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곳 몇 군데를 들자면, 뉴튼 서커스라고 더 잘 알려진 뉴튼 푸드코트 센터Newton Food Court Centre와, 라빠삿Lau pa sat. 전자는 MRT를 타고 뉴튼 역에 내리면 되고, 후자는 래플즈 역에서 내려서 로빈슨 로드 방향으로 걸어가거나, 보트키Boat Quay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곳에 있다. 모르는 이가 없으니, 물어보며 가도 되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여기까지만 적어도 될듯하다. 사실 규모는 뉴튼쪽이 더 크다. 라빠삿도 만만치는 않다지만. 커다랗게 쳐진 천막아래 수많은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있기 때문에 이국적인 무엇이 있다. 무슨 잔치가 벌어지면 임시 막사를 쳐놓고 그 안에 넓은 식당을 만들듯이, 그런 느낌이 배어난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푸드코트 내에서 호객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뉴튼에서 이런 일이 몇 번 있어서 몇 가게가 영업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때로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라빠삿은 화장실이 엽기적으로 지저분해서-싱가포르의 타 화장실과 비교했을 때 말이다-조금 실망한 것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무엇보다 24시간 연다는 것이 맘에 든다. 보트키에서 밤을 즐긴 후에 출출한 시간에 다녀오는 라빠삿이 참으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라빠삿이 더 좋았다.
허나, 이런 대형 규모의 호커는 한번이면 족하다. 최근에 호커 체인점이 생겨났는데, 그 꼬삐띠암Kopitiam이라는 곳이다. 일단 에어컨이 나오고, 전철역,버스정류장 주변 등 교통의 요지에 있으며, 무엇보다 조금은 더 깨끗하다. 이 체인점은 아주 성공을 거두어서 지금 싱가포르 곳곳에서 만날 수가 있다. 반갑고 기분 좋은 점은 웬만한 꼬삐띠암에서는 반드시 한국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시티 Suntec City 의 지하 호커도 좋았는데, 세계최대의 분수를 구경하며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었다.
참, 그러고 보니 호커의 구조를 잘 이야기 해주지 않았구나. 이 호커에는 절대로 한가지 식당만 있지않다. 드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그곳을 각기 다른 주인이 운영하는 주방들로 둘러싸여있다. 작은 곳은 2-3가지 식당, 예를 들어 인도,광동,사천음식 등 이런 가게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크고 넓은 호커에는 대략 15-20가지 식당들로 둘러싸여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음식은 더욱 다양해지는데, 두부음식 전문점,일식전문,양식,이태리식,힌두음식,회교도음식,터키음식,디저트코너,그리고 한국식마저 있는 그야말로 음식 엔터테이너 센터가 된다. 옛날 건물에 있는 곳은 천정선풍기가 있으며 문이 따로 없는 오픈 스타일이고, 백화점 지하와, 쇼핑센터 지하에 생기고 있는 최근 스타일은 에어컨이 있는 패스트 푸드점과 모양새가 유사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값이 차이가나는 것은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다. 관광지와 시내는 조금 비싸고, 주택가 주변에는 조금 싸고… 싱가포르 사람들은 점심은 물론 저녁도 외식을 하기 때문에 상가,주택가 할 것 없이 발달 하였다. 이 중 꼬삐띠암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고, 이번 싱가포르 방문에서 가장 많이 찾아가게 되었다. 이곳이 좋았던 것은 밖에서도, 혹은 안에서도 먹을 수 있고, 또 깔끔한 메뉴와 정돈됨, 그리고 어느 정도 표준화된 메뉴와 정결함 때문이었다. 물론, 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도 좋았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많아 복잡스럽다. 특히 점심시간 같은 경우에는 10분가량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생기기 때문에 가급적 이 시간은 피하는 것도 요령일 것 같다.
대부분의 메뉴는 한가지에 5불 이내이다. 한국식 불고기는 그 5불을 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한가지이고, 북경 닭 볶음밥이나, 인도 탄두리 치킨이 나오는 정식도 그 중에 들어간다. 조금은 적은 감이 없지않긴 하지만, 먹다 보면 참으로 든든한 느낌이 배어나옴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한 국물을 먹고싶으면 누들 스프를 달라고 하면 되고, 매콤한 비빔 국수를 먹으려면 드라이 누들을 시키면 되고, 카레를 들고 싶으면 인도식으로 바로 찾아가면 될 뿐더러, 시원한 팥빙수 디저트로 식사를 마감할 수도 있다.
호커에서는 그럼에도 사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좀 비싸다 싶은 고급 음식들이다. 싱가포르 최고의 칠리크랩이나, 독특한 부페식인 스팀보트등은 이곳에서 전혀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 호커 예찬론자임을 자청하고 싶다. 그곳에는 싱가포르 서민의 생활이 있으며, 싱가포르의 맛이 있다. 점심,혹은 저녁식사에 주린 허기를 채우려 하나 둘 찾아와,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식을 시키고, 또 그것을 들며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싱가포르의 꾸밈없는 모습이었다. 호커는 그러한 싱가포르인의 행복한 모습과, 맛과 멋들어진 음식들로 가득한 그런 곳이었다.
하. 사태이? 호키엔미?
어느 여행이건 테마를 정하기 마련이라, 관광지,유적지를 둘러보는 일반 관광이나 혹은 스포츠나 레저등을 즐기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것이건 음식 없이 여행 하기란 가능하지 않다. 어차피 먹을 음식, 이왕이면 해외에 나갔으니 그 나라에서 괜찮다는 음식들을 찾아보고 또 즐기는 방법을 안다면 여행은 한층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좀 심해져서 아예 그 음식에 좀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먼저 전편에서는 어느 곳, 어느 지역에서 식사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고, 음식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식당을 찾았으면 무엇을 먹어도 다 직접 사진을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음식 고르는 문제보단 식당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는 점에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었다. 이제 식당을 찾았음에도 잘 못 고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이제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긴 그렇게 많이 싱가포를 다닌 우리 상사분 들을 보더라도 늘 드시던 음식만 드시는 것이다. 내가 이런음식, 저런음식 이야기하면 아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니, 참으로 안타깝다. 일단 그래도 한번쯤은 용기를 가져보기 바란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냄새가 싫어서 김치를 안 먹고 가봤다고 하면, 우린 그 사람에게 한국을 잘 보고 느끼셨겠군요… 할 수 있을까.
자 일단 식당에 들어가자. 여러가지 식의 음식이 있다. 이중 빅4를 들자면 중국식,논야식,말레이식, 그리고 인도식이다. 이 4가지는 어느 식당이고 다 취급을 하는 음식들이다. 싱가포르를 구성하는 사람들중 중국사람이 많고, 말레이계, 인도계가 다음을 잇는다고 하면 사실 이 음식들이 왜 발달하였는지는 따로 묻지않아도 될듯하다. 여기에 첨가하면 이태리,서양식,일식,태국음식 그리고 한식등을 더 들 수 있다. 참, 논야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것 같다. 초창기 정착인들이 즐기던, 남쪽에서 영향을 받은 말레이 음식이라고 이야기하면 좀 쉬운 설명이 될까.
우선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식부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광동식과 사천식등으로 세분화가 되는데, 그런 복잡한 것은 접고 어떤 음식들이 좋았는지만을 이야기하겠다. 부동의 1위라 할 수 있는 해이나네스 치킨라이스 Hainanese chicken rice. 닭고기 볶음밥이다. 훈제한 닭고기를 손으로 찢어서 볶음밥 위에 얹어 놓은 것으로 특별히 놀랍게 맛있다거나, 대단하거나 보단, 너무나도 평범하다 할 정도로 누구나의 입맛에 맞는 점이 오히려 특별한 음식. 한국입맛에 맞추려면 조금 매웠으면 하는데, 칠리를 한 종지 가져와서 밥 위에 뿌리듯 먹으면 해결이 될 것이다. 채쿠토 Chay Kueh Teow 라는 음식은, 새우와 중국식 소시지와 쌀국수를 볶아서 만든 볶음국수 요리이다. 입맛에 착착 붙고, 칠리가 들어가게 되면 감칠맛이 그만이다. 새우와 소시지의 조화로움도 예상치 못한 것. 우리 매니저가 추천하는 음식 미포타 Mee Poh Tah는 육수가 없는 돼지고기가 드라이 누들의 한 종류인데, 중국식 배추인 팍초이 Pak Choy (청경채)를 띄운 국물을 따로 내어준다. 정말 싱가포르 중국식 답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묵요리의 통칭 용타우푸 Yong Tau Food에서는 그야말로 시원한 오뎅국을 즐길수 있다. 두부와 어묵요리이기 때문에 해장에도 좋겠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오뎅국물이 독특해서 좋다.
이제 다음에 소개할 것은 말레이 음식. 역시 최고는 사태이Satay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치킨 꼬치요리와 아주 비슷한데, 크기는 조금 더 작고, 소스로는 땅콩이 들어간 카레소스를 묻혀놓았기 때문에 그 맛이 색다르다. 우리 비행기의 1등석에 바로 이 사태이가 칵테일 안주로 서비스 되고 있을 정도로 이 음식에 대한 지명도는 상당히 높다. 태국에 가면 길거리에 널려있다고 하지만, 정통 사태이는 아니고, 대부분 식당에서만 팔기 때문에 꼭 한번 맛 보기를 바란다. 클락키의 사태이 클럽이라는 식당이 이 요리로 아주 유명하다. 참고로, 이 사태이의 원조는 아랍 음식인 케밥. 하지만 달리 변형된 형태로 훌륭히 거듭나, 그 멋진 변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느낌이다. 사태이 8꼬치에 10불정도 하니, 싼 음식은 아니다.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다. 그리고 나시레막Nasi Lemak. 나시라는 것을 밥을 뜻하고, 레막은 치킨. 즉, 치킨 라이스이다. 근데, 이것과 해이나네스 치킨라이스는 맛의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말레이 음식이므로 카레소스가 들어있고, 향신료가 많이 다르다.
이제 인도음식. 일단 1순위는 당연히 탄두리 치킨 Tandoori Chicken. 일전에 이야기했듯 탄두리란 인도인이 사용하는 흙으로 만들어 놓은 아궁이 오븐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이태원에 있는 인도식당에도 이 탄두리를 통째로 옮겨와서 영업을 하고있는데, 탄두리에 따라 맛이 좌우하기 때문에 인도요리에 있어서 그 중요성은 엄청나다. 요구르트에 절인 치킨을 마살라를 묻히고 탄두리에 기름기를 빼내며 구워낸 담백한 치킨. 아, 사태이와 더불어 가장 좋은 맥주 안주감이다. 미고렝 Mee Goreng. Mee라는 것은 면을 뜻한다. 즉 인도식 볶음국수 요리로, 언뜻 맛은 말레이 음식 같다. 인도의 톡 쏘는 마살라보단 왠지 말레이 음식에 가까워져있는 음식… 인도음식의 귀화과정을 느낄 수 있는데, 맛 역시 그 분기점에 있는 듯하다. 인도음식에선 차파티Chapati나 아님 로티프라타Roti Prata 같은 인도식 빵에 달Dahl이라고 하는 각종 커리소스를 조금씩 묻혀 먹는 게 더 인도답다. 맛은 정통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서구적으로 변해있어 거부감 없으니, 시도해 봄 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야음식. 일부러 이 논야음식을 마지막에 놓았는데, 여기에 굉장한 음식들이 많아서다. 생선 매운탕 국 미시암 Mee Siam. 매운탕 국 속에는 면이 있고,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과 삶은 달걀이 어울리지 않을 듯 조화롭다. 매운탕이긴 하나, 약간 달콤한 맛이 나는데, 이는 탄지Tangy라는 작은 레몬 같은 과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도대체 맛을 상상할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강력 추천, 호끼엔미 Hokkien Mee. 국이 있는 누들 스프와, 볶음식인 후라이드가 있다. 전형적인 해물 국수요리로 후라이드가 특히 맛있다. 새우와 가리비의 씹히는 맛이란… 분명히, 중국식 같기는 한데, 볶음요리를 보면 바나나 잎사귀 위에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논야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식인지는 나도 확신을 못하겠다. 어쨌든 싱가포르 음식중에서 한동안 계속 먹었던 음식이었기에 호키엔미에는 애착이 여전히 많다. 개인적으로 즐겨먹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비프호펀Beef Horfun. 소고기가 들어가서 이 역시 어느 식인지는 확실치는 않다. 호펀이라는 국수는 썰지않은 쌀국수를 일컫는다. 소스는 자장면에 가까운 색이긴 하나 굴 소스로, 이것과 함께 잡채모양의 소고기와 잘 버무려진 맛깔스러운 음식이다. 이 음식은 이번에 가서 알게 되었다. 논야 음식에는 논야 잡채 Nyonya Chap Chye라는 것도 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잡채와 이름이 비슷한데, 고기는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야채와 면을 가지고 만든다. 야채의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만드는 법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가도가도 Gado Gado가 있는데, 달걀과 오이,토마토,파인애플등으로 썰어서 요리를 소스로 볶아낸 후, 사과와 배,레몬등을 섞어 만든 땅콩소스로 간을 내어, 바나나잎사귀에 얹혀져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 전래된 음식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가도가도 끝없는 맛의 행진이다.
기타음식에는 우리나라의 불고기도 있고, 태국이 자랑하는 매운탕 돔양꿍도 있고, 사시미의 일식도, 그리고 스파게티를 앞세운 이태리식도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곳곳에는 맥도날드와 버거킹등이 많아서 음식이 잘 안맞는다 싶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도 많다.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팥빙수 같은 아이스 카창 Ice Kachang을 추천하고, 싱가포르 맥주인 타이거Tiger도 빼놓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싱가포르는 과일의 천국이므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열대 과일들을 탐험해보도록 하자. 이런 과일은 아무래도 까르푸 같은 커다란 대형 쇼핑센터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싱가포르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거의 다 수입품들이지만 인접국가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제품만 들어오기 때문에 가장 맛이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주스나, 밤 주스등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흔한 것은 아닐 터이니, 이곳에서 그러한 못 먹어 볼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아본다면 여행은 정말로 훌륭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여행은 흔히들, 그네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러면서 더욱더 이해가 되고, 깨닫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가장 손쉬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의 방법은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그 동안의 모든 역사와 문화가 응집되어 음식 속에 밀접하게 녹아내려 있기에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일단 뱃속을 댕겨주는 그 맛이 주는 유혹에 넘어가보고, 또 그들의 입맛을 함께 공유하며 설명이 필요없게, 이해시켜 주는 그 마력에 조금만 더 용기를 갖고 시도해보자. 기억에 남는 여행이란, 아주 작은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 인생도 그러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