있다 그리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휴일이라 그런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차에 기름이 거의 없어 더 가다간 차가 움직이지 못할 상황이다 할 수 없이 아까 봤던 주유소로 되돌아가 기름을 넣었다 3만원치 넣었으니까 처음 넣으려 했던 집과 5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걸 아끼려다 시간만 다 가고 빙빙 돌다 기름만 더 썼다 아침부터 500원에 목숨거는 엉뚱한 짓을 하고 말았다 귀중한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30분을 허비했다 아무리 경험삼아 시험을 본다고는 하지만 정신상태가 틀렸다 천안공고 시험접수 당시 주차 절대불가라고 나왔는데 다행히 주차공간을 열어 주었다 아침 일찍 부터 꾸역꾸역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산업현장에서 그리고 생업의 현장에서 생동감을 느껴야 하는데 요즈음은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 현장에서 치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특히 전기기사 시험에 몰려드는 응시생 수가 점점 더 늘어난다 문제지가 돌려졌다 두툼한 실기문제는 총18문제가 주어졌고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주어진다 찬찬히 문제를 훓어보니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는 문제에 답을 쓰고 보니 제법 몇 문제에 답을 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회차에 공부 안하고 포기한게 마음에 걸린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 번 해볼 만한 시험이었다 퇴실 가능시간을 넘긴 후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문제 파악하러 왔으니까 목적 달성은 한 거다 아침도 걸렀으니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해장국집에 들러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운전면허학원으로 내달렸다 저번에 떨어진 지게차 시험을 보기 위해서 한차례 더 연습이 필요했다 시험을 보러 온 김에 연습을 하려고 4시에 예약을 했는데 시간이 남아 일찍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시간변경이 가능해 일찍 연습시간을 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한시간에 10만원이고 그것도 50분만 연습해야하고 카드결재도 안되며 현금으로 해야하고 연습에 관한 지도도 안해준다는 매우 고약한 조건을 내건다 왜 이 학원에 그렇게 썰렁하게 연습생들이 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절박한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더러운 조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모레 4월 19일 오전 부터 이 장소에서 시험이니 미리 같은 장소에서 연습해 보는 것이 그나마 낳을 것 같았다 지게차 연습을 1시간 마치고 굴삭기 주행을 1시간 해 보았다 엄청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가르쳐 주는건 거의 없다 굴삭기를 코스안에 몰아넣고 이리저리 왔다갔다를 반복해 보았다 하는 짓이 답답했든지 겨우 몇마디를 힌트라고 알려주고 휙 가버린다 "에라이 이놈들아 그런 식으로 영업하단 학원 망한다" 운전연습을 마치고 요양원으로 향했다 어머님이 천안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마누라와 천안터미날에서 만나서 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아 커피숍에 들어갔다 참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천안터미날이다 차 한잔을 시켜 놓고 있으니 젊은이 들이 각종 커피를 마시는데 밥 한그릇 값이다 문화는 선잔국을 따라하고 의식은 동남아 수준이다 1시간을 기다려 마누라를 만나 같이 요양원으로 향했다 한달만에 뵙는 어머님은 더욱 수척해 보였다 앙상한 뼈마디가 나를 슬프게 한다 경제적 도움도 못주고 어머님을 요양원에 모셔놓고 방관만 하는것이 죄스럽기만 하다 짧은 면회였지만 깊은 번민으로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말년이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 않으며 겨우 생명을 연장하다 끝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변변한 위로도 받지 못하며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인생 무상함을 느낀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전기기사에 매달리는지 갑자기 회한도 밀려온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보자는 뜻이지만 동공에 힘이 없이 나를 노려보던 요양원 노인들을 생각하면 결코 기분이 상쾌해 지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계란 몇개를 사러 들어갔다 세일을 한다고 마누라가 같이 가잔다 긴 줄을 선 끝에 계란 10개를 500원에 샀다 요즘같은 계란 파동때 이 가격에 산 건 횡재다 아침에 내가 기름값 500원 아끼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닌 것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서민들은 힘겹게 살아가는데 대선에 나왔다는 친구들은 시장바닥에서 어묵하나 물고서는 서민경제 살려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인만 없으면 나라가 제대로 될 것 같은데....." 전기기사 실기시험,지게차 연습,굴삭기 주행연습,요양원 방문,계란 세일 구매 등등 바쁜 하루가 지나가며 내 남은 인생의 날자를 하나 더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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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00원에 목숨걸지 맙시다
시골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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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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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지요. 뭐 별거 있겠습니까.
어제 초등친구들과 강화도 진달래 축제가서 산에서 놀다가 요즈음 뭐하냐고 하기에
공부한다고 했더니 그것 합격해서 뭐 될건데?
시간지나면 죽는 거지뭐..
그랬더니. 에이 ! 때리쳐라 이구동성이다. 그래도 난 할란다. 재미있으니까.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못하는 학생. 그걸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렇다. 공부는 40점이하. 그러나 희유한 일을 많이 저질르는 사람이었다.
야외 전축을 나무통에 만들어 학교에 가져와 남보원 원맨쇼를 틀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그시간 수업은 원맨쇼 듣는 것으로 ...선생님의 그러한 배려도 있었다.
바쁜 휴일을 보내셨네요.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천안요양원에 모신 것은 오늘 처음듣네요. 부모님 모시느라 수고가 많으셔요. 자식 마음대로 안되듯이 부모님 건강도 마음대로 안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시골농부님 말씀 들으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