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모토 세이초(松本淸張)의 단편 모음 가운데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이란 것이 있어요.일찌기 그가 등단한 후 아쿠다가와류노스케(芥川龍之介)상을 받은 작품이에요.아쿠다가와 상은 일본에서 문학도로서는 가장 영광스런 상이에요.어느 고쿠라 일기는 여섯편의 수기식 단편을 묶어놓은 것인데 불우한 천재들의 삶을 그린 것이에요.거기에 <국화 베개>란 단편이 나와요.고쿠라는 일본의 대문호 <오가와>란 작가가 3년동안 살던 마을의 이름이에요. 우리나라에 시조(時調)가 있듯이 그들에게 하이쿠(俳句)가 있어요
5.7.5의 글자로된 아주 짧은 시인데 이 짧은 문구에 들어갈 단어는 정제(精製)가 되어있아야헤요. 한문자로 배(俳)는 광대를 말하는데 중국의 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앞에 연의(演義)를 붙이듯이 <논다>란 뜻이에요.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시를 지으면서 논다란 뜻이에요.
하이쿠를 하기 위해서는 구회(句會), 즉 회원끼리 모임을 갖고 그 다음 음행(吟行), 즉 고전 사찰 탐방을 하고 그 감상을 쓰는 것을 음행이라고 해요.
단편 국화 베개>에는 어느 무능한 미술교사와 이 무능한 교사의 부인이 등장해요. 미술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그려 입상을 하고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이 목적인데 여자의 남편은 그림보다 안전한 교사를 하면서 평생을 지냈어요. 바로 그 부인의 이야기에요.부인은 무료한 생활에 벗어나기 위해 하아쿠를 하게 됐고 여러 하이쿠 전문잡지에 투고해 점차 유명하게 돼요.이 부인에게는 어느 유명한 하이쿠 시인을 존경하는데 이성적인 관계가 아니라 시적인 관계로 사숙을 통하는 관계였어요. 부인은 하이쿠 스승을 위해 남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집착을 하게 되고 집에서 스승을 위해 국화(菊花)를 말려서 베개 속을 채워놓아 선물을 하는데 반가워 할줄알았던 스승이 무덤덤한 거에요.
스승은 남들보기가 민망해서인지 부인을 피하게 되고 그만 정신병을 앓게 되어서 54세의 나이로 죽는다는 이야기에요. 일본에서는 하이쿠를 지을 줄 아는 사람과 못하는 자를 구분해서 사람을 대접해요.경찰서 서장이 하이쿠를 아는 부하에게 깎듯이 존칭을 쓰는 이유는 하이쿠를 짓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됨됨이가 되어있고 영혼이 맑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돈푼께나 있는 중년여성에게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시인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그러나 널려있는 것이 한국의 시인들이라서 요즘에는 전처럼 그런 대접을 못받는 것같아요.일본의 전철안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에요.일본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문화를 아는 사고 방식이 틀리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