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된 피해 할머니가 70여 년 만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18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화순 능주초등학교는 19일 ‘제100회 졸업식’에서 졸업생인 김재림(83)할머니에게 졸업장을 재발급해 수여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할 수 있다”는 친척 언니의 말을 믿고 1944년 5월께 일본행에 나섰다.
그러나 “함께 가자”던 언니는 일본으로 떠나기로 한 날 기차역에 나타나지 않았고 김 할머니는 군수업체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하는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까지 끌려가 어린 나이에 허기에 지친 몸으로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또한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서는 “일본군 위안부 아니었느냐”는 편견과 오인 속에 남모를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다.
자신이 학교를 졸업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시민모임은 지난달 11일 사실 확인차 김 할머니와 함께 모교인 능주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측과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이날 문서고에 있는 일제시대 학적부를 뒤지다가 1944년 3월 31회 졸업생 명단에서 창씨개명 된 김 할머니의 이름을 확인했다.
능주초등학교는 올해로 ‘100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뜻 깊은 해를 맞아 이번 졸업식에서 할머니에게 졸업장을 재발급해 수여함으로써 할머니의 고단한 삶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기로 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김희용·김선호 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해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졸업장을 다시 받게 된 김 할머니는 “고향 역을 지나갈 때 어머니한테 말씀도 제대로 못 드리고 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며 “오늘같이 기쁜 날이 없다. 해방 68년 만에 졸업식에 다시 선다고 하니 새 신부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일제강점기 학교 재학 중 어린 나이에 일제에 강제동원돼 학기를 마치지 못한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062-365-0815)해 명예회복을 추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나주초등학교는 6학년 재학 중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 등 2명의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지난 2008년 5월 명예졸업장을 수여했으며 순천 남초등학교 역시 일본 군수업체 (주)후지코시 강재공업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 김정주 할머니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
|
< /차아정 기자> chaajung @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