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스포츠의 축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이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태능선추촌에서 한 겨울 추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2월7일 개막하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 쇼트트랙 ‘불자’ 3총사가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불자 쇼트트랙 3총사가 있어 한국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더욱 크다. 사진 왼쪽부터 조해리, 심석희, 공상정 선수.

우리나라는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4개 금메달의 절반인 2개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가능한데는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불자 3총사’가 있기 때문이다. 심석희·조해리·공상정 선수가 주인공이다.

 

올림픽 개최를 정확히 30일 앞둔 지난 8일 서울 태능선추촌 법당에서 만난 3명의 불자 선수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중압감과 긴장감으로 얼굴이 어두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수줍은 미소와는 달리 당당한 태도에서는 여유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이 이번 올림픽을 위해 흘린 땀방울을 예상할 수 있었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크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래서 ‘불자’ 3총사의 선전이 더욱 기대되는 올해다.

 

 

심석희 선수

한국 빙상계 간판스타

큰 키와 파워·강심장 무기

항상 단주 차고 출전해

 

심석희(17, 세화여고)선수는 ‘피겨 김연아’, ‘스피드 이상화’와 함께 한국 빙상계의 간판스타로 꼽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심석희는 2012~2013시즌 시니어 무대에서도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6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013~2014시즌도 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등 전 종목에서 메달 레이스를 이어갔다.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심 선수는 전 종목에 출전한다.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목표로 하는 4개 메달 중 2개는 쇼트트랙 개인과 계주 경기인데, 심석희 선수는 최소한 2관왕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심 선수가 아직 어린 나이라는 점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 선수는 174cm라는 껑충한 키와 파워를 갖추고 있으며, 17세라는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과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특징이다.

 

이는 불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불교와 인연을 맺은 심 선수는 항상 단주를 차고 다닌다. 몸에 지니면 안심이 된다는 심 선수에게 단주는 부적과도 같은 존재다.

 

심 선수는 “훈련과 겹쳐 법회시간을 맞추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선수촌)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인사 드리고 간다”며 “금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므로 결과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만족하고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 더욱 뜻 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해리 선수

 

올림픽 2회 출전 베테랑

밴쿠버 노메달 설욕 무대

힘들면 법당에서 안정 찾아

 

조해리(28, 고양시청)선수는 대표선수경력 10년차이자 쇼트트랙 선수단의 최고참 맏언니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3000m 계주 결승에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절치부심’한 조해리는 지난해 월드컵 계주종목에서 금메달을 연속 수확하는데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계주에 출전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린다는 원력을 품었다. 조부모부터 이어진 불교와의 인연으로 조 선수는 당연하게 불자가 됐다. 훈련으로 인해 절에는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선수촌 법당에는 자주 가기 위해 노력한다.

 

조 선수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 법당을 가면 마음이 다스려지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 올림픽은 밴쿠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촉’이 확 온다”고 말했다.

 

 

공상정 선수

 

화교출신 차세대 유망주

올림픽 계주 첫 출전

부처님 보며 마음 다스려

 

공상정(18, 유봉여고)선수는 차세대 유망주다. 화교 출신으로 귀화한 이력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공상정은 이번 올림픽에서 계주 종목에 출전해 금밭을 일궈낼 재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선수에 비해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취약한 단거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 선수의 불교 인연은 특별하다. 친척 가운데 스님이 있어 자연스레 불자가 됐다. 공 선수에게 선수촌 법당은 마음의 고향이다. “부처님 앞에 앉아 대화하듯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단주를 차고 시합에 나가겠다.”

 

세 선수는 모두 불자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우리가 받은 큰 힘을 그대로 올림픽에 갖고 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한편 조계종 직능체육전법단(단장 퇴휴스님)과 조계종 체육인불자연합회(회장 이경훈)는 같은날 서울 태능선추촌 법당에서 동계올림픽 선전기원법회를 열었다.

 

전법단장 퇴휴스님, 부단장 부명스님 등 전법단 지도법사 10여 명과 신도 등 50여 명이 참석한 법회에서는 심석희 선수 등 불자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격려하고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법단은 선수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단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심석희 선수는 불자선수를 대표해 역경을 헤쳐 나가는 불퇴전의 용기를 달라고 발원했다. 단장 퇴휴스님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훈련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성취되는 대회가 될 것”이라며 “선수 여러분 뒤에는 부처님과 스님, 불자, 대한민국 국민의 기도가 있다”고 격려했다.

 

   
 

■ 소치올림픽 출전하는 ‘불자’ 선수들

 

밴쿠버올림픽 금4 은4 차지

종합 5위 달성 ‘일등공신’

 

지난 2010년 미국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규모는 모두 64명(선수 46, 임원 18)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6, 은메달 6,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불자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전체 64명의 인원 가운데 불자는 31명(선수 21명, 임원 10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불자 선수들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 4, 은 4을 차지해 세계 5위라는 빛나는 성적을 거두는데 일등공신으로 자리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도 불자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손꼽히는 불자 선수로는 이상화(서울시청)선수가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 선수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소치 여제’라 일컬어지는 3인방 중 하나인 이 선수는 최근 ISU 월드컵대회에서 4차례 연속 세계신기록을 수립해 금메달 수상보다 기록 갱신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정도다.

 

스피드-이상화·모태범

쇼트트랙-이호석·노진규

봅슬레이-이용 감독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는 종립학교인 은석초등학교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법명은 정토심(淨土心)으로, 시합 때마다 늘 향을 피워놓고 부처님에게 불공을 드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화 선수의 ‘절친’인 모태범(대한항공)선수도 주목받는 불자 스피드스케이터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차지한 모 선수는 한때 부상으로 인해 침체를 겪었지만 최근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컵 랭킹 선두를 달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과시하고 있어 메달이 기대되고 있다.

 

은석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기 시작해 2007년 대표팀에 발탁된 모태범 선수의 가족은 남양주 봉선사 신도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대부분 불자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석희, 조해리, 공상정 등 3총사 이외에도 남자 선수들로는 이호석(고양시청)과 노진규(한국체대)선수 등도 불자다. 밴쿠버올림픽 1000m 계주 은메달리스트인 이호석 선수는 남자 선수 중 유일한 올림픽 출전 경험을 앞세워 쇼트트랙의 메달레이스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노진규 선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황제’로 불려진다. 노 선수는 지난 12월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2관왕에 올라 ‘차세대 황제’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전 종목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적을 이뤄낸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도 불자다. 현재까지 선수단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나머지 불자 선수들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 준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돼 소치 올림픽에서도 불자 선수들의 메달 향연은 계속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불교신문 2978호/2014년1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