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동순(1950~ ), 그는 1973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한 이래 40년 가까이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봄의 설법』 『철조망 조국』 『가시연꽃』 등으로부터 근작시집 『발견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낱낱의 삶이 지닌 아픔과 슬픔을 바탕으로 사회, 조국,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형상화해 온 이 땅의 대표적인 중진 시인의 한 사람이다. 또한 이동순 시인은 한국가요사 관련 자료 발굴과 정리에도 탁월한 업적을 쌓아 그 결과로 번지 없는 주막- 한국가요사의 잃어버린 번지를 찾아서 등의 저서가 그 예이다. 이번 새 시집 『묵호』는 시인 스스로도 ‘시로 쓴 묵호 풍물화첩(風物畵帖)’이라 언급한 것처럼 묵호의 사계절, 묵호의 음식 문화, 묵호 사람들, 그들의 삶과 눈물, 아픔과 사랑까지 두루 다루었다. 이 시집은 총 69편으로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묵호 사람들의 뼈아픈 가난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고, 제2부는 묵호 사람들의 일상의 구체적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묵호의 토속적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고, 제4부에서는 묵호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좇으며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시집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70년대의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잔상으로 남아 있어 따뜻함과 아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집이다.
이동순의 시세계는 내실 있는 사상성과 아름다운 표현성을 잘 조화시켜내면서도 발견의 시학으로 시정신의 근본을 확실하게 구현해 나아감으로써 바람직한 시의 길을 유감없이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새 시집 『묵호』에서는 이러한 시인의 저력과 관록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짐으로써 인간ㆍ사회ㆍ역사ㆍ자연ㆍ생명에 대한 보다 원숙한 면모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새삼 관심을 환기한다. 이에 시집을 통해서 넓고 깊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가고 있는 시인의 지속과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시집 『묵호』의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것은 묵호사람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다. 70년대의 묵호가 산업화·도시화되어가는 과정을, 그 과정 속에서 피어난 삶의 애환을 이동순 시인은 긍정적 관점에서 따스한 사랑의 시선으로 노래하고 있다. 과거를 오늘에 문학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도 논픽션이나 소설 또는 에세이가 아니라 시로 구현해 새로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동순 시인은 지난 시대의 삶을 오늘에 투영시켜 우리의 삶을 밝고 따뜻하게 되살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집 묵호 는 어제를 통해 오늘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값진 시집이다.
―정호승(시인)
첫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시집 소개해주셔서요
사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