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시제> 바다
-시창작의 길잡이 95쪽-
<청각적 이미지>
무릎 앞의 소유는
오후를 껴안고도
외로움의 뿌리는 깊어
사람이 부르면 날짐승처럼 운다
어느 가슴을 치고 왔기에
사람이 부르면
하늘에 들리고도 남아
내 발목을 휘감고 나서야
그 울음 그치나
ㅡ최문자 <산울림> 전문
어져 내일이야 그럴줄을 모르더냐 (임을 막상 보내놓고 이렇게도 사무치게)
(어어 내가 한 일이여) (그리워할 줄을 미처 몰랐더냐)
이시랴 하더만(있으라고 하더라면/있으라고 했으면) 가랴마는(갔겠는가)
제(내) 구태여(중의적 표현) 보내고 그리는 정 나도 몰라 하노라
*이시조는 황진이가 한성부윤을 지낸 소세양을 보내고 나서 허전한 마음을 읊은 시조
<미각적 이미지>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옆 주막(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고을에서 정치하던 사또 혹은 정치적인 치적을 위해 세워놓은 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서민들의 순박한 인정을 주막을 통해 드러냄
노을 비낀 길은(가야 할) 길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노을 지는) 무렵에
ㅡ 김용호 <주막에서> 전문
<후각적 이미지>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취나물)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빛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서러워진 이유-속세를 떠나 단절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시적 화자의 갈등)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짚벌) 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섧게 우는 슬픈 날이 있었다(시적 화자의 감정을 산꿩에 이입함)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 머리카락의 북한말)가
눈물방울과 같이(눈물방울처럼/눈물방울과 함께-중의적 표현) 떨어진 날이었다
ㅡ<백석 < 여승> 전문
<촉각적 이미지>
할아버지 제사가 들던 날 밤은
차가운(촉각적 이미지) 동짓달 열엿새 밤이었다
은함재를 넘어오는 싸늘한 밤바람(촉각적)에
문풍지가 울어대던(청각적) 겨울날 밤이었다
지방을 써 붙이고 향불을 피워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몇 번이나 삽짝 밖을 기웃대도(시각적)
멀리서 아득히 개만 짖었다(청각적)
제관도 없이 제사를 지낸 밤은
새벽은 좀체 오지 않았다
ㅡ김명수 <낙동강4 - 제삿날 밤에> 전문
<촉각적 이미지>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가로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ㅡ정현종 <교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