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아시나요?
멀고도 아주 먼 옛날 할머니 어머니의 숨결이 묻어있는 북
남루한 사랑채 작은방에 베틀을 놓고 옷감을 짜든 모습이
어렴풋이 난다
낮에는 논밭에서 땀 흘리고 밤이나 여가시간에 베를 짜며
가족들의 의복 마련에 잠 못 이룬 서글픈 사연이 숨겨진 북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진 그때 그 시절의 북은
어느 작은 창고에서 무용지물 되어 먼지투성이로 있다가
1992년 여름에 나의 품으로 돌아와 애장품으로 대접을 받다가
이삿짐에 실려 대구로 아들딸의 자취방으로 보내졌는데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후 외손자 초등 입학 축하하러 갔다가
딸 집 베란다 창고에서 울고 있네
푸대접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나의 곁으로 가자며 정중히 모시고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요모조모를 살피니 그 당시에 나의 흔적이 있다
壬申季夏 揆 (1992년 여름에 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