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밝았다 이제는 저 여름날의 빛이 몸을 관통하고 심장 한 복판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독처럼 옹주의 가슴은
갑자기 이내 쓰렸다 밤을 세운 옹주는 이상하게도 계속 그렇게만 앉아있었다 상복을 입은 채로........
문이 열리고 상궁이 들어가 고개를 숙이며 몸을 숙이며 하얀 천조각으로 떨리는 입술을 가린 채 말을 했다
"..옹주마마 이제 하관식이 거행되오니... ......이제...이제는.....나........마마....마마......"
상궁은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넋이 나가버린 그녀의 얼굴에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이 은하수 저편
하얀 젖색깔과도 같은 미리내사이로 날아가버린 그 영혼을 앗아간채로 의식처럼 눈물만 흐르는 얼굴을 보았다
"..마마... 다음을 기약하시옵소서... 다음을...기약하시옵고...이제는 부디 보중하시옵소서..마마...."
"..다음?... 다음생에서?... 다음세상에서?...또 이렇게?... 또?.. 또 이렇게?... 이와..같에?,.. 무엇을? 그...
..무엇을 기약을 하여야...하는 것인데?.. 난 이 순간이 끝이나기를...온 몸이 재가 될 정도로..바라면서..
다시..태어난다면...또한...이러한 인연을...맺어야... 다음 세상에서?,. 이와..같으라고?,,,그..그래서..
.
.그것을 보중하라고?...사랑한단..말인가?,.. 지키지도...못하고... 그렇게...가버린...내 어미를...그 가엾은
.
.내 어머니를...다음 생에서도...그리 하란 말인가?... 진흙밭에서 구르는 인생은 한번으로 족하이...
다시는...바라지 않을 거일세... 어머니께서...나의 어머니이시길... 그러한 고통...이제는 안겨드리지...나는
아니할 것일세... 이제 나 돌아가면... 짐승 손에 붙들리어 다시...돌아가면...뉘가 있어 내 어미..산소에
구슬프게 물방울 한자락이라도 흘려 보내줄꼬... 뉘가 있어...풀 돋아 서러운 ..내 어미 산소에..풀 뽑을꼬
뉘..있어 그리 하여줄까... 뉘 있어... 다시 울어줄까... 나는 그래도 어머니께서 울어 주시었다네...허나...
이제 가엾고도 가엾은... 불쌍하고도 서러움이...지친...내 어미...그 앞에..뉘가 있을꼬..뉘가..있을꼬..뉘가"
문득문득...그렇게 얼굴이 생각나서 소녀는 견딜수가 없었다오 얼굴이 생각나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든다오
흐르는 꿈.. 흘러가는 바램 흐르는 바람 흘러내리는 비 그리고 눈물 사이에 흘러내리는 눈물자욱이
옛시절의 그 아리따운 은빛 조각따위양은 이미 훌훌 집어던져버리고 이제는 덜컹 하고 소리와 더불어 완전한
작별과 완벽한 고독에 다시 잠겨 보내야 하며 혹은 소녀도 그 사이로 총총히 걸어들어가야만 하는데 운명은
그리하라고만 하는데 흐르지 못한채 혹은 흘러내리는 것은 두 손으로 다 잡아 손 사이에 흐르는 바램을 보면서
손 사이에 주룩 주루룩 주루루루룩 주루루루루룩 주루루루룩 하고 흘러내리는 은빛 추억 조각들을 보며
가슴에만 남아 계속 생각나는 핏빛 진홍빛 그리움에 다시금 소녀의 흰 얼굴이 붉게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오
하관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옹주는 미동도 아니한채로 그 채로 서서 하관이 덜컹하고 내려가자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듯 그녀의 얼굴은 초탈하기만 했다 대비는 하관의 옆에서 역시 초탈한 채로 서 있었다 떠나 보냈다
'...다시 태어나면.... 이러한...사이가...아니기를...귀인마마... 그저..스쳐..지나가는..그것보다도
훨씬...못한 인연이기를...같은 공기...도 호흡하지..아니할...인연이기를.. 하늘의 별조차 바꿔지라고...
하는데... 죄많은 이 손으로 그대에게 안겼고...죄 많은 이 입으로 그대를 희롱하였으며 죄많은..이 육체로
귀인에게 위안을 얻고 씻지 못할 손으로 귀인에게 안기어 내 생의 기쁨을 차지하려...들었으니...부디...
..잊어주시길... 아아...사랑하였던...것...만큼... 저 또한..... 잊어주시길.... 바랄진대...잊으소서..'
'어머니..미안합니다...미안...해요... 지켜...주지....못해.서..... 미안...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어머니가...나의 어머니여서...기뻤습니다...만나서... 그..하나만으로도...기뻤습니다...제발..
사죄할 사람은...납니다..어머니...지켜주지..못한 사람도.. 나입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나만을...
이제는...괜찮아요,..이제는... 하늘이시여...부디...바라건대...바라건대... 부디.. 다음에는.....
다음에는..꼭...저의 어머니로...다시 태어나지않게..하기를..부디 그리하기를 꼭 되기를..바라건대....
...나로..인하여...더 이상...고통...받지..아니한..곳에서...아니한..시간에서...태어나...다시..연을 맺길
..부디 그렇게 사랑하였던만큼...잊어주기를...그저 인연..이랑은...스쳐.. 지나갔던 것처럼..지나가는 바람
보다도...더욱 나를 잊으시옵소서...목숨과도 바꾸었을 만큼 사랑한 것 만큼...잊어...주시옵소서...'
이제는 져버리고 있습니다 마냥 하얗게 피어 위태로웠던 작은 생명이 꺼지어 가고 이제는 져버리고 있습니다
저주받은 곳에서 져버린 하얀 꽃은 형체도 없이 이미 조각조각 나 버려 내 누이..내..어미..처럼 지고 있답니다
관이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덕혜옹주는 관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눈물이라는 것을 보이고 있었다 옹주는 계속 관에 손을 대면서 애닯은 모습으로 잠시동안을 있었다
"..대비마마 옹주마마께서 무엇을...하시는 걸까요..."
"..기억을... 하려고...혹은...잊으려고 그러는 게다 머리카락도...그 눈동자도...손가락도...따스한..품도
..이제는...모두 모두...잊어버리려고...저리 떠나보내는..것인지...아니면... 다시..하나라도..더 봐두어...
기억을..하실려는..겐지.....바라는 것이..있다면 흐르는 눈물로 모습을..가리지...말고..보기를...."
덜컹...하며 관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그렇게 나아가고 그렇게 마지막을 이제는 진실로 고하여야 한다
장례는 1929년 6월 5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조선 장례식으로 거행이 되었으며 유난히 반일의식으로 인해
성대하게 치뤄 졌다고 한다 덕혜옹주의 생모 복녕당 양씨 궁인 출신이시며 다소 늦은 나이에 승은을 입었다
승은을 입기 전까지는 그저 특별상궁(승은을 입어서 정 5품의 위치에 있어 특별대우를 받았던 상궁을 의미함)
이셨으나 1912년 덕혜옹주를 낳으심으로 인하여 일약 귀인 종 1품의 후궁 첩지를 받고 복녕당이라는 당호까지
하사를 받게 된다 고종께서 특별히 아끼시던 고명딸을 낳은 공로가 인정이 되어 후궁 중에서 가장 많은 금전을
하사받은 것과 유난히 순종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받으셨던 후궁으로 유명하시다 소생으로는 남자 둘이 덕혜옹주
전에 더 있으나 이미 어려서 둘다 사망하였고 유일한 소생으로 덕혜옹주가 있으며 당호는 복녕당 묘소는
월곡리에 있으며 전해지는 사진은 원삼 착용을 하고 가채를 쓴 사진이 유일하게 전해지는 사진일 뿐이다
향년 49세에 순종 황제의 붕어 후 몇 년 내에 급작스런 유암의 발견으로 결국 옹주 나이 17세때..졸하시었다
길거리에는 많은 백성들이 나와 통곡을 하고 몇 년전의 그 순종황제의 날처럼 그들은 핏빛 울음을 토하였다
옹주에 대한 가엾은 눈물을 떨구는 아낙들도...그리고 일본에 대한 증오의 눈물을 떨구는 선비들도...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가엾이 큰 눈을 뜨면서 그저 소같이 멀찌기 거짓도 아무것도 티끌도 모르는 눈동자로 뚝뚝
흘러대는 눈물을 하는 가엾은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깜빡 거리면서 쉴새 없이 물을 뽑고 바닥에다 흘린다
관이 나가자 더 이상 덕혜옹주는 참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비 윤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저 바닥에 앉았다
'..알기나...하오... 내가 사는 것이 얼마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만큼의 용기가...필요한...것인지..
매..순간...순간마다..살얼음...위에서... 그 칼날 위에서...광무를...추는...나를...이제 나를 보시오...
...내 눈이 마지막을 보기전까지는...그들의... 어느 누구도 내게 행복이란 단어를 입에 담아 말하지 마시오
.
.내 삶이...끝나기 전에...그러하기...전에...그 누구도 그러한...말을...하지...마시오....
....하늘이여.....나는 다시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하늘이여... 나는...다시...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대비마마...저렇게... 이제 어머니는 땅에 묻히시겠지요? 그 차가워진..땅에...또 나란히..저렇게..."
"..오..옹주....."
"..예..이제는 묻어야지요... 소중한 건 모두 땅속으로 깊이 깊이 묻어버렸지요... 아무도 가져가지...말라고.."
"...내가 한번이라도 손을 더 뻗었다면...이리 되지는 않았을 겝니다.. 예... 그 위험에서...약간이라도...
그 나마... 그...나마 구해드릴지도...모르겠지요... 오...옹주?...옹...주?.......옹주..."
나풀나풀...흰 천 처럼 너울너울... 파도처럼 굽이치는... 흰 천처럼...하얀... 작은 여자가 너울너울 거린다
하늘도 가득 던져 보았다 내려 앉는 것은 묻어나오는 것은 피비린내가 역한 검붉은 피덩어리들이... 주룩주룩
모두 짜 흰 사기그릇에 담아서 소복하게 소담스럽게... 담아 담아 한 모금씩 마시면서 짜내기를 위하여
마시오 어이쿨리 어이쿨리 어이쿨리...저 뜬 붉은 달이 기원제를 드리오 모든 것을 잊기 위한 그러한 기원제를
흰 천 던져 작은 소녀는 흰 얼굴 가로질린채로 너울너울 제 몸 던져서 기원제를 드린다고 저렇게 너울너울 하오
1929년 6월 6일... 덕혜옹주는 만 하루만에 다시금 겨우 정신을 차렸다
"..옹주 정신이 드시었습니까?... 뭐라고 제발 좀 잡수세요,.. 얼굴을 보세요 그게... 사람 얼굴이신지..."
"...대비마마...먹을 수가...없습니다...먹을...수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귀인께서...이러하시는 것을 바라시겠습니까.. 더욱...아파하십니다...옹주"
"..그게...아닐... 피가 흘러서 마실 수가 없어요...피가 너무 진득하게..흘러서..마실수가..없어요.."
"...옹주?"
"..땅이 그 피를 마시고... 무덤 가득히 고인 그 피를 땅에서도 이제는 역겹다고 마시지..않는..피가 너무 많아
너무 많아서...말입니다... 무덤 가득히에... 그 피로 인해서... 시체는..퉁퉁...불고...송장은 둥둥 뜨고..요
...그 틈새에... 껴있는 조그마한... 눈이... 아니..커다란 눈동자를 지닌 그 얼굴이...피가 얼룩덜룩..있는 그
얼굴이... 나를 노려보고...있어서... 송장...에....그 사이에 입...벌린... 더러운 뱀이...휘감고 있어요.
...그 더러운...뱀이...벚꽃 나무 휘감고... 벚꽃 잎 사이 붙이구서는... 그 안으로 흘러..흘러..기어들어가.."
"...옹주... 무슨 말을 하시고 있는 겁니까?.무슨 말을...하시는 겝니까?.아니에요.환상입니다..망상이에요"
대비가 바라본 옹주는 이미 세상 사람의 그 나이 소녀의 그 얼굴이 아니었다 날아가버린 혼을 두고 껍데기만
남아 버린 듯한 무표정의 얼굴로 덕혜옹주는 더듬거리면서 혹은 낮은 음성으로 무언의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기억나지가...않아요 수만 번을 되새기던 이름이고... 수만 번을 다시 눈을 감고 생각을 하던 그 얼굴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도 않습니다 향이며...채취며... 그리고 아릿하게 풍겨오던...이 아픔도,..모두..모두...
...다 가버린 것인가요 대가를 치루지 아니하면 안되요... 나는... 그렇게 어미를 놓아버린...아비를 놓아버린
그러한 무서운 심판의 그 아슈라 ...그 대가를 치루지 아니하면 나는 아니 되는 거라지요 그러는 거라지요...
나도 어미도... 이미 모두 다 죽어서... 오라버니도...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지요 그렇게..해야..
...산다지요... 그리 하지 못하면 나는 살 수가 없다지요... 가질..행복...이라는....게 없으니까.."
대비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쏴아 하고 초여름의 역겨운 바람이 불어가고 있었다 희뿌연
그 희뿌연 회색 끈끈한 덩어리 은하수 젖냄새 다 덮어버리던 그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으므로 모든 것을 덮었다
이미 역사가 혹은 세상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 무엇을 이룩해왔건 역사에 적어지는 것은 오로지 지배자의 승리
이라고만 한다 오로지 승리자라고 그들의 시대의 오만에 둘러쌓인 것들의 승리의 기록이라고 말을 한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피를 먹고 살아버린 그 역사 위에서 가녀린 소녀의 넋은 그저 울음대신 망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1929년 6월 7일 덕혜옹주는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왕직에서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그저
꿈을 꾸는 듯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로 이제는 이렇게 보내야 떠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남겨지는 것은 지독한
핏빛 그리움 흰 꽃 위에 피 흐르듯 방울방울 흐르는 것은 지독한 그리움 만이 이들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었다
"..불가합니다 옹주가 온 것은 겨우 이일날이요 그런데 어찌 일주일도 머무르지 아니하고 그 장례 지난 지
겨우 다섯밤이 지난 지금 보내라고 하는가? 최소한 열흘은 머무르게 하여도 모자르거늘 어찌 보내라고 하오?"
"...허나 대비마마 법도가..그리"
"..법도!! 법도? 법도라고 하지 마시오 어찌 그대들이 법도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수가 있겠는가? 입 다무시오
어찌 그대들이 입으로 법도라는 단어를 담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진정으로 아니 바라지도 않소"
" 대비마마 말씀이 지나치시외다 어찌 대일본제국에서 친히 나온 황궁에서 나온 천황의 명을 받들은 나를.."
"..아직도 하늘아래 얼굴을 들고 살더냐? 아직도 하늘아래 그 숨을 쉬고 살고 있더냐? 사람을 개잡듯 죽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들이 어찌 그리하여 산다고 하더냐? 잘 들으시오 나는 태어날 이유도 없었소 그리고
나 지금 여기서 돌아가신 태상황비폐하 처럼 칼로 베여 죽여 조각조각 내어 태운다 한들 아무런 미련 없소
..살아갈 이유도 없는 나요 허나 나는 대가를 치루지 아니하면 아니되오 피에 대해서...나로 인해 흘린 그들의
피에 대하여..그리고 그대들도 그 대가에 대하여 치루지 아니하면 아니되겠지 시대들이 그대들의 편이라고
말을 하겠지 시대는 그대들의 손을 잡아주어서 이리도 산다고 허나 이 세상에서 저지른 죄의 대가를 꼭 이
곳.. 이 세상에서만 치루라는 법은 없지않소 이 세상의 죄악은 저 세상에 가더라도 받지 아니할 수는 없는 것
...하긴 어찌 알겠소 산산히 부서지는 이 마음을...가득히 찢어버리고 싶은 이 마음을...어찌 말이오..."
결국 덕혜옹주는 1929년 6월 7일 마지막으로 양귀인의 묘지에 가서 참례를 하는 것을 끝으로 조선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묘지에 다다른...어느 눈물나도록 하늘은 푸르르며 바람은 찢어버릴정도로 잔잔하게 불던 어느 날
덕혜옹주는 묘친의 묘 앞에서 삼배를 하였다 검은 공단 상복을 떠나왔을 때처럼 입은 채로 절을 하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지켜...주지....못해....서...미안해요...미안해.... 미안해요...정말...사과할
사람은 나라고 말을 해야 합니다...지켜주지 못한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그러하므로 내가 그러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고통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더 이상 이제 나로 인하여 눈물 흘리지도 않을
테니까요...하늘님... 이시여... 부디,그녀가 다음엔 꼭 누군가와 만나 행복해지길 기도합니다.
저는 짐승들에게에 둘러쌓여 죽어도 상관없으니 혹은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거꾸라져 피를 토하면서
추하게 죽어가도...혹은 그 누군가의 창부의 딸녀로 태어나도... 상관없으니... 부디... 부디... 소원 하나만
이... 천한...몸의 소원 하나만 들어주소서... 이제는 더 이상 피흘리지 않고 곱게..그 얼굴 지킨채로...살아가라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오랫동안... 오랫동안...나와...있어 주었으니 이제는...나는 잊으라고..말입니다..
나로 인해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이 아무도 없도록... 이제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이 시대에서는 공허한
그저 징울리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하늘님...아시지 않습니까.. 달아서 날뛰지도..아니하였던...나는...그저
..한일이..무에인지요... 그저... 배가 고파서... 차례차례 돌아가면서...허기진..배를 잡고서..피를 빨아
내 배를 채우고 있었더라지요 이미 다 죽어버렸지요 이미... 이 시대에.. 이상도..꿈도..희망도...예의도..
사랑도.법도도..도덕도. 무지렁이 백성들이 가엾은 그 눈도..이미 다 씹어먹어버린..세상이라지요...하늘님
..다시 한번...새로운...세상을 살으라고... 다시..새 시대에서..새롭게..살라고..말하지 마시어요...나는
그러한...자격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이 죄 많은 손에 이제는 그 누구도...안을 수 없는...피냄새 자욱한
..하얗고 이 먼 아득한 세계를...가버린..내 어머니가...시린...발로 가지 않게..더러운..이 눈물..한방울
이나마..보태어...발 녹이고 가라고... 그릇에 담아..따뜻할 때 전해주시어 붓게 하시옵소서 하늘님이여...
..꿈은 언제나 꿈...아득히 멀어 갈 수 없는...그저 한낱의 꿈이거늘...어찌 바라겠습니까 용서하십시오
...먼저 보내야 하는 것을...내 먼저 가지 못하고...먼저 보내 드리는 것을...부디..용서하십시오.....'
덕혜옹주는 다시금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옹주는 돌아온다 비보도에서 가장 끔찍한 비보를
접한 채로 슬픈 소식을 가장 거대한 숨쉬는 것조차 힘겨운 그녀가 돌아온다 잠조차도 안식이 되지 못하는 곳
"옹주마마 무엇이라도 좀 기별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새순으로 달인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고개를 젓지도 않았다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들은 더 이상 옹주에게 묻지도 않았다
떠나버린 것에 대한 미련이 아닌 것이라는 것쯤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다만 바라보는 그 눈이 너무 가녀려서..
숨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옹주가 너무나도 가녀린 작은 새마냥 부들부들 떠는 그녀가 너무 애처로워서..
영왕은 옹주를 마중 나오고 있었다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역겨운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기차가 들어오자 옹주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거대한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 아린 얼굴이 들어왔다
영왕은 옹주를 보고 말 보다는 이 세상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그 얼굴이 너무 가슴을 저며서... 너무 아파보이는 그 얼굴이..가슴을 저며서..그래서 손을 잡았다
"...오라버니... 저기...저어기..벚꽃이 피어있어요... 보이시나요?...저기에.. 자주색...기모노를...입은..."
영왕의 눈이 크게 떠졌다 긴긴 세월을 돌아 지쳐버린 그 눈을 바라보며 영왕은 그저 떨면서 바라보았다
"..피는 건...벚꽃이랍니다 피는 건 사쿠라 이랍니다.. 그 아래 송장 무더기들이 묻혀있고요 그 뿌리 아래는요
.. 송장안에... 뿌리가 내려..앉아서..그 안에...엉켜서...다 터트려서..피비린내가..자욱하고 있더라지요 ...
...피냄새..꽃냄새에..섞여서 벚꽃 냄새에 섞여서... 우수수 떨어지는 저 꽃들이 보이십니까? 사실은.....
더듬으면... 꽃잎을 만져보면... 검붉은 피가 배어나오죠 그래요...그 벚꽃 아래는 언제나...달이...있는 이러한
밤이면... 이러한 밤에 골라서...시체가 묻혀져요...송장이..다시... 다시..묻혀지고..있어요..지금같은 밤에.."
"..옹주야... 아니야... 아니야 .눈을 뜨고 보거라...아니야 제대로 바라봐..아니야..아ㄴ."
".모든 꽃잎이 다 떨구어지고 이들이... 영혼이 다 사라지는 날에도 다시금 우수수..우수수...우수수......
꽃잎이 떨어지는데 피냄새가 다시 맺혀서..계속 토를 하게..해요 오늘도..궁리하고 있을 겝니다..오라버니
..그녀를 죽였으니... 내... 가장 소중한 그녀를 죽였으니..어디에...묻히면 가장...피가..많이 나오고 있을까나
..어디에..묻히면 좋을까나... 그렇게 지나면...또 다른 이가 묻히겠지요 벚꽃이 다 우수수 떨어질때까지...
또다른 이가 묻히기를 바라면서 다시 저렇게 벚꽃은 피어 있는데 말이지요 다시 떨어지겠지요...나도 오라버니도
..내 어미도...다 죽어서... 모두 다...죽어 묻혀... 썩어가는 송장으로 피가 터져야....그만...필까요....."
너울너울 춤을 춘다... 덕혜옹주가... 파사... 물결처럼 춤을 추어 대는 가엾은..애닯은...소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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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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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벚꽃 나무 아래 묻혀진 시신이..누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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