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초옥에 왕진가다
김향숙
노도호 병원선에 왕진가방을 열어본다
유배로 뜨는 심장 청진기로 들어보니
한숨은 높은 음자리되어 수평선에 젖는다
산기슭 초옥에는 마네킹 혼자 앉아
서포의 아바타로 바다를 품고 있다
유배에 그린 물이랑 붓끝에다 새긴다
저편은 가천이요. 이편은 드므개다
삿갓 쓴 논배미가 하늘아래 닿았구나
빈 배에 비친 물살이 포말되어 날린다
막걸리 한 잔에 모갯불 피워놓고
누름꽃 달전부쳐 속쓰림을 달래본다
불현 듯 스치는 얼굴 환하게 비쳐온다
가쁜숨 가다듬고 노저어 다가간다
푸른벽 기대서서 높은 곳 바라볼 때
온바다 가득 핀 사랑 백련으로 벙근다
ㅡ《월간문학》 2023년 9월호 (월간문학 시조부문 신인작품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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