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공항 · 방화동
< "발전할 일만 남았다" >
서울 강서구 공항동과 방화동 일대에는 대형 개발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방화뉴타운사업이 시행 중이며 마곡동은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단지로 거듭난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 부지를 위락시설과 호텔로 개발한다.
지하철 9호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가 운행을 앞두고 있고 경전철 사업도 추진된다.
강서뉴타운부동산 김동희 사장은 "서울에서 제일 낙후된 지역인 만큼 발전할 일만 남았다"며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 방화뉴타운 = 방화뉴타운은 김포공항 배후기능을 갖춰 '에어포트 뉴타운'이라고도 불린다.
방화동 609의 201 일대 14만8000평에 재건축방식으로 건설된다.
아파트 7500가구가 들어서며 중심부에는 중앙광장이 자리 잡는다.
뉴타운은 9개 구역으로 나눠져 노후도 요건(2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 건물수의 3분의 2 이상)을 갖춘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개발된다.
뉴타운 사업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소득·소비수준이 높은 주민들이 입주할 것으로 보여 상권이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문제는 사업추진 일정.노후도가 67.9%를 넘어 전략사업지구로 지정된 긴등마을은 2008년까지 아파트 581가구가 지어질 것으로 발표됐지만 겨우 추진위원회만 꾸려졌을 뿐이다.
2012년까지 뉴타운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불가능에 가깝다.
강서구청 도시계획과 김병철씨는 "현재 8개 구역이 노후도 요건에 맞지 않으며 2012년에야 요건을 충족하는 구역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항시장 상인들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위한 재건축조합을 독자적으로 결성했다.
○ 마곡 R&D 시티(MRC) = 마곡동 일대 녹지 103만평(마곡지구)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을 다루는 대형 R&D 단지로 변신한다.
마곡 R&D 시티(MRC)에는 호텔,컨벤션 센터 등 국제업무단지와 고급 주거단지도 만들어진다.
4단계에 걸쳐 2039년까지 개발하며 사업비만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3년쯤에는 수도권의 첨단 제조업을 지원하는 R&D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MRC는 내부순환로를 따라 서북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동북부 공릉동 서울 테크노파크(NIT)와 함께 서울의 첨단기술 R&D 벨트로 기능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미국의 바텔연구소,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소가 입주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국내 대기업 연구소와 의과대학도 구체적인 입주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정석훈씨는 "현재 구역지정을 위해 설계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로 토지보상이 실시되는 지역부터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MRC의 생산유발 효과가 2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19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스카이 파크 2차 사업 = 김포공항 스카이 파크 2차 사업도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다음 달 초 한국공항공사와 계약을 마무리하게 됨으로써 탄력을 받는다.
국제선 청사 앞 5만9000평에는 중앙광장이 들어서고 지상 9층,지하 5층 건물이 세워져 호텔(객실 100개 규모),멀티플렉스 영화관,백화점 등이 입주한다.
투자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공항공사 사업개발팀 관계자는 "2011년 2차 사업이 완성되면 현재 10만~13만명 수준인 유동인구가 15만~22만명으로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카이시티 몰(스카이 파크 1차 사업)이 번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9호선이 직접 연결되고 인지도 있는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2차 사업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편리해지는 교통
서울 중심부와 강남과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인구가 어떻게 바뀔지가 관심사다.
김포공항과 강남을 30분(완행 40분) 안에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 1단계 사업은 2008년 완공된다.
인천국제공항철도는 내년 3월 개통 예정이다.
30분(직통 25분)이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갈 수 있으며 2010년에 서울역까지 노선이 연장된다.
또 2010년에는 김포신도시와 김포공항 간 20km를 이어주는 경전철도 신설된다.
지역상인은 교통여건이 좋아지면 당연히 상권도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일부에선 걱정을 하기도 한다.
송정역 4번 출구 방향 먹자골목의 한 상인은 "교통흐름이 빨라지면 손님이 지역상권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을까,상권흡인력이 센 다른 도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 김포공항은 변신 중 >
2003년 5월 김포공항의 옛 국제선청사에 스카이시티란 이름의 전자상가와 패션몰이 들어섰다.
3층엔 영화관 엠파크 9, 4층엔 컨벤션센터도 개장했다.
하지만 국제공항 이전으로 해외여행객이 떠난 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강서지역의 중심권과도 한참 떨어진 데다 공항입구에서도 걸어서 10분이나 걸리는 입지가 문제였다.
그랬던 김포공항이 3년이 지난 지금은 강서구민들이 즐겨찾는 교외형 위락단지로 자리잡는 중이다.
㈜테크노스카이시티의 정호 차장은 "김포 부천 인천 화정 목동에서도 승용차로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찾아온다"며 "주말 이용객이 5만명으로 평일의 세 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5000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매장공간이 널찍한 게 도심의 다른 유통매장에 비해 장점으로 꼽힌다. 주말엔 4층 컨벤션센터에서 결혼식이 8회 정도 열려 하객으로 붐빈다.
3층 휴대폰상가에서 일하는 하순기씨는 "3년 전엔 죽을 맛이었는데 주말 하루 30개를 팔 정도로 자리가 잡히고 있다"며 "영화관 간판이 유명체인인 CGV로 바뀐 게 계기"라고 말했다.
김민지 CGV 마케팅부 대리는 "2년 전에 비해 이용객이 62% 늘어 서울 내 9개 지점 중 매출 수준 5위로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던 전자상가 비중을 줄이고 1,2층을 패션아울렛으로 꾸몄다.
정 차장은 "전 매장을 임대가 아닌 수수료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 고객과 사업주관리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미샤, 앤클라인 등 125개 브랜드가 입점했지만 집객효과는 아직 미흡하다.
3층 이동통신매장과 영화관 앞 식당가는 임대매장이다.
잘되는 곳은 권리금이 9000만원까지 붙은 상태다.
2003년 11월에는 하루 8편의 김포~하네다 직항로가 개설돼 일본인 이용자가 늘고 있다.
3층 기념품매장 김미란 대리는 "단체관광객이 꾸준히 늘어 하루 10팀 이상 꾸준히 들른다"며 "하루 400명 정도가 김과 전통품 등을 사간다"고 말했다.
김민지씨(20·가양동)는 "영화보러 한달에 한 두 번 온다"며 "옷은 볼 게 없고 음식도 다양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했다.
점주들은 공항 안이라 주류 판매는 맥주나 칵테일 정도만 가능한 게 아쉬운 눈치다.
일방통행이 많아 불편하고 공항청사 외관이 딱딱하다는 점도 개선할 점으로 꼽는다.
던킨도너츠 김윤경 대표는 "김포공항역 무빙워크로 국내선 청사의 이마트, 골프연습장 등과 연결되고 있지만 거리가 꽤 멀다"며 "청사 앞에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오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봤다.
< 창업포인트/공항동 근린업종 · 방화동 중저가 한식집 >
서울 강서구 공항동과 방화동은 서울 서쪽 끝자락이다.
김포공항을 경계선으로 서울이 끝나고 김포가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이들 지역은 서울 시내 여느 동네상권과 별 차이가 없다.
5호선 송정역과 마지막역인 방화역이 두 동네에 자리잡고 있지만 역세권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상권 발달 수준이 미약하다.
엄청난 유동 인구가 뒷받침해 주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배후 주택가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송정역 1,2번 출구 옆에는 대형 건물을 자랑하는 송정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어 가게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맞은 편인 3,4번 출구 옆에만 대로변 상가가 발달돼 있다.
특히 배후에 펼쳐진 단독주택가로 가기 위해서는 4번 출구로 나와 이면도로를 통과하는 마을버스를 타지 않으면 안 된다.
'4번 출구∼마을버스 정류장 구간'이 바로 황금입지인 셈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송정 역세권은 단독주택가를 배후 수요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근린상권"이라며 "베이커리,아이스크림,도너츠,이동통신 대리점 등 근린업종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 화장품 외에 패션업종은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의류 속옷 등 패션업종은 여러 가게가 공존할 만큼 매출이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20평을 기준으로 점포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5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본전도 건지기 힘든 상권이란 분석이다.
단독주택가로 들어가는 이면도로변에도 상가가 형성돼 있으나 한 군데 밀집한 형태가 아니라 카센터, 약국 등 근린업종 가게들과 뒤섞인 모습이다.
이곳에서 음식점이나 주점을 할 경우에는 주변에 오피스 수요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무실 직원들의 단체 회식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역주민들끼리 어울리는 소규모 회식 수요가 전부이므로 투자비용을 많이 들인 대형 음식점을 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이 일대에 없는 업종이라고 선뜻 사업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중·고생들이 거의 없는 공항동 단독주택가 입구에 편의점을 연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권에선 세탁업이나 안경점,배달업종 등 근린 업종으로 승부하는 게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가에서 잘 되는 고깃집보다는 치킨,피자 등 배달업종을 선택하되 서민층 동네에 걸맞게 가격을 파괴해야 손님을 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화동도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 전형적인 근린 상권이다.
좁은 도로변을 따라 상가가 이어지다가 단독주택가 골목을 끼고 재래시장이 발달돼 있다.
그나마 상가다운 상가가 형성된 곳은 방화역세권이 거의 전부다.
방화역 1,2번 출구는 인근 삼익·삼환 아파트 등과 이어지고 3,4번 출구는 동성·방화 아파트 등과 곧바로 연결된다.
주변 상가는 주상복합건물인 '에어뷰21 Ⅰ·Ⅱ'와 상가건물인 '금강프라자'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포 물량 자체가 극히 적다는 얘기다.
대박이 나는 곳도 아니고,그렇다고 금방 망하는 곳도 아니어서 최근 3~4년간 점주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전언이다.
주민들도 멀리까지 나가 돈을 쓰는 성향이 아니어서,주차장을 갖춘 유명 브랜드 외식점이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준 팀장은 "대박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주말에 가족끼리 외식을 즐길 수 있는 중저가 한식점은 블루오션 업종으로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희귀한 세탁점이나 컴퓨터 애프터서비스점도 근린 업종이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기재 '놀부' 과장은 "근처에 주차장을 갖춘 대형 음식점을 찾기 힘들어 매장면적 70여평의 놀부보쌈 가맹점에 평일에도 주부들이 3~4명씩 짝을 지어 몰린다"면서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 평일보다 30% 정도 매출이 더 나온다"고 말했다.
< 점주인터뷰/"값싸게 새벽까지 즐길 수 있는 곳" >
25일 오후 7시.
송정역 육교앞 먹자골목의 퓨전주점 '지짐이'는 13개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서빙하느라 정신없는 젊은이가 사장인 오선학씨(29). 강남상권인 서초구 방배동에서 여동생과 포장마차를 동업하면서 장사를 익힌 그가 이곳에 혼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 12월. 이전 점주가 감자탕집을 하다가 재미를 못 보고 나간 자리였다.
권리금은 없었지만 임대료가 300만원으로 비싸 주변에선 말렸다.
그러나 오 사장 생각은 달랐다.
"단독건물이라 인테리어를 제대로 할 수 있고 횡단보도 앞이라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투자금은 3년간 회사생활과 대리운전을 병행하며 모은 7천만원과 대출로 충당했다.
보증금 5000만원 포함 1억3000만원을 들여 개업한 가게는 하루에만 1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한달 순수익만 1000만원에 달한다는 귀띔이다.
그는 곱창,닭갈비,해장국 등 비슷비슷한 한식들 사이에서 뭐가 먹힐까 고민했다.
꽁치구이, 고갈비 등 4900-6900원짜리 안주를 소주, 맥주와 즐길 수 있는 퓨전주점이 해답이었다.
"이 곳의 기존 식당들은 새벽 1시면 문을 닫아서 직장인이나 주민,밤일을 마친 점주들이 밤늦게까지 있을 만한 주점을 생각해냈죠. 아파트단지 주변과는 달리 일반주택가 상권에선 가족보다 동료중심 고객이 많아 새벽까지 장사가 될 거라 추측했고 예측대로 됐죠." 방배동 술집 테이블당 지출액이 3만5000원이라면 여기는 2만원에 불과하다.
"가격에 민감한만큼 조금만 푸짐해도 손님이 감동을 받습니다"
불경기라 퓨전주점은 어디서나 유행이다.
이 골목도 반년 사이에 두 군데가 더 생겨났다.
같이 뭉쳐 새벽상권을 만들 수 있는 건 좋지만 점점 레드오션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상권이 협소해 다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박과 쪽박이 금방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