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기_마산교구 문산성당
동서양 교회 건축의 절묘한 조화
김영수 그레고리오 마산 Re. 명예기자
서부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진주 문산성당(주임신부 서성민 미카엘)을 방문하여 성당의 역사와 독특한 동서양 건축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성당을 취재하였다.
문산성당은 마산교구 소속 본당으로 1905년 9월 마산(현 완월동)본당 관할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설립 당시에는 소촌(召村)본당이었으나, 1913년 무렵부터 현재의 문산본당으로 개칭되었다. 마산교구에서 명례성당, 마산성당에 이어서 세 번째 성당으로 설립된 것이다.
(원래 마산성당보다 앞서 진주성당이 시작되었으나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진주지역의 특성 때문에 진주 읍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의 소촌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켰다)
지금의 진주·함안 지역에 천주교 신앙이 전파되고 교우촌이 형성된 것은 1860년대 초였다. 그 후 경상도 지역을 전담하던 리델(Ridel, 李福明) 신부와 함께 1865년경 거제도를 방문한 함안 출신의 구한선(타대오)이 이듬해 병인박해가 일어나면서 매를 맞아 순교하였는데, 진주 문산 지역에 복음이 전파된 것도 바로 박해 전 구한선에 의해서였다.
이곳의 신자 집단은 박해 후 다시 교우촌으로 재건되었으며, 1883년에는 로베르(Robert, 金保綠) 신부의 방문으로 소촌(현 진주시 문산면 소문리)에 공소가 설립되었다. 소촌공소는 1890년 죠조(Jozeau) 신부가 설립한 부산본당(현 초량성당) 관할로 있다가 1899년 6월 부산본당 3대 주임 타케(Taquet) 신부가 설립한 진주본당 관할로 이속되었다. 당시 진주본당의 신자 수는 1054명이었는데, 그중에 소촌공소 신자 수가 15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후 타케 신부는 1900년 개항장으로 장래가 유망한 마산포로 가서 마산성당을 설립하였고 소촌공소는 이 본당 소속으로 되었다.
1920년대 경남 및 전남 지역의 관할 공소만 97개소에 달해
1904년 무렵 소촌공소 신자 수는 160명에 달하였다. 이에 새로 입국한 줄리앙(M.Julien) 신부가 마산성당 보좌로 임명되었다. 본당 관할 중에서 소촌 지역을 분리하여 새로 본당을 설립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줄리앙 신부의 임명은 곧 소촌본당의 설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산에 도착한 줄리앙 신부는 즉시 소촌으로 부임하지 못하고, 이듬해 1월에 가서야 삼곡리에 초가 세 채를 매입하여 임시 성당으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새 성당 토지를 물색한 끝에 1907년 소문리의 현 성당 토지 2400평과 조선시대 찰방관서(察訪官曙)였던 기와집 10채를 매입하고 성당 공사를 시작하였으며, 1908년 9월 29일 새 성당을 완공하고 축성식을 거행하였다.
이후 3대 김양홍 스테파노 신부는 1929년까지 14년간 재임하면서 전남 순천, 경남 거제, 진주, 통영 본당 등을 분리, 독립시켰으며, 1920년대 문산성당은 경남 및 전남 지역의 관할 공소만 무려 97개소에 달해 공소 순회 기간만 7개월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활발한 성당이었다.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재
그동안 문산본당은 찰방관서 건물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400여 년이 된 낡은 건물이라 보수가 더 이상 어려워짐에 따라 1923년 기와집 성당을 신축하였다.
신축된 한옥성당은 정면 6칸에 우측면 4칸, 좌측면 3칸으로 된 장축형 평면의 전통 한옥 양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건축용 목재나 기와를 구하기 어려워 경남 고성의 어느 사찰을 헐어낸 목재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건물을 지지하는 13개의 원형 목조 기둥이 일정 간격으로 서 있는데 기둥에 사용할 만한 긴 목재가 부족했던 탓인지 어떤 것은 짧은 목재를 장부맞춤으로 연결해 길이를 연장했던 것이 보였다. 하지만 연결부는 구멍을 파서 나무쐐기를 박아 고정했는데 투박한 모양새와는 달리 매우 튼튼해 보였다.
5대 김영제(요한) 신부 재임 기간 중인 1932년 5월 29일에는 3천여 명이 참가한 진주지역 최초의 성체 거동을 문산성당에서 거행하였으며, 교세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1935년 새로운 성당 신축 공사에 착수하여 1937년 성당과 사제관, 수녀원을 건립하고 기존의 한옥성당은 유치원 강당으로 이용했다.
새 성당은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정면에 뾰족한 종탑을 세운 19세기 고딕 양식에서 볼 수 있는 서양식 건축양식에 맞춰 재해석해 설계 시공한 점이 돋보인다. 문산성당은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몇 차례 보수 공사를 시행했다. 또한 성당 초입의 아름다운 정원과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드리나무, 한옥 양식과 고딕 양식의 두 성당은 동서양 건축양식의 절묘한 조화로 아름답다. 특히 한옥양식의 옛 성당에서는 드라마(더 킹덤) 촬영지로도 이용되었던 적이 있다.
두 가지 양식의 성당이 공존함으로써 우리나라 성당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3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