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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당시부터 일찌감치 떠돌던 [숲속으로]의 마녀로 분장한 메릴 스트립의 스틸 사진을 봤을 때 또 한번 그녀가 보여줄 근사한 연기 변신과 그를 통해 받게 될 쾌감에 기대감이 컸고 궁금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국내 개봉 첫 주에 일찌감치 챙겨 봤죠. 저에겐 국내에서 작년 연말 개봉한 확대 개봉작들 중 가장 주목되는 작품이 [숲속으로]였습니다. 저에겐 친숙한 장르의 뮤지컬 영화라서 더 궁금했어요. 지난 연말에는 연달아 관람한 연말 한국영화들의 앙상한 골격에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외화를 통해 심드렁해진 기분이 채워지길 바랐죠. 그런 기능을 구체적으로 [숲속으로]가 해준다면 더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숲속으로]는 오랜만에 보는 규모 있는 뮤지컬 영화였으니까요.
디즈니의 실사판 동화 변주 능력은 대부분 양호했기 때문에 [숲속으로]도 감독이나 스티븐 손드하임보단 디즈니에 대한 신뢰로 기대가 됐고 성공하기를 응원했어요. 기대이하였던 [말레피센트]도 영상 감각 하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개봉한지 한 달이 되가는 현 시점에서 [숲속으로]는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순항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참패했고 북미를 제외한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은 형편없지만 자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개봉 첫 주부터 쾌조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시카고]를 성공시키고 [나인]으로 뮤지컬 영화 감독으로서의 체면을 있는대로 구겼던 롭 마샬은 [숲속으로]의 성공으로 명예회복을 이루었습니다.
[숲속으로]는 평단에서도 반응이 좋았죠. 뮤지컬 장르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혀 있었던 자국에서 좀 더 후한 평가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것같습니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고 영화 상영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들이 속출했던거에 비하면 미국에선 흥행에도 성공하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작품상 후보까지 올랐죠. 이번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메릴 스트립은 또 배우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무려 19번째 후보 경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메릴 스트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연기로 총 13번 후보 지명으로 오스카 후보 지명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캐서린 헵번의 기록을 깬 200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역대 최고 기록의 갱신을 수시로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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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요소로만 가득찬 영화가 [숲속으로]였습니다. 한글제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초 원제인 [인투 더 우즈]로 곧잘 소개되던 영화라서 숱한 외화들이 으례 그러하듯 이 작품도 원제대로 개봉할 줄 알았는데 예상을 깨고 직역제로 개봉을 하게 됐죠. 국내 배급사가 연말 겨울 방학기간에 전 연령층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디즈니 가족 영화로 작품의 홍보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드물게 직역제로 들어오게 된것같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국내 관객들은 이 작품을 전 연령층이 부담스러워하는 작품으로 철처히 외면당하고 말았죠.
개봉 첫 주 최대 356개관까지 확대 개봉했던 이 작품이 국내 개봉관에서 모은 총 관객수는 고작 341,882명 뿐입니다. 개봉 한달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하락률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봉 3주만에 북미 1먹불을 돌파한 자국에서의 성공과 대조적이죠. 그러나 비단 국내에서만 찬밥 신세로 나가 떨어진건 아닙니다. 북미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도 거의 힘을 못 쓴 작품이 [숲속으로]이죠. 북미에선 1억 2천만불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 반해 월드 박스오피스는 1억 5천만불을 넘어서지도 못했거든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남을 [아메리칸 스나이퍼]처럼 [숲속으로]도 2014년에 미국에서 대규모로 개봉한 완벽한 형태의 내수용으로 남을것같네요. 우리에겐 [국제시장]이 그런것처럼 자국민들 외에는 사랑 받기 힘든 영화가 애석하게도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영화 [숲속으로]에도 해당 사항이 되고 말았습니다.
[숲속으로]는 국내에서 완성된 결과물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입니다. 수입사가 방학 기간인 연말 성탄 연휴 기간에 개봉하는 디즈니 외화임을 의식해서 아무 생각없이 전체 관람가 등급을 매겨준것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영진위 등급심사위원들이 졸면서 등급을 매긴게 분명해요. 아무리 봐도 이 작품은 12세 관람가를 받는게 적당해 보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 정도 수위의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2014년 여름에 개봉했던 디즈니의 [말레피센트]도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었죠. [숲속으로]도 12세 관람가가 적당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도 PG등급을 받은 영화였어요. 일례로 이 작품에선 신데렐라 언니들이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구두를 억지로 신기 위해서 그림형제 원작의 묘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 앞,뒤꿈치를 잘라냈다가 언니 한명은 구두 밑으로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게 목격돼 덜미가 잡히고 또 다른 언니 한명은 뒤꿈치 잘라낸 고통으로 문 앞에서 고꾸라져 왕자의 간택에서 탈락한다는 부분이 결정적인 장면에서 아무렇지 표현되고 있죠. 그런데도 용케도 전체관람가를 받았어요. 뮤지컬로 비튼 동화 각색물의 성격이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들을 떠올리게 해서 등급 기준이 무뎌진건지 어울리지 않게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아서 건전하고 발랄한 동화 변주물을 기대하고 찾은 애들 관객이나 애들 보호자들은 많이 당황할것같더군요. 영등위의 이상한 등급 기준 때문에 낚인 가족 관객들이 적지 않았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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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드하임이 작곡했고 1986년 첫 공개, 1987년도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던 동명 무대극을 각색한 영화는 [스위니 토드]보단 스티븐 손드하임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지만 롭 마샬이 망친 [나인]만큼이나 구성이나 전개가 지루하고 연출력이 부족한 롭 마샬의 뮤지컬 영화 복귀작이었습니다. 헐리우드 관계자들은 제발이지 롭 마샬에게서 뮤지컬 영화 연출의 감각이 있다고 신뢰하는 짓은 이제 더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인]은 기록에 남을 수준으로 망했지만 [숲속으로]는 주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공했으니 롭 마샬에 거는 믿음은 굳건해지겠지만 뮤지컬 영화 연출엔 여전히 서툴다는건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할건 인정하자고요.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뮤지컬 장면 연출의 감각은 무대극에서 발휘 됐을 때 빛나는것이지 영화용은 아니에요.
작품이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줄수도 있고 예상과 달리 나올 가능성도 염두해둬야 하는것이지만 [숲속으로]는 그 온도차가 너무 커서 당황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숲속으로]는 기대이하로 별로인걸 넘어 너무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골든글러브 작품상 후보에 올랐길래 그래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갖추고 있을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았어요. 기술적으로나 각색 방향으로나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 등 구석구석 성의있는 자세로 참여한 흔적은 보여서 노력상의 의미로 골든글러브 작품상 후보에 오른게 아닐까 싶네요.
롭 마샬이 이미 [나인]과 [게이샤의 추억]으로 화끈하게 말아먹은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전 이 영화가 디즈니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각색물이길 바랐습니다. 안타깝게도 디즈니의 영화처럼 보이는 외양과 달리 영화 연출력이 여전히 부족한 롭 마샬의 뮤지컬 영화였어요. 롭 마샬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걸까요? 디즈니는 [낯선 조류]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공을 [숲속으로]의 연출을 맡김으로써 보답해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롭 마샬은 무대 감각은 뛰어난데 반해 뮤지컬 영화 연출력은 정말 아니올시다에요. 데뷔작인 [시카고]는 어쩌다 얻어 걸린 뮤지컬 각색물일 뿐이란걸 [나인]에 이어 [숲속으로]를 보면서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어요. [시카고]도 원작 뮤지컬에 비하면 상당히 하자가 많은 작품이죠. 아무리 영화로 옮겨진 무대 각색물이다 하더라도 롭 마샬 표 무대 각색물은 넘버들을 너무 많이 누락시키고 구성도 너무 헤집어 놔서 이건 뭐 각색이 아니라 훼손 수준입니다. [숲속으로]같은 경우는 [시카고]나 [나인]과 달리 영상으로 옮겼을 때 무대 공간에서 벌어지는 제한된 동선의 제약을 덜 받고 있는 작품이라 제한된 무대 공간을 넘어서지 못하는 롭 마샬의 갑갑한 뮤지컬 세계관을 넘어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롭 마샬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각색물에 접근하는 태도는 발전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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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숲속으로]에서 대부분의 중요한 장면들은 숲속으로 들어간 배역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노래 한 소절을 거의 다 부르는 식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아무리 영화 기술력을 동반한다 해도 실황물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처럼 라이브 녹음을 원칙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이렇게 얼굴 중심으로 노래 한 소절을 다 부르는걸 있는 그대로 보여줄 필요는 없죠. 이건 무대극 실황물이 아니라 영화 각색물이니 공간 연출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슾속으로]엔 그게 없습니다. 롭 마샬의 뮤지컬 장면 연출은 주인공의 상상 혹은 망상이란 아이디어 하나를 믿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을 그대로 담아냈던것에서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주인공의 망상 설정만 없을 뿐 [숲속으로]에서도 배우들은 무대극에서처럼 정해진 공간 내에서 각 넘버들을 소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무대극보다 더 갑갑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숲속으로]보다도 못했던 [스위니 토드]를 봤을 때도 느낀바지만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영상화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것같습니다. 간편하게 연출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고 그냥 스티븐 손드하임 작품들이 영화와는 안 맞는게 아닐까 싶어요.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곡들이 실험적인 구석도 많고 귀에 착착 감기는것도 아니지만 실제로 무대극으로 접했을 때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장점이 크죠. 그런데 이러한 장점마저도 영화로 옮겨지면 대부분 뭉게져서 단조롭고 지루한 곡조만 되풀이 되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숲속으로]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죄다 출중해서 견디기 고역이었던 [스위니 토드]보단 사운드트랙의 가치가 몇 배 살아나서 다행입니다. 그게 이 작품 최대 장점이기도 하고요. 캐스팅은 각 배역에 적절하며 배우들은 뮤지컬 장르에 전혀 겉도는것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있습니다. 왕자 형제가 자기도취에 빠져 계곡을 사이에 두고 열창하는 장면은 동화 비틀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모든 장면과 신데렐라 역의 안나 켄드릭도 뮤지컬 장면에선 입체적으로 살아있죠. 그러나 뮤지컬 넘버의 매력은 영상으로 넘어오면서 많이 약해져서 사운드트랙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더군요.
[숲속으로]는 이것저것 여러 동화의 배역과 이야기가 섞인 구성이 너무 난잡하며 무대극의 2막에 해당되는 부분이 너무 긴 사족처럼 느껴져서 중반 이후엔 몰입이 잘 안 되는 작품입니다. 2막에 해당 되는 부분은 관객을 지치게 만듭니다. 작가나 작곡가가 이야기과 배역에 공들인건 2막인데 1막과 2막의 연결점이 어색하고 장황한 에필로그처럼 변질돼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것처럼 만들어 버렸죠. 원작과 별개로 분리해서 생각해 봤을 때 좀 뻔하긴 해도 신데렐라의 결혼 부분에서 극을 끝냈다면 더 좋았을것같아요. 어차피 원작 무대극이나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을 충실히 옮기는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작품이니까요.
원작 동화의 설정과 배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역시 디즈니다, 싶은 부분은 있었습니다. 동화 변주물들을 보면 동화 비틀기에 골몰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숲속으로]는 이 방면에 있어 도사인 디즈니 작품이라 그런지 비틀기 중심이 아닌 원작에 대한 예의가 느껴져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배우들의 배역 매치와 노래 실력이 매력적이었죠. 메릴 스트립은 말할것도 없고 기대도 안 했던 크리스 파인도 괜찮았습니다. 무대극처럼 사람이 늑대 설정을 하고 인간 모습 거의 그대로 나온 조니 뎁은 왜 나왔는지 모를만큼 출연 분량이 하찮아서 굳이 이렇게 할거면 차라리 늑대는 CG처리해서 진짜 늑대로 표현하는게 낫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니 뎁은 다 합쳐서 한 5분 나왔으려나요? 어차피 영상물인데 사람이 거의 사람 모습 그대로 하고 늑대 연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제작비가 생각보다 적게 들었더라고요. CG도 많이 사용했고 규모도 제법 있는데다 호화 출연진의 디즈니 뮤지컬 작품이라 못해도 8천만불은 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5천만불 예산으로 저렴하게 제작했습니다. 배우들과 국내에서 공연된적 없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음악을 듣는다는 신선함, 그리고 디즈니의 노련한 장인 정신으로 기본 이상은 해낸 깔끔한 화면 때깔은 볼만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추후에 2차 시장에서 한번 이상은 더 보게 될것같군요. 그리고 비록 국내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영화 덕에 작품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니 이 참에 무대극의 라이센스도 속전속결로 진행돼서 적절한 캐스팅의 한국어판 무대극으로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근데 골든글러브 작품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건 이해가 되는데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상 후보에 오른건 이해불가에요. 딱히 주연이 있는 작품도 아니었고 에밀리 블런트의 분량이나 비중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으며 연기가 특출났던것도 아닌데 주연상 후보에 오르다니 의아할 따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