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도 서울도 꽃소식이 난리인데, 긴 겨울의 꼬리가 아직도 산허리에 그림자를 남긴 채 웅쿠리고 있는 것 같은 독골길입니다.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은 3월 하순이 되니 게으른 농부도 이것저것 씨앗들을 뒤져보고 무엇을 먼저 심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지요.
제일 먼저는 2월 중순쯤 고구마를 싹 틔우려고 상토에 묻어 거실의 양지쪽 창가를 내 주었고요. 다음으로는 씨감자를 주문해서 싹이 트는 것을 보며 정아를 중심으로 가르기를 하였고 감자 심을 날을 정합니다.
다음에는 완두콩도 심을 준비를 하지요. 완두콩 씨앗을 물에 불리고 씨앗을 불리는 동안 두둑을 만들고 지짓대를 박고 줄을 칩니다. 두 해 농사를 바탕으로 완두콩을 심은 다음에 줄을 치는것보다 심기전에 줄을 치고 줄에 맞춰서 콩을 심는것이 훨씬 일도 줄고 완두콩의 넝쿨도 잘 잡고 자랄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지요.
그 일이 끝나면 씨앗 소독 대신 계피가루와 설탕을 섞어 발라 논 씨앗을 줄에 맞춰 줄 뿌림을 합니다. 새가 쪼아 먹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아주 만족하는 수준이랍니다. 이번에는 호미로 일일이 파고 씨앗을 넣는게 아니고 나는 샵괭이로 고랑을 길고 작게 파고 내편은 씨앗 2,3cm 간격으로 씨앗을 넣었어요. 씨앗을 다 넣고 장갑을 낀 손으로 부채질 하듯 흙을 덮으며 토탁토닥, 가뭄 타지 말라고 해 주는 것이고요.
완두콩은 한 두둑에 양쪽 가에 두 줄로 씨앗을 넣고 가운데는 옥수수 씨앗을 넣었어요. 벌레나 진딧물이 좋아하는 옥수수를 파숫꾼으로 세우고 옥수수도 얻어 먹으려고요.
옥수수 사이사이엔 강낭콩도 몇개씩 심었는데 강낭콩은 땅을 비옥하게 해 주는 역활도 한다고 하기에 시험 삼아 섞어 키워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감자를 3월24일에 심었는데 올해는 5일 늦은 29일에 심어서 부직포를 덮어 보온도 해 주었어요. 홍감자 4kg과 두백 15kg을 심었는데 이웃에서 감자를 먹다가 싹이 났다고 줘서 3,4키로 정도 더 심게 되었으니 올해는 감자를 실컨 먹을것 같아요.
마당가 텃밭에는 아욱, 상추, 근대, 시금치, 옥수수, 열무, 총각무, 당근이랑 고수도 씨앗을 넣었고요.
이렇게 밭 작물들과 놀다보니 어느 새 3월이 다 가고 있네요. 4월에는 땅콩을 심어야 하고 오이, 참외, 수박 호박 등을 심을 밭을 손질해야 하지요. 땅콩밭이야 토양 살충제 대신 천일염도 뿌렸고 축분을 조금 뿌려 밭갈이를 해 뒀으니 두둑을 치고 심기만 하면 된답니다. 비닐 멀칭은 올해도 안하고요. 대신 밭고랑에는 잡초 방지 매트를 깔아 볼까? 생각중이랍니다.
다음으로 오이, 참외, 수박, 호박들은 타고 오를만한 지지대를 만들어 주고 발효한 퇴비나 액비를 넣어 모종 심기를 준비해야 하니 일이 많습니다. 작년에 경험으론 참외도 오이처럼 지지대를 만들어 오려 주니 노지에서도 제대로 참외를 먹을 수 있음을 알게 되어서 수고로워도 그리 하려합니다.
게으른 농부도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는 4월입니다. 꽃님들께서는 무엇을 어떻게 심으셨나요. 도시에 살 때는 심을 땅이 없어 봄을 맞는 농부가 한없이 부러웠었는데 이젠 많이는 아니어도 원하면 무엇이든 심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농촌에서 자라서 시골은 싫다고들 하는데 캔디 아지매는 흙 만지며 노는게 좋기만 하니 모두들 팔자라고 하네요.
흙 만질 팔자여서 좋고 모든것이 놀이처럼 즐거우니 더 바랄것이 없겠지요. 날마다 밭에 나가고 들어올 때, 나물 한 줌씩 뜯어 무칠 수 있어서 재미 있고 4월이어서 행복합니다. 4월에도 꽃님들 모두 행복하세요~^^
정가네님 큰개불알풀~~
첫댓글 와 스케줄이 꽉 차 있스시네요 . 흙을 만지는 일은 좋은데 쪼그려 앉자서 하는 밭일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 기꺼이 즐기니 이또한 행복이지요 . 캔디님 보면서 대리만족 해야겠어요
.사진에 이름 정정 개불알꽃이 아닌 개불알풀이라고 지기님이 하셨어요 ㅎ
ㅎ~자목련님 얼른 뛰어가서 수정했어욤.
지기님의 수고를 덜어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농사를 버거워하는데 이리 재미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시니 글을 읽는내내 캔디 님의 즐거움이 전해짐니다. 행복하십시요.
예, 잼나고 신나고
좋답니다.
초록초록한 새싹들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예쁘게 자라는 모습은
아기 키울때처럼
설렌답니다.^^
딱딱한 껍질을 뚫고 싹을 틔우자면 힘도 길러야 하고 때에 맞는 차례도 서로 확인해야 하고. 독골 캔디님 밭이 씨앗들 회의로 수런수런하겠습니다.. 흙이불 덮은 온갖 씨앗들이 박차고 깨어날 어느 날이 덩달아 기대됩니다. 딱 손바닥만한 우리 텃밭에도 슬슬...^^
조용~~하기만한 완두콩밭을
지날때마다
"아직 코오~잡니까요?"
묻곤 했는데
어제 보니 쪼그맣게 쏘옥
까꿍하며
올라 오더라고요.^^
숲님댁도 곧 그리 되겠지욤~
와~~ 4월입니다.
예전같으면 3월이면 봄이다 했을텐데
변덕이 심한 올해는 4월이 되어서야 봄이 온 것 같아요.
캔디 님의 봄은 2월부터 시작되어
할일이 줄줄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요.
ㅋㅋ 울엄마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랑 똑같아서 혼자 미소지어 봅니다.
나도 뭔가를 막 해야할것도 같은 마음이네요.
우리 모두 행복한 시간들 보내며 살자요.
하루를 소중히, 지금의 나를 사랑하면서요.^^*
나영님, 어머니께서도 봄이 행복하셨을거에욤~
2월부터
씨앗서랍과 냉동보관중인 씨앗을
보고 또 보고~
이젠 날마다 나가 앉아
씨앗 넣는 재미가 솔솔~~
하네요.^^
캔디님 농사는 즐거움입니다
저도 작년에 화분에 묻어둔 감자싹이 자라 한 접시 캐낸 재미가 기억나 올해도 싹난 감자 화분에묻었습니다. 올해는 농사를 늘려서 화분 2개.ㅎㅎ
캔디님 덕분에 농사짓는 일이 즐거울 수도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씨앗에서 싹이나 몇 배나 불려주는 자연의 이치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올해도 풍년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자꾸웃음이 나네~~ㅎ
성탄목님 그러셨군요.
맞아요, 화분에서 감자도 되고
고구마도 되더라고요.
초보농부는 아직도 씨앗을 넣으며
진짜로 싹이 나올까?
궁금해하고
설렌답니다.^^
저는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요
세상에 음식이면 음식 농사면 농사
어찌 그리도
야무치고 손끝이 야무신지요?
전 꽃하나 심으려도
땅뙤기가 없어서 집안으로 뭐던 들여오다가 보니
요즘 상추들도
많이 나오던데
스티로폴에다가 몇포기 심고 싶어도. 그러나 다행으로
푸성귀는 안 사먹네요
남편이 갖다주니까요
지난번에
푸성귀들 많이 갖다가 심었네요
캔디님 사는 모습이 너므너므
멋지세요
손끝이 야무지시니깐요
백목려림, 상추는 잎이 5장 이상 달려 있으면 쫑이 올라온다는 거 아시는지요?
부지런히 따 드시면
꽃대를 최대한 늦게 올라오게 한답니다.^^제가 시골생활에
농부로서의 생활에
최적화된 사람인가봅니다 ㅎ
오늘도
밭에 나가 놀다가
잠시 쉬고 있답니다.^^
캔디님 도무지 상상이 안 되고 따라 해볼 엄두가 안나는 농촌생활을
이렇게 즐겨도 되는거예요?
대단한 캔디.
그저 감동입니다.
바쁜 4월 모두 정신 잘 차리고 봄을 즐깁시다^^
주이언니~전생에 제가 농부였다는 사실!ㅎ
따신 봄날
전철타고 오세요.
맛난 밥
따끈한 밥
같이 먹고 싶답니다~
저보다 높은 곳에 살면서도 땅이 녹자마자 벌써 온갖 걸 다 심으셨네요.
저도 처음엔 안 심어본 게 없을 정도로 심었더랬는데 이젠 귀찮아져서 몇 가지만 겨우 심는답니다.
내년엔 캔디 님 따라서 완두콩을 좀 심어봐야겠어요.
글을 읽으니 캔디 님은 원래 농부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돈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흙을 만지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복이라 생각합니다.
제 사진을 올리셨네요. 고맙습니다.
근데 정확한 이름이 '큰개불알풀'이랍니다. 개불알풀은 따로 있거든요.^^
저도 그리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즐겁고
좋아요.
이름 수정해야겠네요~
큰개불알풀.^^
쌤, 완두콩 심으실때
팁 하나~
씨앗 넣기전 고랑에 상토를 조금 넣고
씨앗을
넣으시면 완두콩이 발아가 잘 되고
건강한 뿌리를 내린답니다.^^
@캔디(양평,독골길) 아, 좋은 팁이네요. 캄사!
어쩜 이렇게 즐겁게 일 할수 있다니요?
흙 만지고 농사 짓는 모습이 예술품 만드는 것보다 더 숭고해 보입니다
맛있는 농산물, 더 건강해지는 모습들~
더 이상의 아름다움은 없을듯 합니다.
봄 비 잦네요.
더 무성해지는 초록이들처럼 4월 더 아름답길
바랍니다.
사람살이가 즐기자 하지 않으면
고단한 것이지요.
쪼매 힘들어도 이 정도쯤야~
하고 보드라운 흙과 씨앗들과 새싹들과 놀기를 즐깁니다.
오늘 아침, 밭에 나가니 열무도 싹이 두 잎 나오고 아욱도 수수알만한 잎사귀를 내밀었더라고요.
완두콩도 나란히 나란히 나왔어요.
우리 아기들이 건강히 자라는 모습 보여 드릴게요.
예쁜 댓글에 감사한 마음 전합니당.^^
물맑은
양평으로 놀러 오세요~
어휴~~~
그렇게나 많이 심으시는군요.
언감생심 생각도 한 적이 없는 엄청난 작물의 양입니다.
십년 정도 전원생활을 하니 이제는 우찌하면 일 줄이고 게으르게 살까하는 궁리만 하네요.
고라니가 웬만한 채소와 꽃대며 잎들을 먹어치우니 농사를 지어도 보람도 없어요.
남들처럼 그물망을 둘러보자 하니 남편이 보기 흉하다고 반대해서,
거름은 넣어서 작물 심을 준비는 했으나 올해도 기대하지 않고 놀멍쉬멍하려구요.
별꽃님~시골생활, 놀멍쉬멍이 최고지요~
캔디는 아직 3년차라서
열정이 부글부글 하나봅니다.
날마다 뭐 심을까? 궁리만 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