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을 다녀와서
백두대간 종주와 별도로
시월 용문산 산행을 다녀오고
오랜만에 명산 산행을 가게 되었다.
산행지를 정함에 있어 고민도 많이 되었지만
백두대간 종주와 병행하여 전국100대 명산 순례 제안에
한방에 해결되었다.
계절적 요인과 학기중임을 감안하여 충청권 정도까지로
거리를 제한하였고, 가나다 순으로 살펴본 결과
자연스럽게 구병산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구병산은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의 경계에 있으며
속리산과 함께 충북의 명산으로 충북지역의 알프스로 등록이 되었단다.
새벽에 일어나 기상 상태를 살펴보니
눈이 제법 쌓여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이 좀 된다.
그냥 서울 주변의 가까운 산으로 가자고 할까
아니면 경기권의 명지산 정도로 가자고 할까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일행들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오창에서 잠시 쉬고는 곧장
적암리 노인정을 향해 달렸다.
고속도로와 달리 국도에서는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않아
상당히 위험하다.
과속으로 달린 승용차 한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는
대형사고를 목격한 후로는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적암리 마을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하여
마을 뒤를 가로질러 KT 기지국 쪽에서 산행길로 들어
정상을 향해 곧장 계곡을 질러 올라가기로 경로를 잡았다.
주차장에서 본 구병산이다.
아홉개의 병풍을 펼쳐놓은 듯 경관이 수려하다.
구병산은 온통 돌밭임을 오늘 산행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479C444EF6B33840)
계곡으로 접어든 산행 초입이다.
누군가 눈 위에다
'누구바보' '누구는 뇌가 없어' 곳곳에 비밀 낙서를 써 놓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E35444EF6B33D2A)
계곡길은 끝이 없는 오르막 길이다.
2.6km로 표시되었는데
옆으로 난 횡길은 아예 하나도 없고
오로지 급경사의 오르막길만 펼쳐진다.
날씨가 추워 계곡 길은 손이 시려 카메라를 꺼내기도 싫어진다.
11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벌써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시루떡과 절편으로 허기를 달래며
오르기를 계속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40A4444EF6B34629)
오늘은 누가 쥐님의 은총을 받으실까...
정상 능선에 약간 못미쳐서
한 분이 쥐가 올라온다며 주저앉는다.
오버페이스를 이럴 때 쓰는 말이였지.
담배를 얼렁 끊어야 할텐데...
우리가 올라 온 급경사의 계곡길이다.
지그재그 지그재그
지루한 오르막 길이다.
고문님은 틈만 나면 쉬었다 가자고 소리친다.
덕분에 서너번 쉴 수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B5F444EF6B34E2B)
이제 능선길이다.
정상은 불과 100미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능선길에는 바위 절벽이 있어서
밧줄을 타고 오르는 난코스도 존재한다.
그래도 100미터 쯤이야...
정상까지 계속해서
눈길을 우리가 처음으로 개척했다.
이름하여 '러셀'
능선에서 북쪽으로 바라 본 속리산이다.
천황봉과 문장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그 왼쪽으로 문장대가 보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053424EF6B35713)
드디어 876미터 구병산 정상이다.]
날씨가 좋아 사방 팔방이 다 보인다.
동쪽으로는 구병산의 아홉병풍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고
북쪽으로는 속리산의 웅장한 산세가
'날좀보소 날좀보소' 노래하듯 반갑게 맞아준다.
오늘 산중에서 처음으로 사람도 만났다.
부산에서 오신 세분의 등산객이다.
저들도 우리가 반가운지 회장님께 여러가지를 물어오며 전화번호도 주고 받았다.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도 매워서
정상주 한 잔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얼른 인증샷만 찍고
아래 능선의 양지바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4119444EF6B3ED29)
정상의 남쪽 풍경이다.
잘 생긴 소나무가 생명이 위태위태하다.
들판을 가로질러 놓인 큰 길은 우리가 타고 온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DAE444EF6B3F51C)
동쪽으로 펼쳐진 구병산의 아홉 병풍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AA1444EF6B3F91E)
서쪽으로는 약간 산세가 약하지만
그래도 구비구비 준령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40E2444EF6B3FE2B)
능선 약간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도 맛있고
김치도 맛있다.
배낭 깊은 곳에서 나온 장수막걸리 두병은
아무도 챙겨오지 못한 정상주로 특별히 자리매김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C42444EF6B4022C)
겨울 해는 짧아서
얼른 점심을 먹고 다음 병풍을 향해 고고.
이병에서는 곧장 넘어가는 길이 험해 우회를 하여
삼병으로 접어들었다.
3병에서 기념사진 한 방
능선을 타고 신선봉쪽을 향해 계속 나아가다
해가 벌써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음을 감지하고 약간 시간의 촉박을 느낀다.
절터쪽으로 그만 하산하자는 주장을 못내 접수하고는
중간길을 택해 하산이다.
겨울산행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최고니깐...
능선 아래 절터에서는
야생화된 염소 다섯마리가
겨울풀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A0F3E4EF6B4E12F)
그중에서 가장 어린 놈을 목표로 잽싸게 다이빙하듯 덮쳐서
한마리를 포획하였다.
겁에 질린 표정이 좀 안쓰럽다.
사진 몇장 찍고 놓아주자 쏜살같이 어미 품으로 달아난다.
그래도 울음소리가 그치지않았다.
급경사를 급하게 내려와서
고개들어 위를 보니 정상이 아득하다.
못가본 신선봉이 못내 아쉽게 다가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2803E4EF6B4EA27)
큰길과 마주치자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들이 엿보인다.
약간 험한 길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적당한 산행이라고 아주 만족해한다.
겨울 산은 벌써 붉은 노을 기운이 감돈다.
그제가 동지였으니 이제부터
해가 길어질 일만 남았다.
신선봉에서 내려오는 길로 잠시 들어가 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03673E4EF6B4F30B)
후미와 합류하여
큰 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아이젠을 벗고 나니
발이 날아갈 듯 편안하다.
적암리 마을에 도착하여
구병산 병풍을 배경으로
모두가 흐뭇하게 산행완주 기념 사진도 찍었다.
곧장 서울로 직행하여
하계동 소방서 골목길에서
하산주를 겸한 뒷풀이를 하였다.
다음 신년 모임 날짜도 잡았다.
전주 막걸리 투어와
모악산 산행을 병행하는 것으로.
그렇게 늘 정이 넘치고
사람이 그립다.
2011. 12. 24.
첫댓글 아름다운 산행 아름다운 여정 아름다운 사람들...부럽군...
그댄 그리도 쉬 떠나는 산행을 나는 왜 그리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가... 멋지군 영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