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산 돌기4차 (종합)
1차(2010년 3월 27일)
▶코스: 의정부회룡역-수락산-불암산-구릉산-망우산-용마산-아차산-광진교
-하남애니메이션고
▶시간: 2010년 3월 27일7시40분- 27일22시40분(22시간)
▶거리: 51.6km
▶동행:단체(광나루에서 홀로)
2차(2010년 4월 3일)
▶코스: 하남 애니메이션고-검단산(하남)-용마산(경기)-청량산-검단산(성남)-망덕산
-영장산-불곡산-분당오리역
▶시간: 2010년4월 3일17시10분- 4일 6시40분(13시간 30분)
▶거리: 47km
▶동행: 홀로
3차(2010년 4월 10일)
▶코스:의정부회룡역-사패산-도봉산-북한산-북악산-인왕산-안산-홍재천-성산대교
-안양천-안양석수역
▶시간: 2010년 4월 10일0시30분-10일22시0분(21시간 30분)
▶거리: 61.4km
▶동행: 무조건님
4차(2010년 4월 17일)
▶코스: 분당오리역-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인능산-대모산-구룡산-우면산
-관악산-삼성산-안양석수역
▶시간: 2010년 4월 16일23시57분-17일21시30분(21시간 27분)
▶거리: 70.4km
▶동행: 홀로
▶전체시간: 71시간27분
▶전체거리: 230.4km
이 강토에 봄은 왔지만 봄과 함께 슬픔도 같이 왔습니다.
우리는 넓은 바다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바다입니다.
언제든 달려가 푸르고 넓은 바다에 안길 수 있는 동해, 남해, 서해가 있습니다.
어린 우리 아들들이 이 바다를 지키다 죽었습니다.
밤에 죽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죽었습니다.
누군가가 배를 몰래 파괴시켜버렸습니다.
피여나는 꽃망울에 죽은 아들의 눈망울을 봅니다.
온 나라가 喪中입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이 강토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바다를 지켜야합니다.
우리의 아들들은 여전히 배를 타야합니다.
더 강하게! 더 굳세게! 더 힘차게!
해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진해까지 태워주고온 회사동료의 마음을 가늠합니다.
명령합니다.
그 옛날 쪽바리 왜군을 통쾌하게 침몰시킨 거북선과 이순신제독과
그 격전의 바다를 가슴에 품고 우리 아들 모두 힘내세요!
서울둘레산 마지막 구간입니다.
오늘은 좀 벅찬코스입니다.
긴 코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처음길이고 혼자입니다.
산을 향해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언제나 크고 작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대상이 바로 산입니다.
성남행 막차 시외버스를 타니 지하철보다 한시간을 단축시켜줍니다.
성남 모란역에서 언제나 변함없는 내 산행에 일등공신 김밥 두줄을 샀습니다.
막 철수하는 포장마차에서 귤 한 봉다리도 추가했습니다.
오리역으로 이동하니 자정 직전입니다.
요즘은 거의 매주 산행이 이 시간대에 시작되네요.
허접한 지도를 꺼내들고 출발입니다.
분당시내를 벗어나 광교산 들머리를 찿는데 애를 먹습니다.
왔다 갔다를 반복합니다.
이러다 날밤을 새울것만 같아 짜증이 났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기어코 찿았습니다.
정식 들머리가 아닌듯 싶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지체한 시간이 아까워 속도를 좀 내봅니다.
숨이 차고 이내 땀이 몸을 적십니다.
반팔 티셔츠 한장으로 딱 좋은 차림이 되내요.
참 좋은 계절입니다.
춥지 않습니다. 귀와 손이 시렵지 않습니다. 길이 미끄럽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귀와 손 엄청 고달펐습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봄날의 아침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새소리가 들리고 흙냄새에 진달래꽃 냄새가 묻어납니다.
엔도르핀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컨디션은 최고조인 것 같습니다.
다만 매주 장거리로 시달려온 왼쪽 발가락 부근이 꾹꾹 찔리고 있습니다.
여기가 한남정맥길인가요?
형제봉, 광교산정상 시루봉과 백운산을 거처 바라산 근처에 접근하니
날이 완전히 밝아졌습니다.
하오고개를 내려서서 김밥 한줄과 물 한모금을 마셨습니다.
행장을 재정비하고 청계산으로 올랐습니다.
청계산길
국사봉, 이수봉, 석기봉, 만경대, 매봉까지 차례로 밟아갈 것입니다.
국사봉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납니다. 남자입니다.
드디어 정상 만경대를 지나 매봉에 이르니 여자를 봅니다.
인간을 창조하신 신에게 감사가 터저 나오네요.
아주 잘 하셨어요. 남자만 두지 않고 여자를 주신 것은.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 화사한 봄차림의 자태, 옆을 지날 때 풍기는 화장품 냄새
산에서 만나는 여자는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인릉산 대모산 구룡산을 지날때는 지루합니다.
매봉에서 옥녀봉을 거처 바로 내려오면 우면산과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3산은 필수코스가 아닌 옵션으로 추가되는 느낌이 있어 더 지루한가 봅니다.
또 한가지 이유로 발바닥과 발가락이 중증을 앓고 있습니다.
발걸음이 가볍지 못하고 저절로 절둑거려집니다. 그리고 느려집니다.
드디어 양재동 시내에 내려서니 에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우면산은 그리 산뜻한 기분으로 오를 수 없네요.
힘도 빠지고 배도 고프고, 발바닥은 불이나고 총체적인 체력저하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우면산을 넘고 보기로 했습니다.
약수터가 많은 우면산을 통과하면서 물만 실컷 마셨습니다.
컨디션이 좀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날머리를 잘못들어 도로길을 좀 걸어야 했습니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거반 다되갑니다.
늦더라도 오늘 중으로 이 구간을 끝내기로 합니다.
힘을 돋우고 남은 관악산과 삼성산을 넘을 궁리를 해봅니다.
약방이 눈에 띄네요. 언뜻 진통제을 복용하면 발바닥 통증이 좀 갈아앉을 것 같습니다.
발바닥 물집 고통으로 진통제를 먹겠다니 그건 방법이 못된다고 하면서 약은 주긴합니다.
그건 나도 알죠. 끝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먹어 보는 겁니다.
약 두알을 먹고 빵도 먹었습니다.
커피까지 한잔하니 힘이 솟내요.
관악산 들머리 관음사를 향해 올라갑니다.
발바닥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약발을 받는거 같습니다.
내려오는 사람이 많은 시간대라 관악산 정상 연주대까지 시간 반을 넘기네요.
정상에는 이제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는 떨어졌고 땅거미가 내려 앉고 있습니다.
팔봉능선 갈림길에서 막걸리 파는 내외가 막 짐을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배낭속 헤드램프를 꺼내 이마에 메고 있는 순간
중년남자 한분이 간단한 허리쌕만 차고 땀을 흠뻑 흘리며 뛰여옵니다.
팔봉능선을 내려서 삼성산을 넘어 석수역까지 간답니다.
나역시 목적지는 석수역인데 조금이라도 가까운 학바위 능선으로
내려갈 예정이라하니 같이 팔봉능선을 타자는 것입니다.
날은 어둡고 길도 잘 모르니 함께 가는게 좋을 듯하여 따라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날아갑니다.
저녁 운동으로 일주일에 두 세번 사당에서 석수까지 넘어 다닌답니다.
이 사람 내리 달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바위길 팔봉능선의 발 놓을 자리가 이미 정해진 것 같습니다.
한치의 주저함없이 기계적으로 발이 움직여 제자릴 찿아갑니다.
그 사람 친구가 바로 뒤따라 온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자기보다 더 한수 위라 늘 한시간 늦게 출발하고
발봉능선 초입에서 따라 잡힌다고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뒤에서 훽 추월을 합니다.
사당에서 석수까지 한 사람은 3시간 또 한 사람은 4시간 관악산을 눈감고 다닐 정도네요.
시방 그런 사람들을 좇아 가고있습니다.
몸이 저절로 활력을 찿는거 같습니다.
나도 내 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아지만 램프조차 켜지 않고 달려나가니
나도 덩달아 어둠을 헤치고 따라갑니다.
무너미까지 한 순간에 달려왔습니다. 삼성산 오름도 따라 붙었습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합니다. 20여 시간을 걸어온 몸입니다.
막판에 어디서 이런 힘이 솟아나는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석수역 3,6키로 이정표를 봅니다. 완만한 내림길 끝까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중엔 오히려 4시간 되는 분이 허걱거리네요.
이 분들 덕분에
관악산 연주대에서 팔봉능선을 거처 삼성산을 넘어 석수역까지 한 순간에 넘어왔습니다.
막판 지치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도우미가 나타난 것입니다.
두 시간 남짓 내리달려 목적지 석수역에 도착하니 더 없이 상쾌합니다.
발바닥 통증은 언제 사라져 버렸는지 편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너무도 고마워 막걸리 한잔 대접하겠노라 했더니
단골집에 이미 예약이 되어있다면서 오히려 그분들이 사네요.
파전에 막걸리 한잔으로 오늘 여정을 마감합니다.
이제 네번에 걸친 서울둘레산 돌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메갈로폴리탄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주변도시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울둘레산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서울둘레산 돌기! 나름대로 의미있고 즐거운 행위였고 약 70여 산행시간 동안
내 하찮은 삶을 돌아 볼 수 있었고 추억의 한켠으로 묻혀있길 원합니다. 끝.
제삼리 식구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이제 저 누운풀은 당분간 한국의 산하를 걸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얼마후 중국땅으로 가게됩니다.
7년전에 저희 회사는 중국에 공장을 짓고 중국진출을 시도했습니다.
공장을 건설할 당시 사스라는 전염병과 싸우면서 어렵고 힘들게 출발하였으나
그동안 비교적 성공을 거두어 처음 공장은 3배나 커지고 중국공장을 두개나 인수했으며
또 다시 크게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제일 큰 공장이 되었고 세계에서도 가장 큰 공장이 될 것입니다.
(기초화학업)
저는 중국에 처음 공장을 지을 때 그 일을 했었습니다.
이제 다시 더 큰 책임을 지고 중국엘 가야합니다.
그러니 당분간 산을 다닐 수 없고 산행기를 쓸 수 없습니다.
이 산행기가 아마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산을 다니는 것 못지않게 주절거리며 산행기를 써보는게 즐거웠는데
아쉬울 뿐입니다.
이제 새로운 일에 몰입해야 합니다.
밤을 세우며 큰 산을 종주하듯 중국이라는 산을 정복해야합니다.
중국이라는 큰산을 무사히 완주하고 귀환할 수 있도록 성원 바랍니다.
그동안 제삼리 식구들과 더부러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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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 둘레산길 4차로 한국에서의 산행을 당분간은 접는 모양입니다. 중국에서도 열심히 일하시고 사업도 번창하시며..기회되면 중국의 아름다운 산들도 구경 많이 가시길 기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잘것 없는 글 올릴때마다 잔잔한 감동의 댓글 달아주시는 님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누운풀님..이 무슨 서운한 말씀을..중국진출로의 더 큰 도약에 축하의 마음보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더 큽니다.부디 몸성히 임무수행 잘 하시고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간간히 그쪽에서 잘지내신다는 안부라도 들어볼 수 있음 더 좋겠구요.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엉엉..
줄리님! 저도 아쉬워요. 제 꿈이 영화 아바타의 남녀 주인공이 판도라행성을 날아다닌 것처럼 줄리님과 가야산자락을 한번 날아보고 싶었는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동경으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J3 여전사로 계속 일취월장하는 모습 보여주세요.
재미난 글을 통해서 장거리 산악인들의 즐거움이 표현되는것 같스빈다.그나저나 서울을 떠나 중국으로 진출 하신다니 많이 서운하지만 다시 돌아 올때쯤에 꼭 중국의 좋은산들도 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구요 어디서나 힘들때는 어려웠던 야간산행을 생각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몸 건강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J3를 통해 산을 알았고 산을 느꼈으며 또 행복했습니다. 이 카페를 통해 만난 모든 식구들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하는게 아쉽습니다.
특히 방장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산행기 잘 봤습니다. 가야할 곳이 한군데 더 생겼습니다. 일단 답사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내에 안계신다니 건강 잘 챙기시고, 귀국하시고 짬이 된다면 같이 산행도 하고 그러시지요. 중국에 가시더라도 열심히 운동도 하시고, 중국의 좋은 산들도 오르셔서 멋진 모습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길....
고맙습니다. 우선 산을 다닐 수 없게되니 아쉽기는 합니다. 앞으로 당분간 일에 몰입하고 거기서 새로운 즐거움을 찿아볼 생각입니다.
산행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마무리산행을 혼자하게해서 미안한마음입니다~그날 치악산계획이있어던지라~...중국가기전 식사라도 같이했음좋겠네요 전화드릴께요~둘레길처럼 마음이넓은 형님 당분간못보겠네요 건투을빕니다~관악산에서 뛰어간분들 아마 수원드림팀일겁니다. 시간때가 맞을듯쉽네요~
무조건님 고마워요. 중국에서도 물론 자주들러 무조건님의 활약상을 지켜보겠습니다.
아!~~~ 아쉽네요. 한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님의 산행기를 읽으며 님의 생각의 바다 속에서 마냥 신나고, 한 단어, 한 귀절에 제 상상력을 자극하며 몰입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 당분간...어쩌면 오랫동안 뵐 수 없다니.....건강하시길 빌구요...종종 까페에 안부 남겨주시길....제 산행기에 격려의 글도 부탁드리구요... 정~말 서운하네요...잘 다녀오십시오.
3H님 저도 아쉬워요 제 허접한 산행기를 늘 읽어주시고 진지하고 무게있는 댓글로 답해 주실때는 매우 부끄러울 때도 있었고요. 한번 뵐 기회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건강하시고 산을 즐기시며 더 멋진 모습 보여주시길 기원합니다.
타국에서 항상 몸 건강하시고 하시는일 무탈히 잘 이어시길 기원합니다.
중국은 그리 멀지않고 낫설은 곳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잘 하고 오겠습니다.
서울 둘레산 돌기(2구간함께할때)를 하실때 부터 뭔가 있긴있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혼자서 힘들게 마지막 둘레산을 마무리 하셨네요.
수고많으셨구요, 중국으로 가신다니 아쉬움이..항상 건강하시고 ..중국의 산도 이제 점령하시는건가요? 중국산행 후기도 기대할께요~~^^
앗! 반가워요. 그리고 아쉽네요. 산에서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ㅠㅠ 늘 밝고 포근한 캔디님,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 항상 보여주세요.
서울 둘레길 마무리 축하드리고 타국에서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다녀 오세요...건강하게~~~근디 언제 돌아오시나요?그때까지 내 다리가 지탱할려나!!
영일만친구 매화님! 우선 영남알프스 깔끔하게 접수하시고 담부터 너무 무리하게 혹사시키지 말고 내가 올때까지 아껴두삼. 그땐 진짜 할일없어 산에만 줄창 다녀야 할깁니다. 백두대간도하고 이리저리 금수강산 휘젓고 다녀보십다.
클럽에 자주 들리지 못했더니 누운풀님 산행기를 이제야 보네...
서울 외곽 환종주 함 돌고 싶었는데 요즘은 산행할 형편이 못 되어서 못하고 있는데.... 완주 축하해...
좋은 산행 완주 목표 이루듯이 중국이라는 큰 산도 누운 풀처럼 끈기와 기다림으로 정복하기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