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꺄르륵 혹찌니 여러분? 넘나 오랜만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스티치어흥입니다.
시어머님이 편찮으신 관계로 저희 집에 오셔서 좀 쉬시다 가셨어요.
그래서 그동안 글을 못썼답니다ㅠㅠ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설마 저를 잊으신 건 아니겠죠...?(아련)
더 있다간 여러분이 절 까먹으실까봐 이른 아침에 글을 들고 찾아와봤습니다. 데헷☆
오늘의 글은 지금까지 써왔던 글들에 비해 많이 길지는 않을 거에요.
게다가 연쇄살인이 아닌 단 1건의 살인사건을 들고 왔습니당.
하지만 단 1건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몹시도 빡치게 했던 오늘의 이야기.
그럼 출발해보겠슈미당! 꼬꼬!! 꼬꼬!!
2001년 5월 10일 목요일 오후 5시 반경, 서울 중랑천 뚝방길.
4살짜리 영이(가명)는 3살 터울의 오빠와 아빠 손을 잡고 즐겁게 산책합니다.
아빠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운동시설과 놀이터를 갖춘 산책길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놀아줄 겸, 운동도 할 겸 종종 함께 나오곤 했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던 날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은 길 중간쯤에 이르자 일하느라 지친 심신을 회복할 겸 잠시 뛰어 보기로 합니다.
큰 아이에게 동생 잘 보고 있으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오랜만에 몸을 풀기 시작했죠.
그렇게 잠깐, 정말로 잠시 달리고 왔을 뿐인데 뭔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아들은 또래 아이들하고 정신없이 놀고 있는데, 딸 영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영이는 어디갔어?"
"어, 옆에 있었는데 어디갔지?"
아들을 나무라며 아빤 큰 소리로 영이 이름을 부릅니다.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봤지만 영이는 온데간데 없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전화도 걸어봤지만 집 역시 영이가 오지 않았다고 했고요.
화창한 봄날 오후에 사람들로 가득한 산책길에서, 어떻게 아이가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건지.
급기야 온 가족이 흩어져서 밤 늦게까지 찾아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새벽 1시 반.
결국 가까운 파출소로 달려가 미아 신고를 했고, 경찰에서는 현장 조사와 제반 여건을 종합 분석한 후,
방범과장 주재로 형사 등 관련 기능과 합동 심의 위원회를 엽니다.
납치나 유괴 흔적이 전혀 없었고 금품 요구 등 협박 전화가 걸려오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길을 잃었거나 실족, 교통 사고 등 안전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규정대로 실종 장소 주변에 대해 48시간 동안 집중적인 수색 작업을 벌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애타는 가족들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영이는 끝내 어디에서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어요.
5월 19일 아침 8시 20분경.
고물 수집상인 63세의 김씨는, 평소처럼 쓸만한 폐품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등산용 배낭을 발견합니다.
이게 왠 떡이람!! 하며 값 나가는 물건이 있을지 모른단 기대감에 배낭을 마구 풀어헤쳤죠.
하지만 가방 안을 들여다 본 순간, 김씨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집니다.
머릿 속이 하얘지며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진 김씨.
배낭에는 어린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와 팔 다리 등이 잘린 채, 뒤엉켜 있었던 겁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김씨는 황급히 경찰에 신고했고,
곧 관할 서울 동부 경찰서 서장과 형사들이 한꺼번에 달려옵니다.
현장으로 향하던 경찰관들의 머릿 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대요.
'혹시 9일 전에 실종된 영이가 아닐까?'
경찰관들이 도착하자 외곽부터 폴리스 라인을 쳐서 현장은 철저히 봉쇄되고,
육안에 의한 최초의 현장 관찰을 실시합니다.
배낭이 놓인 위치의 의미, 냉동 상태를 통한 유기 시간 추정, 범인의 이동 경로,
혹시나 현장에 남겼을 지 모를 범인의 유류물이나 발자국 찾기 등등...
참혹한 시신만 해도 수십 구를 다뤄봤고 별의 별 엽기적 사건들은 다 맡아본 베테랑 형사들이었지만
늘 해오던 초동 수사 과정을 더듬거릴 정도로 아이의 토막 사체는 너무 참혹하고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스띠치 설명충이 등판하셨읍니다.
초동 수사 과정이란, 범죄 현장에 최초로 출동하는 경찰관이 행하는 긴급조치를 말하며,
부상자 구호, 용의자 체포, 목격자 확보, 현장 보존 및 현장 관찰 등의 활동을 행하는 것을 말합니당)
아침 9시 50분. 최초 신고 후 1시간 반만에 대한민국에 있어서 최고의 과학 수사 요원들인
서울경찰청 현장반이 각종 장비를 가지고 현장에 도착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기자들도 삼삼오오 모여듭니다.(망할)
2시간 55분에 걸친 현장 감식 후에 사체는 정밀 검사와 신원 확인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요.
사체를 정밀 검사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찰에겐 가장 괴로운 절차인
피살자의 가족에게 알리고 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영이의 가족들은 그 어린아이의 시신이 영이가 기필코 아니길 바랐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신은 영이가 맞는 것으로 밝혀집니다.
사체의 얼굴 사진으로 영이를 확인한 아빠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죠.(ㅠㅠㅠㅠㅠㅠ)
"살인 사건에 있어서 완전 범죄는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범죄 수사의 철칙이라고 합니다.
이런 철칙을 뒷받침하는 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사체는 이야기한다" 라는 속설이라 하죠.
(혹찌니 여러분들도 간혹 한국 범죄 스릴러 영화들 보다보면, 부검실이나 시체 안치소에 형사들이 방문해서
"ㅎㅏ...... 순이씨.... 내가 버민.... 꼮..... 잡아쥬께여.... 그니까 좀 갈쳐줘영..." 하는 장면들 보셨을 겁니당.
네.. 저는 그게 중2병 걸린 감독의 오바인줄 알았죠... 뎨둉함미다 형사님들ㅜㅜ 큽)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도구에 의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어떠한 상황에서 등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줄 아는 전문가에게는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때로는 사체의 손톱 밑에 남아있는 범인의 살점과 혈액이,
때로는 사체의 굳은 피부에 남아있는 범인의 손바닥 자국이,
어떤 경우엔 사체의 목에 남겨진 범인의 잇자국이,
또는 피범벅이 된 사체의 모발에 뒤엉켜 있던 범인의 체모 몇 가닥이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른 살인범의 덜미를 잡아 사건을 해결하곤 하죠.
얼어붙은 냉동상태로 발견 됐던 네 살짜리 영이의 토막 사체도, 그렇게 무수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살아있는 전문가들이 그 아이가 하는 얘기를 얼마나 제대로 알아듣느냐는 것이었죠.
다음은 서울 경찰청 과학 수사 요원들과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
서울 명문 대학의 법의학자들이 정밀 검사 끝에 발견한 사체의 특징들입니다.
1. 사체는 16등분 됐으며 발견된 배낭엔 그중 10등분만 담겨 있었다.(둔부, 목 부위 및 발가락 일부는 발견되지 않음)
2. 옷은 모두 벗겨졌으며 의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3. 사체는 냉동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발견 당시 사체 온도는 -1도)
4. 왼쪽 코와 입에는 솜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가득 차 있었다.
5. 사체는 검은 비닐 봉지 3개에 나뉘어 담긴 채 배낭에 넣어졌다.
6. 등에는 1.5센티미터 간격으로 눌린 흔적이 규칙적으로 10줄이 나 있었다.
7. 사체는 매우 예리한 도구로 깨끗하게 잘린 상태였으나, 일부는 끝 단면이 다소 거칠다.
이런 특징들을 통해서 사체가 얘기하는 진실은 과연 뭘까요?
사건의 심각성과 피살 어린이의 가여운 영혼을 인식한 수사진은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들을 초빙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며, 사체 상태를 해석하는 데 신중을 기합니다.
아직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때였고, 그래서 지나치게 단정적인 추정을 삼가하면서
수사진과 법의학자들이 추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실내에서 살해가 이루어지고 보관되었다.(냉동, 토막, 입 안의 솜, 비닐 봉지등에 근거해서)
2. 등의 눌린 자국은 냉장고의 냉동실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간격 및 규칙성, 냉동)
3. 사체 절단에 사용된 도구는 기계톱(정육점용이나, 혹은 공장용)으로 추정된다.
1번 2번의 추정엔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사실 3번 추정에는 그때 당시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절단면 끝의 미세하게 거친 흔적에 주목한 일부 수사관들은
기계톱이 아닌 가정용 칼이나 톱일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또한 초기의 사건 분석 과정에서는 사체 발견 지점이 실종 지점과 매우 가깝단 점도 함께 고려합니다.
일단 사체 발견으로 많은 단서를 찾았지만 아직도 의문 투성이입니다.
범인은 왜 유괴 혹은 납치를 한건지, 어떻게 목격자 하나 없이 데려갈 수 있었는지,
왜 살해를 했고 시신을 토막낸 건지, 왜 들킬 우려가 높은 실종 현장 주변에 사체를 버린 건지,
제일 중요한 의문점은 범인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 건지.
사체 발견 직후 서울 동부 경찰서에선 수사 본부가 설치됐고,
서울 경찰청과 인근 경찰서 등에서 민완 수사관들이 대폭 지원 배치됩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2번(사체가 냉동실 바닥에 눌린 것으로 추정)의 내용에 주목한 경찰은
눌린 자국을 토대로 냉장고 모델을 찾기 시작했고, 1988년에 생산된 S사의 B냉장고로 밝혀집니다.
(원래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각 제품의 제원과 특징들을 기록 보존하고 있어서,
국내 가전 회사 전부를 상대로 한 경찰 수사에서 바로 제품 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S사라고 하니 이번 청문회때 저능아 컨셉 잘 잡으신 그분 브랜드인 것 같은데...
이 B냉장고는 저가형 가정용 냉장고로, 출고된지 13년이 지난 제품이었다고 합니당)
그리고 과학 수사진의 사체 분석 결과와 형사들의 현장 관찰 결과,
초기 수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수사 본부에서 범인의 정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합니다.
1. 유괴 후 돈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영이의 가족과 원한 관계일 수도 있다.
2. 영이의 집과 실종장소, 발견 지점 간 거리로 보아 현장 주변 거주자일 것이다.
3. 살해 후 오랜 시간에 걸쳐 토막 낸 점으로 보아 범인은 혼자 사는 사람일 것이다.
4. 낡은 저가형 냉장고를 쓰는 것으로 보아 여자와 함께 살지 않을 것이고
생활 수준이 낮으며 직업이 안정적이진 못할 것이다.
5. 시체를 눈에 띄게 방치한 점으로 보아 정신이상자거나 과시욕이 큰 사람일 수도 있다.
6. 검은 비닐에 두 번씩 포장했고 잘린 단면이 예리한 점으로 보아 정육업과 관련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한편 아이가 없는 부부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세우지만, 그런 경우 유괴는 할 지언정
이토록 잔인한 짓을 할 리가 없다는 판단 하에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수사 방향을 확립하자 형사대에선 말 그대로 "이 잡듯 뒤져라" 라는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집니다.
1조는 영이 부모에게 원한을 품을 수 있는 사람,
2조는 사건 현장 반경 4km 이내 거주자 중 혼자 사는 성인 남자 가운데 S사 B냉장고 소유자,
3조는 인근 시설 수용, 혹은 자가 치료중인 정신 질환자,
4조는 정육점 등 자동 기계톱 보유 업소, 5조는 인근 기계류 관련 공장,
그리고 6조는 폭력, 성범죄, 혹은 어린이 대상 범죄 전과자를 찾아다닙니다.
또한 현장에서 발견된 배낭과 비닐 봉지 예상 구입처를 대상으로 한 탐문 수사도 폭넓게 실시되었죠.
얼마나 많은 경찰관들이 여러 날 밤을 새고, 또 얼마나 긴 거리를 걸어다니며 같은 질문을 많이 했었는지,
또 한편으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살인 범죄는 한 생명을 무참히 앗아가는 것 말고도 이렇게 커다란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초래하죠.
실종 현장인 서울 중랑천 일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사가 한창이던 5월 21일 아침 9시 40분경.
경기도 광주 경찰서 상황실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여기 K장 여관인데 객실 청소하다가 화장실 변기 물통 안에서 어린애 엉덩이가 발견됐어요.
일단 빨리 좀 와봐요. 무서워 죽겠으니까"
현장에 출동한 광주 경찰서 형사들은 이미 전국 경찰서에 하달된 공문을 통해
서울 어린이 토막 살해 사건을 알고 있었고, 즉시 서울 수사 본부로 연락을 취합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서울 경찰청 과학 수사 요원들은 여관 입구부터 조심스레 증거 채취 작업을 했습니다.
계단, 복도, 방문, 객실 입구, 신발장, 방바닥, 침대, 책상, 화장실...
지문과 혈흔, 모발, 타액 그 어떤 것이라도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채취하기 위해 돋보기로 살피고,
각종 시약들을 뿌리고, 사진과 비디오를 찍고 적외선을 비추고 냄새를 맡고 바닥을 깁니다.(엄청 고생하시떼)
그런데...
아주 희미한 지문 14점과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모를 모발 몇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훗날 이 지문과 모발 몇 점은 범인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납니다)
게다가 변기 물통에서 발견했다던 사체 일부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주위엔 이물질이 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당황한 과학 수사 요원은 여관 사장을 붙잡고 물어봅니다.
"사장님, 현장에 누가 혹시... 손을 댔습니까?"
그러자 별걸 다 물어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이 대답합니다.
"청소하는 아줌니가 소리지르고 경찰에 신고하고 개난리를 치길래 내가 와봤져... 무슨 일인가 싶어가지고.
아니 근데 저게(사체 일부) 떡하니 있는거 아니에여!! 어휴 진짜...
그래서 내가 재수 옴 붙을까 봐 소금 뿌리고 아줌니 시켜서 깨끗이 청소했죠. 내가 한 깔끔하거든여.
그러니까 우리 여관 손님 떨어지기 전에 빨리 좀 끝내고 사라져듀뎨영"
(???)
(????????????????????????)
(여러분.. 이래서 사람이 최소한은 배워야 되는 겁니다. 무지가 이렇게 주먹을 부른답니다. 불끈)
외국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사법 방해죄로 구속됐을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린 여관 주인쨔응.
그리고 그저 허탈한 수사진들.
결국 준비해 간 아이스박스에 사체 일부를 담아 국과수로 급히 보내고 장비를 챙겨 돌아서려는 순간,
현장반장의 눈에 침대 위치가 교묘히 아주 살짝 비뚤어진 것이 발견됩니다.
침대를 뒤집자, 침대 밑에서 나온 것은?
뜨든!
바로 실종 당시 영이가 입고 있던 바지와 셔츠였습니다.
여관 주인의 무식한 짓으로 인해 현장은 많이 훼손됐지만,
사체의 엉덩이 부위, 바지와 셔츠의 발견, 경기도 광주라는 장소 등등
한편으론 수사의 전환점이면서 한편으론 수사 대상의 확대를 뜻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들이 확보된 날입니다.
특히 여관 주인의 말에 따르면(이 무식한 주인놈의 말은 듣고 싶지 않지만),
범인은 새벽녘에 몰래 여관 뒷문으로 들어와 빈 객실에 숨어 있다가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들켜
만원짜리 한장을 주고 곧장 기어 나갔다는 겁니다.
범인이 그동안 들키지 않고 이 여관을 이런식으로 자주 이용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죠.
그리고 처음으로 범인의 얼굴을 본 목격자가 확보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당시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고 합니다.
매일 관련 기사를 써내야 하는 기자들에겐
수사 기밀상 공개되지 않는 부분들을 빼면 쓸 내용이 별로 없단 게 고통이었겠지만요.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경찰 수사 비판과 범인을 둘러싼 다양한 추정입니다.
초동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둥,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둥, 유력한 목격담을 무시했다는 둥,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온 몸을 던져 사건 해결에 전념하는 수사진으로선
넘나 힘 쫙 빠지고 맥이 풀리는 일이 아닐 수가 없겠죠?
가장 힘든 것은 언론을 통해 자칭 타칭 전문가들이 던지는 소설 같은 추정이었다고 합니다.
"실종 장소 근처에 1차로 시체를 버리고 경기도 광주에 다시 사체를 버린 것을 보면,
범인은 머리가 아주 좋은 지능범이다. 경찰을 농락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장소나 광주가 아닌 제 3의 장소에 거주하는 고학력 전문직 염세주의자를 찾아야 한다"
"범인은 과시욕이 강하고 사체를 통해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미 책을 다 읽어 범인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끊임없이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얘네 강냉이를 부쓔ㅕ버리고 싶습니다)
이런 추정들을 그대로 따른다면 수사 방향은 180도 달라져야 했다고 합니다.
일부 언론의 추정대로 수사 방향을 잡으라고 언성을 높이는 고위 간부도 있었지만
당시 수사 본부는 집착에 가까운 고집을 부렸다고 합니다.
'혼자 사는 30대에서 40대의 남자'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하고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자'
'실종 현장 인근 거주자' 라는 최초의 분석과 객관적 증거 위주의 수사 방향을 그대로 밀고 나간 거죠.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경우 쏟아지는 질타와 비난을 모두 감수하겠단 과감한 각오였다고 합니다.
수사에 큰 혼선을 준 또 하나의 요인은 악의적인 장난 전화였습니다.
(지금은 장난이라도 처벌을 받기에 이런 일이 잘 없는데, 당시만 해도 장난 전화가 매우 많았죠)
사건이 크게 알려지자 영이네 집에 30~40대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겁니다.
영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고,
그리고 영이가 개파 인지 고양이파 인지(???????????)묻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합니다.(미친놈 아냐 이거?)
결국 허위로 밝혀진 이 전화의 발신지와 진위 여부,
애완 동물의 소유자 수색 등에 소요된 수사 인력과 비용이 도대체 얼마인지......
그보다 더한 것은 헛된 희망을 품었다가 다시 허물어진 영이 부모님의 까맣게 타버린 심장이었을 겁니다.
(얼마 전에 닥터헬기 술 쳐먹고 장난으로 부신 놈들 생각나네요?? ㅎㅎ???
이런 장난 전화로 인해 소실된 비용 다 청구해서 눈물 좀 쏟게 해줘야 할텐데 말입니다)
법의학의 불완전성 역시 수사 혼선에 일조합니다.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죠.
표 교수님이 책에서 서술하시길, 특히 미드 <과학수사대 CSI>랑 현실은 매우 다르다고...
서울 명문 대학의 법의학 교수들과 국과수 법의관 등 최고의 법의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전기톱으로 사체를 잘랐다는 것이었고, 수사 역량의 상당 부분이 정육점과 공장 등으로 쏠렸지만,
ㄴㅖ.... 범인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해요.
또한 부검 결과 위 내용물에서 실종 당일 점심 식사 내용과 다른 음식물이 나와서
영이가 최소한 실종 후 하루 이상 살아 있었다는 추정이 제기됐었고,
아이 모습이나 소리를 들은 이웃을 찾아다녔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잘못된 추정이었죠.
조금이라도 수사에 보탬이 되고자 전문 법의학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법의학도 완전하지 않다는 아쉬운 현실을 드러낸 사례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과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흉기가 남기는 상처를 입력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이를 3D로 입체화해 현출하며 스캐닝한 현장 사진을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비교 검색함으로서 흉기를 추정하는,
이른바 과학적 시스템의 연구 개발과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그렇다고 합니다)
사체 부검 결과, 목격자인 여관 종업원 심층 면접, 서울 - 경기도 광주 간 시외 버스 CCTV화면 분석 결과 등
새로운 단서들이 확보 되기도 했지만 범인의 윤곽은 뚜렷이 잡히진 않습니다.
이 때, 서울 경찰청 과학수사계에서 작성한
<범죄 심리 분석 보고서>라는 문건 하나가 슬그머니 수사 본부로 전달 됩니다.
1990년대 말에 서울 경찰청이 미국 FBI수준의 범죄 심리 분석을 목표로 선발, 양성하여 배치한
범죄분석관 권형사가 그 동안 연구하고 무수한 범죄자 심층 면담을 실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범인의 특성을 추정해 낸 보고서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공식적인 크리미널 프로파일링(Criminal Profiling) 시도였다고 해요.
(크리미널 프로파일링(Criminal Profiling)이란, 우리 말로 번역하면 대충 "범인상 추정" 정도로 번역됩니당.
범죄 현장에 나타난 특징들을 토대로
범인의 성격이나 심리, 직업, 가정 환경 및 개인적 특성들을 추정해내는 범죄 심리 기법으로 보시면 됩니당)
그 보고서의 중요한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 냉동 물건을 취급한 경력이 있다.
2. 혼자 산다.
3. 실종 현장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위치에 거주한다.
4. 깔끔한 성격으로 집 안이 잘 정돈 되어 있을 것이다.
범행에 사용한 칼 등의 도구 역시 깨끗이 씻어서 제 자리에 정리했을 것이다.
5. 내성적이거나 말주변이 없으며 성과 관련된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6. 친구가 별로 없으며 직장 동료나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7.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쉽게 싫증낸다. 직장 역시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자주 바꿀 것이다.
8. 전과가 있다면 폭력이나 사기 같은 대인 범죄보단 절도 같은 대물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9. 범행 당시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업이 없거나, 있다면 야간 근무나 교대 근무를 했을 것이다.
10. 범행 동기는 성욕이며 '소아기호증'(pedophilia)이 있을 것이다.
이 범죄 심리 분석 보고서가 맞다면,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미스터리가 상당 부분 해소되겠죠?
그리고 용의자의 범위도 급격히 축소돼 범인 검거가 매우 용이해질 거고요.
반대로 틀렸다면, 자칫 수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사건 해결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로 치달을 지도 모르죠.
그래서 수사 본부에선 전례가 없는 범죄 심리 분석 보고서를
완전히 100퍼센트 믿고 수사력을 집중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대요.
하지만 범행 동기가 성욕이라는 점과,
'실종 현장 부근에 거주하며 혼자 사는 직업이 불안정한 자' 라는 점엔 동의합니다.
한편, 50살이 다 되었지만 아직 이파리 4개짜리 경사 계급장을 달고 있던 동부경찰서 형사계 전형사.
숱한 범죄자들을 감방에 보내고도 승진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진급 시험을 준비하는 건 체질에도 안 맞고 시간도 없었던 탓이었습니다.
형사들에게 있어 해결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 어디 있겠냐만,
이번 영이 사건 범인만은 꼭 자기 손으로 잡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막히면 현장으로 다시 가라" 라던 선배 형사들의 충고가 떠올라
영이의 사체가 담긴 배낭이 발견되었던 현장으로 갑니다.
그 곳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영이야, 아저씨가 네 한을 풀어줄게. 네가 본 것을 좀 말해다오" 하며
수 백번, 수 천번을 되뇌었지만, 영이의 영혼이 나타난다든가 하는 극적인 전개는 당연히도 없었죠.
그렇게 오랜 시간을 그 곳에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 수사 본부로 돌아오던 전형사는,
문득 3~4년 전 이웃 성동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 어린이 성추행범을 동료 형사가 잡아 쳐넣은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그 놈이 2~3년 징역형을 받았을 테니 지금쯤 출소할 때도 됐고,
이 곳으로 전입해 온 지 얼마 안됐다면 경찰 자료상 주소지는 다른 곳으로 돼 있을 거란 생각에
다음 날 동사무소가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30~40대 남성 단독 세대 120여명의 명단과 사진을 입수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과 조회를 하니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가 4명 나왔고,
이들은 경찰청에서 내려준 주요 용의자 35명 명단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유독 전형사의 눈길을 잡아 끄는 사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용의자의 거주지는 집주인 말고는 있는지도 모르는 지하 쪽방이었습니다.
출입구가 마치 안 쓰는 창문처럼 벽에 붙어 있어서 그 동안 탐문 수사를 하던 형사들이 못 보고 그냥 지나쳤던 거죠.
전형사 일행이 집주인과 동장, 이웃 주민의 동의와 승낙을 얻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둠침침한 지하 쪽방이 보입니다.
얼마나 집을 오래 비워둔건지 냉기가 가득 찬 방안은 의외로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어
혹시 헛짚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뜨든)
전형사의 눈에 S사의 B냉장고가 눈에 띕니다.(소오오름)
그 때 마침 후배 형사의 외침도 들려옵니다.
"선배님, 이쪽 벽면에 핏자국 같은 얼룩이 보이는데요!!"
냉장고의 냉동실에서도 혈흔이 눈에 띄고 방 한구석에 개켜놓은 이불에서도 혈흔이 발견됩니다.
(냉동고 안의 1.5cm 간격의 혈흔)
곧 출동한 서울경찰청 과학 수사 요원들이 정밀 감식한 결과,
방안에 있던 낚시용 가방에서 어린아이의 멜빵이 발견됐고,
냉장고와 벽 사이 공간에선 사체를 쌌던 것과 똑같은 검은 비닐 봉지 다발이 나옵니다.
부엌에는 톱과 칼, 도마 등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는데 모두 범행에 사용된 도구라는 게 밝혀졌죠.
영이의 부모님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도 영이의 멜빵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줍니다.
전형사는 그때, 영이가 범인과 범행 장소를 알려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해요.(ㅠㅠㅠㅠㅠ)
이미 잠적한 용의자를 검거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이놈의 가족 등 연고가 있는 곳에 형사대를 급파했으나 연락이나 왕래 흔적이 없었습니다.
실마리는 2차로 영이의 둔부를 유기한 곳인 경기도 광주에서 풀립니다.
용의자가 한달 전에 그만둔 직장이 광주에 있고, 사체를 유기한 날 밀린 월급을 받아간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월급으로 지급된 수표 추적과 신용카드 사용지 추적 등을 통해
서울 하월곡동이 용의자의 은신처임을 알아냅니다.
그렇게 영이가 실종된 지 딱 20일이 되던 날인 5월 29일 오후 5시.
형사대는 여관에 숨어 있던 용의자 최인구를 급습해 체포합니다.
체포된 최인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특성과 범행 방법들은
서울경찰청 <범죄 심리 분석 보고서>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1961년생으로 당시 40살이던 최인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살때 무작정 상경해,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공사 현장과 생산 현장을 전전하며 근근히 살아왔다고 합니다.
특히 생선 장사 경험이
사체 냉동 보관과 절단 및 검은 비닐 봉지 사용 방법을 습득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인구는 1980년 공장에서 일하다 왼쪽 손가락 2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데,
이후로 대인 관계, 특히 이성 관계에 자신감을 잃어 점점 외톨이가 됩니다.
삶의 희망이나 취미도 없이 술과 여자를 통해 모든 욕망을 해소하려 했고,
돈이 생기면 술을 마시고 사창가를 찾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최인구.
그러나, 사창가를 드나들어 봤자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따듯함이나 교감, 친근감 등을 느끼지도 못할 뿐더러
지가 상상한대로 마음껏 즐기지도 못하자,
오히려 욕구 불만만 강해져서 다른 대상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사창가 여자들처럼 닳고 닳지도 않은 새로운 대상은?
ㄴㅖ..... 바로 여자아이였습니다.
(여러분, 다 함께 돌을 던집시다)
1997년 12월 20일, 거리는 한창 연말 연시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TV에선 연인을 찾아나서라고 부추기던 그 때,
최인구는 서울 황학동에서 여관을 찾아들었고
혼자 노는 5살 짜리 여자아이를 성추행하다 붙잡혀 경찰에 넘겨집니다.
2년 6개월의 옥살이를 마치고 2000년 6월 다시 사회로 나와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던 중에
또 다시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거였죠.
사건 발생 당시 정신없이 쏟아지던 온갖 추정들이 무색할 정도로 범인은 너무나도 평범했고,
원한이나 사회에 대한 경고 메시지 따위는 이 사건과 당연히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당시 온갖 기사 쏟아내던 매체들 보고 있니? 추측은 전문가한테 맡기고 짜져 쯧)
검거된 최인구는 비교적 순순히 조사에 응했다고 합니다.
다만 대개의 범죄자가 그렇듯
남에게 드러내기 싫은 구체적인 행동과 숨은 동기에 대해선 계속 구라를 쳐댑니다.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분다)
돈 500만원을 요구하려고 했지만 일찍 죽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으며
성추행은 안했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는 최인구.
하지만 뒤늦게 국과수 부검 결과 사체의 생식기와 항문 두 곳 모두에서
정액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수사팀.
모두들 성추행은 안했다던 최인구의 진술을 믿었지만,
고작 4살짜리 아이를 상대로 행해진 변태적인 범행에 수사팀은 충격에 빠집니다.
당시 담당 형사는 최인구에게 국과수 감정 결과를 들이밀며 성폭행 부분에 대해 다시 조사를 합니다.
그러자
"그.. 그게 여...여러번 시도는 했는데 애가 너무 어려서... 애가 소릴 지르면서 울어대니 겁이나서 그만..."
이라며 성폭행을 인정한 최인구.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구라치다 걸리면 손가락 2개가 아니라 거시기 날아간다 이 자시가)
담당 형사의 말에 따르면 그때 수사팀 전체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범행 전날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명과 밤새 술을 마시고 느지막히 일어난 최인구는,
5월 10일 오후 5시경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집 앞 뚝방길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한 30분쯤 있었을까.
4살쯤 되는 여자애가 혼자 노는 모습이 눈에 띄어 다가가 말을 붙여봤고,
같이 놀아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자 아이가 경계심을 푸는 것이 느껴져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바로 내려다 보이는 슈퍼마켓까지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린 아이의 손을 잡고 누가 볼세라 서두르며
50여 미터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아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울면서 저항했고, 다급한 김에 수면제를 물에 타 먹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대요.
누가 울음소리를 들을까 겁나서 아이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조르며 넘어뜨렸는데,
그만 아이 입에서 거품이 나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옆에 있던 화장지를 마구 뜯어
아이의 입과 코를 막고 성추행을 한 최인구.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깨어나지 않자 사망한 것을 확인했고,
아이를 그대로 놔둔 채 문을 잠그고 도망쳐나와 노숙을 하며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튿날 아침,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데 차도 없고
죽은 아이를 들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길 엄두가 안나자
언젠가 TV에서 본 대로 사체를 토막 낸 다음 여러 번에 나눠 버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동네 가게에서 검은 비닐 봉지 한 묶음을 사들고 돌아와 부엌칼로 사체 일부를 절단 했는데,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힘이 너무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잘린 부분은 냉장실에, 아직 안 잘린 부분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시 집을 나왔다가
이틀 만에 돌아와서 얼어붙은 사체를 톱으로 절단합니다.
이것은 사건 초기에 수사진이 전기톱을 사용했을 거라고 오해했던 이유가 되었죠.
가능한 한 멀리 나가 배낭을 버릴 생각이었지만 등 뒤의 차가운 기운이 너무 기분 나빴고,(난 니가 더 기분나쁨)
누군가가 계속 쳐다보고 있는 느낌에 두려움에 떨려 멀리 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빈 골목길이 보이기에 얼른 배낭을 내려놓고 누가 볼세라 줄행랑을 친 거죠.
밤새 전철역을 전전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사람들이 사체가 발견된 얘기를 하며
형사들이 집집마다 수색한다는 소리를 주워듣고는 다시 도망쳐버린 최인구.
이틀 후인 21일 새벽 5시에 집으로 몰래 돌아와 남은 사체와 아이 옷가지를 가방에 넣고,
피묻은 화장지와 걸레 등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집을 나섰습니다.
쓰레기 봉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길가 쓰레기통에 넣고 택시를 잡아 동서울 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경기도 광주의 공장으로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간 거죠.
그 후 아침 7시에 광주에 도착해, 그 동안 몇 번 이용했던 K장 여관을 찾아
뒷문으로 들어가서 조심스레 객실마다 문을 열어보며 빈 방을 찾습니다.
어떻게 할까 잠깐 망설인 끝에 화장실 변기 물통 뚜껑을 들어올려 사체 일부가 든 비닐 봉지를 쑤셔넣고,
영이의 바지와 셔츠는 침대를 들어올리고 밀어넣습니다. 절대로 발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대요.
흔적이 남지 않도록 뒷마무리를 하고 방을 나서려는데 그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들어오자,
잠시 쉬러 왔다고 둘러대곤 돈 만원을 쥐어준 다음 도망치듯 빠져나온 겁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비겁한 겁쟁이 범죄자가 들키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애쓴 행동들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일부 언론에서 주장한 지능범의 대담한 과시성 행동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죠.
다만 아동 성추행범이 아동 살해범으로 발전하는 등 범행의 악의성이 증폭된 점,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어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점, 뚜렷한 동기 없이 심리적 문제로 인해 살해한 점,
또 잡히지 않으려고 증거 인멸에 무진 애를 썼으면서도
굳이 피해자의 멜빵은 낚시 가방에 넣어 보관한 점(전리품처럼 보관한 거겠죠...? 소름끼친다) 등을 감안하면
최인구는 아마도 경찰에 검거되지 않았다면 사회의 이목을 피해 숨어지내며
제 2, 제 3의 피해자를 찾아 범행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이 되었을 게 확실하다고
표교수님이 책에서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그렇게 됐다면 범행을 거듭할수록 더욱 대담해지고, 범행 수법도 발달했겠죠?
결국 치밀하고 과학적이며 열과 성을 다한 경찰의 수사가 연쇄살인을 막은 셈입니다.
2001년 10월 19일. 서울 동부 지법에서 최인구는 사형을 선고받습니다.(너무도 당연한 결과임)
하.지.만.(뜨든)
사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이 낯짝 두꺼운 셰킹.
2002년 1월 30일 서울 고등 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습니다.
(그걸 또 감형시켜주고 앉았....... 하.......
ㄴㅖ.. 뭐 어차피 사형 받아봐야 집행도 안할 거 무기징역 받나 사형 받나 별로 중요하진 않은데,
제발 거기서 더 감형시키거나 하지만 말아줬으면 ㅡㅡ)
이렇듯 오랜만에 돌아온 글에서 결국, 마지막에 고구마를 먹이고 마는 잔인한 스띠치어흥.
아니 근데 글 적다 보니까 뭐가 이렇게 길어졌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히 조금 줄이려고 한것 같은데 분량 조절 실패한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뭐죠?ㅜㅜ?ㅋㅋㅋㅋㅋㅋ
뭔가 꺼림칙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또 조만간 돌아오겠슈미당. 혹찌니 여러분 연말 따숩게 잘 보내셔여♡
+ 흙.... 찌니님들 일단 사과 드리겠습니당 ㅠㅠ
돌을 던져요 라고 드립을 쳤던 부분에서 사용한 짤이 논란이 된것 같은데요...
제가 구글링을 하면서 짤줍을 하는 편이라 해당 짤의 기사는 보지 못하고 가져왔네요 ㅠㅠ
짤 사용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당... 해당 짤은 지웠어요..ㅠ
앞으로도 잘못된 짤 사용이 보이면 바로바로 얘기해주세영!! 확인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당 ㅠㅠ
출처-엽혹진 스티치쨔응&한국의 연쇄살인(저자 표창원)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저런 사람이 나중에 풀려나면 오히려 숨겨진게 더 터질거 같은데 정말 이해 불가능합니다.. 너무 잔인하네요ㅡㅡ
너무 화나요....
욕욕욕 읽는 내내 욕이 나와서 혼났네요. 저런 놈들은 사회에서 빨리 없어져야 답인데...
스티치짜응님! 오늘도 글 잘 읽었어요~! 연말 잘 보내세요!!!
휴 오늘도 끝없는 또롸이들 스토리는 계속되는군요...ㅠㅠㅜㅜㅜ 이번 글도 너무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닼ㅋㅋㅋ 필력이 갈수록 훌륭해지시네욬ㅋㅋㅋㅋ 짜증나고 더러운 범인놈때문에 글을 읽기 싫어지다가도 적절한 코멘트와 짤때문에 빵 터져가며 어느새 끝까지 읽었어요ㅋㅋㅋㅋㅋ 항상 좋은 게시물 올려쥬셔서 감사합니당;)
오늘 이놈은 정말... 말 그대로 개놈이었는데 그나마 제 말투로 환기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ㅜ
예전에 저는, 이 한국의 연쇄살인 책 처음 읽었을땐 멘붕이 왔어요. 왜냐면 이놈 셰이킹 얘기가 책 첫사건으로 다뤄졌거든요.
덕분에 이 자식 얘기 다 읽고 한참 분노를 다스리고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당ㅠ
찌니님도 늘 제글 재밌게 봐주시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당!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길 :)
제발 함무라비 법전대로 합시다. 똑같이 16조각 내고 싶다 진짜
예전에 봐서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봐도 또 열받네요 으으으 4살짜리 애기를 ㅠㅠ 미친놈
다른 곳에서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잔인하고 소름돋는 사건을 얘기하시면서 중간중간 유머스럽게 적힌 부분들이 소름돋아요.. 글쓴 분의 말투를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중간중간 제가 웃긴글을 읽고있는건가했어요. 사건의 전개가 진행되는 동안의 사족이나 이미지가 안들어갔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피해자 얘길 할땐 가급적 유머성 서술을 피하고 있습니다. 사족이나 이미지가 없는 글은 제 글도 아닐 뿐더러 책 내용을 그대로 베껴 적는건데, 그걸 원하시나요?
그전에도 찌니님같이 의견을 주신분들이 두어분 계셨는데.. 소름돋는다고까지 하시니 이제 글을 그만 써야하나 심각하게 고민되네요.
이런 잔인한 살인도 있었구나하고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중간에 글의 흐름을 이어가는 부분에선 가벼워보일 수 있는 멘트나 이미지가 과연 맞는건가 싶었어요. 내용이 시작하기 전과 후의 내용은 글쓴 분의 의견이 들어가도 상관없으나 글 중간에 가볍게 보이는(?) 느낌의 내용이 글을 읽는 제게는 좀 부정적으로 다가오네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의견도 나오는구나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2.30 15: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2.30 16:06
오늘도 역시 감사히 잘봤습니다. 그.런.데 저 놈은 뭔 낯짝으로 사형을 못 받아들인다는건지 화가나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건강 충전하시구 또 뵈요~ 제~~발~
아..미친놈.. 진짜 소아성애는 취향존중도 안되는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미친놈들아ㅜㅜㅜ 그 애기한테 무슨짓이야.. 아이 오빠랑 부모님은 평생 얼마나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갈지 맘아프네요.. 잘읽었습니다 지니님~
아놔,,,,,,저 여관 주인도 발암이구료,,,,,,아놔~~~~ 범인은 오래오래 살아서 고혈압 및 당뇨합병증 및 심장질환 기타등등으로 개고생해랏!!!!!!!!!!!!!!!!!!!!!!!!!!!
(못 볼글이여서 새글인줄 알았더니 베스트에 올라온 글이었다 ㅋㅋㅋ;;;;;)
글 진짜 담백하게 잘 쓰셔서 솔솔 읽혔지만 ㅠㅠㅠ저 뭣같은 남정네 고추절단 필요합니다 어우우유ㅠㅠㅠ엉엉 ㅠㅠㅠㅠ범인 말 믿으면안되네요ㅜㅜㅜㅜ안했다며 머저리놈아 ㅠㅠㅠ아가야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