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지인에게서 한국에서 정치분야에서 일을 하다 중국사회과학원에 연수를 받으러 오셨다는 A씨를 소개받았다. A씨는 사회과학원에 와서 중국 분 위기를 익히고 나중에 박사를 하실 생각이셨다고 한다. A씨는 한국에서의 지명 도를 고려해 청화대에서 정치박사를 하려 하신다기에 “중국에서는 청화대 정 치학과보다는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원, 정법대, 북경대, 인민대에서 공부한다” 는 충고를 해드렸다.
그랬더니 그 분은 “한국에서 사회과학원과 정법대 등은 인지도가 너무 낮다” 며 “지금 중국에서 청화대가 최고이고 북경대는 가라앉는 학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명문대 중문과를 졸업했지만, 중국 대학들은 분야별로 특성화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는 못한 듯 했다.
A씨의 실수는 계속된다. A씨는 역시 다른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사회과학원 내 한 연구소 소장에게 “청화대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싶고 청화대 기숙사를 알아 봐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연구소 소장이 불쾌한 표정을 지은 것은 자명하 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고 잘 대접해줬는데 명색이 소장인 자기에게 다른 학 교 일정과 기숙사를 알아봐 달라고 말하는 법은 없다.
사회과학원에는 수십 개의 연구소가 있는데 그 연구소 소장이면 일반적으로 중 국 내에서는 훌륭한 대우를 받는다. 이런 소장에게 그런 무례한 부탁을 했으니 주위에선 이 때문에 그 연구소가 한국과 한국 유학생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질까 걱정까지 한다.
중국에서는 북경대와 청화대가 한국의 서울대처럼 다수의 분야에서 절대적(?) 으로 1등을 차지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대학별 순위보다는 일반 적으로 전공별, 학과별 순위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문과는 북경대, 이공계는 청화대, 사회과학분야는 인민대, 사범계 는 북경사범대를 최고로 여긴다. 이들 네 학교를 4대 명문교(四大名校)라고 부 른다. 최근 북경사범대, 특히 인민대는 예전에 비해 명성이 좀 퇴색했지만 그 래도 명문대급에 속한다.
■청화대 법학과는 지방대 수준?■
필자가 97년 청화대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청화대 생물학과에 다니는 학생과 친해졌다. 그 친구 얘기가 청화대 생물학과가 중국에서 4위라는 것이었다. 깜 짝 놀라 청화대가 중국에서 이공계에선 최고 아니냐고 물었더니 공대는 맞지만 이과계통은 대체로 북경대 등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청화대 경제관리학원에 다니는 한국학생이 “중국사람들은 법대하면 정 법대, 인민대, 북경대, 청화대순으로 꼽더라”며 놀란 어투로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정법대, 인민대가 북경대, 청화대 법대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중국에서 는 일반적으로 정법대나 인민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에서 석·박사를 밟는 것이 법조계 엘리트 코스다.
중화서국 사전부 주임이자 청화대 중문과 객원교수인 정인갑 교수는 청화대 중 문과를 비롯한 신방과, 법학과는 지방대 수준이라고 언급해서 필자가 다시 확 인해야 했다. 필자는 청화대 중문과나 신방과, 법학과 등을 북경 하위권 학교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정교수는 필자보다 훨씬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 다. 사실 위의 과들은 역사가 짧아 지방에는 청화대에 이런 과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북경대와 청화대가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하려고 여러 과를 개설, 육성하고 있고 이런 신설 과들은 결국 학교 명성을 바탕으로 훗날에 좋아질 수 있다. 그 러나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괜히 학교 명성만 보지말고 진정한 중국 전문가 가 되려면 한국 관점이 아니라 중국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며, 유명 학교가 아니라 유명한 학과를 보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