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세상 / 人山 김만옥
세상을 향해 욕하며 살아야 한다면
왠지 쓸쓸해집니다.
일상을 살면서 힘겹게 아우성을 쳐보지만
누가 색깔 없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나요
처음부터 욕을 잘한 건 아니었지요
세상과 섞이면서 또 부딪히면서
아픔이 쌓이고 억울함이 불어나고
힘없어 흘렸던 눈물들이
춥고 외로웠던 밤을 자꾸만 적시다 보니
다다른 막다른 골목이 욕이었지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세상을 싸잡아서 한바탕 신나게 퍼붓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바보처럼
마지막엔 자신을 욕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에게 욕하는 것도 정말 잘못인가요?
세월 지나 언젠가 아무에게도
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기쁜 날이 온다면
즐겁게 여행을 떠나자고 졸라 될 겁니다
그때는 당신 어떤 이유로도 거절하지 말아요
그제 서야 당신과 더불어 신나게
살맛나는 세상을 일구며 살고 싶으니까요
욕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
그건 곧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얼마를 기다려서라도 그리만 된다면
비록 욕하며 살았던 지난세월들이지만
억울하다거나 쓸쓸하지 않다 여겨질 것입니다.
시인 / 수필가 / 시조시인 / 아동문학가
부산불교문인협회 사무국장
부산솔잎시조문학회 회장
주간 한국문학신문 기자
관세사(부산경남지역 본부세관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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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원고 모음
6월호 원고 -욕하는 세상
人山 김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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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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