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네르바'라고 불리는 인터넷 논객 때문에 세상이 시끌벅적합니다.
금융위기가 몰고온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네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인터넷을 달군 대표적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미네르바'일 것입니다.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저도 가끔 들러봅니다만, 작년 여름께부터 서서히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한 '미네르바'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혜성 같이 등장한 신비의 인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인터넷 상에서 실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만큼 해박한
경제지식과 미래 예측 능력을 여러 차례 그의 글에서 보여 주었으니까요.
급기야 그는 '경제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의 실력이나 정체, 또는 그에 대한 호, 불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미네르바라는 그의 필명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자 할 따름입니다.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으로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 단어입니다.
그리스 신화로 치면 '제우스'의 딸 '아테나'에 해당된다고나 할까요. 아테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식의 여신이자 전쟁과 평화의 여신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아테나는 항상 부엉이를 대동하고
다녔는데, 그는 이 부엉이를 통해 지혜와 명철을 얻었다고 하죠.
그래서 '아테나의 부엉이'는 여신을 가리키는 새이자 지혜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아테나의 부엉이가 로마신화에 와서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다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라는 문구로 더욱 유명해졌는데,
이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한 말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또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이 문구는 자주 인용되곤 하였습니다.
헤겔은 철학을 부엉이에 빗대 '이성적인 철학이나 진리는 시대를 앞서거나 함께 가기보다는
한 시대가 끝나갈 무렵에야 드러나게 된다'라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고 합니다. 즉 부엉이가
낮에는 움직이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다 어둠이 내려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과 같이,
지혜나 철학도 곧바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을 살피고 더듬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작금의 현실, 특히 경제 동향을 놓고 볼 때 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라는
말이 단순한 철학자의 표현을 넘어 무언가 의미심장하고 명징하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미네르바'의 설익은 미래 예측에서 맞히고 틀린 것들을 너무 성급하게 찾아내려 하지만
말고, 부엉이는 어둠이 깃든 다음에야 비로소 날아 오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 경제가 좋아지는
때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서양의 신화에서는 부엉이가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는 데 반해, 우리 속담에는
부엉이가 재물을 탐하거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짐승으로 그려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부엉이 곳간'이란 없는 것 없이 무엇이나 다 갖춰져 있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죠.
이는 부엉이가 둥지에 먹을 것을 많이 모아 두는 버릇이 있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 '부엉이 셈치기'라고 하면 세상물정에 매우 어두운 사람의 셈을 가리킵니다. 부엉이가 수를
셀 때 반드시 짝으로 세므로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알아도 짝수로 없어지는 것은 모른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어때요. 여러분. 미네르바도 부엉이도 별 관심이 없으시다고요?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까 하는 데는 관심도 걱정도 많으시죠? ㅎㅎㅎ
부디 2009년 소띠해에는 부엉이가 아니라 소처럼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짐승이 우리 경제를
살려주는 상징적 존재로 회자되기를 빌어 봅니다.
(주) 한국경제 2009년 1월 12일자 부록(논술공부) '생글생글'에 홍성호 기자가 쓴 '말짱글짱'
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첫댓글 "미네르바 부엉이".^^퀴대에 나올 수 있는 용어네요...잘 보고 갑니다.^^아님 일대백^ㅎㅎ 고맙습니다.
종호 아우도 퀴대나 일대백에 출연해 보시게나. 잘 할 것 같아^^
전 우리말도 깡통입니다.^^^소리만 요란하지요...ㅠㅠ
ㅎㅎ 해박한 경제 지식으로 전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허위 정보 유포 행위로 수사 대상이 되네요. 왠지 씁쓸합니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다면 또 말이 달라졌겠죠.
갈수록 말하기도 글쓰기도 조심스러워지는 세상...^^
아항!! 글쿠나~~ 그건 글코 햄도 조심하이소!! 잡히갈라!!!
난 잡혀갈 일 안 했을 뿐이고~^^
ㅎㅎ 좋은 글임다 ^^; 국필 큰형님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적 깊이가 더 해가는 분께도 쓰죠! ^^
우리 찻집 식구들도 가끔 경제에 관한 토론, 아니 잡담이라도 하고 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