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출품되는 밤 / 안정숙
심상숙 추천
출품되는 밤
안정숙
청미래 마을은 100호 규격이다
명도가 지속적으로 밤하늘을 봉인했다
왼쪽에서 들여다보면 달이고
오른쪽에서 관람하면 창문의 나열이다
망개나무 경사는 거칠다
도시 불빛과 언덕의 어둠이
서로 다른 질감이듯
처음 본 별이 독특한 빛을 내놓는다
구불구불한 골목들
중간 붓처럼 생긴 고랑 본 적 있나요
오래된 조도를 소장한 가로등
검은 취객의 노래에 흐늑거린다
달빛이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칠한다
불 켜진 창문 속
두세 걸음 걷던 아기가 주저앉고
늦게 귀가한 사내가 젖은 발을 닦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인이 전시되어 있다
너무 낯익어서 모르는 내일
그 밖의 무채색 창문들
가보고 싶은 꿈속 성향이 다르다
덧칠된 별들이 벗겨질 때마다
푸른빛으로 묘사되는 새벽이
채도를 높여간다
이번 전시는 여기까지다
<제14회 천강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작(2024)>
[작가소개]
(안정숙,김포문인협회회원,김포문학상백일장시부문장원(2019), 김포문학상신인상시부문 당선(2020), 한탄강문학상, 순암안정복문학상(2023), 천강문학상(2024) 수상,
[시향]
“의령군 청미래 마을을 시의 소재로 넣었는데 아마도 심사위원님 눈에 들었나 봐요ᆢ.” 라며 안정숙 김포 시인은 천강 문학상 수상의 기쁨에 앞서 어조를 낮춘다.
현재 농촌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의령군 청미래 마을 그림을 100호 (160센티미터*112센티미터) 규격으로 준비하여 전시한다는 내용으로 설정된 시이다.
의령의 특산물 망개떡의 주재료인 망개나무 (청미래덩굴)가 등장하고, 구불구불한 골목들, 중간 붓처럼 생긴 고랑, 희미해진 가로등이 그려진다.
/달빛이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칠한다/
달빛도 청미래 마을의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칠한다고,
불 켜진 창문 속으로/ 두세 걸음 걷던 아기가 주저앉고/ 늦게 귀가한 사내가 젖은 발을 닦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인이 전시되어 있다//
그 밖의 무채색 창문들 속으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어 취향대로 선택하여 체험해 보면 되겠다고,
덧칠된 별들이 벗겨질 때마다/ 푸른빛으로 묘사되는 새벽이/ 채도를 높여간다//
오래된 칠이 벗겨져 나가고 새롭게 단장해 가는 산뜻함이 한층 더해가는 체험 마을,
청미래 마을의 “출품되는 밤”을 그림 작업하며 의령의 체험 마을을 성원해 나가다가, “이번 전시는 여기까지”라고, 일단락 지으며 시를 맺는다.
이 고장 김포에서는 중봉조헌문학상 이 제정되어 있듯이, 경남 의령에서의 천강문학상은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옷의 장군’이라는 의미로 임진왜란 때 천강 홍의장군이라는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한다.
글: 심상숙(시인)
첫댓글 심상숙 시인님ᆢ 제 어설픈 시를 미래신문에
올리셨군요~ 훌륭한 시평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뵐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시인님~~♡
사랑합니다. 안정숙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