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해 한국 떠난다” 투자이민 러시
김동욱 기자2019.09.16
美 최소투자액 11월부터 2배 인상에 “美 투자이민 막차” 설명회 북적 20대 취업, 40대 자녀교육, 70대 절세 목적… 加ㆍ포르투갈 등도 인기 나라별 미국 투자이민 비자발급 현황. 그래픽=송정근기자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장.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대 행사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최 측이 마련한 100여개 좌석은 금세 동났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제주 등에서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투자이민 요건, 절차 등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요즘 서울 강남권 최고 유행 중 하나는 해외 투자이민 설명회다.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 등에서 번갈아 열린다. 올해 초 캐나다가 인기더니 요즘은 미국이다. 지난 7월 미국 이민국이 “11월부터 투자이민 최소투자액을 두 배 가까이 올린다”는 방침을 내놓자, 규제 강화 이전에 신청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어서다. 그 덕에 이민회사들은 추석 연휴 때도 상담을 이어갔다. 김미현 한마음이민법인 대표는 “상담이 급격하게 늘어 정신이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일시적 붐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캐나다, 미국에 이어 최근엔 포르투갈ㆍ스페인 같은 유럽권 국가는 물론,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까지 투자이민 상담 국가로 떠올라서다. 투자이민 희망자들도 ‘40대 가장’에서 ‘20대 젊은이’와 ‘70~80대 노년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투자이민 열풍 뒤엔 한국의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이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주권을 싸게 살 마지막 기회” 미국 투자이민(EB-5)은 미국에다 투자해 10명 이상 고용을 창출하면 영주권을 내주는 제도다. 의사 등 전문직만 딸 수 있는 취업이민(EB1~4)보다 쉽다. ‘가성비’까지 좋다. 영국만 해도 투자이민 최소투자액이 200만파운드(약 30억원)에 달한다. 호주는 500만호주달러(약 40억원), 뉴질랜드는 1,000만뉴질랜드달러(약 76억원) 등으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은 50만달러다. 달러당 1,200원 정도만 대입해도 6억1,000만원이면 된다. 선진국 영주권 가운데 가장 싸다. 하지만 미국 이민국은 지난 7월24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다 투자이민 프로그램(EB-5) 변경안을 고시했다. 최소 투자금액을 간접투자의 경우 50만달러에서 90만달러(약 10억원)로, 직접투자는 100만달러에서 180만달러(약 21억원)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11월21일이다. 이민업계는 큰 장이 섰다는 분위기다. 미국투자이민협회(IIUS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투자이민 청원서(I-526)를 낸 한국인은 391명이다. 100~150여명 수준에 머물던 투자이민 신청자는 2017년 200명을 돌파하면서 크게 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역대 최고치인 500명을 넘기리란 예상이 나돈다. 최여경 이민법인 예스 대표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추가 비용이 더 커졌는데도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미국행이 더 어려울 걸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며 “최근 연예인, 정치인까지 상담 받으러 오는 걸 보고 미국 투자이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한국의 미국 투자이민청원(I-526) 수/김경진기자 ◇자식 교육 걱정하는 중산층이 주 고객 미국 투자이민을 알아보는 이들은 아무래도 고소득자들이다. 미국은 이민심사 때 자금출처를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한 번에 현금 6억5,000만원(투자금+각종 수수료) 정도를 동원할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 높지 않은 투자이민 수익도 감당해내야 한다. 직접투자는 알아서 수익을 챙겨가야 한다. 투자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간접투자는 5~6년 뒤 수익을 되돌려 주긴 한다. 하지만 영주권 취득 대가라 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거나, 많아 봐야 1~2% 수준에 그친다. 그래서 투자이민 상담의 주 고객층은 자녀 교육과 취직에 관심 있는 40~50대 장년층이다. 아이를 유학 보낸 강남의 대기업 직원, 전문직 종사자 등이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그 돈을 투자금으로 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소연 한마음이민법인 부장은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냈거나, 보낼 계획이 있는 분들이 미국 투자이민 막차를 타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은 영주권 신청 2년이 지나면 2년짜리 조건부 영주권이 나오는데 이때부터 학비 감면, 현지 취업 등 영주권자와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아세아타워에서 열린 미국투자이민 설명회. 이날 설명회장엔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이민법인대양 ◇경제 불안, 젊은층ㆍ고령층도 떠민다 최근 들어선 투자 이민 유행이 20대 젊은층, 70~80대 고령층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젊은이들은 취직 걱정이 제일 크다. 투자이민 세미나에서 만난 김모(25)씨는 “한국에서 대학 나와봐야 미래가 뻔하니 부모님에게 미리 유산 물려준다 생각하고 미국 영주권을 따달라고 했다”며 “미국에서 취업한 경력만 있으면 나중에 다시 한국에 와도 취직이 더 잘될 거 같다”고 했다. 고령층은 절세를 생각한다. 최근 70대 자산가의 미국 투자이민 상담을 진행한 A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수십억을 물려주려다 50%를 세금으로 떼일 바에야 미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이들이 제법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상속세 면세 한도가 1,100만달러(약 131억원)로 세금 부담이 우리에 비해 적다. 투자이민에 대한 동기야 제 각기 다르겠지만 그 뒤엔 정치 경제적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최여경 대표는 “실제 상담을 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경기 불황을 걱정한다”며 “대개는 ‘더 이상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 ‘난 괜찮지만 자식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다른 이민업체 대표도 “이민 결정이 쉬운 게 아닌데 경제도 안 좋고 정치 상황도 복잡하다 보니 어차피 떠날 거라면 지금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미국 밖으로 번져가는 이민 열기 투자이민에 대한 관심은 미국 이외 다른 나라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캐나다 투자이민 붐이 일었다. 캐나다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투자이민을 중단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아서다. 18억원 이상의 순자산 보유자로 5년간 캐나다 국채에 10억원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이었음에도 그랬다.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투지이민 설명회. 주말인데도 참석자들로 북적인다. 사진=한마음이민법인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도 투자이민 대상 국가로 관심을 받는다. 이들 나라는 일정 정도의 부동산(3억2,000만~6억4,000만원)만 사면 ‘골든 비자’나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골든 비자는 일종의 장기체류증으로 부동산 거래, 취업 등 현지에서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한 이민회사 대표는 “한국에서 힘들게 취업할 바에야 다른 나라로 가서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하며 살겠다며 나가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비자도 인기다. 9,000만원 정도 내면 10년 거주증을 주는 방식인데, 국제학교 학비가 싼데다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 인기가 좋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등 실물경제가 위기에 견줄 만큼 안 좋다 보니 더는 자산가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심리가 자산가들 사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며 “최근의 이민 열풍은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민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이란 사회가 과거처럼 더는 한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이민자가 기회를 얻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민학회장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최근 국내 상황이 좋지 않고 시장 전망이 어둡다 보니 해외서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욕망을 꺾을 순 없겠지만 정부가 이런 현상에 경각심을 갖고 한국에 정착해 살고 싶도록 정책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49 22 21 공유하기 19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의견 19개 이곳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기사 공감하기 92 Abetrump 14시간전 이들은 병원갈 일 ㅇ 기능 보기 답글좋아요 0 싫어요 0 Abetrump 14시간전 이들은 병원갈 ㅇ 기능 보기 답글좋아요 0 싫어요 0 박종헌 1일전 국민의 의무도 안 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것들이!!!! 너희들은 가라! 있어도 별 도움은 커녕 오히려 악이 될 인간들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미 가 봐자 별 볼일 없다. 이미 그 곳도 좋은 자리는 거의 없다. 그리고 간 사람들 보니 청소나 세탁소 등등 하더라!!! 자기 나라 좋은 나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고.... 거의 친일파 수준이네!!! 기능 보기 답글좋아요 6 싫어요 17 독자의견 더보기 화면을 위로 당기면 추천 기사로 이동합니다 4개월 만에 등장한 IS 수장… 음성으로 건재 과시 김이삭 기자2019.09.17 18:1019 92 트위터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카카오톡 공유 https://www.hankookilbo.com/News/Npath/201909171612027182 이메일 공유 가 4월 공개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설교 영상. A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4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도 음성메시지였지만 추종자들의 폭력 투쟁을 독려하는 등 IS 조직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1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테러감시단체 SITE는 최근 바그다디가 IS 미디어조직 알푸르칸을 통해 전한 ‘행동하라(Do Deeds!)’는 제목의 30분짜리 육성 녹음을 입수해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바그다디는 설교 형식의 메시지에서 “도처에 있는 알라의 병사들은 다가올 것이 선(善)임을 알아라. 그래서 설교와 미디어, 군과 안보 등 모든 면에서 노력을 배가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리와 레반트(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의 다른 전선에서 일상적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바그다디가 구체적 장소 등 물증을 제시하지 않아 발언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는 또 “칼리프의 병사들아, 형제ㆍ자매를 구하고 그들을 가둔 감옥 벽을 부수는 데 최선을 다하라”며 구금된 IS 대원들을 구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현재 IS 소탕 작전 과정에서 포로로 붙잡힌 수많은 IS 조직원 및 가족들이 쿠르드족 관할 캠프와 수용소에서 살고 있다. 시리아 북부 하사케 지방의 알홀 캠프에만 약 7만3,000명이 수용돼 있다고 한다. 바그다디의 음성메시지는 4월 알푸르칸을 통해 나온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당시에는 18분 분량의 영상에서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가 IS 소행이며 기독교를 상대로 복수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SITE 공동 창립자이자 분석가인 리타 카츠의 말을 빌려 “바그다디의 메시지가 지난달 녹음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바그다디는 이라크ㆍ시리아 국경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정부에 의해 2011년 숨진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2,500만달러(297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한 때 국가를 참칭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의 반격에 밀려 2017년 이라크 제2 도시 모술과 수도 역할을 하던 시리아 락까에서 패퇴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정적으로 올해 3월 마지막 거점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물러나면서 영토를 완전히 상실했고, 게릴라전으로 전환했다. 미 정보당국은 외국인 3,000명을 포함, IS 잔존 세력 1만4,000~1만8,000명이 여전히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0 0 0 공유하기 19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면을 위로 당기면 추천 기사로 이동합니다 ‘싱가포르 이민 노크’ 부자들이 줄섰다 고찬유 기자2019.09.18 04:4019 92 트위터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카카오톡 공유 https://www.hankookilbo.com/News/Npath/201909171651050536 이메일 공유 가 상속세ㆍ증여세 없고 법인세 낮아… 한국인 이주ㆍ투자 문의 40% 급증 투자이민 문턱 높아 성사 어려워… “유령법인 등 편법 이주” 소문도 싱가포르 멀라이언파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앞에 보이는 건물은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만든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싱가포르=고찬유 특파원 “2주 전에도 문의가 왔어요. 6월에는 실제 보러 온 분들도 꽤 있고요. 추석 이후에도 (방문 팀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보만 얻으려고 온 건 아니고, 실제 국내 자산을 정리하고 들어올 생각을 가진 분들이죠. 작년에 25건이던 문의가 올해만 40건 정도니 벌써 40%가량 늘었네요.” 익명을 요구한 싱가포르 부동산업계 관계자 얘기다. ‘적도의 기적’이라 불리는 싱가포르는 최근 한국의 금융부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로 꼽힌다. 국내 경제가 어렵고 정치 상황이 어지러운 틈을 타 이민이 늘었다는 보도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다. 자산리서치업체 뉴월드웰스와 아프라시아은행이 발표한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금융부자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를 여러 차례 답사하고 실제 이주를 저울질하는 층은 주로 50대 자산가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가는 보통 현금 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가리킨다”고 귀띔했다. 9~11일 현지를 둘러보고, 금융 및 부동산, 한인 사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어둠의 루트로 돈 세탁을 하거나 유령 법인 설립 등 편법을 통해 싱가포르에 입성한 부자들이 있다” “그들만의 세계가 따로 있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이 들렸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도, 한국 정부도 관련 통계를 내놓지 않으니, 정확한 사정을 가늠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문은 가고는 싶지만 오기가 쉽지 않은, 투자 이민 대상지로 관심은 뜨겁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싱가포르의 인기를 보여주는 한 방증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개관.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로 싱가포르는 살만한 이유가 많은 나라다. 비행기로 우리나라에서 6시간 거리로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깝고, 인종 차별도 없다. 교육 치안 복지 의료 금융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다. 돌아본 싱가포르 시내는 서울보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교통 정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거기다가 동남아시아에선 거의 유일한 영어권 선진국이다. 중국어도 쓴다. 그래서 싱가포르 이민을 꿈꾸는 40대 자산가는 주로 자녀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엔 치안 탓인지 홍콩에 살면서 금융 선박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이 싱가포르 이주를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금 부담도 적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아예 없고, 법인세(17%)도 한국보다 낮다. 법인 설립도 쉽다. 현지 진출 법인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더 커지기 전에 싱가포르로 오는 게 절세 측면에서 남는 장사”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로의 탈출을 꿈꾸는 우리 부자들이 현지 조사를 하면서 가장 공들여 묻고 캐는 내용이 세금 관련 정책 변화라는 게 현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더욱이 당장 거주할 아파트만 사도 투자 가치가 충분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전망도 밝다. 싱가포르 주거용 부동산(주택, 아파트)은 10년 전과 비교해 3배 올랐다. 현재 아파트 가격은 79㎡ 기준 8억~30억원이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 현재 추세로 본다면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없는 한 앞으로 3년 안에 더 오를 것”이라며 “내ㆍ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세 차이가 없다가 차차 외국인에게 더 물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가급적 빨리 오는 게 돈 버는 길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561만명(2017년 기준)이 사는 나라에 한인이 약 3만명이다보니 웬만한 호텔과 몰엔 한국인 직원이 있을 정도다. 싱가포르는 국내 부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고찬유 특파원 그러나 실제 이민 실행은 다른 얘기다. 싱가포르는 투자 이민 문턱이 높은 축에 속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제시하는 4가지 사업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3년 이상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250만싱가포르달러(22억원)를 투자해야 하고, 연 매출이 5,000만싱가포르달러(43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관련 서류 제출 등 사업 능력도 검증 받아야 한다. 고용 기여 등 부대 조건도 따진다. 법인을 만들기 쉬운 반면에 자금 입출 관리는 엄격하다. 고객에게 자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적으로 금융회사 책임이라 계좌 개설도 쉽지 않다. 싱가포르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일각에선 돈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자금 세탁 창구가 있다고 하지만 아마 예전 이야기일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는 자금 세탁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매뉴얼에 따라 꼼꼼하게 감독한다, 자금 세탁을 하다 걸린 금융회사가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투자 이민 조건.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내 이민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기업 사장이라고 해도 본인이 고용된 사장이라면 조건 탈락”이라며 “싱가포르는 영어권 국가인 데다 선진국이어서 많은 분들이 희망하긴 하지만 조건이 하도 까다로워 실제 싱가포르 투자 이민에 성공하는 사례는 1년에 1, 2건에 그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한인회 관계자는 “싱가포르 이민이 늘었다는 얘기는 주로 한국에서 흘러온다”라며 “최근엔 비자도 쉽게 내주지 않고 영주권 발급은 정말 힘들어졌다”고 했다. 현지 한인들은 막상 살아보면 불편한 점이 많다는 말을 한다. 물가가 비싸고 한국과 달리 일상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종종 있다. 자동차 가격은 한국의 3배, 외식비는 2인 기준 5만~12만원이 든다. 월세는 방 3개 기준으로 350만~650만원이다. 은행 계좌 개설에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서류를 하나 빠뜨리면 다시 방문해야 한다. 가전 수리 등 출장 서비스는 기본 대기 일수가 3~7일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지 답사를 하러 온 한국인 가운데 ‘생각보다 물가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0 0 0 공유하기 19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면을 위로 당기면 추천 기사로 이동합니다 로그인 하세요 제보하기 지면보기 스크랩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 연예 라이프 스포츠 피플 사설 만평 칼럼 이슈 기획 연재 VIEW& 포토갤러리 프란 동영상 반려동물 동물 자동차 모클 영매거진 FYT 사진검색&구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구독신청 메뉴 닫기 페이지 맨 위로 이동 X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