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 다루는 법조인에게
‘불교는 마음의 의지처’
참선으로 일과 시작
마음 청정해지고 편안
극단의 주장이 많은 요즘
모든 상(相)이 상이 아니라는
금강경 가르침 ‘절실’
봉사활동 하다보면
마음이 순수해지는 게 느껴져
우리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자원봉사가 큰 힘 발휘
노후에는 재능 기부
보시하는 삶 살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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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집무실에서 만난 여상훈 의정부지방법원장은 <금강경> 경구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는 서로 배려하고 통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그 경구는 “무릇 모든 상이 다 허망한 것이니라. 만약 모든 상이 다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라는 ‘사구게’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소통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대립이 만연한 사회다. 이웃과 주위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립의 심화는 법정 송사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1980년 초반 600~700명 선이던 전국의 판사 수가 2700명 선으로 4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판사의 업무강도는 더욱 더 확대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대립은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크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30년 넘게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여상훈 의정부지방법원장은 “우리 사회에 양극단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서로 한발씩 물러서서 통합하고 배려해야 한다”면서 “<금강경> 구절처럼 모든 상(相)은 다 허망한 것이며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상훈 의정부지방법원장은 불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불자의 삶을 살고 있다. 중·고교 시절, 학업에 전념하다 불교와 잠시 멀어졌던 여 법원장은 여느 수재처럼 주위의 권유로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해 예비법조인으로서 삶을 살게 됐다. 대학 진학 후 불교학생회인 ‘법불회’ 활동을 함께 하며 불교와의 인연도 다시 쌓아갔다.
“어릴 적 다니던 절을 몇 년 전에 찾아갔더니 농촌인구가 줄어들어 신도마저 줄어들었는지 없어졌더군요. 법불회 첫 수련회가 의정부지방법원 관내에 위치한 제25교구본사 봉선사였어요. 좋은 추억과 더불어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했던 경험도 있는 만큼 이 곳에 적응하기가 한결 쉬웠어요.”
여 법원장은 1970, 80년대 대다수의 고시생이 사찰에서 고시공부를 한 것처럼 수험도서와 법전을 챙겨 1979년 해인사 길상암으로 들어갔다. 길상암에서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머리를 식힐 겸 스님의 법문을 듣거나 해인사 스님과 고시생들이 각각 팀을 꾸려 친선축구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특히 정월 초하루법회와 보름법회 때 들은 성철스님의 법문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당시 해인사 방장이셨던 성철스님의 법문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설하셨어요. 일반인들은 종교와 과학은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성철스님은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씩 들면서 종교와 과학이 다른 게 아니라 하나임을 설명해주셨지요. 세월이 흘러 구체적인 법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큰스님의 법문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지요.”
사법고시 합격 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서 법조인의 첫발을 내디딘 여 법원장은 서울지역 불자 법조인 모임인 ‘서초반야회’에 곧바로 가입했다. 이후 각 법원으로 부임할 때마다 불자회에 가입해 신행활동을 함께 하며 불심을 돈독히 쌓아갔다. 이 가운데 수원법조불자회장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 2011년 임기 2년의 서초반야회 회장 소임을 맡아 회원 간의 화합과 신심증장에 앞장서왔다. 특히 여 법원장은 대구지방법원 불자들이 파계사에서 정기법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수시로 법문도 해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성우스님(불교TV 회장)과 최근 인연을 맺은 일면스님(남양주 불암사 회주)을 가장 인연이 깊은 스님으로 손꼽았다.
“매달 정기법회를 진행하는데 스님들마다 일정이 있다 보니 법사스님을 모시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성우스님은 불교TV 일로 바쁘신 데도 저희가 법회를 할 때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간을 내주셔서 저희들에게 큰 힘을 주셨지요. 최근 들어서는 관내인 남양주 불암사에 주석하는 일면스님과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 법원장은 참선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마음이 청정해질뿐만 아니라 편안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여 법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크고 작은 송사를 다루는 법조인에게 불교는 마음의 의지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경>에 ‘무릇 모든 상이 다 허망한 것이니라. 만약 모든 상이 다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니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는 경구가 가장 마음이 와 닿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단을 주장하는 일이 많습니다. 서로가 한발씩 물러서서 배려하고 통합해야 합니다. <금강경>의 가르침대로 모든 상이 허상임을 깨달아 반야의 지혜를 얻고 실현해 나가야 할 중요한 때입니다.”
예전과 달리 법원의 판결 내용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노골적으로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오늘날 사법부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여 법원장은 재판 결과를 모두가 승복할 때 법조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사회적 이슈인 큰 사건을 담당할 때에는 참선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린 뒤 재판에 임하고 법정에서의 노골적인 항의가 있을 때에는 두 눈을 감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 법원장은 30년 넘는 법조인 생활 가운데 광우병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또한 문화일보의 신정아 씨 사진 보도사건도 임의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농림부장관이 MBC PD수첩을 상대로 제기했던 광우병 쇠고기 보도사건은 정국을 뒤흔들 만큼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에 저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지요. 대법원에서도 대부분은 2심 판결내용을 인용하고 일부분은 파기했던 사건이었어요. 이런 큰 사건을 담당할 때는 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참선이 큰 도움이 됐지요.”
여 법원장은 3년간 법원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로 인해 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판사는 물론 직원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소탈한 성격과 뛰어난 친화력으로 주변 법관과 직원들을 편안하게 이끌어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회 3, 4기 위원으로도 활약했던 여 법원장은 최근 들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도를 넘을 때가 있다며 사법부를 신뢰하며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사법부의 구성원 자체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여 법원장의 설명이다.
여 법원장은 현역에서 퇴직한 후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파라과이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딸의 권유를 받아들여 노후에는 재능 기부는 물론 보시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마음이 순수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인 양극화를 해소하는데도 자원봉사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고 싶네요.”
■ 여상훈 법원장은…
1956년 7월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여상훈(법명 원명) 의정부지방법원장은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23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법관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의정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대전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월 제10대 의정부지방법원장으로 취임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3, 4기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서울대 법과대학 불교학생회인 법불회 출신으로 서울 법조인불자모임인 ‘서초반야회’ 회장과 수원법조불자회장 소임을 맡을 만큼 불심이 깊은 법조인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신문3053호/2014년10월29일자]
첫댓글 부처님 가르침을 알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요...그 자리를 떨치지 못하면 신행으로 잘 풀어나가야 하는...
마음 다스림에 더 없이 좋은 불교 수행법...
잘 알려진 인물일수록 불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공격(?)을 받기도 하므로 자신의 종교를 밝히시기도 쉽잖으셨을텐데 대단하신 불자님.....
감사합니다...스님, ()()()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고맙습니다....
양극화 현상의 요인이 다양 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남북한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끊임없이 공작을 하여 남한을 분열을 조장하는 획책에 의하여 국론이 분열이 되다보니 나타나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군사력이 우세하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끔 고향으로 가보면 60년전에 보았던 사찰이 대부분 그대로 잇었습니다.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있을 만큼 촌 인구가 줄었는데 사찰은 어떻게 유지가 되나 오가며 그런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