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거세게 내립니다.
뚝딱집에 계신 분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비가 샌다고. 아니 비가 샌다구요?
얼른 현장을 확인해보니 문제점이 파악되었습니다.
뚝딱집 뒤에는 자생하는 뽕나무 한그루가 있었고 오디가 익었을때 오디
따러 빨치산이 지붕에 올라간 적이 있었지요.
뚝딱집 지붕은 샌드위치 판넬 지붕이었고 피스 자국 마다 실리콘으로
코킹이 되어 있었는데 사람 몸무게로 그 피스 자국 근처를 누르니 실리
콘이 판넬과 분리 되었던 겁니다.
이 문제는 결과적인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곳에 있었습니다.
집을 지을 당시 서까래 위에 개판을 덮고 샌드위치 판넬을 씌울때 아스
팔트 방수 필름을 깔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필요 없다는
애기 였지요.
당시 제가 고집을 피워 방수 필름을 씌웠더라면 피스에 아스팔트가 녹아
붙었을 테고 설령 판넬 윗부분에서 실리콘이 떨어졌더라도 비가 새지는
않았을 겁니다.
시공 업자들은 시공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망정 결과에 대한 전문가는 아
니라는 생각입니다. 시공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편한 방법을 선택 하는것
이고 빠른 시간내에 시공을 마치는 방향으로 공법을 선택하는 겁니다.
리얼한 하나의 실패작 사례를 들려 드립니다.
어떤 분이 정년 퇴직을 하시면서 전원 생활을 원하셨고 평소 잘 아시던
목수분께 자신의 시골집을 의뢰 했습니다. 장차 집주인이 될 분은 황토
집을 원했으나 목수는 황토벽돌은 습기에 약하니 구운 벽돌로 외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문가적인 식견을 존중한 집주인은 그대로 따랐
습니다.
외벽이 완성되고 나니 서까래를 얹어야 하는데 원형 서까래는 틈이 많이
생긴다는 이유로 사각 각목 서까래를 얹고 그위에 개판을 덥었습니다.
개판위에 흙을 얹고 기와 지붕을 얹어야 하는데 그 목수분은 조적에 대한
기술자였지 지붕이며 여타 구조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을거라는 생각
입니다.
기와 지붕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지 간편한 일본식 기와를 선택해서 얹었
고 내부에 스치로폼 단열재를 넣고 집주인이 원하던 흙벽돌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이 원했던 황토집은 내부적으로는 되었지만 외벽, 단
열재, 내벽을 포함해서 상당한 두께로 인해 전체 건평에 비해 내부는 형편
없이 좁은 공간이 되었고 또한 외부에서 보았을때 벽돌집에 각목 서까래
위에 일본식 기와가 얹혀있는 요즘 말하는 퓨전 황토집이 되어 버린겁니다.
바지는 미국식 양복이지만 윗저고리는 일본식 유까다를 입었고 속옷은
한복 모시옷을 입고 있는 묻지마 황토집이 되어 버런겁니다.
결국 집주인은 공간의 협소함 때문에 곁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공간을
마련했지만 외관상으로 벽돌집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은 형태가 되고 말았
으니 자신이 평소에 머리속으로 그렸던 그림 같은 황토집은 폴시케( 진즉
의 전라도 사투리 ) 물 건너 가버렸던 겁니다.
이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집을 지으려면 나만의 집을 확실히 마음속에 정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 저기 둘러 보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많이 새기면서 나라면 이렇게 집을
지어야지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어야 합니다.
둘째, 자신이 직접 모든것을 할수 없으면 전문 인력에 의뢰를 하되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하고 그게 아니면 그만 두어라고 말할수 있는 고집이 있었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싶으면 중도에 그건 아니야~! 하면서
공사를 중지할수 있는 판단과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째, 집 전체를 한사람의 시공업자에게 통채로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공정 별로 정말 필요한 전문가를 통해 골조는 골조대로, 서까래는 서까래
대로, 지붕은 지붕대로, 조경은 조경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해야 합니다.
네째, 각 공정별로 필요한 전문가를 잘 선택해서 진행하되 공사가 완료
된 이후에 공사비를 결재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집주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전문 인력을 이끌고 갈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금, 중도금
을 다 챙기고 다른곳으로 튀는 사기꾼들을 막을수 있습니다.
다섯째, 다양한 건축법과 자재, 공법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문가들이 자신의 편한 방법으로 꼬드껴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이런 공법, 저런 자재등에 대해 여기서 듣고 저기서 배웠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도 그분들이 저의 애기를 함부로 무시 할수 없어 일단 꼬리를 내리고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더라는 애기입니다.
또한 제가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시는지 공사비를
과도하게 청구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오히려 '사장님이시니까 좀 깍아 드리
겠습니다.' 하고 할인을 해 주더라는 겁니다.
저는 제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공사비를 깍지 않습니다. 공사
발주를 하면서 한푼도 깍지 않을테니 꼼꼼하게 공사해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다 보니 돈은 확실하게 챙겨주지만 함부로 만만하게 볼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상대가 간파하는 겁니다.
집은 흔히들 목수가 짓는 거라지만 집주인이 90 프로 이상을 짓고 목수는 나
머지 10 프로를 짓는 겁니다. 직접적인 일은 전문 인력인 목수가 짓는 거지만
전체적인 형태며 내부 구상은 모두 집주인의 구상속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애
기 입니다.
건축에 대한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추지 못한 집주인을 마음대로 끌고 다니면서
골탕 먹일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당하지 않고 정말 내집 다운 집을
짓고 싶거든 전문 인력 못지 않는 상식을 미리 습득하고 각 공정별로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을 동원 할수 있어야 자신만의 꿈속의 집을 지을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2009년 7월 11일
( http://산적소굴.kr 의 시골로~! 게시판을 가시면 지난 글을 읽으실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