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지맥 베틀산 원점회귀 환종주
베틀산은 도상거리 120.7km인 팔공지맥에 자리한다. 묘하게도 산의 이름이 베를 짜는 도구인 베틀에서 유래했다. 산의 이름도 재미있지만 주변 조망도 뛰어나다. 고도 300m대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세에 아기자기한 암릉을 잇는 산행의 재미도 쏠쏠하다. 또 산중턱 바위절벽 곳곳에는 역암·사암의 풍화나 해식작용으로 생긴 해식굴이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상어굴’은 베틀산의 명물로 꼽힌다.
베틀산 유래는 세 가지 형태로 전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 온 문익점의 손자 문영이 구미시 해평면에 자리 잡고,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이 산의 모양을 본떠 베틀을 만든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산꼭대기에 석굴이 있는데 옛날 난리 때 사람들이 석굴로 피신해 베틀을 놓고 베를 짰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일기가 화창하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산꼭대기에서 금실로 베를 짰다는 데서 연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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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산의 유래담 가운데에는 실제 역사적 인물도 포함되어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베틀산은 베틀과 끊을 수 없는 씨줄과 날줄로 얽힌 여인들의 슬픈 전설이 많다. 최현이 쓴 선산지방 읍지인 <일선지一善誌>에는 ‘난(임진왜란)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 든 여인들이 굴속에서 살면서 베를 짜 생계를 삼았다고 하는데 모두 화를 면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베틀산은 아낙네들의 한恨이 사무친 산인 것이다.
고지도나 옛 문헌에는 불교와 관련된 조계산曺溪山으로도 나오며, 또 ‘베틀’을 훈차訓借해 ‘기산機山’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경상도 방언으로는 비틀산이라고 한다. 이 산을 두고 금산리 주민들은 사람 코를 닮았다고 코보산이라 부르며, 낙동강 건너편인 고아읍 주민들은 긴 머리를 드리우고 누워 있는 여인의 형상 같다고 해서 처녀봉이라고도 한다.
베틀산 산행은 금산리를 들·날머리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백현리 백현저수지를 들·날머리로 하는 약 10km의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먼저 백현저수지 둑을 따라 건너 성산 배씨 묘~164m봉~320.1m봉~좌베틀산~상어굴~동화사(마애불)를 거쳐 다시 좌베틀산에 선다. 이후 베틀산~우베틀산~팔공지맥 분기점~시루봉을 지나 백현저수지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능선을 따르는 산행이라 진행 방향의 주능선만 놓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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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인 백현저수지 인근에 차를 세웠다. 뜨거운 태양열이 대지를 달궈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에 땀방울이 맺힌다. 저수지 둑을 따라 건너는 길은 제법 넓다. 조그만 콘크리트 건물을 지나 돌아들면 오른쪽 산으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이 길은 성산 배씨 묘지에 닿으며 끝난다. 묘지 뒤쪽 능선으로 잡목을 헤치며 올라서면 지형도상 164m봉이다. 산봉우리라기보다는 그냥 산등성이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야 한다.
희미한 산길에 아까시나무와 잡목지대를 지난다. 능선 길옆의 김해 김씨 묘지를 지나치면서 소나무가 빽빽한 숲길이 뚜렷하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며 시원한 솔바람이 더위를 날려 보낸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고 너럭바위를 지난다. 이내 바위지대를 만나면서 주변 전망도 환하게 열린다. 산과 산을 이어가는 팔공지맥이 가물거리고, 징산골 건너 봉긋봉긋 나란히 솟은 베틀산 연봉이 펼쳐진다. 그 뒤로 멀리 금오산도 머리를 내민다.
발걸음을 옮기면 곧 320.1m봉이다.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면 송이 채취꾼들의 움막이 나온다. 완만한 능선 길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송이밭 경계선인 듯한 노끈을 따라간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다가 송전철탑을 지나면 넓은 능선 길이다. 산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지고 한 굽이 넘어 바위지대를 우회해 오르면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다. 북쪽으로 이어가는 팔공지맥의 청화산이 가깝고 인근의 냉산, 멀리로는 상주 갑장산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5분이 채 안 되어 좌베틀산에 닿는다.
베틀산 봉우리들 중 가장 높은 좌베틀산에 오르면 큼지막한 정상석이 반긴다. 삼각점(선산 22, 1981 재설)과 돌탑, 이정표도 있다. 조망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해평 들판과 낙동강 너머로 우뚝 솟은 금오산이 가깝다. 상어굴과 마애불은 베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의 반대편에 있다. 둘러보고 되돌아오는 데 30분쯤 소요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상어굴 방향으로 내려서면 곳곳이 전망터요 절벽이다. 산세가 1,000m급의 산에 뒤지지 않고 헌걸차다. 돌문이라는 깎아지른 바위 사이의 통나무 계단 길을 빠져나오면 군위 소보 갈림길. 진행은 금산1리 방향이다. 곧 만나는 동화사 갈림길은 되돌아 올 때 만나는 지점이다. 통나무 의자가 놓인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으면 금산리 일대와 낙동강이 펼쳐지는 조망터다. 바위절벽에 기대선 가파른 스테인리스 계단을 통과한다. 주변의 바위들이 모두 역암이다. 역암은 하천변에 있던 흙과 모래가 쌓여 돌로 굳어진 것이다. 마이산의 암석과 같다. 베틀산은 바다가 융기해 생겼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만난 스테인리스 계단 중간쯤의 이정표(금산리 1.1km, 동화사 300m)에서 동화사 방향으로 꺾어 산허리로 돌아나간다. 상어굴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굴로 보는 사람과 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어가 아가리를 벌리고 먹이를 낚아채려는 모습이다. 굴은 크기도 다양하지만 그 모양도 물결을 비롯해 벌집 등 각양각색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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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굴에서 곧 동화사에 이른다. 절집은 폐허로 남았으나 낡은 건물 뒤로 돌아가면 마애여래입상을 만날 수 있다. 제작시기를 알 수 없는 마애불은 3m 정도 크기에 전체적으로 음각이고 머리와 몸통은 양각으로 새겨진 독특한 불상이다. 평생 베를 짜다가 죽었다는 노처녀에 관한 전설이 있어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인들이 많이 찾아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좌베틀산까지는 만만찮은 경사에 땀깨나 흘리고 나서야 다시 올라선다. 베틀산은 금산리에서 바라보면 왼쪽이 좌베틀산, 가운데가 베틀산, 오른쪽이 우베틀산이다. 그러나 높이가 고만고만한 봉우리 7~8개가 시루봉까지 이어지기에 짧지만 오르내림이 잦고, 경사도 가파르다.
베틀산을 향해 남쪽 주능선을 따른다. 이제부터 한동안 지맥 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면 전망이 좋다. 지나온 좌베틀산과 상어굴, 뒤로 냉산, 청화산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곧 닿은 안부는 금산1리 갈림길이다. 능선 따라 직진해 가파르게 올라서면 베틀산(320.7m)이다.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답게 조망이 좋아 구미 하이테크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지와 금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베틀산은 곳곳에 이정표가 서있어 갈림길을 만나도 크게 헷갈릴 염려가 없다.
바위를 붙잡고 조심스레 내려서면 짧은 스테인리스 계단이다. 우베틀산을 잇는 산릉이 눈앞에 또렷하다. 산자락으로 함께 이어지는 송전철탑은 옥에 티다. 곧 도중리와 백현리를 연결하는 임도를 만난다. 곧장 우베틀산으로 오르면 경사는 가파르나 스테인리스 계단이 설치돼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다.
계단 길을 오르며 뒤돌아 본 베틀산의 여름 색깔은 온통 짙은 녹색으로 싱그러워 보인다. 올라선 우베틀산(331.9m)은 정상석과 벤치가 산객을 맞는다. 시원한 솔바람에 여유를 부리며 더위로 흘러내린 땀방울을 식힌다.
시루봉으로 잇는 능선 길은 부드럽고 완만한 소나무 숲길이다. 지형도상 우베틀산(304.4 m)을 지나서부터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정표도 없을뿐더러 산길도 희미하다. 넓은 임도의 지맥 길과 헤어져 진행 방향을 동쪽으로 틀게 된다. 순흥 안씨 묘를 지나 다시 90도 방향의 능선으로 꺾으면 안동 김씨 묘를 만나고 곧 안부에 다다른다. 곧장 능선 따라 오르면 삼각점(구미 422, 2003 재설)이 있는 231.7m봉이다.
지형도상 시루봉(262.6m)은 암봉이다. 우회해 올라서면 주변 전망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발아래로 백현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이어온 베틀산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팔공산, 가산을 거쳐 온 팔공지맥의 산봉우리가 베틀산을 지나 청화산으로 뻗어가며 용틀임을 한다. 시루봉에서 조금 높은 봉우리에는 왕산 장씨 묘지가 있다. 바위를 붙들고 조심조심 하산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희미한 산길을 더듬어 내려서면 호두나무밭을 지나 도로를 만나면서 백현저수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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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산동면 백현리 백현저수지~성산 배씨 묘~164m봉~320.1m봉~좌베틀산~상어굴~동화사(마애불)~좌베틀산~베틀산~ 우베틀산~팔공지맥 분기점~시루봉~ 백현저수지<6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베틀산 원점회귀 코스의 들·날머리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구미 I.C에서 내려 비재터널을 지난다. 이 경우 514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구미시가지를 통과한다. 이어서 67번 도로와 25번국도를 번갈아 타고 산동교차로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까지 온 다음 군도(동백로)를 이용해 비재터널을 지나 산동면 백현리 백현저수지를 찾으면 된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려면 구미역에서 시내버스(일성교통 452-2528)로 산동면소재지까지 간다. 산동면소재지에서 하루 두 차례(10:50, 17:45)운행하는 버스를 이용, 백현1리에 내리면 된다. 구미역에서 택시(471-3330, 서병국)를 이용할 경우 요금은 2만5,000원 안팎.
숙식(지역번호 054)
숙식은 구미시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구미역 인근이나 구미종합터미널 주변에 깨끗한 숙소와 24시간 찜질방도 있다. 맛집으로 구미역 인근의 싱글벙글복어(456-4515)는 복국과 복어요리로 소문난 집이다. 역에서 가까운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은 정식부터 국밥, 횟집, 국수, 교동 짬뽕, 족발, 닭강정, 떡볶이 등 먹거리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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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싶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