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연 - A Good Boy
[나재민] 러브오피스112
7
1.
[인사팀 주임 이동혁]
C..............
누나 나 큰일났어
[감사팀 대리 장여주]
왜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인사팀 주임 이동혁]
어....
바지 터짐...
[감사팀 대리 장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사팀 주임 이동혁]
반짇고리.....없지?
[감사팀 대리 장여주]
ㅇㅇ 당근
아
근데 재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유난히 동혁은 가만히 앉아있기를 힘들어했다. 화장실을 가는 그 움직임이 회사에서는 제일 기쁘다며 1L 텀블러를 사서 담아 마시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책상 밑으로 다리를 숨겨 스트레칭을 하거나, 점심시간에 회사 뒤 산책로나 공터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다보니 바지가 자주 찢어졌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누르고 파티션 너머로 재민을 쳐다봤다. 뚫어져라 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재민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시선이 마주 닿았다. 동혁의 찢어진 바지를 생각하니까 광대가 뽈록거렸다.
"대리님 왜요?"
"아. 재민아 혹시 반짇고리 있어? 동혁이 바지..."
"주임님 바지 또 찢어지셨대요?"
"헐. 너도 알아? 동혁이 프로 찢음러인 거..."
"지난번에 회사 축구 하다가도 찢어져서...제가 꿰매 드렸어요."
"진짜?"
아예 책상에 고개를 묻고 웃었다. 눈물이 날정도로 꺽꺽 웃었다. 지난번에 태리언니랑 기주언니랑 밥 먹으러 갈 때도 새로 배운 스트레칭을 알려준다며 촐싹대다가 바지를 찢어먹었고, 월례조회 전에 늦었다고 뛰어오다가 바지 찢어먹었다.
"이따 주임님이랑 점심 같이 하기로 했으니까 반짇고리 챙겨둘게요."
재민은 서랍을 열었다.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사무용품사이로 반짇고리세트를 챙겨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그 모습이 왠지...
"재민아..."
"네?"
너무 잘 어울렸다.
2.
점심시간에 만난 동혁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위에는 단정한 흰 반팔셔츠인데, 밑에는 회사 축구 유니폼이었다. 재민도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아예 고개를 돌려서 웃었다.
"웃지 마. 찢어진 바지 입고 다닐 수는 없잖아..."
이럴 때일수록 더 당당해야한다며 어깨를 한껏 펼치고 다니는 동혁이었다. 그런 모습에 재민과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사장님! 여기! 육개장 세 개랑 만두세트 하나요!"
동혁은 식당에서도 한껏 목소리 볼륨을 높였다. 재민과 나는 아예 얼굴을 테이블에 묻고는 꺽꺽댔다. 동혁의 얼굴대신 우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형. 아니 주임님... 바지 챙겨오셨어요?"
"어. 맞아...매번 고마워."
동혁은 아까부터 손에 쥐고 있던 쇼핑백을 재민에게 건넸다. 쇼핑백 안에 든 바지를 꺼내 유심히 보던 재민은 빠른 손길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바늘에 실을 끼우는 속도하며, 바지를 뒤집어서 터진 부분을 빠르게 꿰매는 손놀림하며 여간 대단한 게 아니었다.
"와..그때 재민이가 대충 꿰매줬다던 바지도 아직도 한 번도 안 터졌어."
"그래요?"
재민은 집중하는 듯 미간을 좁혔다.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동작으로 순식간에 바지가 멀쩡해졌다. 동혁은 받아들더니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굴었다. 바지를 갈아입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바느질 왜 이렇게 잘해?"
"그냥,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그럼 요리도?"
"그냥... 누구 대접해줄 수는 있을 정도?"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모습이 멋있어보였다. 나는 어땠더라 생각해보면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다. 학교 다닐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전부 낙제 점수에, 미술시간마다 실기 꼴찌를 면치 못했던 과거가 생각났다. 인간은 본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
3.
육개장을 먹고 왔더니 든든하게 찬 배가 졸음을 불러일으켰다. 가뜩이나 오후에는 업무도 없어서 턱을 괴고는 웹툰을 보다가 이내 꾸벅꾸벅 졸았다.
"...아!"
"졸리시죠?"
갑자기 닿아오는 차가운 느낌에 잠이 확 달아났다. 재민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 앞으로 밀었다. 정말 적재적소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노를 쭉 빨아 마시고는 기지개를 켰다. 서랍에 있는 초콜릿을 꺼내 재민의 손에 한 아름 쥐여 줬다.
"단거 좋아해?"
"싫어하지는 않아요."
달콤한 초콜릿과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입안에서 뒹굴었다. 잠이 좀 달아나는 것 같았다. 허리가 뻐근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문득 생리주기가 다 왔다는 걸 생각해냈다. 그렇게 일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하고, 단 게 땡기고, 뼈마디가 뻑적지근한 게 딱 생리 전 증후군이었다. 주기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 분명 내일이 맞을 것이다. 급속도로 우울함이 찾아왔다. 분명 오늘 새벽부터 생리통이 시작될 텐데, 우울함이 밀려왔다. 결재창을 켜서 보건휴가 결재를 썼다.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터는 꼭 첫째 날에 연차나 보건휴가를 써야했다.
신입 때 멋모를 패기로 출근하다가 지하철역에서 경련이 와서 쓰러졌다. 핑하고 머리가 돌면서 지하철 개찰구 봉에 머리를 맞아 가벼운 뇌진탕까지 걸렸었다. 그 이후로는 절대 모험을 하지 않았다.
"내일 쉬시게요?"
"응...내일은 나 출근 못하는 날이야."
"아..."
"나 없이도 워낙 잘하면서 뭐."
"그래도요..."
재민은 내 모니터를 빤히 보더니 물었다. 하긴, 재민의 마음도 이해했다. 부장님과 차장님이 자리에 앉아계시는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없으면 하루 종일 재민은 팀에 혼자 남는 것이다. 옆팀이랑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칸막이로 쳐져있어서 철저히 고립된 채로 있어야 했다.
4.
퇴근 후 맥주한잔 하자는 재민과 동혁의 제의를 사양하고 집으로 향했다. 회사에 있을 때보다 허리통증이 심해졌다. 새벽에 분명 깊게 자지 못하게 깰 것이 분명했다. 오버나이트를 차고 탁센도 두 알이나 먹었다. 작은 전기장판을 꺼내 허리와 배를 덮었다. 지난 한 달간의 과음과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은 것을 후회했다. 어차피 출산도 하지 않을 건데 왜 무겁게 자궁을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의문이었다.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통증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러면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 지옥일게 분명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머리를 덜 말린 채로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다.
다행히 중간 중간 배앓이를 하긴 했지만 죽을 만큼 아파서 깨지는 않았다. 진통제를 먹고 배에 전기장판이 뜨끈하게 버텨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목요일 오전이라 교회나 절에서 와서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절대 열어주지 않았다. 자리에 일어나기도 힘들었고, 한번 대꾸해주면 더 길어지는 이들인걸 알기에 집에 없는 척 했다. 하루 종일 이불에서 뒹굴고 충전기와 한 몸이 됐다.
생리대를 바꾸려고 욕실에 갔을 때 깨달았다. 어제 퇴근길에 생리대를 사온다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그냥 와버렸다는 것을.
"아...어떡해."
욕이 절로 나왔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가디건을 입고는 편의점으로 엉거주춤 향했다. 움직일 때마다 굴을 낳는 기분이 더러웠다. 심지어 계속 쓰던 회사의 생리대가 품절이어서 아무거나 집어 와야 했다. 생리날이면 항상 이렇게 불운했다. 계산을 마치고 집 언덕을 올라갔다. 높지도 않은 언덕이 오늘따라 높게 느껴졌다. 집에 거의 다다를 때 즈음 전화가 걸려왔다.
[영업4팀 미래씨]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
"어..미래씨!"
- 대리님. 통화 괜찮으세요?
포근한 미래씨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한마디에도, 마지막에 봤던 모습보다 안정된 톤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완전요. 괜찮아요. 오늘 어차피 보건휴가내서 집이에요."
- 정말요?
핸드폰을 귀로 받치고 생리대를 다른 한 손으로 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바로 앉았다. 미래씨의 목소리가 들뜬 게 느껴졌다.
"네. 근데 미래씨 어디에요? 주변이 좀 시끄러운데!"
- 아아. 이어폰으로 바꿀게요. 저 공항이에요
"공항? 인천공항?"
웃음을 터뜨리는 미래씨가 말을 이었다.
- 네. 전부터 여행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거 생각나세요?
"네네. 동남아 돌기?"
- 네네. 지금 태국 가는 비행기 타려고요. 애인이랑.
"진짜? 애인도 그만두고?"
- 애인도 프로젝트 하나 맡은 거 끝나서 포상휴가 났거든요. 저랑 일주일 있다가 가고, 저는 계속 여행해요!
갑자기 배에 느껴지는 통증이 사라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미래씨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잘됐다 진짜. 푹 쉬고 휴직해서 얼른 와요. 미래씨 없으니까 회사가 텅 빈 것 같아."
- 에이. 그렇게 말해주시면 감사하죠 정말.
"진짜로. 재민이도 미래주임님이 잘해줬던 거 생각난다고 하던데."
- 정말요? 그래도 재민씨는 이제 여주 대리님 옆에서 열심히 일하면 되니까...
"그치. 내가 또 미래씨만큼 열심히 가르쳐야지."
미래씨와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 속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 가기 전에 꼭 전화 드리고 싶었어요. 옥상에서 해주신 위로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아니에요. 목소리가 좋아보여서 다행이네. 그래도 미래씨 애인 그때 그분이지? 사람 좋아 보이시던 분."
- 네네. 맞아요.
"좋은 분이 옆에 있어서 미래씨는 복 받았네."
- 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리님도 좋은 분 곧 생기실거 같아요.
"진짜? 미래씨 막 미래가 보여? 진짜..그러면 나 회사 부술지도 몰라."
- 그냥 예감? 좋은 예감이요. 저 회사 때문에 힘들고 아팠을 때 애인생각이 절실했고 또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많이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대리님도 그런 분 생길 거 같아요. 곧.
"진짜 미래씨... 여행길에 꽃길만 걷길 바랄게. 이런 덕담을, 여행 다녀오면 복직 전에 꼭 만나요. 응?"
- 네. 저 이제 탑승시간이라 들어 가볼게요. 정말 감사했 어요 대리님. 종종 여행사진 보낼게요.
한톤 높게 올라간 미래씨 덕분에 나도 같이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허리에 느껴지는 뻐근함이 덜 해졌다. 요 며칠 속앓이를 했던 탓에 통증이 더 셌던 거 같다. 대충 시리얼에 우유를 뿌려먹고는 진통제를 삼켰다. 오늘은 아무것도 못할 몸인걸 알지만 그렇게 불행한 하루는 아닌 거 같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마자 진동이 느껴졌다. 덮어뒀던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감사팀 재민이]
재민이었다. 감기려던 눈이 번쩍 떠졌다.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급하게 홀드키를 누르고는 전화를 받았다.
"어. 재민아. 무슨 일 있어?"
- 대리님 제가 혹시 깨운 건가요?
"아니아니. 잠깐 깨어있었어."
- 그냥 점심시간에 동혁주임님이랑 밥 먹고, 혼자 산책하고 있어요.
"진짜? 오늘 심심했겠네."
- 네. 부장님 차장님은 아예 현장출근 현장퇴근 하셔서 하루 종일 혼자였어요.
평소에는 어른스럽게 말하던 재민의 말투가 오늘따라 칭얼대는 아기 같았다.
"내일은 꼭 출근해야겠네."
- 내일 오시면, 그때 저 신규입사자 점심때 먹었던 초밥집 가요.
"어. 그때 내가 뭐 사줬지? 생선세트였나?"
- 네. 내일도 똑같은 거 먹고 싶어요.
미래씨와의 통화 이후에 기분 좋은 상태라 그런가, 재민의 목소리도 갑자기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오늘 좋은 일 있어? 갑자기 목소리가 좋은데?"
- 제가 원래 통화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 동혁이도 통화하는 거 엄~청 좋아한다. 둘이 해."
- 아 진짜 대리님..
이어지는 재민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웃던 재민은 한마디를 던졌다.
- 내일 출근이 기대되게 오늘 대리님 책상 위에 뭐 올려두고 갈게요.
"뭐?"
- 내일 오시면 알게 될 거예요.
이상하게 재민의 한마디에 내일 출근이 기다려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침대에 뒹굴 수 있는 오늘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말이다. 권태롭고 지루했던 회사에 빨리 출근하고 싶어진 적이, 신입때이후로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아프지 마세요.
"엉. 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야."
- 걱정돼요.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한 문장에서 재민의 진심이 묻어나왔다.
[밀토의상상구름 사원 모눈원고지]
여러분!!!!!!!!!!!
저
표지
받았어요ㅠㅠ
슈퍼천사 독자님이 주신 러브오피스 112 표지!
저 울고 있어요....
흑흑 이거 빨리 소개하고 싶었는데 전편과 전전편이 조금 무거운 이야기들이어서
7화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ㅠ ㅠ
마음과 정성을 쏟아부으셔서 선물을 주신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댓글도 열심히 좋아해주시는 독자님들...정말정말 사랑해요
밀토에 넘어온 거 후회하지 않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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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뭐어야 저건 빼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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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재민아ㅠㅠㅠ회사에 너 같은 후배/동료 없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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