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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장마철이네요.
10년 전 그 날도 7,8월의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때였죠.
정확히 2005년..7월 중순으로 기억합니다.
아버지의 서울발령으로 저희 가족은 통영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던 서울땅에 정착을 하게 된거죠.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척 만족하셨지만..저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어요.
사투리 때문에 놀림 당할것이 뻔한데다가..촌놈이라고 무시당할 것이 분명 했으니까요.
이사 첫 날은 어머니와 동네도 이리저리 둘러보고
제가 다닐 학교도 대충 둘러보면서 지리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 둘러보고 어머니와 집으로 가는 길에 큰 사거리 황단보도 옆
부동산 앞에서 춤을추는 아줌마를 보았습니다.
빨간 레이스 원피스에 실타레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행색이 꽤나 으스스 했습니다.
산에서 뒹굴었는지 빨란 원피스는 흙먼지가 묻어
마치 각설이 옷과 비슷해 보였고, 걸레짝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눈은 초점없이 먼 하늘만 바라보며 누런 치아를 드러낸 입이 귀 밑까지 찢어져웃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그 행색을 보셨는지 제 눈을 가리곤 황급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는 정식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도 모두 저를 반겨주셨고, 아이들도 제 예상과는 달리 저에게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사투리가 신기하다며 가르쳐 달라는 아이부터,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캐묻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빠른 속도로 학교에 적응했습니다.
1,2개월 정도 서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니 사투리도 어느정도 고쳐지더군요.
그리고 7월...폭우가 거세게 몰아쳐 학교에 고립된 날 이었습니다.
우산도 가져오지 않아 친구 2,3명과 저를 포함해 3,4명정도 교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운 없게도 남아있던 친구들과 저는 그 날 교실 청소당번이었어요.
이미 아이들 대부분이 하교를 했고, 남아있는 우산도 없었으므로
청소를 다 끝낸 저와 친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문득 친구 하나가 책가방을 머리에 눌러쓰곤 “이대론 안되겠다. 그냥 가방쓰고 가자.”
라며 친구들을 꼬드기는 겁니다. 당시 저희들은 휴대폰도 없었고..어머니,아버지가 올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기에 나름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뭉쳐 가방을 머리에 이고 전력으로 폭우를 뚫고 달렸습니다.
이미 몸은 비로 흥건히 젖었고, 친구들과 저는 그마저 즐겁다는 듯 시시껄걸 웃으며
사거리 횡단보도 까지 단숨에 뛰어갔습니다.
거센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말이죠..
그러다 친구 한 명이 제 어깨를 콕콕 찌르더니 “저 아줌마가 너 쳐다봐.” 라고 하는겁니다.
저는 누가? 라며 옆을 돌아봤죠.
순간 움찔 했습니다.
이사 오던 날 어머니와 봤던 빨간 원피스 아줌마 였습니다.
그 날과 똑 같은 옷과 행색으로 부동산 앞에 쪼그려 앉아 팔을 휘저으며
찢어진 입을 씰룩거리면서 저를 노려 보는 겁니다.
기분이 나쁜건 둘째치고 그 모습이 너무 소름 끼쳤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저 아줌마 알아?”라며 물었죠.
친구는 제 시선을 잠깐 피하더니 이내 가방을 얼굴 측면으로 돌리고
저에게 귓속말로 말했습니다.
“저 아줌마 내가 유치원 다닐때부터 저 자리에 있었어. 3,4년 정도 된거 같은데.
가족도 없는지 이곳저곳 떠도는거 같더라고..동네에선 ‘빨간마스크 아줌마’로 불려서
애들은 절대 저 아줌마 근처에 안갈려고 해.“
그리고 횡단보도 불이 바뀌고 저와 친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친구들과 손인사를 건네고 각자 집으로 향했죠.
저희 집은 횡단보도에서 2,3분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폭우때문인지 유독 발걸음이 무겁더군요.
게다가 사람도 없는 길을 혼자 비맞으면서 걸어가니까
괜히 등골이 오싹 하더라구요.
그래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는데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부동산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아줌마가 저를 노려 보면서
삐둘삐뚤한 걸음으로 제 뒤를 바짝 쫒아오고 있었습니다.
빗소리 때문에 잘 들리진 않았지만..뭐라 말하면서 오더군요.
어린 마음에 저 아줌마한테 잡히면 해코지를 당할 것 같은 생각에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당시 빨간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습니다.)
주머니에 넣어 다니던 개피 사탕을 아줌마한테 던지면서 말이죠.
그리고 헐레벌떡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을 사정없이 두드렸습니다.
가방에서 열쇠를 꺼낼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 비명을 들은 어머니가 무슨 일이냐며 왜 비 맞고 왔냐면서 물었지만
저는 빨리 문 닫으라며 빨간마스크 아줌마가 쫒아온다면서 잡히면 죽는다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도 적잖게 놀라셨는지 허겁지겁 현관문을 걸어 잠그시고 저를 앉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비는 멈추질 않고 계속 내렸습니다.
등교할 시간은 다가오고..어제 일을 생각하니 무서워서 학교를 못가겠더군요.
현관문 앞에서 벌벌 떨고있는 저를 보시던 아버지가 제 손을 잡으시더니
“오늘은 아빠하고 같이 갈까~” 라면서 차로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아버지와 같이 동행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 빨간마스크 아줌마를 본 적은 없었습니다.
후에 어머니가 주변 이웃분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빨간마스크 아줌마’라고 부르던 여자는 4년 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답니다. 결혼을 빨리했는지 29,30살에 10살 아들이 있었답니다.
남편도 동네에서 소문난 애처가로 부부 금술이 잉꼬였다고 하는데..
남편이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던 날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합니다.
레미콘 트럭하고 정면으로 충돌해서 남편,아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레미콘 운전자는
졸음운전으로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여자가 보이지 않아서 주변 이웃들은 어디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여자가 고운 빨간 레이스 원피스를 차려입고 남편,아들이 죽은 횡단보도
앞에서 이상한 춤을 추면서 입이 찢어 지도록 웃었답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엔 그 정도가 심해져서 주문 외우듯 중얼중얼 거리면서
무언가를 찾는 시늉을 한다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아줌마가 찾는 것이 사고 당시 못찾은 남편,아들의 ‘머리’라고 하는데..
그럼 그날 빨간마스크 아줌마가 저를 쫒아오던 이유가 저를 죽은 아들로 착각해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가 오는날은 사거리 횡단보도 근처엔 가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저를 쫒아올것만 같거든요..
[출처 - 웃긴대학 '마스크딸기'님']
![](https://t1.daumcdn.net/cfile/cafe/27192D38558B638003)
첫댓글 저런....마음이 아프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