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2 (목)
1) 슈리성(首里城)
단보라멘집에서 불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슈리성으로 향한다.
슈리성은 나하 모노레일 종점인 슈리역에서 도보로 10여분 정도 걸리는데,
모노레일역에서 슈리성까지 100엔 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배차간격이 너무나 뜸해서 걷는 편이 낫다.
슈리성은 류쿠왕국의 왕성으로, 여러번의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성터만 남았다가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지만 그 터만 그럴뿐 건물이나 성벽은 세계유산이 아니다.
아무튼 규모가 엄청 커서, 문을 지나면 문이 나오고, 또 다른 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미로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성의 외곽과 내곽을 나누는 성벽이 우뚝 서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커다란 반얀트리가 심어져 있다.
슈리성 구조이다.
가운데 붉은 부분이 왕이 거주하던 정전(正殿, 세이덴)인데 별도의 입장료를 내게 되어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800엔).
슈리성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먼저 지도를 챙겨야한다.
붉은 기와 대문을 지나면 관광안내소가 나오고 그곳에서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지도는 각국 언어로 준비되어 있으며 30분, 60분, 90분 세가지 관광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각 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게 되어있어 (마치 제주올레길처럼) 관광의 재미를 더해준다.
슈리성 탐험 출발!
웅장한 성벽밑의 문을 통과해서 내성으로 들어선다.
문을 지났는데 또 다른 문이 나오고,
저 멀리 슈리성 인근 마을이 보인다.
이 붉은 문을 들어서면 정전으로 향하는 뜰이 나타나는데, 정전 입장료가 별도이고 가격이 착하지 않아서 갈등을 한다.
마침 정전앞 뜰에서 전통 가무극이 한창이다.
다리도 쉴겸 자리에 앉아 구경을 한다.
한복도 아름답지만 기모노와 무대 배경이 무척 화려하다.
솔로로 춤을 추신 분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미센 연주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을 보여주는데 고수의 자세가 느껴진다.
슈리성 정전은 아래처럼 생겼는데 들어가지 않고 그림으로 대신한다 ^^
정전을 패스해서 외곽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어느덧 관광코스 종점인 휴게소에 다다른다.
저녁 7시에 식사 예약을 해놨는데 아직 너무 이르다.
정전을 못 본 대신 정전에서 빠져나오는 곳 까지만 가보기로한다.
정전 후문쪽 출구를 지키고 계시는 분이 계셨는데 계속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나는 정전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잠깐 위에만 다녀오겠다고 하였는데,
말도 통하지 않고 한참 실랑이끝에 금방 내려오는 걸로 하고 간신히 통과.
그런데 알고보니 그쪽으로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즉, 나쁜 마음만 먹으면 후문을 통해 정전으로 그냥 들어가게 되어 있던 셈.
그분이 그렇게 막았던 이유를 알게되고 졸지에 진상 관광객이 되어버렸다 ㅠㅠ
아무튼 올라가보니 슈리성 중에서 이곳이 제일 경치가 좋았던 듯 ㅎㅎ
그냥 정전으로 들어가 버릴까하는 나쁜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약속대로 정전 후문까지만 갔다가 내려온다. ^^
저녁식사 예약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슈리성 완전 외곽에 위치한 용담(류탄)에 들린다.
자그마한 호수에 정자가 지어져있고 다리를 통해 건너갈 수 있게 되어있다.
석양이 지려고 하던 때라 주위 경치가 더욱 환상적으로 보인다.
호수에는 관광객들이 던진 음식물을 먹으려고 새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덩치가 너무 커서 약간 위협적이었다.
호수물은 그다지 맑지는 않았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이 보기가 좋았다.
마지막으로 용담 건너편에 있는 사당에 들리고 식당으로 향한다.
2) 아시비우나(あしびうなあ)
[내 정원에 놀러 와]라는 뜻을 지닌, 류큐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 - 아시비우나.
슈리성근처 맛집하면 첫번째로 떠오를만큼 워낙에 유명한 곳이고 평가가 좋아서 미리 예약을 했다.
식당 외관은 얕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가정집 분위기라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오면 약간 헤맬 듯.
혹시 이곳인가 두리번거려 보지만 식당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용감하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내하는 사람이 나온다.
약속시간인 7시에 조금 이르게 도착했지만 반갑게 맞아준다.
안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데 예상외로 다다미방에 테이블이 준비되어있다.
다다미에 앉아서 류큐 정통요리를 즐겨보고 싶었는데...
주문을 받는 아가씨가 거의 탤런트급 미모를 지녔다.
조곤조곤 영어도 제법 하고, 비교적 쉽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아시비우나에서는 단품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세트요리가 워낙에 유명해서 세트요리를 골라본다.
세트 요리는 세가지 - 5,000엔, 3,800엔, 그리고 2,000엔
너무 비싼 것은 좀 그래서 2,000엔짜리로 주문한다.
메뉴에는 영어와 한국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편하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던 고주(아와모리주)가 생각나서 시켜본다.
류쿠지방에서만 생산된다는 증류주.
세다고 하던데 어떨지.
젓가락 포장지가 아주 앙증맞다.
아와모리주가 먼저 나온다.
술이 얼마나 독한지 증류수와 얼음이 따라 나오고.
얼음을 넣지 않고 살짝 맛을 보았더니 쓴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거의 보드카 수준.
헐~ 술에 얼음 넣는 것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와모리주가 자신없는 와이프는 기린 생맥주를.
드디어 전채가 나오고,
차림은 예쁜데 정말 양이 적다 ㅎㅎ
내 상차림.
와이프 것.
오키나와에서 먹고 싶어하던 오징어 먹물 소바가 포함 된 상.
맛은 뭐 명성 그대로이다.
간이 약한 듯 하면서도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듯하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역시나 양이 적다는 점.
식사라기 보다는 간단한 술 안주용 정도.
다음에 오게되면 밥이나 소바를 추가해야겠다 ^^
아무튼 분위기 좋은 곳에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빨리 먹으면 5분도 안 걸릴 듯 ㅎㅎ) 좋은 시간을 보냈다.
결국에는 양이 모자라서 호텔로 가다가 볶음밥을 추가로 사먹었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가이드로부터 들은 오키나와 지명의 유래.
- 오키나와 관광은 보통 2박3일 일정이 대부분이고, 나하 공항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간은 대개 오후.
그래서 첫날 한끼를 먹고, 두번째날 3끼, 마지막날 아침 한끼를 먹는 다고 해서
다섯끼 나와 = 오끼나와 = 오키나와 가 되었다는 말씀.
믿거나 말거나 ^^
나만 몰랐던 Tip:
1. 슈리성 관광코스 세가지 - 30분, 60분, 90분.
2. 아시비우나 음식맛 최고, but 양이 적다. 소바나 볶음밥 추가할 것.
3. 오키나와 지명의 유래: 다섯끼나와 = 오끼나와 = 오키나와
첫댓글 다섯끼나와 믿어야지요,,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많은지식을 얻었습니다,,,감사합니다,,ㅎㅎ
글쎄요, 오키나와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니 믿어야지요 뭐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진 좀 찍어다 주세요 ^^
저는 마눌이 지켜보고 있어서리...
생각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품부했던 여행이셨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희들도 잘 보고 잘 먹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히 잘 봤습니다...글 올리시느라 고생 하셨구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장 12편으로 나누어 오키나와 여행을 자세히 올려 주셔서
실감나게 잘 감상하였습니다.
그 수고와 정성에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추후 가보고 싶은 명승지 지역으로 추가 입력합니다~ 추천과 함께 ^^
하루 일정씩 올리려고하니 너무 내용이 많아지더라구요.
조금씩 여러편으로 나누는 것이 나을듯 싶어서 그랬는데 지루하지 않으셨나 모르겠네요.
매사에 철저하신분 같습니다.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몇차례 방문했었던 일본이라는 나라
일제 강점기를 격은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일본은 정이 안갑니다.제가 좋아하는 초밥만 빼구요
텍도 없는 말이지만 일본을 한국이 먹어버릴순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역사는 돌고 돌고 가끔씩 머리가 꼬리가되고 꼬리가 머리되는것을 보았습니다, 택도 없지는 않습니다,,ㅎㅎ
좋은 방법이 있네요,
초밥드실때마다 일본을 먹는다 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드세요.ㅎㅎㅎ
한국이 일본을 먹는 것 강추합니다 ^^
잘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먹는 일본 라멘은 숫돼지고기로 했는지,
돼지냄새가 많이 나서 못 먹겠더라고요,
구경 잘하고 추천드립니다.
일본 라멘 좋아하시는군요. ^^
@실콘짱 아뇨,
소상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신 사진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실콘짱님 덕택에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저도 앞으로 블로그를 만들고 싶은데 정성이 많이 들어갈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 시간 많이 잡아 먹습니다. 은퇴후 소일거리로는 좋지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국에서는 오키나와 보다는 하와이가 나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하와이 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대신 오키나와로 가는 사람이 많거든요.
덕분에 앉아서 다섯끼나와 구경 잘 했으므니다. 가므사 하므니다.
답변이 재미 있습니다 ㅎㅎ
귀하신 님의 정성과 수고하심으로 안방에서 호사를 누려봅니다.
늘 한결같은 카페사랑에 숙연해집니다.
일본인들의 음식문화가 듣던대로 양이 적은게 사실이군요.
주문하신 음식 보니.참 그렇구나.라는 생각입니다. 늘 감솨
어떻게 저 정도 양을 먹고 버티나 신기할 정도입니다.
사실 일본에도 양이 많이 나오는 식당이 있거든요.
사람에 따라 다른게 아닐까 추측해보지만요.
원래 일본사람들 양이 적어 저렇게 조금 나오는줄 알았는데 한국음식점에서는 공짜로 계속 주는 반찬들 더 많이 잘 먹더라구요. 위가 적어서가 아니라 비싸서 많이 못먹는다가 맞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올려주시니 오끼나와는 여행목록에서 패쓰합니다. 당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렴하면서도 많이 주는 식당을 몇 곳 보았거든요.
회나 초밥은 워낙에 비싸서 조금씩 나오는 것 같구요.
그나저나 제가 너무 자세히 올려서 여행의 흥미를 상실하게 한건 아닌지 죄송스럽습니다.
실제로 가보시면 제가 느끼지 못한 즐거움이 더 있을 듯 합니다 ^^
햐~~ 실콘짱님 덕분에 오끼나와 구경 잘했습니다.
기회되면 슈리성에도 가보고 싶고, 류큐요리도 한번 먹어봐야겠어요.
정성이 듬뿍 담긴 여행기록 고맙습니다.~^^
오키나와 여행은 2-3박 정도로 잡고, 아메리칸 빌리지와 슈리성, 그리고 메인 플레이스에서 쇼핑 정도만 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해변에서 하루 정도 더 있어도 좋을 것 같구요 ^^
덕분에 오끼나와 구경 잘 하고 갑니다 . 저도 오끼나와 방문하면 다섯끼만 먹고 올랍니다 ㅎㅎㅎ
이참에 칠끼나와로 바꿔버리심이 어떨까요 ㅎㅎ
오랫만에 여유를 가지고 3회 분량을 한꺼번에 봅니다. 맛있는 먹거리와 소소한 재미를... 자세한 사진에 누가 가더라도 낯설지 않겠습니다.
오키나와에 직접 가보시면 훨씬 즐거우실 거에요 ^^
실콘짱님 덕분에 오끼나와 구경도 잘 했습니다.
다섯끼나와... 정말 재밌는 해석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