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명품의 가치와 의미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단순히 고가가 아닌 시간의 역사와 인간의 노력, 기술의 발전과 장인의 혼이 만나 탄생되는 이름. 테이블웨어의 톱 브랜드 세 가지가 함축하는 생활 속 명품 이야기.
지금,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식탁을 차리고 있다. 따스한 가을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야외 정원엔 10인용의 널찍한 식탁이 펼쳐져 있고 화병엔 히아신스 꽃이 한가득 꽂힌 풍경. 아마도 오늘은 당신 생애 최고의 만찬이 될 것이다. 몇 주 전부터 심혈을 기울이며 구성한 오늘의 메뉴는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 자, 이제는 테이블웨어를 세팅할 일만 남았다. 과연 오늘을 위해 준비한 당신의 히든카드는 무엇인가?
그릇에도 엄연히 ‘명품’이 있으니 가방이나 시계, 구두와 같이 가시적인 효과 이상으로 의미를 지닌다. 몇 세대가 대물림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 다른 브랜드들과는 확실한 차별화로 자신만의 명성을 이어온 것,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 정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빛나는 것. 그릇에도 분명히 미학이 존재한다. 그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당신의 눈에 심미안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 여왕의 도자기_WEDGWOOD
왕실의 후원을 얻어 ‘여왕의 도자기’라 불리는 웨지우드는 약 2세기 반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전통 있는 생활 방식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재질, 유약, 채색법 등의 끊임없는 개발과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은 영국 도자기의 대표적인 지위를 대변한다. 특히 이와 같은 업적으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2세로부터는 영광스러운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하사받았고 영국뿐 아니라 백악관, 크렘린궁전, 교황청, 수많은 각국의 정부 및 황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asa.co.kr%2Fdbimg%2Feditor%2Fadmin%2Farticle%2FBASIC%2Fciao_casa_1030034704.jpg)
>> 1 터퀴오이즈(TURQUOISE) 라인은 크기에 따라 13만원대부터 46만9000원까지이다. 2 인디아(INDIA) 라인의 수프 접시(23cm, 20cm)는 각각 10만 9000원 7만8000원. 3 메인 접시(27cm, 23cm)는 각각 10만9000원 9만1000원.
웨지우드는 전통성과 함께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다양한 컬렉션들을 선보여 왔는데 특히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가미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또한 영국에서 최초로 흰색이 아닌 크림색 도자기를 만들고 유약 대신 산화물을 첨가해 색을 낸 도자기 ‘자스퍼웨어’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도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샬럿 여왕을 위한 크림웨어 제작은 ‘퀸스웨어’라는 칭호를 얻으며 영국 여왕의 후원을 받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웨지우드 최고의 걸작이라 하면 뭐니뭐니 해도 ‘자스퍼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을 것.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유행한 카메오 기법을 본떠 제작, 백색의 부조상이 들어있는 자스퍼 웨어는 오늘날까지 최고의 기술력과 작품성으로 하나의 예술처럼 평가받는 컬렉션이다.
럭셔리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베라왕이나 탁월한 인테리어 감각의 바바라 베리, 초호화 개인 저택과 요트, 브리티시 에어의 일등석 디자이너인 켈리 호튼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만큼 늘 유행과 감각에 있어서도 앞서는 편. 스탠퍼드셔에 있는 웨지우드 공장의 박물관에는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방문하여 웨지우드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수천의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이제 내년 2009년이면 설립 250주년을 맞게 되는 이 명품 브랜드는 세계적인 축하 행사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예술 _ HAVILAND
1766년,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 리모지에서 순백의 백토가 발견됐다. 이 백토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입자가 아주 고우면서도 투명할 정도로 희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견고하다는 점이었다. 이후 ‘리모지의 하얀금’이라 불리게 된 백토는 유럽의 도자기 문화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asa.co.kr%2Fdbimg%2Feditor%2Fadmin%2Farticle%2FBASIC%2Fciao_casa_1030035133.jpg)
>> 1 판타지아 라인의 디저트 접시와 브래드 접시는 각각 14만원, 10만5000원. 2 루브지엔 라인의 디저트 접시와 브레드 접시는 각각 21만9000원 14만원.
프랑스의 명품 도자기 하빌랜드 역시 1842년, 이곳 리모지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의 왕족과 귀족들을 사로잡은 하빌랜드는 무엇보다 예술가들과 함께 그 전통과 명성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프랑스 인상파 시대의 고갱, 칸딘스키, 장콕도부터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화가 알란 토마스까지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과감히 테이블웨어에 기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란 토마스의 ‘판타지아’ 시리즈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 세계 200~250여 개만 제작, 그림 애호가들에게도 극찬을 받으며 세계 유명인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하빌랜드의 컬렉션 모두는 섬세한 디자인과 전통적 기법으로 명실상부한 ‘명품’의 가치를 말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asa.co.kr%2Fdbimg%2Feditor%2Fadmin%2Farticle%2FBASIC%2Fciao_casa_1030035247.jpg)
장미꽃이 섬세하게 그려진 화려하고 세련된 테이블웨어 ‘루브지엔’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 1901년에는 나폴레옹 3세가 사랑한 유제니 황후를 위해 그 이름을 따 ‘유제니’ 시리즈를 발표했고 현재 프랑스 정부의 국빈 접대용 공식 디너 식기로 사용되고 있다. 정교한 라인과 고급스러운 페인팅,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패턴에 다양한 색이 창조하는 미학, 하빌랜드는 프랑스 왕실과 예술의 명성 그대로를 보여주는 진정한 명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 패션과 예술을 입은 명품 테이블웨어 _HERMES
1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에르메스는 수공예술의 대명사로 섬세하고 미려한 제조 과정부터 품위 있는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럭셔리’의 이름으로 정의된다. 1987년 장 루이 뒤마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롭게 론칭한 테이블웨어 역시 의류뿐 아니라 시계, 향수에 이르기까지 에르메스의 명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급부상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asa.co.kr%2Fdbimg%2Feditor%2Fadmin%2Farticle%2FBASIC%2Fciao_casa_1030035417.jpg)
>> 안달루시안 철제 공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과다귀비르 라인, 가격미정.
에르메스가 테이블웨어에서 무서운 돌풍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패션에서 이룩한 고유한 이미지와 노하우, 그 창조 정신까지 모두 접시 하나, 잔 하나에도 빠짐없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르메스 최초의 포슬린 ‘피브완’은 싹이 형성되어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질 때까지의 과정을 테마로 1984년 탄생, 같은 이름의 스카프 문양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30여 가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고리버들 세공 위에서 표현, 꽃이 자라는 과정을 6가지 핑크와 4가지 그린으로 신선하고도 부드럽게 그린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86년에 탄생한 ‘투칸’ 역시 실크 스카프 트로피크(Tropique)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아마존 숲 속의 푸른 잎사귀 사이로 그려진 아름다운 새 가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자기 위, 생생하게 그려진 40마리 이상의 새들은 각 피스마다 진정한 예술 작품의 가치를 보여주며 8가지 오리엔탈 컬렉션을 포함해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테이블웨어로 자리매김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asa.co.kr%2Fdbimg%2Feditor%2Fadmin%2Farticle%2FBASIC%2Fciao_casa_1030035503.jpg)
>> 에르메스의 상징인 말을 전체적인 테마로 한 슈발도리앙 라인, 가격미정.
이 외에도 1938년 로베르 뒤마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팔찌에서 그 디자인을 착용한 ‘셴 당크르’나 에르메스 이니셜 H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리듬’ 시리즈, 1997년 출시 이후 꾸준한 사랑으로 현재에는 전체적으로 확장된 ‘아프리카’ 라인 등 아직도 꾸준히 새로운 컬렉션들이 발표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고 다양한 패턴과 모티프를 선보이며 특유의 우아함과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에르메스 테이블웨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브랜드 고유의 가치. 최고급 가죽만을 골라 엄격한 생산 공정 속, 한 사람의 수작업만으로 이루어졌던 역사 그대로 접시 하나에도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과 조건을 가지고 소명을 다한 브랜드의 장인 정신, 그 자체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