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꿈, 영화를 지나치게 많이 반복하고 있어서 뒤로 갈수록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꿈으로 인물의 심리, 상황을 나타내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편한 방법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 에필로그 또한 꿈을 나타낸 것 같은데, 앞에서 나온 내용과 뭐가 크게 다른 건지 모르겠고, 모호해서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모호한 게 많아서 인물에 이입하기 쉽지 않았다.
나는 형준과 왜 만나고, 형준은 왜 나를 감당해주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영화관에서 콜라를 던지는 장면이었다.
1. 형준이 나를 말리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그의 오랜 습관이기 때문이라는 것. 더불어, 형준이의 습관은 앞에서도 언급이 됐었는데 오직 이 장면을 위해 나온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형준의 캐릭터 자체를 잘 모르겠다.
2. 남자가 나의 행동에 “아니, 미쳤어요?” 정도의 반응만 보인 것. (물론 형준의 멱살을 잡았다 하긴 하지만 쓰레기를 맞은 직후에 더 큰 반응이 나왔어야 할 거 같다)
3. ‘형준이의 말대로 나는 누군가와 착각한 걸까’ 말하는데 나는 이게 너무 평이하고 뻔해서, 한편으론 인물이 이렇게까지 본인을 모른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아서 거슬렸다. 이걸 단순히 아빠가 생각나서 그랬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 같다.
4. 형준이 나를 타박하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 것. 여기서 웃는 것은, 화가 나서 나온 헛웃음이 아니라 짓궂은 짓을 같이 저지르고 고양감에 휩싸여 나온 웃음처럼 느껴졌다.
5. ‘나’가 행동의 이유로 형준의 습관을 답습했다는 것과 누군가 떠올랐다는 걸 이유로 든 것. 이는 3번과 연결되기도 했다. 인물의 어조와 태도가 뻔뻔하고 침착한 것도 의문스러웠다.
6. 형준이 “그 사람이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집 나간 네 아빠라도 되냐?” 말하는 장면에선 도대체 내가 형준과 왜 만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의 무례함이라 생각했다.
7. 더해서, 형준이 나를 왜 만나는지 자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형준 못지 않게 무례하고 관계에 애정을 느끼지도 못하는데 형준이 왜 나를 견뎌주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