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베트남 꾹프엉 국립공원의 나비떼
8년전 베트남에 처음 나와서 하노이 자전거 동호회와 산악회를 들어가 주말마다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닐때 아주 재미 있고 신기한 현상을 알게 되어 시즌만 되면 찾아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마침 주중에 생각지도 못해던 휴일이 생기게 됩니다. 사실은 매년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었지만 회사 일로 정신없이 일하던 저에게는 관심 밖의 사항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생산/영업 담당 부장 갑자기 본부장님 4월18일(목) 대체 근무를 하려 했는데 쉬어야겠습니다.
아니 평일에 무슨 대체 근무고 또 쉬어야 하는 건 뭔가요?
무슨 왕 탄신일이라 공휴일이라고 합니다.
아~ 흥왕탄신일을 놓쳤구나.
부랴부랴 단톡방마다 갑자기 하루 여가가 생겼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자문을 구해두고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래서 생각 난 것이 꾹프엉 국립공원 입니다.그리고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 합니다.
처음 갔을때 하노이에서 꾹프엉까지 편도로 145키로 정도 되어 왕복 290키로니까? 평속 20키로로 세팅해서 15시간 + 식사 및 휴식시간 3시간 정도를 예상해서 총 18시간 소요를 계획해서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복귀 하는 것으로 계획 했는데 실제로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하노이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박닌~꾹프엉 거리가 147키로에 꾹프엉 국립공원 내 거리가 2~30키로 총 320~330키로가 되지 안을까 생각이 되어 새벽 0시에 출발해서 저녁 6시까지 박닌으로 복귀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습니다.
그런데 전날 약간의 문제? 가 발생 합니다.이번주는 매일 약속이 잡혀 있는데 원래 하노이 산악회 전회장과 식사 약속이 지난 화요일 이었고 수요일엔 제가 지금 다니고 있던 회사의 전법인장을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산악회 전회장이 기왕이면 하자동 회장과 같이 보자고 해서 그러면 제가 수요일엔 선약이 있으니 차주 화요일일로 한주 순연을 시켰는데 수요일 선약이 화요일로 당겨지는 바람에 두 약속이 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화요일 식사는 잘 모르는 분들괸 만나는 거라 술자리가 길 수가 없고 출발 전날인 수요일에는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분들과의 자리라 생각 보다 술자리가 길어 질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일단 하노이에서 쭝옌에 있는 짜까아잉부에서 만나 짜까라봉을 먹기로 합니다.
만나는 분들도 두분이 더 늘어 다섯명 까지 되었지만 당일에 한분이 갑자기 바쁜 일로 빠지면서 최종 네명으로 시작 합니다.
식사 자리에서 하자동 회장이 묻습니다.
형님 내일 꾹프엉 진행 하세요?
응
내일 날씨도 더울텐데?
그래서 새벽 0시에 출발 하려고 해.
오늘 마시다 보면 밤 10시가 넘을 수도 있는데 잠도 안 주무시고 가시려고요?
뭐~ 어떻게 되겠지 어차피 박닌 가는 동안 잠들테니까~^^
그리고 2차로 스시집 가서 한잔 더하고 나니 거의 밤 10시 입니다.
인사를 하고 박닌으로 출발을 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잠이 들었는데 기사가 도착했다고 깨웁니다.
서둘러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져 잤습니다.
새벽 마라톤을 위해 알람을 설정해둔 것은 3시 입니다.
그런데 12시 30분쯤 눈이 떠 집니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라이딩 준비를 하는데 생갑보다 챙길 것이 많아 2시 정도가 되어야 준비가 끝나 구글지도를 꾹프엉으로 세팅하고 출발 합니다.
이른 새벽이라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러닝을 할때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보입니다.
새벽이라 지도를 봐도 잘 안보입니다.
무선 이어폰을 낄까 하다가 감을 믿어 보기로 합니다.
2.5키로를 진행후 18번 국도로 올려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려 봅니다.
평속이 25키로 내외로 나옵니다. 그러다가 18번 국도가 고속도로로 연결 되는 지점에서 고속도로 옆에 있는 다른 작을길로 빠져야 되는데 속도를 즐기고 있던 어두운 밤에는 그냥 고속도로 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신나게 하노이로 왔더니 톨게이트가 보여 아차 내가 고속도로에 잘못 올렸구나 깨닫게 됩니다.
아침 8시에 꾹프엉 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가 달려 오느라 지친 숨을 가다듬습니다.
음료는 딱 두개 콜라와 맥주 각 한캔씩 그리고 컵을 얻어서 콜라와 맥주를 반반씩 섞어 마십니다.
90년대말 유럽 파견시절때 생긴 습관인데 당시 주말 라운딩을 함께 하시던 분들이 이렇게 마시는 걸 보고 따라서 먹어 봤는데 그런대로 괜찮아서 운동중에는 가끔 이렇게 만들어 먹습니다.
잠시 쉬고 난 후에는 길따라 올라가 봅니다. 이곳은 마치 식물원을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인데 숲이 울창하고 아직은 이른 8시 정도라서 청량감 있는 시원함이 느껴 집니다.
공원 입구에서 안쪽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는 약 20키로 정도 됩니다.
10키로 정도 진행을 해도 나비가 별로 안보이길래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나 보다 생각하는 순간 위쪽에서 나비떼들이 날아오더니 주위를 맴돌기 시작합니다. 마치 방문자들을 환영한다는 제스쳐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다가 서서 찍고 가다가 서서 또 찍고
아시다 시피 언덕길을 잔차로 오르면서 세우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제일 안쪽에 위치한 식당까지 갔습니다.
그때 마침 닭들을 통채로 구이를 하고 있어 저는 그냥 꼬치 3개만 포장했습니다.
식당에 앉아서 먹을까도 생각 했는데 시원한 음료가 없어 입구쪽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서둘러 잔차를 타고 내려 갑니다.
내려 갈때는 더 멋집니다. 나비들이 줄지어 올라옵니다. 지난번에는 5월초에 갔었는데 그때는 나비들이 길을 따라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이른 시기에 와서 그런지 나비들이 도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4월에는 올라갔다가 5월에는 내려오는 나비들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왕복 40키로를 다녀오고 나니까 허기가 느껴집니다. 올라 갈때 처럼 콜라반 맥주반으로 피로를 풀면서 다 마신 생수통에 넣어 둔 닭꼬치를 꺼내 먹으려 하는데 입구가 좁아 잘 나오지를 않습니다.
뭐 쓸만한 도구가 없을까 주변을 살피니 사탕수수 자르는 칼이 있어 생수 상단부를 잘라내고 나서야 꺼내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좋은 구경도 잘했겠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데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넘어 가고 있습니다.
시원했던 공기가 후덥지근 해졌습니다.
그래도 이 무더위를 뚫고 가야만 하기에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데 옆으로 큰트럭이 지나 가면서 덜컹 했는데 잠시 폰지도를 보고 전방을 주시 하니 돌덩이 하나가 길 위에 떨어져 있습니다.
급히 브레이크를 잡으며 피하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돌에 맞을 뻔 한 것을 운좋게 피한 것일까?
무모하고 위험한 라이딩을 당장이라도 중지하고 차를 부르라는 신의 경고 일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이 되는 와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트럭은 덮개가 닫혀 있었고 실제로 돌이 차에서 떨어진 것을 저는 본 것이 아니라 길위에 놓인 돌을 보고 놀라 생각을 과하게 한 것으로 결론 짓고 라이딩에 집중 하기로 합니다.
닌빈에서 화빈으로 넘어 오기 위해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오르막을 오를때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얼굴에 열은 많이 나고 바람은 적어서 체온이 급격히 올라 갑니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라이딩을 계속 할 수가 없습니다. 열사병 아니 최소한 더위 먹으면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가 될 수 있기에 일단 먼저 쉴 곳을 찾아 봅니다.
예전에 마당 있는 집에서 그릇을 씻고는 쌓아 둔채로 말리고 있는 걸 보신 적이 있나요? 그런 모습이 제 눈에 포착이 됩니다.
아~ 저곳에서는 최소한 세수나 머리를 감아 체온을 떨어뜨릴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 얼른 들어가 미아다를 주문하고 화장실이 어디있냐고 묻습니다.
똑바로 가서 방끝에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수도를 틀고 정신없이 씻어 봅니다. 생각 같아서는 세숫대야로 온 몸에 물을 끼얹고 싶은데 체면이 있어
참아 봅니다.
그런 저를 신기한듯이 처다 보시는 주인 아주머니 그리고 미아다와 비아다를 연달아 마셔대는 반쯤 미친 놈으로 보이는 나~
박닌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지도를 보니 88키로 한 4~ 5시간이 남았습니다. 그사이에 불볕도 조금은 누그러들기 시작 하는 듯 합니다.
그늘에서는 바람이 불어오면 시원하기에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는 있지만 그러다 보면 박닌 복귀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질 뿐 입니다.
서둘러 다시 출발을 하여 하노이를 향해 달려 갑니다. 올때는 이곳을 고속도로를 타면서 나름 빠르고 편하게 왔지만 갈때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고속도로 옆에 있는 작은 도로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도로 상황도 좋지 않아서 덜컹 거리기 일쑤이고 그때마다 제 엉덩이는 볼기짝을 한대씩 얻어 맞는 것처럼 아파 옵니다.
박닌을 30여키로 남겨둔 지점에서 허기가 몰려 옵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베트남 분들이 우루루 몰려 가는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 매뉴판을 파파고 어플로 찍어 보니 이상한 매뉴들로만 가득 합니다. 사람이 몰리는 식당이니 만큼 베트남분들에게는 맛집이겠지만 알 수 없는 이상한 매뉴를 시키고 후회 할 바에야 그냥 굶고 빨리 도착 하기로 합니다.
20킬로를 남겨둔 지점부터는 박닌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타게 되고 도로 상태가 양호해서 그나마 갈만 합니다.
도로옆에 오토바이 세차 하는 곳이 있어 다짜고짜 잔차를 울러 매고 펜스를 넘어가 잔차를 씻어 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여주인은 안된다고 합니다. 오토바이에 비해 잔차는 사이즈가 작아 돈이 안되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겁니다.
오토바이 비용을 낼테니 세차해달라고 다시 요청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아들까지 합세를 해서 그러면 물은 쓸 수 있게 해 줄테니 내가 직접 세차를 하고 가라고 합니다.
나 지금 박닌에서 꾹프엉 갔다가 돌아 오는 길이다. 이미 290키로를 라이딩 해서 지친 상태라 셀프 세차 못한다. 배째라.
그렇게 옥신 각신 하는 중에 갈증이 나서 이미 50키로 전 부터 생수가 다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생수를 하나 달라고 했습니다. 반쯤 비우고 있으니 여주인이 의자를 내어 줍니다.
의자에 앉자 파파고로 도대체 왜 세차를 안해 주는 거냐. 영업시간이 지났냐? 오토바이 세차비를 낸다고 하지 않았냐? 오토바이는 세차하면서 왜 잔차는 안된다고 하냐고 따지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 다시 물어 옵니다.
당연히 세차를 해 주세요, 하니 그제서야 여주인은 내고집을 꺽을 수 없닥고 생각 한건지 불쌍한 외국인으로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서 조용히 잔차를 끌고 구석으로 가서 세차를 시작 합니다.
세차를 하는 동안 저는 의자에 앉아 밀린 카톡을 보면서 잠시 쉬어 봅니다.
어느덧 세차가 끝나 세차를 위해 벗겨 두었던 후레쉬/속도계/미니백 등은 다시 제자리에 장착하고 세차비가 얼마냐고 물어봅니다. 2만동이라고 하네요.
조용히 5만동 지폐 하나를 드리고 다시 잔차를 울러매고 펜스를 넘어 도로로 나와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박닌을 향해 전속으로 질주 합니다.
가도가도 끝이 안날 것 같았던 길도 어느덧 박닌의 랜드마크인 GRAND PHEONIX HOTEL 건물 외관을 표시하는 LED 불빛과 함께 끝이나고 오늘의 18시간 45분이 걸린 반쯤 미친 이 무모한 도전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숙소로 돌아오자 마자 샤워부터 하고 뭐라도 먹어둬야 하겠는데 뜨거운 땡볕에 데워진 몸은 열기가 떨어질 줄을 몰라 시원한 냉면 한그릇 하고 바로 골아떨어져 버렸습니다.
첫댓글 바쁜 회사업무에/빡빡한 술약속에/산에/마라톤에/라이딩에/이렇게 장황한 글까지 쓰시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워? ㅎㅎ
암튼 타고난 부지런함. 누가 따를소냐?
슈퍼맨을 유지하려면 모쪼록 잘 드세요~
재미지게 자~앙문 자~알 읽었슴다^^
그래서 늘 저탄고지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일하시러 가신건지?
운동을 너무 열심히 많이 하시네요.
저는 숨쉬기 운동만 하는데요.
형님 덕분에 가보지못한 베트남 구경 잘하고 있습니다요^^
어쩌다 보니 어떤 회사에 법인장으로 오게 되어 경험 하지 못한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있네요.~^^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산행, 마라톤, 라이당을 계획하여 하시는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라 아직 치안이 열악하여 불안하지 싶은데 조심하시며 취미활동 하시기 바랍니다. 베트남 소식 자주 올려주시고 전해주세요~
민국님 화이팅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요^^
다른 동남 아시아권 보다는 안전 하기는 한데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기는 합니다.
확실이 이곳에 나와 있는 분들을 보면 두가지 입니다.
베트남을 싫어 하거나 좋아 하거나? 저는 후자 입니다. 한국 보다는 베트남이 어떤 면에서는 더 좋습니다.~^^
헐~
운동거리 310키로 대단하심니다. 베트남 활동기 즐감했습니다^^ 아무쪼록 건승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한국과는 달리 도로 사정이나 안전 문제가 많긴 해도 베트남이라 가능한 부분도 많기에 가끔 무모한 도전도 해보곤 합니다.~^^
@대한민국_날라리벌_김동용 화이팅~
오늘 정산일 출발 준비중입니다.
행복한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석불(김성철) 아~ 맞다 오늘 정산이구나~^^
전남 보성까지 봄산행을 가시는 구나. 누가 뭐라해도 봄에는 남도 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봄산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부회장님~^^
@대한민국_날라리벌_김동용 한국에 계셨으면, 함께 하실터인데....
@석불(김성철) 그게 제일 아쉽긴 합니다.~^^
아이쿠~~관광을 다니세요~~~ㅎㅎ
정말 체력관리 엄중하게 하십니다~
운동도 하시고 관광도 하시구 두가지를 동시에 즐기시는듯...자전거로...저먼 거리를..ㅎ
예전 구미보 한번 갔다오고 엉골이 아파서 3일을 불편하게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쪼록 건강히 계세요~
ㅋㅋㅋ~ 지금 제 엉덩이도 제께 아닌듯 합니다.~^^
그런대도 어제 또 하노이로 해서 130키로 정도 돌아 다녔습니다. 이정도면 미친넘이죠?~^^
민국님 글 볼때마다 느꼈지만
정말 생동감넘이 넘치고 공감이 많이갑니다
너무 무리 하지마시고 즐겁게 즐기시는 생활이 되었으면합니다
글잘보았습니다
예 잘알겠습니다. 타고난 체질이 그런지라 조금 줄여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