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아마 대학 3학년때였을거다.
'연극의 이해'라는 교양과목 ....담당 교수님이 시원시원한 성격의 비교적 젊은 여자 분이었는데, 현
역에서 가끔 연출도 하시고 그러시는 분이라고 들었었다.
하여간 뭐 내가 이 과목을 신청했던건 딱 한가지 이유에서였다.
중간,기말 전부 시험이 없다는 것....^^
뭐 여러분들은 시험좋아할지 모르겠는데 난 싫다 -_-;; 시험안보고 발표하는거나 레포트 같은게 훨
씬 편하니까...그리고 학점도 잘 준댄다..그러니 시간 때우기 좋고 부담없는 이 과목에 학생들이 엄
청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
근데 이 교양과목이 나의 첫번째 연출가로서의 경험을 갖게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컬럼> 어느 3류 연출가의 첫작품
2006.12.21
이야기는 중간 고사 대체 레포트부터 시작이 된다.
중간고사 대신 시중에서 하고 있는 연극 한편을 보고 레포트를 내는 것이었는데, 그 중 몇명을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발표를 시킨것이었다.
그때 그 연극 제목이 새들도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였는데 앞에 새들도 밖에 기억이 안난다 -_- 내용
은 민주화 운동, 독재정권 뭐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이러한 목적예술을 굉장히 경멸하고 있었을 때였다.)
근데 무작위로 발표시키던 교수님이 출석부에서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게 아닌가!
나 또 할말은 하는 사람 아닌가 흠흠...(게다가 20대때의 난 아주 카랑카랑한 성깔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내 앞에 발표자들이 이런 저런 좋은 얘기 한것에 비해 처음부터 대놓고 얘기했지 뭐.
....솔직히 보는 내내 좀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요 이런걸 볼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니
다. 이럴거면 차라리 논설문을 쓰지 뭐하러 문학이나 연극같은 장르를 이용하나 하고 말입니다. 예술
은 예술로서 가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어줍잖은 작가의 설교를 강요하며, 내가 너희들을 깨우쳐 주마 라는 따위의 작품....전 쓰레기
라고 밖에 평가 안합니다.....
순간 교실은 왁자지껄한 폭소소리와 함께 대번 난리가 났다...뭐 기분은 좋데^^;;
교수님조차 웃으면서 날보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 웃음의 의미를 종강하는날 알게 되었다 -_-
어쨌든 그 일로 인해서 교수님의 머리속에 내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안있어 교수님은 미리부터 기말고사 레포트를 내주었다.
어떤 주제였는지 그것에 대한 레포트를 이번에는 조별로 작성을 한 후 매 시간마다 발표를 함으로써
조별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나의 구미를 자극하는 특별옵션이 하나 있었다.
레포트 발표대신 연극을 직접 하는 조한테는 전부 A를 준다고 것....
너무 많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연극을 할 조들은 미리 신청해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신청을 안하는 것
이다. 뭐 당연하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하고 연극연습을 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니까...일단
귀찮잖아....손도 많이 가고....
근데,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나 또 이런거 하면 절대 빼는 사람 아니잖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은 꼭 해보고 지나간다는게 내 인생철학이잖아 ...흠...게다가 예술가로서
의 자존심이 있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증세가 심했었다 -_-)
아 그래 예술가가 말이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왔는데도 귀찮다는 이유로 남들하고 똑같이
레포트 써내면 그게 예술가인가 사회생활 잘하는 모범생이지 ...-_-;;
뭐 그래서....내가 우리조 조원들한테 말했지 (지금으로 보자면 일종의 풀스 프로덕션쯤 되겠지
^^;; ) ...아무도 연극안한다는데 하기만 하면 무조건 A준다고 하지 않냐....내가 대본 쓸테니까 우
리 한번 해보자....하고 말이지....
근데 우리조 애들도 뭐에 홀렸는지 다들 좋다고 하데? 게다가 내가 또 여론몰이 짱이잖아 ^^;;
그리고 에또...그... 뭔가 예술가다운 나의 샤프한 외모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믿음감과 기대감을
주잖아^^....
( 음...지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글을 읽으면 안된다. 뭐 믿기 힘든건 알겠지만, 나한테도 샤
프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내가 말이야 처음부터 이렇게 아저씨처럼 생겼던 건 아니었어 사람들이
정말...-_-;; )
그래서 백명이 넘는 수강생중에 우리조 9명만 연극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학예회때 해보고는 처음 해보는 연극이었다.
- 모노 드라마 -
근데 그거 알지?
왜 예술가들은 보통 게으르다는것 ...시간 맞춰서 미리미리 작품을 쓰는 예술가는 없어..(있나?^^)
꼭 일이 코앞에 닥쳐야 그때서야 어슬렁 어슬렁 시작하잖아.
이 'feel' 이라는게 말이야 ^^ 뭔가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거거든...그래서 난 이해해! 왜 있잖아 영
화 '취화선' 에서 말이야...장승업으로 분한 최민식이 주문이 엄청 몰려있는데도 빈둥빈둥 놀면서 오
히려 밑에 있던 제자들이 제발 이제 그만 노시고 그림 좀 그리세요 하는 장면 말이야...흠흠...
예술가들은 뭐 이렇게 다 비슷한가봐 ^^;;
하여간 그래서 연극대본에 대해서는 고민도 안하고 팽팽 놀고 있었는데, 더 이상한건 우리조 애들이
었다...아 모든 것을 책임지기로 한 조장이 말이야 이렇게 놀고 있으면 옆에 와서 누군가 한 사람쯤
은 물어봐야 하는거 아냐? ....대본 어떻게 됐어요? ...라던지 아니면 ...우리 연습은 언제해
요? ....이렇게 말이야....
근데 한놈도 없데? 아! 놈이라고 하면 안되겠다^^ 조원 9명중에 남자는 나 포함해서 2명밖에 없었으
니까....하여간 뭐 날 너무 믿는건지 아니면 예술가의 생리를 이해하는건지 .....그러고 있었는데 학
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교수님이 나한테 대본을 미리 갖고와 보라고 하시는거였다.그래서.... 알았습
니다. 집에 있는데 내일 갖고 찾아뵙겠습니다. ...하고는 집에와서 하루 날밤새면서 썼지 뭐...
근데 내가 그때까지 그렇게 여유가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나는 사실 모노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극이란게 영화하고는 달라서 등장인물이 적을수
록 장소가 한정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거거든....만약 한사람이 두시간동안을 쉬지 않고 관중을 집
중시키며 몰아갈수 있다면 이미 명작이지 그건.....
그래서 내가 계획했던 것은 내가 대본쓰고 내 혼자 직접 연기하는 모노드라마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조원들에게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한거였는데....그만 여기서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다음날 대본을 갖고 갔는데 교수님이 읽어보시고는 그러시는게 아닌가.
...K군!...지금 이 대본대로라면 K군 혼자 대본쓰고 연극도 혼자서 하겠다는 얘기지?
...네에...그렇습니다...
...근데 그럼 안되지...왜냐하면 이건 모든 조원들한테 함께 학점을 주는건데, 이 대본은 오직 K군
혼자만의 것이잖아....모든 조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을 다시 쓰도록....
이렇게 되서 연극발표하기 일주일전에 허겁지겁 대본이 완성된 것이다.
대본이 완성되자 난 조원들을 모와서 대본을 건네주며 다음날 학교에서 만나 연습하기로 했다.
근데 다음날이 되자 다들 반응이 별로인게 아닌가.... 재미도 없고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건지도 모
르겠덴다....
유일하게 스탭을 맞은 독문과 여대생 L만이 웃으면서 말한다.
(연출가가 주연이기 때문에 -_- 연극이 진행될때 전체적인 조율을 해줄 부연출자가 꼭 필요했다. L
은 조원들중에서 가장 감각이 있고 나하고 잘 맞아서 처음부터 부연출을 맡겼다. 뭐 물론 예쁘기도
했지만^^;; )
...난 재밌던데? 어제 밤에 대본 읽으면서 혼자 킥킥 웃었어요....
그럼 됐지 뭐...다른 애들이야 뭐 ^^;;
원래 이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의 수많이 많이 열려있는 채널들이 오히려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닫아버리게 만드는
그 미묘한 고립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당하고 웃긴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배우들의 대화로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다는 것이다.
내 말이 좀 어렵나? 흠흠^^;';
뭐 쉽게 말하자면 이런거지...실컷 웃다가 보니까 왠지 모르게 아련한 고독감이 느껴진다는 뭐 그
런...그런데 이 연극의 중요한 점은 절대로 외롭다거나 고독하다거나 그런 뉘앙스를 보이지 않고 끝
날때까지 에피소드들의 나열로만 이어지는 시침떼기 수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흠흠^^;;
제 1막은 남자 둘이 드라이브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소는 차안. 운전석과 조수석을 정면으로 두 선후배사이의 남학생 둘이 낄낄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의 주제는 그 둘이 공통으로 알고 있던 여자들에 대한 얘기들이다. 서로 상대방이 모르는, 그 여
자에 대한 비밀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 놀란다는 이야기 전개이다. 물론 이 장면은 우리조의 유일
한 2명의 남자인 나와 P가 맡으면 딱 맞는다.
제 2막은 나머지 여성조원들을 모두 출연시켜야 한다. 마지막 3막은 나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니까...
2막은 인터넷 채팅장면이다. 물론 주인공인 내가 채팅한다^^
(무대 오른쪽 앞부분에 한 남학생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 채팅을 하고 있다. 손으로 키보드를 치지만
실제 내용은 남학생의 입을 통해 직접 관중들한테 전해진다.)
" 그건 진짜 문제다.....흔히 순정남들이 하는 착각중에 하나가 자신의 착하고 순수한 면을 언젠가
는 어떤 여자가 알아보고는 자신을 좋아해줄거라는 생각이야....까놓고 얘기해서 그런일은 없어...니
가 주위에서 봐봐 여자 잘사귀는 놈들은 이미 수없이 많이 사겨봤던 놈들이 잘 사귀는거야...고기도
먹어본놈이 먹는다고...여자를 많이 사겨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된다는 거지....
...내가 얘기 하나 해줄게....우리과에 '국진'이라고 있었어....이름이 그래서 우리는 다 '국자, 국
자! ' 하고 불렀었거든...근데 이 놈이 아주 전형적인 남중,남고 나와서 공대에 들어온 케이스야...
지금까지 여자 한번도 사겨본적 없었데...기회도 없었고....만날일이 없었던 거지...얘 친구들도 다
같은 상황이고 거기다가 공대에 들어왔으니 오죽했겠어?
그런데다가 이 친구 외모가 여자들이 좋아할 꽃미남 스타일도 아니야.. 키도 작은데다가 뚱뚱하기까
지 하니까...
친구들 여자친구 데려오면 옆에서 분위기 맞추고 어떨때는 지가 돈까지 내고....과축제 때도 결국 파
트너없어서 아예 축제에 오지도 않고 ...그런 놈이었거든.....
...이 놈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얘기가 하나 있는데...
어느날 친구하고 까페에서 만나기로 했었데...아니 물론 남자친구지...근데 약속시간보다 1시간정도
일찍 도착했던거야...그래서 할일도 없고 해서 그냥 그 카페에서 커피하나 시켜놓고 '점,선,면' 이라
는 전공관련책을 보고 있었다는거야...
그런데, 갑자기 어떤 정말 예쁜 여자가 와서는 말을 걸더래는거야...카페에서 말이야.....그 '점,선,
면;이라는 책을 가리키면서 ....자기는 ㅇㅇ 대학 미대생인데 자기도 이 책 정말 관심있게 봤다
고 ...혹시 미대 관련쪽이냐고....잠깐 앉아서 같이 얘기해도 되겠냐고.....
...이건 정말 하늘에서 갑자기 돈다발이 떨어진거 아니겠어? ....우리같으면... 아! 네에....반갑습
니다...앉으시죠... 하고 자연스럽게 시작할거 아냐....근데 이 놈은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는거
야....그래서 뭐라고 했는줄 알어?....막 당황해서는....아니 저...친구오기로 했는데요....라고 얼
떨결에 말이 나와버렸다는거야...물론 그 여자는 머쓱해서 그냥 가버리고.....그리고 있는데 좀 있다
가 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더라는거야.... 오늘 갑자기 데이트가 생겨서 못나갈거 같다고.....ㅋㅋ
...그러니 어쨌겠어....그 카페에서 정신나간사람처럼 멍허니 앉아서 정말 죽고 싶었데....하하
(무대 오른쪽에 앉은 남학생이 타자를 치면서 입으로는 이 대사를 하고 있을 때, 무대 중앙에서는 배
우들이 나와서 이 장면을 재현한다. 모든 대사들은 타자를 치고 있는 주인공에 의해 직접 관중들에
게 전해지고 배우들은 대화없이 연기만 한다 )
...하여간 그런 놈이었는데, 아 글세 어느날 방학이 끝나고 만나니까 여자 친구가 둘이나 생긴거였
어...다들 놀랐지....
(남학생 P가 여대생 둘을 데리고 무대에 등장한다. 여대생 A가 담배를 P의 입에 물려주자 옆에 있던
여대생 B가 불을 붙여준다. 남학생 P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흐믓해한다. )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지....그랬더니 이 친구가 그러는거야.....그때 그 카페미대생 사
건 이후에 자기자신이 너무나 싫더레....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될것 같더레는거야....그래서 얘
가 원래 지방에서 올라와서 하숙하는 애였는데 방학때 집에도 안내려가고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거
레....매일 매일 시내에 나가서 거리에서 헌팅을 하기로....진짜 황당하지....근데 오죽했으면 자기
가 그랬겠냐고 하더라구....
...근데 웃기는 건, 그 친구가 말하기를, 자기도 처음에 할땐 정말 한명도 안될거라고 생각을 했었는
데, 그게 아니더라는거야....나한테 만약 시내에 나가서 지나가는 전혀 모르는 여자 10명을 붙잡고
자기하고 커피한잔 할수 있겠냐고 물으면 몇명 정도 될것같냐고 묻더라구....
...그르치....솔직히 꽃미남 아닌바에야 어떤 여자가 미쳤다고 별로 잘생기지도 않는 생판 모르는 남
자 따라서 커피숍에 들어가겠어? 근데, 이 친구가 말하는데,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까 의외의 결과였다는거야.....길거리 지나가는 아가씨 10명 붙잡고 물으면 그중에 2,3명은 같이 커
피마신다는 거야....자기도 놀랐다는거지....
...나중에는 방학 내내 매일매일 헌팅만 하다보니까, 그것도 내공이 생기더라는거야....그러면서 자
기가 첫번째로 보는것은 여자의 걸음걸이라는거야.....바쁘게 빨리 걷거나 아니면 또박또박 걷고 있
는 여자는 절대 안된다는 거지...왜냐하면 이런 걸음걸이를 걷고 있는 여자는 지금 무슨 약속이 있어
서 가고 있거나 아니면 머리속에서 다른 중요한 일을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 여자라는거야.....세상없
는 꽃미남이 와도 될수가 없다는거야...
( 무대 중앙에 남학생P가 지나가는 여자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여대생 C가 바쁜걸음
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남학생 P가 말을 걸어보지만 고개를 젓고는 바로 반대편으로 들어가버린다)
...그 친구 얘기로는 마음에 허전한 곳이 있는 여자는 걸음걸이에서 나타난다는 거야....무엇인가 빈
틈이 느껴진다는 거지 걸음걸이에 말이야....바로 그럴때 성공확률이 높다는거야...
...아니지 물론....당연히 얼굴부터 먼저 보고 말하는거지 누가 발만 보고 말하겠어...
(이번에는 무대에 인상이 험악한(?) 여대생 D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주인공이 타자치면서 말하는 '얼
굴부터 보고' 라는 말에 매우 기분나쁘다는 듯이 째려보고는 고개를 획 돌리며 바로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두번째 중요한 것은....여자한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거야....그 친구 말에 의하자
면 그래...남자라도 갑자기 불쑥 어떤 여자가 시간있냐고 물으면 거부감 생기게 되지 않겠냐고...그
래서 여자도 마찬가지라는거야....일단 한번 시선을 맞출 예비단계가 필요하다는 거지....여자들로
하여금 혹시 저 남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게 아닐까....라던가 아니면 만약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끔 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된다는거야....
여자들은 갑작스런 접근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일단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면 호기심을 갖고 그 상황
을 즐긴다는거지....자기 좋아한다는데 싫은 여자 없다는거야....어차피 사귈생각 없으니까....
(이번에는 무대에 어여쁜 여대생 E가 등장한다. 남학생 P가 몇번 눈길을 맞추자 여대생 E 가 관중들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남학생 P가 말을 걸어오고
둘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눈다 )
뭐 이런식의 내용이다^^
마지막 3막은 순전히 나혼자 나오는 모노드라마....무대에 한 남자가 나와서 애인인지 그냥 이성친구
인지 알쏭달쏭한 대상의 여자와 이런저런 내용의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아무런 백업없이 오직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통화내용으로만 3막이 이루어진다.
원래 처음 대본이 바로 이 3막이었는데, 나중에 1,2막이 급조되어 추가된 것이다.
발표 일주일전에 대본 나오고는 조원들 모아서 연습 딱 두번했다 -_- 한번은 빈강의실에서, 두번째
는 잊어버리지 말라고 발표하는 당일날 복도에 모여서 -_-;;
각본,각색,연출,무대,소품,주연, 연기지도까지......1인 몇역이야 도대체^^
어쨌든 그렇게 해서 마침내 발표를 하는 당일이 되었다.
그날은 거의 학기의 마지막 수업이었는데, 수업은 학기내내 1교시는 이론수업, 2교시는 학생들의 레
포트 발표로 진행되었었다.
직접 연극을 하겠다는 우리조를 제외한 다른 모든조들이 레포트 발표를 하는 관계로 교수님은 우리조
의 발표를 맨 마지막 날로 미루워 놓은 것이다. 연습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서.....젠장 일주일
전에 대본 완성하고 연습 딱 두번했는데 -_-;; 말이다.
뭐 어쨌든 우리는 나름 즐겁게 연습을 했고, 1교시 이론수업때 각자 수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책상
밑으로 대본을 펼친채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서 대본 외우기에 바뻤다. 그렇게 1교시 수업이 반쯤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진것은....
- 돌발상황 -
원래 그 교수님은 젊은 여성분이었데다가 연극인답게 자유로운 수업분위기였다. 특별히 독재스타일
을 학생들을 몰아부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게다가 수강생이 200명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학생들한
테 일일히 터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근데 문제는 뒤쪽이 아닌 앞쪽 가장자리에 앉은 예비역 남학생한테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교수
님의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 우연히 앞쪽 남학생의 책상을 보게 된 교수님이 웃으면서 그 예비역 남학생한
테 한마디를 한게 그 엄청난 사건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거기 학생 거 왠만하면 토익책은 눈에 안띄게 보는게 어때?
다른 학생들은 슬쩍 웃었고, 당사자인 예비역 남학생은 아무 대꾸도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수업이 몇분 더 진행되었을 때 그 앞쪽에 앉은 예비역 남학생이 여전히 토익책을 집
어넣지 않고 보란듯이 책상위에 펼쳐놓고 토익공부를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수님도 처음과는 달리 살짝 기분이 상했는지 계속 토익책 볼거면 나가서 보는게 어떠냐고 쏘아부쳤
는데 그 예비역 남학생의 대답이 화약에 불을 붙이게 된 것이었다.
...교수님 제가 연극할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이건 그냥 학점따기 위한거 아닙니까...취직공부
하는게 지금 저한테 가장 중요한 일 아닙니까....그냥 모른척 해주세요....아무한테도 피해안줄테니
까요...
이 생각지도 못한 남학생의 도발적인 대답에 교수님은 확 틀어지게 되었다.
곧이어 두 사람간의 몇마디 공방전 후에 기분이 아주 상해버린 교수님이 수업도중에 교실을 나가버
린 것이었다. 으.....하필 오늘 이런일이.....
곧이어 기분상해서 나가버린 교수님을 좇아 나가는 몇명의 친교수파 학생들.....그리고 그 속에 나
도 있었다. 나도 친교수파냐고? 아니....그럼? 오늘 마지막 시간인데 어떻게든 연극발표를 해야 학점
이 나올거 아냐!! -_-
교실 복도에서 교수님은 몇명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도 열심히 위로했다 -_- ....교수님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대부분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
습니다....다행이도 교수님은 웃으면서 곧들어갈테니까 나보고 먼저 교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다.
표정보니까 많이 풀린듯 해서 일단 교실로 들어왔다.
근데 교실안에서는 또 다른 후폭풍이 불고 있었다 -_-
뒤쪽에 앉아있던 몇몇 학생들이 아까 그 토익남학생과 열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교수님한테 너무 한거 아닙니까? 교양수업이라지만, 엄연한 수업인데 학생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셔야죠!!
....솔직히 말해서 여러분들도 다 마찬가지 아니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열심히 수업듣고 있었나
요? 반쯤은 다 적당히 자기 일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들은 그렇게 당당하세요?
으....-_- 산넘어 산....
바로 다음 시간 연극발표인데....이렇게 분위기가 살벌해서야.....어쩔수없이 눈물을 머금고 또 나서
서 중재를 한다.
...저기요....교수님 조금있으면 다시 들어오실거거든요....우리 서로 조금만 마음을 가라앉히죠
예?
음...나 원래 성격좋은 사람 아닌데 -_-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이 조원들의 학점을
책임지고 있는 조장으로서 말이다....-_- 뭐 하여간 그런 우여곡절끝에 결국 수업이 다시 재개되었
다.
근데..............
근데 말이야.........
다시 교실에 들어오신 교수님이 웃으면서 손짓을 하자 몇명 학생들이 우르르 교단으로 나가는 것 아
닌가......이게 포퍼먼스 랜다 글세....-_-
처음에 토익책을 보던 그 학생부터 시작해서 교수님을 따라 나갔던 친교수파 학생들, 그리고 교실안
에서 토익대학생을 향해 설전을 벌이던 뒷자리 몇몇 학생까지 모두 교수님의 연극부 제자들이라는 것
이다.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의 반응과 움직임등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이라고나 할까.....아니면 참여연극? .....뭐 그런거였댄다 글세....-_-
앞에서 인사하던 능글맞은 주연배우들....
반쯤 얼이 빠진 학생관객들...
그리고....얼굴 벌겋게 달아오른채 쪽팔려서 죽을것 같았던 나 -_-;;;;
교수님이 고개 푹 수기고 있는 날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K야 괜찮아 괜찮아 ㅎㅎ
덩달아 학생들도 날보며 다 같이 웃는다....아!....쪽팔려.....이제 쉬는 시간 지나면 바로 우리 연
극할 차례인데....ㅠㅜ
쉬는시간 10분이 후딱 지나간 후,
연극을 발표하기에 앞서 연출가로서 인사를 먼저 한다.
....제가 저번에 '새들도...' 그 연극에 대해서 심하게 말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오늘 포퍼먼스를 보
면서....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조는 연극을 준비했는데요, 모두 아마츄어들이기 때문에 엉성하
고 형편없겠지만, 이해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사람이....
짧은 시간동안에 이렇게 많은 일을 겪다보면 이처럼 겸손하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_-
- 연극시작 -
처음부터 무대랄것도 없었다.
교단앞을 좀 널찌감치 벌려놓고 학생들을 좀 뒤쪽으로 이동시켰을 뿐.....조명효과나 방음시스템 같
은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2번밖에 안되는 절대부족한 연습량.....한차례의 폭풍같은 포퍼먼스
로 인해 다들 정신이 나간 배우들.....게.다.가.
이놈의 유일한 남자 조연배우 P
이 놈이 생각지도 않게 모든걸 말아먹기 시작했다 -_-
아침 오리엔테션때부터 계속 여자친구와 전화질 하는것 같더니만 급기야 연극발표직전 쉬는 시간에
큰소리로 전화에 대고 싸우기 시작한다. 음....-_- 그러니 연극을 할 수 있겠어?
대사도 다 못외워와서 금방 다 외우겠다더니 여자친구랑 대판 싸우는데....뭘 언제 외워 -_-
1막이 시작되자 나하고 P하고 두 사람만 나오는 자동차 드라이브 장면....
한참 대사를 하고 있는데 리액션이 안나오는거야 -_-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더만 대사를 잊어버려서
어쩔줄 모르는 있지....아 정말 미쳐버리겠데 -_-
부연출을 맡은 유일한 스텝진이었던 여대생 L이 부랴부랴 허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대사를 관객
들 안보이게 펼쳐주지만 그게 눈에 보이겠어-_- 어떻게든 진행을 하며 에드립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아예 깡그리 잊어버린 P앞에서는 모든게 무용지물이었다.
에드립이란 것도 한계가 있지 -_-;;
결국 적당히 끊어서 1막을 조기종용 해버린다. 이 상태로는 어떻게 할수가 없으니까....
웅성웅성하고 어색한 반응......-_- 연출가로서 이 비상사태에 뭔가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
이다.
원래 이 연극은 각 막마다 소품을 준비하는 시간에 무대에는 라운드 걸을 등장시키기로 예정되어 있
었는데 라운드 걸을 맡은 여대생S 에게 ... 연출가는 간곡하게 부탁한다^^
....2막 준비는 좀 시간이 필요하니까 니가 나가서 좀 더 경쾌하게 걷고 약간 춤도 추면서...뭐 하여
간 할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
라운드 걸을 맡은 여대생 S는 조원들중에서 가장 키고 크고 늘씬한 스타일....100명이 넘는 수강생중
에서 예비역 남학생이 절반이 넘는 관계로 스타일 좋은 늘씬한 여대생S의 이 시간끌기 작전은, 충격
과 절망으로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조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바람막이가 되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여대생 S가 훌륭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그 짦은 하프타임....어쩔 줄 몰라하는 조원들 앞에서 연
출가는 빠르지만 정확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린다.
...3막은 어차피 나 혼자 하니까 지금 이 2막만 잘하면 돼.....1막의 실패는 모두 잊어버려....지금
은 이것만 생각해...모두들 자기가 나올 차례 알지? 자기것만 생각하면 돼....그리고 P....정신차
려!!!
마지막으로 부연출가인 여대생 L에게 다시한번 순서를 상기시킨후 2막 무대에 오른다
하프타임때의 연출가의 강력한 리더쉽때문인지^^ 2막은 1막에 비해서 매우 훌륭했다. 2번 밖에 연습
안했지만 다들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아냐고? 관객들의 반응^^
미녀여대생들이 줄줄이 나오는 2막은 예비역이 반 이상이었던 관객들에게 매우 참신하고도 므흣한 비
쥬얼을 제공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흠.....뭐 이게 다 연출의 힘 아니겠어? ^^
특히, - 아니지 당연히 얼굴부터 봐야지...- 라고 대사를 칠때 나오는 험악한(?) 얼굴의 여대생D 가
황당하다는듯이 째려보고는 돌아나가는 장면에서 폭소가 터져나온다.^^
음....머리속에 상상했던 그 장면 말이쥐...^^
2막의 성공은 1막의 부진으로 끝장날것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전환시키게 되었다. 이래서 연출가는 일
종의 승부사라는 것이다 흠흠....
이제 마지막 3막만 잘하면 된다.......마지막이 좋으면 모두 좋은거니까.....3막은 나혼자 연출하고
나혼자 연기하는 모노드라마.....곧이어 숨가쁘게 3막을 알리는 여대생 S 의 라운딩이 시작된다.
3막은 어땠는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날 볼수 없으니까 -_- .... 아마 지금같은 시대면 누구한테 부탁해서 기념으로 켐코더로 찍어놓
았을텐데....
(무대 한가운데 한 남자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관객들에게는 전화통화하는 남자의 모습과 전화하
는 목소리만 들릴뿐이다)
위문 가본적 있으세요?
아뇨 고아원 같은데 말이에요....네에 저도 그런거 별로 관심없거든요. 근데 고등학교때 한번 가본적
이 있었어요. 어느날인가 같은반에 있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 교회에서 고아원 위문가는데 같이
가자고....뭐 물론 생각없다고 그랬죠....그랬는데, 그 다음 그 친구 말한마디에 바로 가게 되었어
요...
...모두 10여명 되는데 남학생은 자기하고 나 포함해서 3명 나머지 10여명은 모두 여고생들이라고
하하....
고아원은 흑석동에 있는 비교적 작은 고아원이었어요.
근데 이런건 처음해보는거라서 어떡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까...아마 우리처럼 많
이들 오나봐요 그래서 시스템이 다 되있더군요.. 몇시부터 몇시부터 뭐하고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뭐
하고 이렇게 말이죠...
우리가 하는일은 각자 한명씩 맡아서 밥먹여주고, 간식 멱여주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그런거였
어요...근데 애들이 이미 여러번 봐서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있더군요....그래도 계속 읽어달라
고 해요....그렇게 아침에 가서 오후 5시즈음 모든 일정이 끝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지는데, 이런 일에 익숙한지 아이들도 웃으면서 빠이 빠이 손을 흔들며 인
사하고 있었어요. 근데 그중에.....한 아이가...대략 3,4살 정도인데 아마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되는
애였나봐요 그래서 이런일은 처음있는 일이었는지, 가지말라고 하면서 막 우는거에요....
돌아오는 버스안에서....여고생들이 한참 웃고 떠들면서...오늘 좋은일했다...앞으로도 기회있으면
자주 오자 라는 말들을 하고 있었는데....뭐랄까......그 여고생들이 아니고 저 자신이 되게 싫어지
더라구요...아마 제가 그때 한참 사춘기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오늘 여기와서 그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건.....
사람사이란 것이 이렇게 즐겁게 웃고 지내다가 이렇게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지는거라는 것뿐.....가
지 말라고 울던 그 아이를 보면서 ....어느덧 가볍게 만나고 아무렇지도 않은 헤어짐에 익숙해져있
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던 거였죠....
그후로 생각했어요....우리는요...사실은 아무도 도와줄수가 없다고 말이에요....그냥 얘기를 들어
줄 뿐이죠....위로해줄 수 있는 뿐.....도와줄 수는 없다고......
이렇게 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파란만장했던 연극공연이 모두 끝나게 되었다.
잘 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조는 모두 A 학점을 받았다.
연극이 끝나고 종강을 한 후에 다시 볼 일이 없는 독문과의 부연출가였던 여대생 L과 교실을 나서면
서작별의 눈인사를 나눈다. 서로 한마디도 안했던 작별인사였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들을 수 있
었다.
...수고하셨어요...고마워요.....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여기서 추잡하게 ....커피 한잔 어때요? 식으로 굴면 안된다. 연출의 백미는 바로 깔끔한 생략과 여
운을 남기는 여백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헤어진 후로 다시는 그녀를 본적이 없었다....ㅠㅜ
이래서 연출가란 고독할 수 밖에 없다고 하나보다^^....
- 2007년을 기약하며 -
사실은,
지난 여름 엠티 후기를 쓰면서 나는 심각한 내상을 입었었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면서 한편 한편을 쥐어짜듯이 쓴
것 같다. 그후로는 이제 더 글쓰는게 추해질뿐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무슨 대작을 쓰리라 하는....처음부터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 담부터는 이 즐거운 취미
인 글쓰기가 오히려 부담감만 가득차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은 그때 연극대본을 처음 쓰던 그때처럼 혼자 즐거워하며 이리 저리 에피소드들을 끼어맞추는 즐
거움이 취미로서의 글쓰기의 진짜 즐거움인데 그걸 잊어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송년모임 사진들을 보
다보니까 향수병까지....-_-;;
이제 3류 연출가라는 제목을 넣으며 그 부담감을 떨쳐버리려 한다.
3류에게는 나름대로의 3류의 세계가 있다.
주성치의 영화에서 인생의 깊이를 맛보며 삶의 가치를 높일 무엇인가를 찾을 필요는 없는것처럼....
때로는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것이다. 그 가벼운 즐거움 또한 우리 삶의 비할수 없는 한 부분이니
까..
송년모임 후기를 보던 중 한 구절이 우연하게 가슴에 남는다.
....꼭지점에 다다른 즐거움의 내리막길이 자꾸 눈에 보이는것일까요.....
감수성 예민한 찬진의 멜랑꼬리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때 연극을 직접 하고 싶은 조는 해봐라 하
는 기말레포트처럼 묘하게 예술가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풀스 프로덕션이 있는데 내리막길이란 있을 수 없지 흠흠.....라는^^
2007년 내년을 즐겁게 기약해본다.
잠시 쉬어갈때도 있고....때로는 서행할때도 있다....항상 달릴수만은 없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걸 내리막길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도, 이창호9단도.... 모두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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